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입력 2018.05.25 (13:55) 멀티미디어 뉴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기호 0번 청소년! 기호 0번 청소년!"

서울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한 후보의 이색적인 출마 선언이 있었습니다.

하얀색 가면을 쓰고 나타난 이 후보는 "학교에서 현장경험이 가장 풍부한 진짜 교육감 후보"라고 자신을 설명하며 기호 '0번'으로 출마하는 '청소년'이라 소개했습니다.

기자들을 모아놓고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까지 연 이 후보는 사실 진짜 교육감 후보가 아닙니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기호 0번 '청소년' 후보는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하는 단체가 만들어낸 가상의 교육감 후보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가상의 후보까지 만들고 나선 이유는 '청소년' 후보의 출마 선언문에 잘 나타납니다.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참정권을 무시한 채 어른들끼리만 하는 선거를 그만두라"는 겁니다.


'청소년' 후보는 학교 운영과 교육의 정책을 결정짓는 교육감 선거에 청소년을 배제한다면,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다'라는 말은 몽땅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청소년' 후보를 내세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가 가능한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43일 동안 농성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4월 국회가 '드루킹' 문제 등으로 파행하면서 결국 공직선거법 개정은 무산됐고 이들은 자신들만의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가상이지만 갖출 건 갖췄다.


'청소년' 후보는 가상의 후보긴 하지만 출마를 선언한 만큼 자신만의 공약도 준비했습니다.

핵심 공약은 모두 4가지입니다. ▲ 학생 인권 ▲ 입시경쟁·취업률 경쟁을 줄이고 여유로운 학창생활 보장 ▲ 평등한 학교 현장 ▲ 민주공화국에 걸맞는 교육 보장 등입니다.

큰 공약의 줄기만 보면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보이지만 세부 공약을 들여다보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화장실과 조퇴는 허락의 대상이 아니다', '모든 학교에 학생 휴게공간과 탈의실 설치', '9시 등교 3시 하교!', '화장실·엘리베이터 차별 해소' 등의 공약을 보면 기존 후보들이 짚어내지 못하는 실제로 학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부당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달라!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만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공동집행위원장 강민진(대학생) 씨와 같은 단체의 청소년 행동단원인 송승현(고등학생) 군은 "각 후보들의 공약도 유권자로부터 나오는데 청소년이 유권자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보면 청소년을 위해 일할 후보는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 일답입니다. (이하 강민진은 '강', 송승현은 '송'으로 표기합니다.)

Q. 오늘 출마 기자회견은 어떻게 열게 된건가요?
강) 기호 0번 청소년 후보의 출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육감 직접 선거가 시작된 2008년과 2010년에도 우리 단체가 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캠페인이 있었다. 국회에서 참정권 농성을 하면서 선거연령을 내려보려했는데 그게 안돼서 이번 선거에 청소년이 참여를 못하게 됐고, 이처럼 청소년 빼고 하는 선거의 문제점을 얘기하기 위해서 캠페인을 부활시켰다.

Q.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송) 고등학생이다보니 부모님도 운동에 참여하는 걸 많이 반대하신다. '학생 본분인 공부를 제대로 안한다'라며 많이 꾸짖으시는데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은 생존권과 직결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Q. '청소년들이 선거에 참여하기에는 판단력이 부족하다'라는 의견도 있다.
송) 민주주의라는게 남녀노소, 장애의 유무, 학력 등에 상관없이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1인 1표를 주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청소년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라며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Q. '청소년 후보의 공약' 기존 후보와 어떤점이 다른가요?
강) 일상에서 청소년들이 실제로 불편하거나 서러워 하는 부분을 짚으려고 노력했고, 그점에서 기존 후보들이 사소하다 생각해 넘어가는 부분을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송) 이번 공약은 기존에 청소년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 행동단이 직접 참여해 만들었다. 때문에 기존 후보의 공약은 입시를 전제로 두는데 우리 공약은 (입시라는) 틀 자체를 거부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Q. 현재 출마를 선언한 교육감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강) 학생들의 참여가 없는 부조리한 상황을 이용해 청소년에게 손해가 되는 공약을 내세우지는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송)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은 생존권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Q. 앞으로 '청소년' 후보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강) 우리 단체는 시도별 교육감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맺어서 우리 공약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 실제 후보와 마찬가지로 퇴근 시간 지하철역에서 유세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보는 분들은 많은 응원을 바란다.

인터뷰를 마치고 고등학생 송승현 군에게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하자 송 군은 반문했습니다.

"원래부터 정치에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참정권이 없어서 관심이 없는건 아닐까요?"
  •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 입력 2018.05.25 (13:55)
    멀티미디어 뉴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기호 0번 청소년! 기호 0번 청소년!"

서울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한 후보의 이색적인 출마 선언이 있었습니다.

하얀색 가면을 쓰고 나타난 이 후보는 "학교에서 현장경험이 가장 풍부한 진짜 교육감 후보"라고 자신을 설명하며 기호 '0번'으로 출마하는 '청소년'이라 소개했습니다.

기자들을 모아놓고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까지 연 이 후보는 사실 진짜 교육감 후보가 아닙니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기호 0번 '청소년' 후보는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하는 단체가 만들어낸 가상의 교육감 후보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가상의 후보까지 만들고 나선 이유는 '청소년' 후보의 출마 선언문에 잘 나타납니다.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참정권을 무시한 채 어른들끼리만 하는 선거를 그만두라"는 겁니다.


'청소년' 후보는 학교 운영과 교육의 정책을 결정짓는 교육감 선거에 청소년을 배제한다면,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다'라는 말은 몽땅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청소년' 후보를 내세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가 가능한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43일 동안 농성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4월 국회가 '드루킹' 문제 등으로 파행하면서 결국 공직선거법 개정은 무산됐고 이들은 자신들만의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가상이지만 갖출 건 갖췄다.


'청소년' 후보는 가상의 후보긴 하지만 출마를 선언한 만큼 자신만의 공약도 준비했습니다.

핵심 공약은 모두 4가지입니다. ▲ 학생 인권 ▲ 입시경쟁·취업률 경쟁을 줄이고 여유로운 학창생활 보장 ▲ 평등한 학교 현장 ▲ 민주공화국에 걸맞는 교육 보장 등입니다.

큰 공약의 줄기만 보면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보이지만 세부 공약을 들여다보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화장실과 조퇴는 허락의 대상이 아니다', '모든 학교에 학생 휴게공간과 탈의실 설치', '9시 등교 3시 하교!', '화장실·엘리베이터 차별 해소' 등의 공약을 보면 기존 후보들이 짚어내지 못하는 실제로 학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부당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달라!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만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공동집행위원장 강민진(대학생) 씨와 같은 단체의 청소년 행동단원인 송승현(고등학생) 군은 "각 후보들의 공약도 유권자로부터 나오는데 청소년이 유권자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보면 청소년을 위해 일할 후보는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 일답입니다. (이하 강민진은 '강', 송승현은 '송'으로 표기합니다.)

Q. 오늘 출마 기자회견은 어떻게 열게 된건가요?
강) 기호 0번 청소년 후보의 출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육감 직접 선거가 시작된 2008년과 2010년에도 우리 단체가 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캠페인이 있었다. 국회에서 참정권 농성을 하면서 선거연령을 내려보려했는데 그게 안돼서 이번 선거에 청소년이 참여를 못하게 됐고, 이처럼 청소년 빼고 하는 선거의 문제점을 얘기하기 위해서 캠페인을 부활시켰다.

Q.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송) 고등학생이다보니 부모님도 운동에 참여하는 걸 많이 반대하신다. '학생 본분인 공부를 제대로 안한다'라며 많이 꾸짖으시는데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은 생존권과 직결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Q. '청소년들이 선거에 참여하기에는 판단력이 부족하다'라는 의견도 있다.
송) 민주주의라는게 남녀노소, 장애의 유무, 학력 등에 상관없이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1인 1표를 주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청소년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라며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Q. '청소년 후보의 공약' 기존 후보와 어떤점이 다른가요?
강) 일상에서 청소년들이 실제로 불편하거나 서러워 하는 부분을 짚으려고 노력했고, 그점에서 기존 후보들이 사소하다 생각해 넘어가는 부분을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송) 이번 공약은 기존에 청소년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 행동단이 직접 참여해 만들었다. 때문에 기존 후보의 공약은 입시를 전제로 두는데 우리 공약은 (입시라는) 틀 자체를 거부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Q. 현재 출마를 선언한 교육감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강) 학생들의 참여가 없는 부조리한 상황을 이용해 청소년에게 손해가 되는 공약을 내세우지는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송)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은 생존권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Q. 앞으로 '청소년' 후보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강) 우리 단체는 시도별 교육감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맺어서 우리 공약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 실제 후보와 마찬가지로 퇴근 시간 지하철역에서 유세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보는 분들은 많은 응원을 바란다.

인터뷰를 마치고 고등학생 송승현 군에게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하자 송 군은 반문했습니다.

"원래부터 정치에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참정권이 없어서 관심이 없는건 아닐까요?"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