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성자’·‘인천만 낙조’…무산 스님의 열반송은?

입력 2018.05.27 (21:02) 수정 2018.05.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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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원로의원인 속초 신흥사 조실 무산 스님이 어제(26일) 오후 5시 11분 신흥사에서 입적했습니다. 세수 87세, 승납 60세였습니다.

1968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한 무산 스님은 오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이기도 합니다.

조오현은 무산 스님의 속명이자 필명입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산에 사는 날에(2000) 만악가타집(2002) 절간이야기(2003) 아득한 성자(2007) 비슬산 가는 길(2008) 등이 있습니다.

입적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나 글을 열반송이라고 하는데 무산 스님의 열반송은 다음과 같습니다.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사진출처 문재인 페이스북 사진출처 문재인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무산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문 대통령은 "'아득한 성자'와 '인천만 낙조'라는 시 두 편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고 말문을 연 뒤
무산 스님과의 인연을 짧게 풀어놨습니다.

무산 스님, 조오현 님의 '아득한 성자'와 '인천만 낙조'입니다.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인천만 낙조

그날 저녁은 유별나게 물이 붉다붉다 싶더니만
밀물 때나 썰물 때나 파도 위에 떠 살던
그 늙은 어부가 그만 다음날은 보이지 않네


무산 스님은 현대시조문학상(1992년), 남명문학상(1995년) 가람문학상(1996년), 한국문학상(2005년), 정지용문학상(2007년), 공초문학상(2008년)등을 받아 시조 시인으로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특히 선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간결한 언어로 담은 선시(禪詩)와 현대 시조를 결합해 독자적인 경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결식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신흥사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될 예정입니다.

다비식은 강원 고성군 건봉사 연화대서 치러집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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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득한 성자’·‘인천만 낙조’…무산 스님의 열반송은?
    • 입력 2018-05-27 21:02:07
    • 수정2018-05-27 22:50:54
    취재K
조계종 원로의원인 속초 신흥사 조실 무산 스님이 어제(26일) 오후 5시 11분 신흥사에서 입적했습니다. 세수 87세, 승납 60세였습니다.

1968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한 무산 스님은 오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이기도 합니다.

조오현은 무산 스님의 속명이자 필명입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산에 사는 날에(2000) 만악가타집(2002) 절간이야기(2003) 아득한 성자(2007) 비슬산 가는 길(2008) 등이 있습니다.

입적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나 글을 열반송이라고 하는데 무산 스님의 열반송은 다음과 같습니다.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사진출처 문재인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무산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문 대통령은 "'아득한 성자'와 '인천만 낙조'라는 시 두 편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고 말문을 연 뒤
무산 스님과의 인연을 짧게 풀어놨습니다.

무산 스님, 조오현 님의 '아득한 성자'와 '인천만 낙조'입니다.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인천만 낙조

그날 저녁은 유별나게 물이 붉다붉다 싶더니만
밀물 때나 썰물 때나 파도 위에 떠 살던
그 늙은 어부가 그만 다음날은 보이지 않네


무산 스님은 현대시조문학상(1992년), 남명문학상(1995년) 가람문학상(1996년), 한국문학상(2005년), 정지용문학상(2007년), 공초문학상(2008년)등을 받아 시조 시인으로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특히 선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간결한 언어로 담은 선시(禪詩)와 현대 시조를 결합해 독자적인 경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결식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신흥사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될 예정입니다.

다비식은 강원 고성군 건봉사 연화대서 치러집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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