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일본은 트럼프가 뭘해도 지지하는가?”

입력 2018.05.29 (16:19) 수정 2018.05.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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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초청해 향후 한·중·일 관계에 대한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지난 9일 열린 한·중·일 정상 회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사실 이미 결론이 공개된 내용이었던 만큼 브리핑 분위기는 다소 느슨하다고 해야 맞는 수준.

하지만 질의 시간으로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일변했다.

"북미 회담 등을 두고 미국의 태도가 자꾸 변하는데,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뭘 해도 지지하는 겁니까?"

유럽 쪽 매체의 한 특파원이 던진 뼈 있는 질문에 장내에는 의미있는(?)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북미 회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외교로 분위기가 급변하는 가운데 일본 외무성이 내놓은 공식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였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지지합니다."라는 정도의 원칙적 입장도 아닌 "미국이 정하면 지지합니다"를 공식 입장으로 내놓았으니 3자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해가 잘 안 됐던 모양이다.

짧지만 일본의 '미국 바라기 외교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곤혹스런 표정, 외무성 관계자의 말이 길어졌다.

"미국과 입장이 일치한다는 것은 총리, 각료, 실무 단계에서 긴밀히 의견을 교환해 온 결론으로서…. 미국이 이러한 발표를 하는 것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온 것입니다. 갑자기 전혀 상정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해서 지지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취소했다가 다시 추진으로 돌아선 며칠 사이에 일본이 파트너로서 이에 대한 논의의 대상이 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미국 뉴욕 타임스 특파원의 질문이 이어졌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하기도 하고…. 그래도 미국에 대한 신뢰는 여전합니까?"

좀 더 깊게 찌르고 들어오는 질문.

"신뢰관계에 있어서... 북미 회담 중지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일 외무성 관계자)"

북미 회담이 취소되자 고노 외무상은 "회담을 해도 성과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북한이 회담을 꼬투리로 여러 게임을 시도해 왔다"는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바로 외무상의 이같은 발언 있었던 당일(25일) 저녁부터 분위기가 일변, 26일 남북 정상 회담을 거쳐 북미 싱가포르 회담이 다시 성사 분위기로 흐르자 아베 총리 "회담의 실현을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는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북미 회담에 앞서 아베 총리가 미국에 다시 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겠다."
"싱가포르 현지에 외무상이 가겠다."는 등 갑자기 바빠진 일본 외교가.

"일본은 다자 회담을 하면 미국 입만 바라봅니다. 일본의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여러 국제 무대에서 일본을 겪어온 한 고위 외교관이 이렇게 말한 걸 들은 적이 있다.

음...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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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일본은 트럼프가 뭘해도 지지하는가?”
    • 입력 2018-05-29 16:19:45
    • 수정2018-05-29 16:37:35
    특파원 리포트
지난 25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초청해 향후 한·중·일 관계에 대한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지난 9일 열린 한·중·일 정상 회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사실 이미 결론이 공개된 내용이었던 만큼 브리핑 분위기는 다소 느슨하다고 해야 맞는 수준.

하지만 질의 시간으로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일변했다.

"북미 회담 등을 두고 미국의 태도가 자꾸 변하는데,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뭘 해도 지지하는 겁니까?"

유럽 쪽 매체의 한 특파원이 던진 뼈 있는 질문에 장내에는 의미있는(?)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북미 회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외교로 분위기가 급변하는 가운데 일본 외무성이 내놓은 공식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였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지지합니다."라는 정도의 원칙적 입장도 아닌 "미국이 정하면 지지합니다"를 공식 입장으로 내놓았으니 3자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해가 잘 안 됐던 모양이다.

짧지만 일본의 '미국 바라기 외교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곤혹스런 표정, 외무성 관계자의 말이 길어졌다.

"미국과 입장이 일치한다는 것은 총리, 각료, 실무 단계에서 긴밀히 의견을 교환해 온 결론으로서…. 미국이 이러한 발표를 하는 것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온 것입니다. 갑자기 전혀 상정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해서 지지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취소했다가 다시 추진으로 돌아선 며칠 사이에 일본이 파트너로서 이에 대한 논의의 대상이 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미국 뉴욕 타임스 특파원의 질문이 이어졌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하기도 하고…. 그래도 미국에 대한 신뢰는 여전합니까?"

좀 더 깊게 찌르고 들어오는 질문.

"신뢰관계에 있어서... 북미 회담 중지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일 외무성 관계자)"

북미 회담이 취소되자 고노 외무상은 "회담을 해도 성과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북한이 회담을 꼬투리로 여러 게임을 시도해 왔다"는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바로 외무상의 이같은 발언 있었던 당일(25일) 저녁부터 분위기가 일변, 26일 남북 정상 회담을 거쳐 북미 싱가포르 회담이 다시 성사 분위기로 흐르자 아베 총리 "회담의 실현을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는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북미 회담에 앞서 아베 총리가 미국에 다시 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겠다."
"싱가포르 현지에 외무상이 가겠다."는 등 갑자기 바빠진 일본 외교가.

"일본은 다자 회담을 하면 미국 입만 바라봅니다. 일본의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여러 국제 무대에서 일본을 겪어온 한 고위 외교관이 이렇게 말한 걸 들은 적이 있다.

음...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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