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 2인자 왕치산이 러시아로간 까닭은?

입력 2018.05.2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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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겸 중앙외사위원회 위원의 러시아행은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의 실질적 2인자 왕치산 부주석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왕치산은 원래 시진핑의 칼이었다. 시진핑 집권 1기,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직을 맡으면서 이른바 '반부패' 운동을 주도했다. 저우융캉, 보시라이, 쑨정차이, 링지화, 쉬차이허우, 궈보슝 등 수많은 유력 인사들이 왕치산의 칼에 무릎을 꿇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무려 120만여 명의 공산당원이 부패 혐의로 처벌됐고, 시 주석에게 대항할 자는 모두 사라졌다.

시 주석 권력 기반 강화의 1등 공신 왕치산이 시 주석 집권 2기들어 지난 3월, 외교 등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복귀했다. 공산당의 이른바 '7상 8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는 관행에 따라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국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리고 올해 신설된 중국의 외교 사령탑 조직인 중앙외사공작위원회의 위원까지 맡았다. 시진핑-왕치산-양제츠-왕이로 이어지는 외교라인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왕치산이 자신의 첫 국제 외교 데뷔 무대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중국의 새 외교사령탑은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중국의 새 외교사령탑은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왕치산 "지금 회담 취소 상황은 순간의 촌극이 될 것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한 왕치산이 한반도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해 혼란스럽던 지난 25일 상황이다. 왕 부주석은 "한반도 상황은 중국의 이익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안정이 중국의 이익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금 회담 취소 상황은 한순간의 촌극이 될 것이다." 왕 부주석의 예측은 정확했고, 중국의 속마음도 드러났다.

아마도 중국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판을 깨려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북미 간 직접 대화를 지지하며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자신들이 이해 당사국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계속 강조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과 거의 맞물려 진행될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나 사드 문제를 넣어 자국 이익을 관철하고 싶어하는 조바심도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법을 공유하는 사이다. 쌍중단과 쌍궤병행, 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 훈련을 동시에 중단하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북미 간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왕치산의 러시아 방문은 그래서 주목됐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7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최고 등급 훈장을 받았다.시진핑 주석은 2017년 7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최고 등급 훈장을 받았다.

미국과 담판 앞두고 '북·중·러' 구도 다시 형성되나?

사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진핑 주석의 자서전을 보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사진이 푸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다. 시 주석이 푸틴의 장기 집권 모델을 오래 연구해 따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르 푸틴에 황제 시진핑, 자주 만나며 서로 닮아가는 두 사람이 강력한 슈퍼파워 미국에 맞서기 위해 의기투합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전략에서 대국굴기 전략으로 바꾼 이후, 사사건건 미국과 충돌을 빚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 중이며, 남중국해에서는 군사적 갈등까지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반도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여러모로 미국이 힘에 부친다. 러시아 또한 시리아 문제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월 10일, 무려 4년 만에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월 10일, 무려 4년 만에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 직전 중국 칭다오 방문하는 푸틴...설마 방북?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6월 8일 중국 칭다오를 방문한다.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인데, 중·러 정상은 여기서 또 한 번 한반도 비핵화 정세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외교 소식통들은 푸틴 대통령이 내친김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벌써 두 번이나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사실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상시초청(Standing Invitation) 상태인 만큼,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과 담판을 앞두고 우군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판을 깨려고까지 했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깨려고 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또다시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론도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통적인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가 다시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중재자 역할에 나선 상황이다. 과거의 대결구도를 깨고 평화와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는 순간, 과연 북중러 삼각 동맹은 어떤 형태로 변해갈까? 과연 변하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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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9 13:48:20
    특파원 리포트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겸 중앙외사위원회 위원의 러시아행은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의 실질적 2인자 왕치산 부주석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왕치산은 원래 시진핑의 칼이었다. 시진핑 집권 1기,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직을 맡으면서 이른바 '반부패' 운동을 주도했다. 저우융캉, 보시라이, 쑨정차이, 링지화, 쉬차이허우, 궈보슝 등 수많은 유력 인사들이 왕치산의 칼에 무릎을 꿇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무려 120만여 명의 공산당원이 부패 혐의로 처벌됐고, 시 주석에게 대항할 자는 모두 사라졌다.

시 주석 권력 기반 강화의 1등 공신 왕치산이 시 주석 집권 2기들어 지난 3월, 외교 등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복귀했다. 공산당의 이른바 '7상 8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는 관행에 따라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국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리고 올해 신설된 중국의 외교 사령탑 조직인 중앙외사공작위원회의 위원까지 맡았다. 시진핑-왕치산-양제츠-왕이로 이어지는 외교라인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왕치산이 자신의 첫 국제 외교 데뷔 무대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중국의 새 외교사령탑은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왕치산 "지금 회담 취소 상황은 순간의 촌극이 될 것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한 왕치산이 한반도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해 혼란스럽던 지난 25일 상황이다. 왕 부주석은 "한반도 상황은 중국의 이익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안정이 중국의 이익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금 회담 취소 상황은 한순간의 촌극이 될 것이다." 왕 부주석의 예측은 정확했고, 중국의 속마음도 드러났다.

아마도 중국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판을 깨려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북미 간 직접 대화를 지지하며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자신들이 이해 당사국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계속 강조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과 거의 맞물려 진행될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나 사드 문제를 넣어 자국 이익을 관철하고 싶어하는 조바심도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법을 공유하는 사이다. 쌍중단과 쌍궤병행, 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 훈련을 동시에 중단하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북미 간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왕치산의 러시아 방문은 그래서 주목됐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7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최고 등급 훈장을 받았다.
미국과 담판 앞두고 '북·중·러' 구도 다시 형성되나?

사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진핑 주석의 자서전을 보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사진이 푸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다. 시 주석이 푸틴의 장기 집권 모델을 오래 연구해 따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르 푸틴에 황제 시진핑, 자주 만나며 서로 닮아가는 두 사람이 강력한 슈퍼파워 미국에 맞서기 위해 의기투합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전략에서 대국굴기 전략으로 바꾼 이후, 사사건건 미국과 충돌을 빚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 중이며, 남중국해에서는 군사적 갈등까지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반도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여러모로 미국이 힘에 부친다. 러시아 또한 시리아 문제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월 10일, 무려 4년 만에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 직전 중국 칭다오 방문하는 푸틴...설마 방북?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6월 8일 중국 칭다오를 방문한다.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인데, 중·러 정상은 여기서 또 한 번 한반도 비핵화 정세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외교 소식통들은 푸틴 대통령이 내친김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벌써 두 번이나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사실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상시초청(Standing Invitation) 상태인 만큼,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과 담판을 앞두고 우군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판을 깨려고까지 했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깨려고 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또다시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론도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통적인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가 다시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중재자 역할에 나선 상황이다. 과거의 대결구도를 깨고 평화와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는 순간, 과연 북중러 삼각 동맹은 어떤 형태로 변해갈까? 과연 변하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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