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진지해”…돌발 회견서 드러난 트럼프 속마음

입력 2018.05.23 (17: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회담과 한반도 미래 등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꺼내놓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도중 예고없이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서입니다.

30분 정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꽤 직설적으로 생각을 드러냈는데요, 조건이 안맞으면 북미회담이 미뤄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수용한다면 체제를 보장하고 북한은 부자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북미회담의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그 어느때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 키워드별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가 보는 김정은 : 진지한 협상 파트너


"김정은 위원장이 진지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위원장도 비핵화 실현을 바라는 것으로 봅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은 북한의 과거와는 다른 미래로 가고 있습니다. 그가 (비핵화에) 절대적으로 매우 진지하다고 봅니다."

남한 취재진의 북한 풍계리 방문이 무산된듯 보였던 오늘 새벽 기자회견 시각. 기자들이 던진 첫번째 질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느냐"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진지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절대적으로 매우(absolutely very)' 진지하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북미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나왔지만 여전히 김 위원장은 비핵화 주제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는 뜻이겠죠.

트럼프가 보는 북미회담 : "조건 안맞으면" 미뤄질수도

"(회담 성사를 위해) 우리가 원하는 특정 조건들이 있고 그 조건들이 달성될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조건이 안맞으면 회담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북한과 세계를 위한 위대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열리지 않으면 나중에 열릴 수도 있습니다. 다른 시점에 열릴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6월 12일 예정된 북미회담은 성사될 수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낙관적입니다.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긴 하지만 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보입니다. 기자회견에선 여러차례 이번이 아니면 나중에라도 열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곧바로 회담 무산을 뜻하는 것일까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회담 취소가 아닌 회담 연기에 방점을 둔 것 같다며 이는 중대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스케줄에 무리하게 맞추느라 회담 자체를 그르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통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정상회담을 더 원하는 것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는다며, 연기 의사를 언급한 것은 똑똑한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종의 '밀당'이라는거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협상준비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며 미국 선발대가 싱가포르에서 회담장소 선정을 위한 호텔 연회장 조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가 보는 北 비핵화 : 일괄타결 선호, CVID 받아들이면 부자될것


"(비핵화 방식은) 일괄타결이 좋겠군요...그런데 일괄타결은 물리적인 여건을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뤄졌으면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폐기 후보상'을 기본으로 하는 북핵 일괄타결 방식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물리적인 여건,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비핵화를 위한 물리적 여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유연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그동안 북한에 대해 요구했던 일괄타결 방식에서 한걸음 물러나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단계적 폐기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폭파되는 북한 영변 핵시설(2008년 6월)폭파되는 북한 영변 핵시설(2008년 6월)

"김정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네, 우리는 그걸 보장합니다. 협상 시작부터 얘기했습니다. 그는 안전할 겁니다. 그는 행복할거에요. 북한은 부자가 될겁니다. 북한은 근면해지고 매우번영할 겁니다. 북한사람들은 매우 훌륭합니다. 매우 근면하고 좋은 사람들입니다."

CVID,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한다면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안전보장을 여러차례 강조합니다. 핵무기를 놓는다고 안전을 위협받지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핵폐기이후 무력으로 정권을 무너뜨리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경제적 보상도 둘러말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부자가 될 것(His country will be rich.)이라며 질러 말합니다.

미국이 수조 달러를 지원한 결과 남한이 부유해졌다며 북한에도 남한과 같은민족이라고 강조합니다. 미국이 돈을 대면 북한도 남한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는거죠. 김 위원장이 경제지원을 이끌어 낸다면 세월이 지난 뒤에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남한과 중국, 일본도 북한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invest very, very large sums of money into helping to make North Korea great.)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성사를 매우 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트럼프가 보는 시진핑 : 김 위원장한테 무슨 짓을 한거지?


"다소 실망했다고 말씀 드립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두번째로 만나고 나서 태도가 조금 바뀌었거든요. 안좋아요. 좋지 않습니다...시진핑 주석이 월드 클래스 포커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달라진 북한의 행동 뒤에 중국이 있다는 의심을 이번에도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좋은 친구라면서도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을 여러차례 반복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력을 이쯤에서 차단해서 북미회담에서 성과를 얻어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북한이 회담에 나오도록 중국이 힘을 좀 써달라는 뜻도 되겠죠.

get together, one korea


"두개의 한국이 있죠. 궁극적으로, 아마도 미래에 언젠가 -지금은 아니지만- 그들은 합치게 될 것이고 하나의 한국(one korea)로 돌아갈 것입니다. 한국민들이 원한다면 저도 좋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북한의 번영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일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순히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까요? 북미회담을 앞둔 정세를 고려하면 쉽게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표현입니다.

기자회견 이후 오늘(23일) 낮 우리 취재진이 정부 수송기편으로 북한 원산으로 떠났습니다. 풍계리 핵실험 해체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미회담 예정일이 3주 정도 앞으로 다가온 시점, 관련 당사자들의 말 한마디 몸놀림 하나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김정은은 진지해”…돌발 회견서 드러난 트럼프 속마음
    • 입력 2018-05-23 17:48:38
    취재K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회담과 한반도 미래 등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꺼내놓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도중 예고없이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서입니다.

30분 정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꽤 직설적으로 생각을 드러냈는데요, 조건이 안맞으면 북미회담이 미뤄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수용한다면 체제를 보장하고 북한은 부자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북미회담의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그 어느때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 키워드별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가 보는 김정은 : 진지한 협상 파트너


"김정은 위원장이 진지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위원장도 비핵화 실현을 바라는 것으로 봅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은 북한의 과거와는 다른 미래로 가고 있습니다. 그가 (비핵화에) 절대적으로 매우 진지하다고 봅니다."

남한 취재진의 북한 풍계리 방문이 무산된듯 보였던 오늘 새벽 기자회견 시각. 기자들이 던진 첫번째 질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느냐"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진지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절대적으로 매우(absolutely very)' 진지하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북미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나왔지만 여전히 김 위원장은 비핵화 주제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는 뜻이겠죠.

트럼프가 보는 북미회담 : "조건 안맞으면" 미뤄질수도

"(회담 성사를 위해) 우리가 원하는 특정 조건들이 있고 그 조건들이 달성될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조건이 안맞으면 회담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북한과 세계를 위한 위대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열리지 않으면 나중에 열릴 수도 있습니다. 다른 시점에 열릴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6월 12일 예정된 북미회담은 성사될 수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낙관적입니다.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긴 하지만 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보입니다. 기자회견에선 여러차례 이번이 아니면 나중에라도 열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곧바로 회담 무산을 뜻하는 것일까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회담 취소가 아닌 회담 연기에 방점을 둔 것 같다며 이는 중대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스케줄에 무리하게 맞추느라 회담 자체를 그르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통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정상회담을 더 원하는 것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는다며, 연기 의사를 언급한 것은 똑똑한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종의 '밀당'이라는거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협상준비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며 미국 선발대가 싱가포르에서 회담장소 선정을 위한 호텔 연회장 조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가 보는 北 비핵화 : 일괄타결 선호, CVID 받아들이면 부자될것


"(비핵화 방식은) 일괄타결이 좋겠군요...그런데 일괄타결은 물리적인 여건을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뤄졌으면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폐기 후보상'을 기본으로 하는 북핵 일괄타결 방식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물리적인 여건,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비핵화를 위한 물리적 여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유연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그동안 북한에 대해 요구했던 일괄타결 방식에서 한걸음 물러나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단계적 폐기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폭파되는 북한 영변 핵시설(2008년 6월)
"김정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네, 우리는 그걸 보장합니다. 협상 시작부터 얘기했습니다. 그는 안전할 겁니다. 그는 행복할거에요. 북한은 부자가 될겁니다. 북한은 근면해지고 매우번영할 겁니다. 북한사람들은 매우 훌륭합니다. 매우 근면하고 좋은 사람들입니다."

CVID,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한다면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안전보장을 여러차례 강조합니다. 핵무기를 놓는다고 안전을 위협받지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핵폐기이후 무력으로 정권을 무너뜨리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경제적 보상도 둘러말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부자가 될 것(His country will be rich.)이라며 질러 말합니다.

미국이 수조 달러를 지원한 결과 남한이 부유해졌다며 북한에도 남한과 같은민족이라고 강조합니다. 미국이 돈을 대면 북한도 남한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는거죠. 김 위원장이 경제지원을 이끌어 낸다면 세월이 지난 뒤에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남한과 중국, 일본도 북한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invest very, very large sums of money into helping to make North Korea great.)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성사를 매우 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트럼프가 보는 시진핑 : 김 위원장한테 무슨 짓을 한거지?


"다소 실망했다고 말씀 드립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두번째로 만나고 나서 태도가 조금 바뀌었거든요. 안좋아요. 좋지 않습니다...시진핑 주석이 월드 클래스 포커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달라진 북한의 행동 뒤에 중국이 있다는 의심을 이번에도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좋은 친구라면서도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을 여러차례 반복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력을 이쯤에서 차단해서 북미회담에서 성과를 얻어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북한이 회담에 나오도록 중국이 힘을 좀 써달라는 뜻도 되겠죠.

get together, one korea


"두개의 한국이 있죠. 궁극적으로, 아마도 미래에 언젠가 -지금은 아니지만- 그들은 합치게 될 것이고 하나의 한국(one korea)로 돌아갈 것입니다. 한국민들이 원한다면 저도 좋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북한의 번영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일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순히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까요? 북미회담을 앞둔 정세를 고려하면 쉽게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표현입니다.

기자회견 이후 오늘(23일) 낮 우리 취재진이 정부 수송기편으로 북한 원산으로 떠났습니다. 풍계리 핵실험 해체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미회담 예정일이 3주 정도 앞으로 다가온 시점, 관련 당사자들의 말 한마디 몸놀림 하나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