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의식 상실…‘준강간’ 처벌 가능

입력 2018.05.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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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인터넷 카페 동호회 모임에서 회원들이 모여 술을 마셨다. 분위기가 달아올라 폭탄주가 몇 번 돌았고, 일부 회원들은 만취 상태까지 갔다. 모임이 파할 무렵, 남성 회원 한 사람이 20대 여성 회원을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택시에 태웠다. 그 길로 남성은 인근 모텔로 여성을 데리고 가 성관계를 했다.

다음날 피해 여성의 신고에 따라 경찰은 수사를 했다. 검찰은 준강간 혐의로 이 남성을 기소했고, 남성측은 "동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이 남성에 대해 준강간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준강간 혐의가 적용된 결정적인 근거는 모텔의 CC(폐쇄회로) TV였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특별히 거짓 진술을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게다가 당시 CCTV를 보면 모텔에서 찍힌 여성은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 피의자의 간음 시도를 여성이 막을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남성은 혐의 내용을 완강히 부인했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해 법원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무법인 예율의 최용문 변호사는 "여성이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양형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2015년 호프집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호프집에서 처음 만난 남성과 여성이 술을 마신 뒤 남성의 집에서 성관계를 했다. 다음날 여성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 남성을 준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앞의 사건과는 달리 여성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 이유에서다. 게다가 변호인은 사건 기록이 여성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했고, 실제 강간이 이뤄졌다고 볼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 쪽 손을 들어줬다.

YK법률사무소 유상배 변호사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보다는 남성의 진술이 더 일관되고 신빙성 있다는 점을 부각해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형법상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술에 만취한 상태로 남녀 간 성관계가 이뤄진 경우 피해자의 고소로 종종 형사 사건화되기도 한다. 강간이 폭행이나 협박으로 이뤄진 성관계를 처벌하는 데 반해, 준강간은 심신상실의 상태인 사람을 간음할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개그맨 주병진 씨의 경우 인기 절정이던 지난 2000년 가라오케에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가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당시 무죄가 난 것은 피해 주장 여성과 그의 친구 사이에 합의금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면서 친구가 피해주장 여성의 몸에 난 상처는 자신이 일부러 낸 것이라고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준강간 사건은 폭행이나 협박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판단이 더 애매한 경우가 많다. 술을 먹고 성 관계를 한 것을 과연 어디까지 '심신상실'로 볼 것이냐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두 사람이 성관계를 맺게 된 과정이나, 성 관계 전후로 둘이 나눈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무죄를 가린다. 특히 모텔을 들어가고 나올 때 찍힌 CCTV 모습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때가 많다.

조상우와 박동원은?

프로야구판을 강타한 넥센 히어로즈 소속 박동원(28)과 조상우(24)의 성폭행 의혹도 결국 관련 증거가 유무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여성은 "두 선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두 선수는 "강압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경찰은 피해자가 범행 장소로 지목한 호텔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

24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성폭행 의혹을 받는 넥센 소속 야구선수 박동원·조상우 사건과 관련해 인천 시내 모 호텔 내·외부 CCTV를 확보하고 영상 분석을 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 중에는 피해 여성이 두 선수로부터 차례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호텔 객실 입구를 비추는 복도 화면도 포함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해당 객실을 복도에서 비추는 화면을 우선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 여성은 전날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 센터 소속 여경에게 피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늦게 해바라기 센터 측으로부터 이 여성의 피해자 진술 조서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넥센의 주축 선수인 박동원과 조상우는 최근 인천 시내 모 호텔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날 오전 5시 21분께 피해 여성의 친구로부터 112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 여성의 친구는 경찰에 "친구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두 선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는 SK 와이번스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인천을 찾았다가 선수단 숙소인 해당 호텔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의 친구는 두 선수와 평소 아는 사이였으며 피해 여성은 당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두 선수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혐의가 인정되면 준강간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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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취해 의식 상실…‘준강간’ 처벌 가능
    • 입력 2018-05-24 15:21:08
    취재K
2014년 인터넷 카페 동호회 모임에서 회원들이 모여 술을 마셨다. 분위기가 달아올라 폭탄주가 몇 번 돌았고, 일부 회원들은 만취 상태까지 갔다. 모임이 파할 무렵, 남성 회원 한 사람이 20대 여성 회원을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택시에 태웠다. 그 길로 남성은 인근 모텔로 여성을 데리고 가 성관계를 했다.

다음날 피해 여성의 신고에 따라 경찰은 수사를 했다. 검찰은 준강간 혐의로 이 남성을 기소했고, 남성측은 "동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이 남성에 대해 준강간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준강간 혐의가 적용된 결정적인 근거는 모텔의 CC(폐쇄회로) TV였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특별히 거짓 진술을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게다가 당시 CCTV를 보면 모텔에서 찍힌 여성은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 피의자의 간음 시도를 여성이 막을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남성은 혐의 내용을 완강히 부인했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해 법원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무법인 예율의 최용문 변호사는 "여성이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양형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2015년 호프집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호프집에서 처음 만난 남성과 여성이 술을 마신 뒤 남성의 집에서 성관계를 했다. 다음날 여성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 남성을 준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앞의 사건과는 달리 여성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 이유에서다. 게다가 변호인은 사건 기록이 여성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했고, 실제 강간이 이뤄졌다고 볼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 쪽 손을 들어줬다.

YK법률사무소 유상배 변호사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보다는 남성의 진술이 더 일관되고 신빙성 있다는 점을 부각해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형법상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술에 만취한 상태로 남녀 간 성관계가 이뤄진 경우 피해자의 고소로 종종 형사 사건화되기도 한다. 강간이 폭행이나 협박으로 이뤄진 성관계를 처벌하는 데 반해, 준강간은 심신상실의 상태인 사람을 간음할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개그맨 주병진 씨의 경우 인기 절정이던 지난 2000년 가라오케에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가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당시 무죄가 난 것은 피해 주장 여성과 그의 친구 사이에 합의금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면서 친구가 피해주장 여성의 몸에 난 상처는 자신이 일부러 낸 것이라고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준강간 사건은 폭행이나 협박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판단이 더 애매한 경우가 많다. 술을 먹고 성 관계를 한 것을 과연 어디까지 '심신상실'로 볼 것이냐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두 사람이 성관계를 맺게 된 과정이나, 성 관계 전후로 둘이 나눈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무죄를 가린다. 특히 모텔을 들어가고 나올 때 찍힌 CCTV 모습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때가 많다.

조상우와 박동원은?

프로야구판을 강타한 넥센 히어로즈 소속 박동원(28)과 조상우(24)의 성폭행 의혹도 결국 관련 증거가 유무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여성은 "두 선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두 선수는 "강압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경찰은 피해자가 범행 장소로 지목한 호텔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

24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성폭행 의혹을 받는 넥센 소속 야구선수 박동원·조상우 사건과 관련해 인천 시내 모 호텔 내·외부 CCTV를 확보하고 영상 분석을 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 중에는 피해 여성이 두 선수로부터 차례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호텔 객실 입구를 비추는 복도 화면도 포함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해당 객실을 복도에서 비추는 화면을 우선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 여성은 전날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 센터 소속 여경에게 피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늦게 해바라기 센터 측으로부터 이 여성의 피해자 진술 조서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넥센의 주축 선수인 박동원과 조상우는 최근 인천 시내 모 호텔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날 오전 5시 21분께 피해 여성의 친구로부터 112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 여성의 친구는 경찰에 "친구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두 선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는 SK 와이번스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인천을 찾았다가 선수단 숙소인 해당 호텔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의 친구는 두 선수와 평소 아는 사이였으며 피해 여성은 당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두 선수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혐의가 인정되면 준강간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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