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서적은 구입 거부? 성수도서관 희망도서 선정 ‘논란’

입력 2018.05.25 (18:01) 수정 2018.05.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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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도서관으로부터 희망도서 구입 신청을 거절당했다 … 이게 검열이 아니면 뭐가 검열인지?"

오늘(25일) 오전, 한 서울 시민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그가 서울 성수도서관에 구입 희망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밝힌 책은 모두 3권. 수잔 팔루디의 백래시, 윤김지영의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 그리고 책 나쁜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록산 게이의 헝거였습니다. 모두 국내외의 여성학자가 쓴 여성학, 젠더 분야 서적입니다.


성수도서관 측은 해당 책들을 "구입 불가"하다고 밝히면서, 그 사유로 "특정 주제분야 도서로 향후 정기차수에서 구입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겠다"라고 적었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똑같은 이유로 반려된 책은 또 어떤 게 있을까 알아봤습니다.

서울 성수도서관 홈페이지 갈무리서울 성수도서관 홈페이지 갈무리

성수도서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희망 도서 구입 목록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 넷째 주까지 도서관 이용자들이 구입 신청한 도서 가운데, "특정 주제분야"라는 이유로 "구입 불가" 판정을 받았던 책은 모두 15권이었습니다. 그 책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도서임을 사유로 든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1. 수잔 팔루디, 백래시 (2회 거부)
2. 록산 게이, 헝거 (2회 거부)
3. 윤김지영,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
4. 웬디 무어, 완벽한 아내 만들기 (*현재 소장 중)
5. 곽정은,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6. 이소희 외,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7. 박지민, 35세 인서울 청약의 법칙
8. 최병철, 회계사 최병철의 개미 마인드
9. 이정윤, 삼박자 투자법
10. 강병욱, 저는 기업분석이 처음인데요
11. 강병욱, 저는 차트분석이 처음인데요
12. 알렉스 강, 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
13. 김소운, 행복의 장
14. 스캇 펙, 죽음을 선택할 권리
15. 민정원, 홍조일기

15권 중 6권이, 여성학이나 여성주의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이 가운데 <백래시>와 <헝거>는 3월 넷째주와 5월 넷째주에 두 차례 구입이 거부됐습니다.

특히 성판매 종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뤄 여러 매체에 소개됐던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는 "소장부적합"이라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또 이와 별개로, 트렌스젠더들이 의료 서비스 체계에서 겪는 차별 문제를 다뤄 화제가 된 김승섭 고려대 교수의 신간 오롯한 당신 역시,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도서라며 구입 신청을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은 '의료' 등 전문 분야가 아니라, 여성학·젠더 분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 성수도서관 측은 "해당 도서들을 아예 구입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음 희망도서 선정 때 회의를 거쳐 구입할 수 있다"며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등 여성주의 분야 책이 도서관에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서, 다른 분야의 책을 먼저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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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주의 서적은 구입 거부? 성수도서관 희망도서 선정 ‘논란’
    • 입력 2018-05-25 18:01:50
    • 수정2018-05-25 18:12:26
    취재K
"성수도서관으로부터 희망도서 구입 신청을 거절당했다 … 이게 검열이 아니면 뭐가 검열인지?"

오늘(25일) 오전, 한 서울 시민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그가 서울 성수도서관에 구입 희망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밝힌 책은 모두 3권. 수잔 팔루디의 백래시, 윤김지영의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 그리고 책 나쁜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록산 게이의 헝거였습니다. 모두 국내외의 여성학자가 쓴 여성학, 젠더 분야 서적입니다.


성수도서관 측은 해당 책들을 "구입 불가"하다고 밝히면서, 그 사유로 "특정 주제분야 도서로 향후 정기차수에서 구입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겠다"라고 적었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똑같은 이유로 반려된 책은 또 어떤 게 있을까 알아봤습니다.

서울 성수도서관 홈페이지 갈무리
성수도서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희망 도서 구입 목록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 넷째 주까지 도서관 이용자들이 구입 신청한 도서 가운데, "특정 주제분야"라는 이유로 "구입 불가" 판정을 받았던 책은 모두 15권이었습니다. 그 책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도서임을 사유로 든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1. 수잔 팔루디, 백래시 (2회 거부)
2. 록산 게이, 헝거 (2회 거부)
3. 윤김지영,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
4. 웬디 무어, 완벽한 아내 만들기 (*현재 소장 중)
5. 곽정은,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6. 이소희 외,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7. 박지민, 35세 인서울 청약의 법칙
8. 최병철, 회계사 최병철의 개미 마인드
9. 이정윤, 삼박자 투자법
10. 강병욱, 저는 기업분석이 처음인데요
11. 강병욱, 저는 차트분석이 처음인데요
12. 알렉스 강, 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
13. 김소운, 행복의 장
14. 스캇 펙, 죽음을 선택할 권리
15. 민정원, 홍조일기

15권 중 6권이, 여성학이나 여성주의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이 가운데 <백래시>와 <헝거>는 3월 넷째주와 5월 넷째주에 두 차례 구입이 거부됐습니다.

특히 성판매 종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뤄 여러 매체에 소개됐던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는 "소장부적합"이라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또 이와 별개로, 트렌스젠더들이 의료 서비스 체계에서 겪는 차별 문제를 다뤄 화제가 된 김승섭 고려대 교수의 신간 오롯한 당신 역시,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도서라며 구입 신청을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은 '의료' 등 전문 분야가 아니라, 여성학·젠더 분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 성수도서관 측은 "해당 도서들을 아예 구입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음 희망도서 선정 때 회의를 거쳐 구입할 수 있다"며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등 여성주의 분야 책이 도서관에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서, 다른 분야의 책을 먼저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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