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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800m 네팔 마을에 필요한 건 디지털 콘텐츠
입력 2018.05.26 (07:06) 수정 2018.05.28 (14:08) 취재K
해발 2800m 네팔 마을에 필요한 건 디지털 콘텐츠
네팔 안나푸르나 마을에 지어진 라디오 방송국

전 세계 트레커들이 찾는 네팔 안나푸르나의 중심 마을 좀솜. 해발 2,800미터 높이에 있는 곳으로 어디에서나 만년설이 쌓인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휴양도시인 포카라를 경유해 경비행기를 두 번 타거나 차로 20시간 넘게 가야 갈 수 있는 오지이다.


이 곳엔 5년 전 지어진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한국 국제협력단(KOICA)과 국내 한 방송사가 10억 원의 예산, 재능기부 등을 더해 세운 건물이다. 현지 주민들이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되길 바라는 목적에서였다.


잠자고 있는 고급 장비…마을 소년은 'BTS' 팬

하지만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라디오 방송국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장비를 다룰 고급 인력이 상주하기 힘들어 마을 주민 2명이 카트만두, 포카라에서 하는 방송을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대중화되면서 주민들은 라디오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관광객 때문에 통신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춰서인지 주민들은 스마트폰 이용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유튜브를 애용하고 있었다. BTS(방탄소년단)의 팬인 16살 카밀 타파는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느라 스마트폰을 좀처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은행원인 25살 페마 도띠 씨는 유튜브로 네팔의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경기 주요장면을 자주 보고 오바마, 간디 등의 연설을 감상한다고 말했다.


직접 디지털 콘텐츠 만들기 교육에 나서다

이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춰 마을 주민들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만들기 강의에 나섰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고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소개했다. 그리고 스마트폰만 갖고 촬영하고 편집해 올린 영상이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 소개했다.


교육엔 주로 청년들이 모였는데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래서 '좀솜 사진명소 Best 5', '관광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 지역의 특성에 맞춰 쉽게 만들 수 있는 주제 몇 가지를 예시로 들었다.


교육이 끝난 뒤엔 실습에 들어갔다.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눠서 큰 종이 위에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쓰는 방식으로 토의하도록 했다. 남자팀은 '관광 활성화', 여자팀은 '기후변화'로 주제를 정했다.

남자팀은 숙박시설 재건축과 도로 포장 등 인프라 확충을 주로 꼽았다. 그리고 이 라디오 방송국이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만큼 관광명소로 활용하거나 마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여자팀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변한 좀솜의 날씨와 관광지가 되면서 생긴 쓰레기 문제 등을 짚었다. 해결책을 묻는 질문엔 "나부터 비닐백 사용을 줄이겠다.", "가까운 거리는 오토바이 이용을 자제하겠다" 등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토크쇼? 뉴스? 만드는 거 어렵지 않아요~

남자팀은 뉴스, 여자팀은 토크쇼 형식으로 영상물 만들기에 나섰다. 역할 배분만 도와줬고 내용은 자유롭게 맡겼다. 촬영은 다른 팀이 스마트폰으로 진행했다. 뉴스의 경우엔 앵커 2명을 두고 1명은 기자, 나머지는 주민 역할을 부여하고 중계차 형식으로 관광 문제를 다루도록 해보았다.


5분 남짓의 영상 촬영을 마치고 다시보기를 하려는데 준비했던 프롬프터가 고장이 나버렸다. 그래서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해 스마트폰으로 다 같이 봤는데 자신들이 만든 동영상을 보며 무척 흡족해했다.


지금은 동영상 편집 앱 활용법을 배우고 있는데 끝나면좀솜라디오 페이스북 계정에 올릴 예정이다.


가시지 않은 지진의 아픔…모바일 라이브·카드뉴스 등에 관심

좀솜에 가기 전엔 카트만두에 있는 BBC 미디어 액션(개발도상국에 미디어 교육을 하는 BBC 자회사)에서 KBS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강의를 했다. 참가자들은 젊은 층을 상대로 만든 동영상 클립과 최근 남북정상회담 모바일 라이브, 카드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였다.


네팔은 2015년 큰 지진으로 8천 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었다. 때문에 카드뉴스, 모바일 라이브가 재난 방송에 잘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동의를 했다. 교육 과정에서 대한한공 조현민 전 전무를 다룬 뉴스가 나오자 '피넛걸'(땅콩회항 조현아 지칭)의 여동생이냐는 질문을 하며 의아해 해 인상적이었다.

'레밀리터리블'의 주역들…개도국 미디어 교육에 나서

이번 교육은 라디오 방송국 건립 사업의 사후관리를 위하여 한국 국제협력단에서 재정비를 추진하는 중에 현지인 대상 교육의 전문가 특강을 요청해 참여하게 되었다. 관련 준비 과정과 프로그램 구성엔 파울러스라는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컸다.

이 회사의 대표인 김경신 씨와 정다훈, 오정택, 방성준, 조용상 다섯 명은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 한 동영상 '레밀리터리블' 을 제작한 주역들이다.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복무 당시 힘든 제설작업을 코믹한 영상으로 그려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군에서 제초, 제설 등 사역을 금지시키기로 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2년 전 우리나라의 발달한 콘텐츠 기획, 개발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일에 의기투합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탄자니아와 케냐 등에서 이 같은 미디어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 해발 2800m 네팔 마을에 필요한 건 디지털 콘텐츠
    • 입력 2018.05.26 (07:06)
    • 수정 2018.05.28 (14:08)
    취재K
해발 2800m 네팔 마을에 필요한 건 디지털 콘텐츠
네팔 안나푸르나 마을에 지어진 라디오 방송국

전 세계 트레커들이 찾는 네팔 안나푸르나의 중심 마을 좀솜. 해발 2,800미터 높이에 있는 곳으로 어디에서나 만년설이 쌓인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휴양도시인 포카라를 경유해 경비행기를 두 번 타거나 차로 20시간 넘게 가야 갈 수 있는 오지이다.


이 곳엔 5년 전 지어진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한국 국제협력단(KOICA)과 국내 한 방송사가 10억 원의 예산, 재능기부 등을 더해 세운 건물이다. 현지 주민들이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되길 바라는 목적에서였다.


잠자고 있는 고급 장비…마을 소년은 'BTS' 팬

하지만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라디오 방송국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장비를 다룰 고급 인력이 상주하기 힘들어 마을 주민 2명이 카트만두, 포카라에서 하는 방송을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대중화되면서 주민들은 라디오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관광객 때문에 통신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춰서인지 주민들은 스마트폰 이용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유튜브를 애용하고 있었다. BTS(방탄소년단)의 팬인 16살 카밀 타파는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느라 스마트폰을 좀처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은행원인 25살 페마 도띠 씨는 유튜브로 네팔의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경기 주요장면을 자주 보고 오바마, 간디 등의 연설을 감상한다고 말했다.


직접 디지털 콘텐츠 만들기 교육에 나서다

이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춰 마을 주민들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만들기 강의에 나섰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고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소개했다. 그리고 스마트폰만 갖고 촬영하고 편집해 올린 영상이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 소개했다.


교육엔 주로 청년들이 모였는데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래서 '좀솜 사진명소 Best 5', '관광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 지역의 특성에 맞춰 쉽게 만들 수 있는 주제 몇 가지를 예시로 들었다.


교육이 끝난 뒤엔 실습에 들어갔다.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눠서 큰 종이 위에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쓰는 방식으로 토의하도록 했다. 남자팀은 '관광 활성화', 여자팀은 '기후변화'로 주제를 정했다.

남자팀은 숙박시설 재건축과 도로 포장 등 인프라 확충을 주로 꼽았다. 그리고 이 라디오 방송국이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만큼 관광명소로 활용하거나 마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여자팀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변한 좀솜의 날씨와 관광지가 되면서 생긴 쓰레기 문제 등을 짚었다. 해결책을 묻는 질문엔 "나부터 비닐백 사용을 줄이겠다.", "가까운 거리는 오토바이 이용을 자제하겠다" 등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토크쇼? 뉴스? 만드는 거 어렵지 않아요~

남자팀은 뉴스, 여자팀은 토크쇼 형식으로 영상물 만들기에 나섰다. 역할 배분만 도와줬고 내용은 자유롭게 맡겼다. 촬영은 다른 팀이 스마트폰으로 진행했다. 뉴스의 경우엔 앵커 2명을 두고 1명은 기자, 나머지는 주민 역할을 부여하고 중계차 형식으로 관광 문제를 다루도록 해보았다.


5분 남짓의 영상 촬영을 마치고 다시보기를 하려는데 준비했던 프롬프터가 고장이 나버렸다. 그래서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해 스마트폰으로 다 같이 봤는데 자신들이 만든 동영상을 보며 무척 흡족해했다.


지금은 동영상 편집 앱 활용법을 배우고 있는데 끝나면좀솜라디오 페이스북 계정에 올릴 예정이다.


가시지 않은 지진의 아픔…모바일 라이브·카드뉴스 등에 관심

좀솜에 가기 전엔 카트만두에 있는 BBC 미디어 액션(개발도상국에 미디어 교육을 하는 BBC 자회사)에서 KBS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강의를 했다. 참가자들은 젊은 층을 상대로 만든 동영상 클립과 최근 남북정상회담 모바일 라이브, 카드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였다.


네팔은 2015년 큰 지진으로 8천 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었다. 때문에 카드뉴스, 모바일 라이브가 재난 방송에 잘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동의를 했다. 교육 과정에서 대한한공 조현민 전 전무를 다룬 뉴스가 나오자 '피넛걸'(땅콩회항 조현아 지칭)의 여동생이냐는 질문을 하며 의아해 해 인상적이었다.

'레밀리터리블'의 주역들…개도국 미디어 교육에 나서

이번 교육은 라디오 방송국 건립 사업의 사후관리를 위하여 한국 국제협력단에서 재정비를 추진하는 중에 현지인 대상 교육의 전문가 특강을 요청해 참여하게 되었다. 관련 준비 과정과 프로그램 구성엔 파울러스라는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컸다.

이 회사의 대표인 김경신 씨와 정다훈, 오정택, 방성준, 조용상 다섯 명은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 한 동영상 '레밀리터리블' 을 제작한 주역들이다.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복무 당시 힘든 제설작업을 코믹한 영상으로 그려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군에서 제초, 제설 등 사역을 금지시키기로 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2년 전 우리나라의 발달한 콘텐츠 기획, 개발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일에 의기투합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탄자니아와 케냐 등에서 이 같은 미디어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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