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신 ‘이란’ 정권 교체?

입력 2018.05.29 (10:35) 수정 2018.05.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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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북미정상회담의 앞날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와 재추진 등으로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결국 결론은, 북미 양국이 여전히 조속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그에 따른 북한 체제 보장, 경제적 보상 등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거친 설전을 벌일 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 지금 진행 중이다. 또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임명에 이어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이 국무장관에 지명될 때까지만 해도 미 조야에서는, '백악관의 외교안보라인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주장하던 강경파로 채워졌다'며 트럼프 정부의 북한 핵협상 성공 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을 두 차례나 만나며 기꺼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산파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 북미 간 북한 비핵화 협상의 큰 틀은 폼페이오 장관이 잡고 있다는 게 거의 정설이다.

그런데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보고 협상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 이란 정책은 이전 정부보다 오히려 강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5년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뒤, 폼페이오 장관의 입을 통해서 나오고 있는, 새로운 이란 핵 합의 제안에 대해, 대부분의 세계언론들이 트럼프 정부가 이란 '정권 교체'를 의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폼페이오의 12가지 조건은 결국 '정권 교체' 요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 독일)이 이란과 합의한 핵협정의 탈퇴를 선언한 뒤 처음으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전략'에 대해 밝혔다. 지난 21일 보수 싱크탱크인 미 헤리티지재단 연설을 통해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새로운 핵 합의를 하자며, 이란에 12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1. 군사적 핵 프로그램의 항구적이고 검증 가능한 포기
2.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중단
3. 국제원자력기구에 모든 핵 관련 시설 접근 허용
4. 탄도미사일 확산과 핵 탑재 미사일 개발 중단
5. 모든 억류 미국 시민 석방
6. 헤즈볼라,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등 중동 테러리스트 그룹 지원 중단
7. 이라크 영토주권 존중과 시아파 민병대의 무장 해제 허용
8. 예멘에서의 후티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과 평화 정착 협력
9. 시리아에서의 이란군 철수
10. 탈레반 등 아프가니스탄 테러리스트 지원과 알카에다 지도자 은닉 중단
11. 이슬람 혁명수비대(이란 최고지도자 담당 군조직)의 전 세계 테러리스트 지원 중단
12.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미 우방에 대한 위협 중단

폼페이오 장관은 만약 이란이 이 12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핵 합의 체결을 거부할 경우, 지난 1980년대부터 취했다 2015년 핵협정으로 단계적으로 해제되는 중에 있었던, 미국의 모든 대이란 제재를 최대 6개월 안에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지난 8일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면서 예고한 대로 대 이란 제재를 하나씩 부활시키는 중이고, 폼페이오는 앞으로 이란에 대해 '역사상 최강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이 '새로운 제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건 합의를 하자는 게 아니라 선전포고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란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을 내놓고, 미국이 결국 이란의 '정권 교체'를 의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이란 국민들이, 20년째 집권 중인 전제군주 하메네이를 못 견디고 결국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한 선택을 할 것"이고 "이란 국민들이 그 선택을 더 빨리하면 좋을 것"이라며 이란 정권 교체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았다.


이란 "미국, 톰처럼 제리에 패배할 것"

이란은 미국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첫 공식 반응에서, "미국이 톰처럼 결국 제리에 패배할 것"이라고 미국을 비꼬았다. 미국이, 미국판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처럼, 꾀많은 쥐 제리를 잡는 데 늘 실패하는 고양이 톰처럼 되고 말 거라는 거다. 이에 앞서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미국이 결정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미국이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란은 오히려, 미국의 탈퇴에도 2015년 핵협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다른 핵협정 합의 국가들에, 핵협정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6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에 해를 끼칠 경우 유럽이 그 손실분을 사들여 보전, 미국 핵 합의 위반을 반대하는 결의안 발표, 탄도미사일과 이란의 중동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 중단,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불참과 유럽 은행의 대 이란 거래 지속 등이다.

미국을 뺀, 5개 2015년 이란 핵협정 합의국과 이란은 지난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이란이 제기한 요구를 즉각 수용해 '미국의 핵협정 탈퇴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이란과 경제 관계 유지 심화, 이란산 원유.가스콘덴세이트.석유화학제품 판매 수송 지속, 이란과의 효과적 은행 거래, 이란과 해운 육상 항공 철도 수송 지속, 이란 투자 교육 지원 등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이란의 요구를 대부분 기본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거다.

하지만 미국이 빠진 이란 핵협정 이행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2015년 이란 핵협정 합의 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많은 기업이, 세계 3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진 이란과의 사업을 재개했지만, 지난 8일 미국의 이란햅혁정 탈퇴 이후 일부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부활을 우려해 이란과의 사업 계획을 보류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 여파가 벌써 시작됐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미국발 대이란 압박 정책이 새롭게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의 새 정책 방향이 아직은 외로워 보인다. 중동 내 소수 친미 우방국들(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만 그에 동조하고, 세계의 나머지는 일제히 우려를 쏟아놓고 있다. 이란을 압박하는 게, 미국의 바람대로 이란의 '정권 교체'로 귀결되기보다, 중동에서의 새로운 군사적 충돌만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결국 이란의 핵무장 부추길 것, 새로운 중동전쟁을 원하는가"

미 언론 CNBC는, 미국이 대이란 외교에서 신중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이란이 결코 소국이 아닌 '중동의 강자'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란은 결코 고립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꾸준히 주변 시아파 정부와 시아파 반군을 지원해왔다. 그리고 그 노력은 최근 실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란이 러시아와 함께 시아파인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시리아 내전의 전세를 정부군 우세로 뒤집어놓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달 초 레바논 선거에서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계열의 정치세력이 최다 의석을 차지했고, 이란의 직접적 지원을 받는 정치세력이 두 번째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시리아에 이어 레바논까지 이란과의 동맹에 가담할 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압력으로 이란이 무너질 가능성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를 잊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게다가 유럽의 동맹들까지,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잘못됐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국제사회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2015년 핵협정이 끝내 무너질 경우, 이란이 다시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언론 파이낸셜 타임스는 과거 서방이 이라크 같은 수니파 아랍국가들을 이용해 이란혁명을 무마시키려고 했지만, 이란이 오히려 핵 능력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섰던 역사를 상기시켰다.
현재의 이란 핵협정은, 강경파에 맞서 실용주의자로서 자신의 정권을 연장시킨 로하니대통령의 작품인데,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핵 무력을 주장하는 이란 내부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할수 있고, 이란에 추가적 군축협상을 거부할 명분만 주게 될 수도 있다. 이란은 이미,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핵협정에서 제한하지 않은 '실용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은 이란의 권리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의 핵협정이 이행돼야, 이란과의 추가 군축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언론 커먼드림스는, 폼페이오의 12가지 조건은 반대급부는 없는 일방적 요구라고 비판한다.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같은 반이란 국가들에 대해서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으면서 이란에 대해서만, 시리아에서 철수하고, 다른 나라 반군 지원, 미사일 개발 등을 다 중단하라고 한다면, 이란이 응하겠느냐는 것이다.

언론들은 그래서, 미국이, 이란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12가지 조건을 제시한 이유가, 결국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과 함께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실제로 시리아와 골란고원에서는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와 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이후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의 처절한 실패를 기억하고 있는 서방의 국가와 국민들이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에 나설 리는 만무하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란과의 전면적은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란을 이렇게 계속 몰아붙이기만 한다면, 유럽과 미국 사이의 동맹관계가 약화하고, 이란대 반이란 대결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그것은 미국 국민들의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CNBC는 우려했다.


 "최대 압박으로 이란 국민 자극해 정권 교체? 성공 사례가 없어"

직접적 군사 공격이 아니라면, 이란 국민들이 스스로 정권 교체에 나서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란에 최대의 제재를 가해 이란 경제를 피폐화하고,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현 정부에 대한 내부 반대세력과 반군을 지원하다 보면, 결국 이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현 정권을 전복하고 정권 교체를 달성한다'는 시나리오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어디서 많이 듣던 시나리오'라고 비꼰다. 쿠바, 파나마, 리비아 그리고 북한에 대해 미국이 오랫동안 추구해오던 것이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역사가 없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오히려 수십 년 동안 서서히 국민들이 자각한 동독의 사례가 더 현실적이라면서 말이다.

미국의 다소 억지스러운 요구가, 오히려 이란의 강경파를 자극해 이란 국민들을 더 결속시키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사실 로하니 대통령은 최근 정치적 위기에 처해있다. 사회적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강경파의 지역 군사력 확장 요구에도 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오랫동안 제재에 시달려온 이란 정부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78살이어서 실제로 권력 교체 안이 논의되기도 했었다. 외부 정보에 대한 접촉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란의 젊은이들은 이란의 개혁과 국제사회 편입을 바라고 있다. 즉 이란 내부적으로 정권 교체의 분위기가 스스로 무르익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용주의자 로하니 대통령이 강경파의 압박을 물리치고 합의한 2015년 핵협정이 끝내 무위로 돌아간다면, 이란은 다시 핵무장에 나설 것이고, 이란 정부는 이란이 겪고 있는 모든 경제적 어려움이 미국 탓이라고 대대적인 대국민 선전전에 나설 것이다. 쿠바와 북한이 서방의 제재를 견뎠던 방법이다. 이란 내부에서의 다양한 정치적 토론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원래 다른 목소리를 내던 이란 언론들이, 폼페이오 장관의 12가지 새로운 핵 합의 조건에 대해서는, 한목소리가 되어 비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관영언론, 최고지도자측 언론, 개혁언론들이 모두 폼페이오의 제안이 헛된 환상이라며 조롱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가 정말로 이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군사적 공격을 하려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기존 이란 핵 합의가 미흡하다는 입장 속에,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까지 확장되는 친미적 아랍 동맹 전선이 현재 미국에 유리하기 때문에, 친러시아계인 이란을 압박해 일단 세력 확장을 억제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둔 뒤 향후 대응을 모색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미국 내에는, 영구적이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이란과의 2015년 핵 합의는 당연히 파기하고 새로 핵협상을 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폼페이오가 현재 이란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적 협상 전략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본인다. 워싱턴포스트와 살롱지 등은, 가장 큰 문제는,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다른 유럽 동맹국들과 함께 새로운 협상을 추동할 전략이 무엇인지,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중동 외교로드맵이 무엇인지를, 폼페이오가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란' 대신 '북한'을 협상 상대로 선택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에 대해, 미국이 이전 정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깨버리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에 신뢰 문제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비판적 시각이 있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합의는 결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란에 요구한 12가지 조건이 북한에도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란에 요구한 것보다 북한에 덜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했다. 허드슨연구소 린드버그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이란 핵 합의 내용이 미국에 불리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를 방치할 경우, 북한 측이 향후 협상의 시작점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며, 이란 핵 협상 탈퇴는 '나쁜 선례를 없앤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이란'이 아닌 '북한'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게 오바마 정부의 성과를 무너뜨리고 훨씬 더 나은 업적을 이뤄 노벨평화상에 도전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이든, 결코 미국을 위협하는 핵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이 문재인 정부의 중재를 만난 외교적 성과이든, 이란이 망하기만을 오랫동안 고대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변국이 없는 북한의 지정학적 운이든, 어쨌든 분명한 건, 트럼프 정부는 오히려 협상이 더 쉬워 보이는 '이란' 대신 협상이 더 어려워 보이는 '북한'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협상의 상대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악관 강경 안보라인의 화살은 북한 대신 이란으로 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심지어 '이란 핵협정이 깨진 이유는 그 합의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대통령의 행정명령 수준이었기 때문'이라며, 향후 이뤄질 북한과의 핵 합의는 반드시 의회를 통과시켜, 이후 정부가 함부로 깨지 못하게 만들겠다고까지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거론한 '리비아 모델', 즉 핵 합의를 하고도 합의의 당사자인 카다피가 죽은 것과는 다른,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체제 보장을 의회 동의를 거친 '국가 간 조약으로 명문화'하는 정도까지 생각 중이라는 거다.

그러나 대이란 정책에서 보여지듯, 백악관의 안보라인은 결코 협상파가 아니라 여전히 강경파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열겠다고 했어도, '만족스럽지 않은 합의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그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이 상황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사진출처 :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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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대신 ‘이란’ 정권 교체?
    • 입력 2018-05-29 10:35:31
    • 수정2018-05-29 10:38:07
    취재K
며칠 간 북미정상회담의 앞날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와 재추진 등으로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결국 결론은, 북미 양국이 여전히 조속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그에 따른 북한 체제 보장, 경제적 보상 등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거친 설전을 벌일 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 지금 진행 중이다. 또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임명에 이어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이 국무장관에 지명될 때까지만 해도 미 조야에서는, '백악관의 외교안보라인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주장하던 강경파로 채워졌다'며 트럼프 정부의 북한 핵협상 성공 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을 두 차례나 만나며 기꺼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산파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 북미 간 북한 비핵화 협상의 큰 틀은 폼페이오 장관이 잡고 있다는 게 거의 정설이다.

그런데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보고 협상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 이란 정책은 이전 정부보다 오히려 강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5년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뒤, 폼페이오 장관의 입을 통해서 나오고 있는, 새로운 이란 핵 합의 제안에 대해, 대부분의 세계언론들이 트럼프 정부가 이란 '정권 교체'를 의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폼페이오의 12가지 조건은 결국 '정권 교체' 요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 독일)이 이란과 합의한 핵협정의 탈퇴를 선언한 뒤 처음으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전략'에 대해 밝혔다. 지난 21일 보수 싱크탱크인 미 헤리티지재단 연설을 통해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새로운 핵 합의를 하자며, 이란에 12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1. 군사적 핵 프로그램의 항구적이고 검증 가능한 포기
2.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중단
3. 국제원자력기구에 모든 핵 관련 시설 접근 허용
4. 탄도미사일 확산과 핵 탑재 미사일 개발 중단
5. 모든 억류 미국 시민 석방
6. 헤즈볼라,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등 중동 테러리스트 그룹 지원 중단
7. 이라크 영토주권 존중과 시아파 민병대의 무장 해제 허용
8. 예멘에서의 후티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과 평화 정착 협력
9. 시리아에서의 이란군 철수
10. 탈레반 등 아프가니스탄 테러리스트 지원과 알카에다 지도자 은닉 중단
11. 이슬람 혁명수비대(이란 최고지도자 담당 군조직)의 전 세계 테러리스트 지원 중단
12.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미 우방에 대한 위협 중단

폼페이오 장관은 만약 이란이 이 12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핵 합의 체결을 거부할 경우, 지난 1980년대부터 취했다 2015년 핵협정으로 단계적으로 해제되는 중에 있었던, 미국의 모든 대이란 제재를 최대 6개월 안에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지난 8일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면서 예고한 대로 대 이란 제재를 하나씩 부활시키는 중이고, 폼페이오는 앞으로 이란에 대해 '역사상 최강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이 '새로운 제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건 합의를 하자는 게 아니라 선전포고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란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을 내놓고, 미국이 결국 이란의 '정권 교체'를 의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이란 국민들이, 20년째 집권 중인 전제군주 하메네이를 못 견디고 결국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한 선택을 할 것"이고 "이란 국민들이 그 선택을 더 빨리하면 좋을 것"이라며 이란 정권 교체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았다.


이란 "미국, 톰처럼 제리에 패배할 것"

이란은 미국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첫 공식 반응에서, "미국이 톰처럼 결국 제리에 패배할 것"이라고 미국을 비꼬았다. 미국이, 미국판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처럼, 꾀많은 쥐 제리를 잡는 데 늘 실패하는 고양이 톰처럼 되고 말 거라는 거다. 이에 앞서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미국이 결정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미국이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란은 오히려, 미국의 탈퇴에도 2015년 핵협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다른 핵협정 합의 국가들에, 핵협정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6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에 해를 끼칠 경우 유럽이 그 손실분을 사들여 보전, 미국 핵 합의 위반을 반대하는 결의안 발표, 탄도미사일과 이란의 중동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 중단,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불참과 유럽 은행의 대 이란 거래 지속 등이다.

미국을 뺀, 5개 2015년 이란 핵협정 합의국과 이란은 지난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이란이 제기한 요구를 즉각 수용해 '미국의 핵협정 탈퇴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이란과 경제 관계 유지 심화, 이란산 원유.가스콘덴세이트.석유화학제품 판매 수송 지속, 이란과의 효과적 은행 거래, 이란과 해운 육상 항공 철도 수송 지속, 이란 투자 교육 지원 등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이란의 요구를 대부분 기본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거다.

하지만 미국이 빠진 이란 핵협정 이행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2015년 이란 핵협정 합의 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많은 기업이, 세계 3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진 이란과의 사업을 재개했지만, 지난 8일 미국의 이란햅혁정 탈퇴 이후 일부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부활을 우려해 이란과의 사업 계획을 보류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 여파가 벌써 시작됐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미국발 대이란 압박 정책이 새롭게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의 새 정책 방향이 아직은 외로워 보인다. 중동 내 소수 친미 우방국들(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만 그에 동조하고, 세계의 나머지는 일제히 우려를 쏟아놓고 있다. 이란을 압박하는 게, 미국의 바람대로 이란의 '정권 교체'로 귀결되기보다, 중동에서의 새로운 군사적 충돌만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결국 이란의 핵무장 부추길 것, 새로운 중동전쟁을 원하는가"

미 언론 CNBC는, 미국이 대이란 외교에서 신중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이란이 결코 소국이 아닌 '중동의 강자'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란은 결코 고립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꾸준히 주변 시아파 정부와 시아파 반군을 지원해왔다. 그리고 그 노력은 최근 실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란이 러시아와 함께 시아파인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시리아 내전의 전세를 정부군 우세로 뒤집어놓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달 초 레바논 선거에서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계열의 정치세력이 최다 의석을 차지했고, 이란의 직접적 지원을 받는 정치세력이 두 번째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시리아에 이어 레바논까지 이란과의 동맹에 가담할 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압력으로 이란이 무너질 가능성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를 잊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게다가 유럽의 동맹들까지,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잘못됐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국제사회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2015년 핵협정이 끝내 무너질 경우, 이란이 다시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언론 파이낸셜 타임스는 과거 서방이 이라크 같은 수니파 아랍국가들을 이용해 이란혁명을 무마시키려고 했지만, 이란이 오히려 핵 능력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섰던 역사를 상기시켰다.
현재의 이란 핵협정은, 강경파에 맞서 실용주의자로서 자신의 정권을 연장시킨 로하니대통령의 작품인데,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핵 무력을 주장하는 이란 내부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할수 있고, 이란에 추가적 군축협상을 거부할 명분만 주게 될 수도 있다. 이란은 이미,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핵협정에서 제한하지 않은 '실용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은 이란의 권리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의 핵협정이 이행돼야, 이란과의 추가 군축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언론 커먼드림스는, 폼페이오의 12가지 조건은 반대급부는 없는 일방적 요구라고 비판한다.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같은 반이란 국가들에 대해서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으면서 이란에 대해서만, 시리아에서 철수하고, 다른 나라 반군 지원, 미사일 개발 등을 다 중단하라고 한다면, 이란이 응하겠느냐는 것이다.

언론들은 그래서, 미국이, 이란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12가지 조건을 제시한 이유가, 결국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과 함께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실제로 시리아와 골란고원에서는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와 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이후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의 처절한 실패를 기억하고 있는 서방의 국가와 국민들이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에 나설 리는 만무하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란과의 전면적은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란을 이렇게 계속 몰아붙이기만 한다면, 유럽과 미국 사이의 동맹관계가 약화하고, 이란대 반이란 대결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그것은 미국 국민들의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CNBC는 우려했다.


 "최대 압박으로 이란 국민 자극해 정권 교체? 성공 사례가 없어"

직접적 군사 공격이 아니라면, 이란 국민들이 스스로 정권 교체에 나서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란에 최대의 제재를 가해 이란 경제를 피폐화하고,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현 정부에 대한 내부 반대세력과 반군을 지원하다 보면, 결국 이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현 정권을 전복하고 정권 교체를 달성한다'는 시나리오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어디서 많이 듣던 시나리오'라고 비꼰다. 쿠바, 파나마, 리비아 그리고 북한에 대해 미국이 오랫동안 추구해오던 것이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역사가 없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오히려 수십 년 동안 서서히 국민들이 자각한 동독의 사례가 더 현실적이라면서 말이다.

미국의 다소 억지스러운 요구가, 오히려 이란의 강경파를 자극해 이란 국민들을 더 결속시키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사실 로하니 대통령은 최근 정치적 위기에 처해있다. 사회적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강경파의 지역 군사력 확장 요구에도 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오랫동안 제재에 시달려온 이란 정부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78살이어서 실제로 권력 교체 안이 논의되기도 했었다. 외부 정보에 대한 접촉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란의 젊은이들은 이란의 개혁과 국제사회 편입을 바라고 있다. 즉 이란 내부적으로 정권 교체의 분위기가 스스로 무르익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용주의자 로하니 대통령이 강경파의 압박을 물리치고 합의한 2015년 핵협정이 끝내 무위로 돌아간다면, 이란은 다시 핵무장에 나설 것이고, 이란 정부는 이란이 겪고 있는 모든 경제적 어려움이 미국 탓이라고 대대적인 대국민 선전전에 나설 것이다. 쿠바와 북한이 서방의 제재를 견뎠던 방법이다. 이란 내부에서의 다양한 정치적 토론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원래 다른 목소리를 내던 이란 언론들이, 폼페이오 장관의 12가지 새로운 핵 합의 조건에 대해서는, 한목소리가 되어 비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관영언론, 최고지도자측 언론, 개혁언론들이 모두 폼페이오의 제안이 헛된 환상이라며 조롱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가 정말로 이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군사적 공격을 하려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기존 이란 핵 합의가 미흡하다는 입장 속에,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까지 확장되는 친미적 아랍 동맹 전선이 현재 미국에 유리하기 때문에, 친러시아계인 이란을 압박해 일단 세력 확장을 억제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둔 뒤 향후 대응을 모색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미국 내에는, 영구적이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이란과의 2015년 핵 합의는 당연히 파기하고 새로 핵협상을 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폼페이오가 현재 이란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적 협상 전략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본인다. 워싱턴포스트와 살롱지 등은, 가장 큰 문제는,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다른 유럽 동맹국들과 함께 새로운 협상을 추동할 전략이 무엇인지,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중동 외교로드맵이 무엇인지를, 폼페이오가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란' 대신 '북한'을 협상 상대로 선택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에 대해, 미국이 이전 정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깨버리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에 신뢰 문제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비판적 시각이 있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합의는 결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란에 요구한 12가지 조건이 북한에도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란에 요구한 것보다 북한에 덜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했다. 허드슨연구소 린드버그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이란 핵 합의 내용이 미국에 불리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를 방치할 경우, 북한 측이 향후 협상의 시작점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며, 이란 핵 협상 탈퇴는 '나쁜 선례를 없앤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이란'이 아닌 '북한'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게 오바마 정부의 성과를 무너뜨리고 훨씬 더 나은 업적을 이뤄 노벨평화상에 도전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이든, 결코 미국을 위협하는 핵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이 문재인 정부의 중재를 만난 외교적 성과이든, 이란이 망하기만을 오랫동안 고대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변국이 없는 북한의 지정학적 운이든, 어쨌든 분명한 건, 트럼프 정부는 오히려 협상이 더 쉬워 보이는 '이란' 대신 협상이 더 어려워 보이는 '북한'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협상의 상대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악관 강경 안보라인의 화살은 북한 대신 이란으로 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심지어 '이란 핵협정이 깨진 이유는 그 합의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대통령의 행정명령 수준이었기 때문'이라며, 향후 이뤄질 북한과의 핵 합의는 반드시 의회를 통과시켜, 이후 정부가 함부로 깨지 못하게 만들겠다고까지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거론한 '리비아 모델', 즉 핵 합의를 하고도 합의의 당사자인 카다피가 죽은 것과는 다른,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체제 보장을 의회 동의를 거친 '국가 간 조약으로 명문화'하는 정도까지 생각 중이라는 거다.

그러나 대이란 정책에서 보여지듯, 백악관의 안보라인은 결코 협상파가 아니라 여전히 강경파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열겠다고 했어도, '만족스럽지 않은 합의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그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이 상황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사진출처 :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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