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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생리대 독성 보도했더니 제보자 색출 나선 식약처
입력 2018.05.25 (07:03) 수정 2018.05.25 (13:44) 취재후
[취재후] 생리대 독성 보도했더니 제보자 색출 나선 식약처
지난해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를 대상으로 84종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분석한 결과 안전성 측면에서 해를 가할 만한 우려가 확인된 제품은 없었다고 최종 발표했다.

생리대에 대한 여성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은 주목할만 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생리대 속 VOCs 함량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법을 만들었고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가장 낮은 용량, 그러니까 가장 치명적인 경우를 가정해 위해 평가를 진행했다. 결론은 "유해물질이 피부에 100% 흡수되고 평생 노출된다고 해도 해를 미치지 않는다"는 거였다.

식약처 실험했다던 생리대 독성 물질 용량 조절 의혹

[연관 기사] [뉴스9] [단독] “안전하다더니”…식약처 생리대 조사 논란

지난 5월 16일 KBS는 식약처 생리대 조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식약처가 지난해 12월 28일 최종적으로 발표한 VOCs 조사는 시료의 양을 0.1g으로 했을 때 나온 결과였다. 그런데 KBS가 입수한 식약처 내부 자료에는 동일한 생리대 제품들에 대해 0.5g으로 실험한 결과가 표출돼 있었다.

식약처 말 대로 시료의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검출이든 불검출이든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입수한 자료에는 헥산과 벤젠, 클로로포름 등 유해 VOCs의 실험 결과가 한눈에 봐도 다르게 나타났다. 시료가 0.5g일 때는 분명 '검출'이었는데 0.1g으로 줄이자 '불검출'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시료 양 0.1g...최적의 조건이었다?"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처음에는 0.5g으로도 실험을 했지만 최적의 조건을 잡은 게 0.1g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0.5g은 정확한 VOCs 양을 측정할 수 없는 시험법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KBS 보도 대로 시료의 양이 달라졌을 때 실험 결과가 달라졌다면 식약처는 모든 분석 결과를 외부 전문가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평가받아야 한다. 또 시료의 양을 더욱 증가시켜 분석한 결과도 제시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생리대는 불균질 시료이기 때문에 가위로 자르는 과정에서 VOCs 성분이 존재하는 접착제 부분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아예 안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시료의 양이 충분히 커야지 실험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생리대,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잘라 문제 없다"


지난해 9월 28일 식약처는 인체 위해성이 높은 VOCs 10종에 대한 1차 전수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 당시 식약처 유튜브 사이트에는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 시험법'을 보여주는 영상이 함께 올라왔다. 가위로 생리대를 자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VOCs가 공기 중으로 다 날아갔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12월 28일 2차 조사 때는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모든 과정을 수행했다고 말을 바꿨다.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도 드라이아이스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식약처가 VOCs 자체가 외부로 방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실험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시료를 자르고 얼리고 부수는 모든 과정이 밀폐된 용기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또는 전부가 방출된 상황이라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식약처가 만약 드라이아이스에서 신속히 실험을 진행해 VOCs의 휘발을 최대한 방지했다면 그 증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동일한 생리대에 대해 드라이아이스 상에서 샘플 채취와 보관이 이루어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실험군과 대조군에 대한 분석 결과가 없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수행됐다는 말로는 대중의 믿음을 얻을 수 없다. 또 모든 과정을 밀폐된 챔버에서 진행한 경우 VOCs 검출량이 이전과 달리 유의미하게 늘어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식약처, 생리대 독성 KBS 보도에 "제보자 누구냐"

식약처의 생리대 조사에 관해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왜 이렇게 소통이 안 될까'였다. 사소한 점이라도 물어보면 연구자가 아닌, 대변인실을 통해서 모든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특히 다 지난 생리대 문제를 '들쑤시고' 다니는 기자에게 경직된 태도를 보였고 답변을 주겠다고 해도 한참 연락이 없기 일쑤였다.

보도 이후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여러 부처에 확인할 내용이 많아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보통 과학 분야의 경우 그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며 취재를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안전하다. 연구자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에 대변인실을 통해 인터뷰 섭외 등을 진행하는 게 보통인데 식약처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

KBS의 보도가 나간 뒤 식약처 내부에서는 누가 제보를 했는지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BS와 인터뷰를 한 전문가에게도 개별적으로 연락을 했다. 만약 식약처 생리대 실험에 문제를 제기한 내부 고발자가 있다면, 또는 문제를 제기한 언론이 있다면, 외부 전문가 그룹이 있다면 식약처는 색출이 먼저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식약처는 KBS에 정정 보도를 요구하면서도 보도 내용이 잘못됐다는 근거 자료를 제시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평생 쓰는 생리대에 대한 조사 결과는 투명하고 의혹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한 점의 의혹이라도 존재한다면 언론은 그 위험성을 보도해야할 의무가 있다. 시점이 오래된 사안이어도 그러하다.

식약처 홈페이지에는 '안전한 식의약, 건강한 국민,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이 적혀있다. 식약처에 만약 '안전'이 부재하다면 혹은 국민들이 식약처의 안전하다는 말에도 여전히 불안감을 느낀다면 존재 의의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 [취재후] 생리대 독성 보도했더니 제보자 색출 나선 식약처
    • 입력 2018.05.25 (07:03)
    • 수정 2018.05.25 (13:44)
    취재후
[취재후] 생리대 독성 보도했더니 제보자 색출 나선 식약처
지난해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를 대상으로 84종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분석한 결과 안전성 측면에서 해를 가할 만한 우려가 확인된 제품은 없었다고 최종 발표했다.

생리대에 대한 여성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은 주목할만 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생리대 속 VOCs 함량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법을 만들었고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가장 낮은 용량, 그러니까 가장 치명적인 경우를 가정해 위해 평가를 진행했다. 결론은 "유해물질이 피부에 100% 흡수되고 평생 노출된다고 해도 해를 미치지 않는다"는 거였다.

식약처 실험했다던 생리대 독성 물질 용량 조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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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KBS는 식약처 생리대 조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식약처가 지난해 12월 28일 최종적으로 발표한 VOCs 조사는 시료의 양을 0.1g으로 했을 때 나온 결과였다. 그런데 KBS가 입수한 식약처 내부 자료에는 동일한 생리대 제품들에 대해 0.5g으로 실험한 결과가 표출돼 있었다.

식약처 말 대로 시료의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검출이든 불검출이든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입수한 자료에는 헥산과 벤젠, 클로로포름 등 유해 VOCs의 실험 결과가 한눈에 봐도 다르게 나타났다. 시료가 0.5g일 때는 분명 '검출'이었는데 0.1g으로 줄이자 '불검출'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시료 양 0.1g...최적의 조건이었다?"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처음에는 0.5g으로도 실험을 했지만 최적의 조건을 잡은 게 0.1g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0.5g은 정확한 VOCs 양을 측정할 수 없는 시험법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KBS 보도 대로 시료의 양이 달라졌을 때 실험 결과가 달라졌다면 식약처는 모든 분석 결과를 외부 전문가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평가받아야 한다. 또 시료의 양을 더욱 증가시켜 분석한 결과도 제시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생리대는 불균질 시료이기 때문에 가위로 자르는 과정에서 VOCs 성분이 존재하는 접착제 부분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아예 안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시료의 양이 충분히 커야지 실험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생리대,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잘라 문제 없다"


지난해 9월 28일 식약처는 인체 위해성이 높은 VOCs 10종에 대한 1차 전수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 당시 식약처 유튜브 사이트에는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 시험법'을 보여주는 영상이 함께 올라왔다. 가위로 생리대를 자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VOCs가 공기 중으로 다 날아갔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12월 28일 2차 조사 때는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모든 과정을 수행했다고 말을 바꿨다.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도 드라이아이스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식약처가 VOCs 자체가 외부로 방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실험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시료를 자르고 얼리고 부수는 모든 과정이 밀폐된 용기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또는 전부가 방출된 상황이라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식약처가 만약 드라이아이스에서 신속히 실험을 진행해 VOCs의 휘발을 최대한 방지했다면 그 증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동일한 생리대에 대해 드라이아이스 상에서 샘플 채취와 보관이 이루어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실험군과 대조군에 대한 분석 결과가 없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수행됐다는 말로는 대중의 믿음을 얻을 수 없다. 또 모든 과정을 밀폐된 챔버에서 진행한 경우 VOCs 검출량이 이전과 달리 유의미하게 늘어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식약처, 생리대 독성 KBS 보도에 "제보자 누구냐"

식약처의 생리대 조사에 관해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왜 이렇게 소통이 안 될까'였다. 사소한 점이라도 물어보면 연구자가 아닌, 대변인실을 통해서 모든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특히 다 지난 생리대 문제를 '들쑤시고' 다니는 기자에게 경직된 태도를 보였고 답변을 주겠다고 해도 한참 연락이 없기 일쑤였다.

보도 이후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여러 부처에 확인할 내용이 많아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보통 과학 분야의 경우 그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며 취재를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안전하다. 연구자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에 대변인실을 통해 인터뷰 섭외 등을 진행하는 게 보통인데 식약처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

KBS의 보도가 나간 뒤 식약처 내부에서는 누가 제보를 했는지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BS와 인터뷰를 한 전문가에게도 개별적으로 연락을 했다. 만약 식약처 생리대 실험에 문제를 제기한 내부 고발자가 있다면, 또는 문제를 제기한 언론이 있다면, 외부 전문가 그룹이 있다면 식약처는 색출이 먼저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식약처는 KBS에 정정 보도를 요구하면서도 보도 내용이 잘못됐다는 근거 자료를 제시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평생 쓰는 생리대에 대한 조사 결과는 투명하고 의혹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한 점의 의혹이라도 존재한다면 언론은 그 위험성을 보도해야할 의무가 있다. 시점이 오래된 사안이어도 그러하다.

식약처 홈페이지에는 '안전한 식의약, 건강한 국민,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이 적혀있다. 식약처에 만약 '안전'이 부재하다면 혹은 국민들이 식약처의 안전하다는 말에도 여전히 불안감을 느낀다면 존재 의의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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