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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체포안 반대했나?…이름없는 ‘방탄국회단’
입력 2018.05.23 (17:04) 수정 2018.05.23 (22:26) 멀티미디어 뉴스
누가 체포안 반대했나?…이름없는 ‘방탄국회단’
지난 21일, 자유한국당 홍문종, 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혹시나' 했던 표결은 '역시나'로 끝났습니다. 홍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경민학원의 70억 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염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과정에서 수십 명의 지원자를 부정 채용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각각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이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통상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후폭풍이 뒤따릅니다. 여야 사이에 '2라운드 공방'이 펼쳐집니다. "우리 당에선 이탈표가 거의 없었다", "상대 당이 조직적으로 역공작을 펼쳤다", 이런 식으로 '방탄국회 오명'의 책임을 서로에게 뒤집어씌우기 바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비는 가려지지 않습니다. 국회법(112조 5항) 상 체포동의안 등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표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책임 떠넘기기'가 끼어들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한국당 의원 108명이 참여했습니다. 반대표는 홍 의원이 141표, 염 의원이 172표. 한국당 의원 전원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도 이 수치에 못 미칩니다. 결국, 과거 한국당과 한솥밥을 먹었던 바른미래당(27명 참여)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116명 참여)에서도 상당한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비판의 정당성을 잃었고, 한국당은 가슴을 쓸었습니다.

"고대 국회교우회 회장 홍문종입니다. 맹세컨대 ‘맹호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는다’는 고대 정신으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저는 뇌물을 받지 않았습니다. 제 진실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홍문종 올림)

"마주할 기회가 적어 깊은 대화를 못 해 아쉬웠습니다. 저와 관련 소명의 기회를 갖고 싶었습니다. 송구하지만 깊은 이해와 배려 부탁드립니다. 좋은 인연 만들어 가겠습니다"
(염동열 드림)

홍문종, 염동열 두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다른 당 의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중 일부 내용입니다. 체포안을 부결시켜 달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염 의원은 지난주부터 일찌감치 국회 의원회관을 누비며 선처를 호소하는 등 읍소 작전을 폈다고도 합니다. 어차피 누가, 어느 쪽에 표를 던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다 보니 표결의 배경이 법적인 양심과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인정에 끌려서, 혹은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심인지는 더욱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익명성은 부탁하는 쪽, 부탁받은 쪽 모두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그 덕에 여야는 고향 선후배, 학교 선후배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며 수많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자동 폐기시켜 왔습니다.


체포안 부결의 불똥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튀는 모양새입니다. 당론으로 찬성을 권고만했을 뿐 표 단속이 너무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민이 주신 분노의 회초리는 어떤 이유로도 피할 수 없다"(추미애 대표), "자가당착이고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홍영표 원내대표)는 말과 함께 고개를 떨궜습니다.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를 당론 발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국민들께서 의심을 하셨잖아요. '제 식구 감싸기'라고. 그래서 기명 투표로 바꾸려고 해요. 원내대표실과 당 대표실에 협조 구해서 의원들 전원 서명을 받을 예정입니다."
(2014년 12월,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보수혁신위원회 국회개혁소위 위원장)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판단으로 존중받으려면 그 소신을 밝혀야 마땅합니다. 표결 내용을 공개하고 누가 부결에 참여했는지 밝혀야 국민도 그들을 심판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2004년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용진 전 홍보위원장)

다만 이런 공언이 '반짝 반성'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비판이 거셀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다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역대 국회마다 되풀이됐기 때문입니다.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역시 이미 19대 국회 때 3건이나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상임위 논의는 한 차례도 없이 자동 폐기됐습니다. 20대 국회는 어떨까요? 체포안 부결 직후, 참여연대는 "누가 비리 혐의자를 보호하는 공범인지, 국민들의 눈앞에 드러내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 누가 체포안 반대했나?…이름없는 ‘방탄국회단’
    • 입력 2018.05.23 (17:04)
    • 수정 2018.05.23 (22:26)
    멀티미디어 뉴스
누가 체포안 반대했나?…이름없는 ‘방탄국회단’
지난 21일, 자유한국당 홍문종, 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혹시나' 했던 표결은 '역시나'로 끝났습니다. 홍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경민학원의 70억 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염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과정에서 수십 명의 지원자를 부정 채용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각각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이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통상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후폭풍이 뒤따릅니다. 여야 사이에 '2라운드 공방'이 펼쳐집니다. "우리 당에선 이탈표가 거의 없었다", "상대 당이 조직적으로 역공작을 펼쳤다", 이런 식으로 '방탄국회 오명'의 책임을 서로에게 뒤집어씌우기 바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비는 가려지지 않습니다. 국회법(112조 5항) 상 체포동의안 등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표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책임 떠넘기기'가 끼어들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한국당 의원 108명이 참여했습니다. 반대표는 홍 의원이 141표, 염 의원이 172표. 한국당 의원 전원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도 이 수치에 못 미칩니다. 결국, 과거 한국당과 한솥밥을 먹었던 바른미래당(27명 참여)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116명 참여)에서도 상당한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비판의 정당성을 잃었고, 한국당은 가슴을 쓸었습니다.

"고대 국회교우회 회장 홍문종입니다. 맹세컨대 ‘맹호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는다’는 고대 정신으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저는 뇌물을 받지 않았습니다. 제 진실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홍문종 올림)

"마주할 기회가 적어 깊은 대화를 못 해 아쉬웠습니다. 저와 관련 소명의 기회를 갖고 싶었습니다. 송구하지만 깊은 이해와 배려 부탁드립니다. 좋은 인연 만들어 가겠습니다"
(염동열 드림)

홍문종, 염동열 두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다른 당 의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중 일부 내용입니다. 체포안을 부결시켜 달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염 의원은 지난주부터 일찌감치 국회 의원회관을 누비며 선처를 호소하는 등 읍소 작전을 폈다고도 합니다. 어차피 누가, 어느 쪽에 표를 던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다 보니 표결의 배경이 법적인 양심과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인정에 끌려서, 혹은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심인지는 더욱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익명성은 부탁하는 쪽, 부탁받은 쪽 모두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그 덕에 여야는 고향 선후배, 학교 선후배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며 수많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자동 폐기시켜 왔습니다.


체포안 부결의 불똥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튀는 모양새입니다. 당론으로 찬성을 권고만했을 뿐 표 단속이 너무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민이 주신 분노의 회초리는 어떤 이유로도 피할 수 없다"(추미애 대표), "자가당착이고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홍영표 원내대표)는 말과 함께 고개를 떨궜습니다.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를 당론 발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국민들께서 의심을 하셨잖아요. '제 식구 감싸기'라고. 그래서 기명 투표로 바꾸려고 해요. 원내대표실과 당 대표실에 협조 구해서 의원들 전원 서명을 받을 예정입니다."
(2014년 12월,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보수혁신위원회 국회개혁소위 위원장)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판단으로 존중받으려면 그 소신을 밝혀야 마땅합니다. 표결 내용을 공개하고 누가 부결에 참여했는지 밝혀야 국민도 그들을 심판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2004년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용진 전 홍보위원장)

다만 이런 공언이 '반짝 반성'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비판이 거셀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다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역대 국회마다 되풀이됐기 때문입니다.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역시 이미 19대 국회 때 3건이나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상임위 논의는 한 차례도 없이 자동 폐기됐습니다. 20대 국회는 어떨까요? 체포안 부결 직후, 참여연대는 "누가 비리 혐의자를 보호하는 공범인지, 국민들의 눈앞에 드러내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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