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 ‘나체쇼’ 찍은 경찰 휴대전화 ‘적법 증거’ 못된 이유는

입력 2018.05.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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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클럽에서 무용수가 나체쇼를 해요”

2016년 인터넷 국민신문고 사이트에 이런 민원이 제기됐다. 제주도 내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성 무용수가 매일 전라(全裸) 쇼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주 서부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같은 해 6월 21일 경찰관들은 해당 나이트클럽에 들어갔다. 물론 경찰 신분을 숨긴 채 손님인 것처럼 하고 입장했다. 경찰들은 스마트폰 등으로 무용수의 나체쇼를 촬영했다.

경찰은 이 영상을 증거로 무용수 이 모(46) 씨 등 3명을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이 씨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 등이 성행위를 묘사하는 쇼를 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 측 동영상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이 씨 등이 음란행위 영업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씨 등은 항소했다. 항소 이유는 경찰이 촬영한 영상이 위반 증거라는 것이었다. 이씨 등은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촬영한 영상은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은 이 씨 등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제주지법 형사1부(이진석 부장판사)는 이 씨 등 3명에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렇다면 무죄 이유는 무엇일까. 2심 재판부는 경찰이 강제 수사를 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나이트클럽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가 이 씨 등의 공연을 촬영하는 강제수사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촬영된 영상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경찰이 수집한 증거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연을 촬영한 행위가 강제수사임에도 경찰관들이 사전 또는 사후에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으므로, 촬영 영상이 담긴 CD와 영상을 캡처한 사진은 모두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것"이며 수사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 신문조서와 증인 신문조서, 수사결과보고서 등이 모두 CD 및 현장사진으로부터 파생된 증거"라며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그 증거 사용에 관하여 동의했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해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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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트클럽 ‘나체쇼’ 찍은 경찰 휴대전화 ‘적법 증거’ 못된 이유는
    • 입력 2018-05-28 15:06:50
    취재K
“나이트클럽에서 무용수가 나체쇼를 해요”

2016년 인터넷 국민신문고 사이트에 이런 민원이 제기됐다. 제주도 내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성 무용수가 매일 전라(全裸) 쇼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주 서부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같은 해 6월 21일 경찰관들은 해당 나이트클럽에 들어갔다. 물론 경찰 신분을 숨긴 채 손님인 것처럼 하고 입장했다. 경찰들은 스마트폰 등으로 무용수의 나체쇼를 촬영했다.

경찰은 이 영상을 증거로 무용수 이 모(46) 씨 등 3명을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이 씨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 등이 성행위를 묘사하는 쇼를 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 측 동영상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이 씨 등이 음란행위 영업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씨 등은 항소했다. 항소 이유는 경찰이 촬영한 영상이 위반 증거라는 것이었다. 이씨 등은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촬영한 영상은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은 이 씨 등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제주지법 형사1부(이진석 부장판사)는 이 씨 등 3명에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렇다면 무죄 이유는 무엇일까. 2심 재판부는 경찰이 강제 수사를 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나이트클럽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가 이 씨 등의 공연을 촬영하는 강제수사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촬영된 영상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경찰이 수집한 증거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연을 촬영한 행위가 강제수사임에도 경찰관들이 사전 또는 사후에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으므로, 촬영 영상이 담긴 CD와 영상을 캡처한 사진은 모두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것"이며 수사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 신문조서와 증인 신문조서, 수사결과보고서 등이 모두 CD 및 현장사진으로부터 파생된 증거"라며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그 증거 사용에 관하여 동의했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해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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