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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책방] 기본소득의 꿈…날개도 못 펴고 추락할까
입력 2018.05.25 (07:03) 여의도책방
[여의도 책방] 기본소득의 꿈…날개도 못 펴고 추락할까
지난달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실험'을 연장하지 않기로했다고 발표했다.

핀란드는 지난해부터 실업자 2,000명에게 매월 560유로(약 70만 원)를 조건 없이 지급해 왔다.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실험에 나선 핀란드 정부가 추가 실험을 포기하자,기본 소득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막 시작하려고 했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 채 피어나지도 못하고 지는 걸까?

인공지능이 빼앗아가는 일자리에 대한 공포


“인공지능이 웹툰을 그리면 난 일자리를 잃겠지. 하지만 난 인간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인공지능이 그린 웹툰에 악플을 달아야지.” @goritagorita

2년 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보며 한 웹툰 작가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기술의 발전을 보며 두려운 건 어느 한 개인의 일이 아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노동 없는 미래’를 전망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함으로써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로봇에게 일자리를 내어준 인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소득을 잃어버린 사람들, 동시에 소비자를 잃어버린 시장. 소비가 사라진 시장경제는 유지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이 온다』의 저자들은 모든 개인에게 매달 50만 원의 현금을 무조건 지급하자고 제안한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저자들은 한국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소득 안을 제안한다.

일은 죽어라 하는데 난 가난하다

한때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로 치부되던 ‘기본소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노동의 변화에 있다.

서비스 경제가 등장하며 우리 사회는 표준적 고용관계가 해체됐다. 늘어난 서비스 분야의 노동수요는 질 낮은 일자리로 채워졌고, 낮은 임금과 빈번한 고용단절 등 불안정한 노동의 증가로 이어졌다. 일하면서도 빈곤한 근로 빈곤층이 양산된 것이다.

전통적 사회보장 시스템은 표준 고용 형태를 벗어난 노동시장을 포용하지 못한 채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노동의 역할이 줄어들며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도 달라졌다. 노동에 의존하던 산업사회에서 지식과 정보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 구매하는 등의 과정에서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런 데이터는 기술과 결합해 기업의 분석 자료로 사용된다.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빅데이터가 기업의 자본 축적에 쓰이는 것이다.

문제는 분배다. 이렇게 대중에 의해 또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자본이 축적되고 있음에도, 경제적 성과는 일부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저자들은 불공정한 분배의 문제뿐 아니라, 기존의 제도로는 포용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대한 접근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은 노동에 대한 댓가가 아니다

자산조사와 근로에 대한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 교부되는 주기적 현금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기본소득은 단순한 제도다. 전체 국민(보편성) 개인에게(개별성) 노동이나 기여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무조건성) 정기적으로(정기성) 현금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이나 기여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되는 점에서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이 집중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질 낮은 일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다. 먹고 살 걱정으로 원치 않는 일자리를 거부할 수 없다면, 자유가 허락됐다고 볼 수 없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소득에 대한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저자들은 원하지 않는 것은 거부할 자유, 인간의 존엄과 본성을 유지하는 수단과 기회로써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

'월 30만 원' 청년 기본소득부터 시작하자

저자들이 제안하는 기본소득은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를 모두 대체하자는 개혁안이 아니다.
기존의 사회보험과 사회부조, 사회서비스와의 보완을 통해 단계별 도입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연금과 실업급여 같은 현금 지원은 내용을 일부 조정하고, 교육이나 보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는 적극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완전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과정으로 ‘청년 기본소득’을 제시한다. 19~24세 모든 청년에게 매월 30만 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연간 필요한 예산은 12조 9,000억 원. 이는 증세 및 세원 발굴을 통해 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세대보다 청년 세대를 먼저 도입하는 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자리 잡은 현실에서 고용 중심의 청년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 국민의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단계적 이행경로를 제안한다. 아동과 청년, 노인 등 세대별 사회수당을 도입하고, 금액과 범위(나이)를 확대해 가자는 것이다.


세금 제도를 바꾸면 가능...공감대가 더 먼저

저자들은 최종 ‘전 국민 기본소득 50만 원’을 모델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선 약 305조 원이 필요하다. 한 해 복지예산이 113조인 것을 볼 때, 현시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과 사회보험 기여금을 포함한 국민부담율은 OECD 회원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잠재적 재정 추출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또 조세체계 개혁을 통해 추가 재원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기본소득이라는 보편적이고 포괄적이며 충분한 권리를 받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부담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담론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저자들은 “재정적 실현 가능성의 문제는 정치적 실현 가능성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존재하는 자, 먹을 자격이 있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했던가. 앤서니 앳킨스 교수는 ‘참여소득’ 실험을 제안하며 “사회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은 먹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적인 개념으로 존재하던 기본소득은 세계 곳곳에서 본격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실험을 바라보며 제기되는 의문은 노동 유인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다. 공짜 돈이 생기면 게을러지고, 일할 의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저자들은 기본소득은 '신뢰'에 기반한 정책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게을러졌는지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는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마다 조건과 적용방식이 다르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저자들 역시 막대한 비용과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이 필요한 만큼 전면 도입을 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가올 미래를 위해 장기적 기획 과정에서 고민할 문제를 제안한다.

『기본소득이 온다』지은이 김교성 백승호 서정희 이승윤, 출판사 사회평론아카데미, 2018년 2월
  • [여의도 책방] 기본소득의 꿈…날개도 못 펴고 추락할까
    • 입력 2018.05.25 (07:03)
    여의도책방
[여의도 책방] 기본소득의 꿈…날개도 못 펴고 추락할까
지난달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실험'을 연장하지 않기로했다고 발표했다.

핀란드는 지난해부터 실업자 2,000명에게 매월 560유로(약 70만 원)를 조건 없이 지급해 왔다.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실험에 나선 핀란드 정부가 추가 실험을 포기하자,기본 소득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막 시작하려고 했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 채 피어나지도 못하고 지는 걸까?

인공지능이 빼앗아가는 일자리에 대한 공포


“인공지능이 웹툰을 그리면 난 일자리를 잃겠지. 하지만 난 인간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인공지능이 그린 웹툰에 악플을 달아야지.” @goritagorita

2년 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보며 한 웹툰 작가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기술의 발전을 보며 두려운 건 어느 한 개인의 일이 아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노동 없는 미래’를 전망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함으로써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로봇에게 일자리를 내어준 인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소득을 잃어버린 사람들, 동시에 소비자를 잃어버린 시장. 소비가 사라진 시장경제는 유지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이 온다』의 저자들은 모든 개인에게 매달 50만 원의 현금을 무조건 지급하자고 제안한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저자들은 한국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소득 안을 제안한다.

일은 죽어라 하는데 난 가난하다

한때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로 치부되던 ‘기본소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노동의 변화에 있다.

서비스 경제가 등장하며 우리 사회는 표준적 고용관계가 해체됐다. 늘어난 서비스 분야의 노동수요는 질 낮은 일자리로 채워졌고, 낮은 임금과 빈번한 고용단절 등 불안정한 노동의 증가로 이어졌다. 일하면서도 빈곤한 근로 빈곤층이 양산된 것이다.

전통적 사회보장 시스템은 표준 고용 형태를 벗어난 노동시장을 포용하지 못한 채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노동의 역할이 줄어들며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도 달라졌다. 노동에 의존하던 산업사회에서 지식과 정보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 구매하는 등의 과정에서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런 데이터는 기술과 결합해 기업의 분석 자료로 사용된다.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빅데이터가 기업의 자본 축적에 쓰이는 것이다.

문제는 분배다. 이렇게 대중에 의해 또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자본이 축적되고 있음에도, 경제적 성과는 일부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저자들은 불공정한 분배의 문제뿐 아니라, 기존의 제도로는 포용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대한 접근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은 노동에 대한 댓가가 아니다

자산조사와 근로에 대한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 교부되는 주기적 현금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기본소득은 단순한 제도다. 전체 국민(보편성) 개인에게(개별성) 노동이나 기여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무조건성) 정기적으로(정기성) 현금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이나 기여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되는 점에서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이 집중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질 낮은 일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다. 먹고 살 걱정으로 원치 않는 일자리를 거부할 수 없다면, 자유가 허락됐다고 볼 수 없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소득에 대한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저자들은 원하지 않는 것은 거부할 자유, 인간의 존엄과 본성을 유지하는 수단과 기회로써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

'월 30만 원' 청년 기본소득부터 시작하자

저자들이 제안하는 기본소득은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를 모두 대체하자는 개혁안이 아니다.
기존의 사회보험과 사회부조, 사회서비스와의 보완을 통해 단계별 도입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연금과 실업급여 같은 현금 지원은 내용을 일부 조정하고, 교육이나 보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는 적극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완전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과정으로 ‘청년 기본소득’을 제시한다. 19~24세 모든 청년에게 매월 30만 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연간 필요한 예산은 12조 9,000억 원. 이는 증세 및 세원 발굴을 통해 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세대보다 청년 세대를 먼저 도입하는 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자리 잡은 현실에서 고용 중심의 청년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 국민의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단계적 이행경로를 제안한다. 아동과 청년, 노인 등 세대별 사회수당을 도입하고, 금액과 범위(나이)를 확대해 가자는 것이다.


세금 제도를 바꾸면 가능...공감대가 더 먼저

저자들은 최종 ‘전 국민 기본소득 50만 원’을 모델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선 약 305조 원이 필요하다. 한 해 복지예산이 113조인 것을 볼 때, 현시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과 사회보험 기여금을 포함한 국민부담율은 OECD 회원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잠재적 재정 추출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또 조세체계 개혁을 통해 추가 재원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기본소득이라는 보편적이고 포괄적이며 충분한 권리를 받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부담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담론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저자들은 “재정적 실현 가능성의 문제는 정치적 실현 가능성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존재하는 자, 먹을 자격이 있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했던가. 앤서니 앳킨스 교수는 ‘참여소득’ 실험을 제안하며 “사회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은 먹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적인 개념으로 존재하던 기본소득은 세계 곳곳에서 본격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실험을 바라보며 제기되는 의문은 노동 유인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다. 공짜 돈이 생기면 게을러지고, 일할 의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저자들은 기본소득은 '신뢰'에 기반한 정책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게을러졌는지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는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마다 조건과 적용방식이 다르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저자들 역시 막대한 비용과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이 필요한 만큼 전면 도입을 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가올 미래를 위해 장기적 기획 과정에서 고민할 문제를 제안한다.

『기본소득이 온다』지은이 김교성 백승호 서정희 이승윤, 출판사 사회평론아카데미,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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