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오체투지…“망가진 일터를 돌려달라”

입력 2018.05.30 (21:40) 수정 2018.05.3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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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TX 해고 승무원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극한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소박한 꿈을 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던 평범한 노동자들이 굴뚝에 오르고 땅에 엎드려 행진하는 이유, 황경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75미터 높이 열병합 발전소 굴뚝 위, 폭 1미터도 안 되는 공간에 두 사람이 삽니다.

천막 제조 공장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 씨입니다.

["밥 올라갑니다."]

오늘이 2백일 째, 하루 두 번 올려주는 식사로 버팁니다.

[홍기탁/파인텍 직원 : "(어떠세요, 건강은?) 괜찮습니다. (아프신 데 없으세요?) 없다하면 거짓말인거 같고요. 견뎌야죠."]

근처 회사가 잘 보이는 발전소 굴뚝에 올랐는데, 발전소가 무단 점거라며 소송을 내 6천만 원 넘는 과태료가 쌓였습니다.

고공농성 이유는 한 가지, "공장을 가동하라"는 겁니다.

다른 노동자들은 땅에 몸을 던졌습니다.

차광호, 김옥배, 조정기 씨는 최근 오체투지 투쟁에 나섰습니다.

["가자!"]

굴뚝부터 청와대까지 19km를 걸었습니다.

이들 다섯 사람은 원래 한국합섬 노동자였습니다.

섬유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2007년 회사가 파산했습니다.

[KBS 뉴스9/2007년 2월 27일 : "생산능력 1위를 고수했던 한국합섬조차도 최근 사업을 접었습니다."]

다른 회사가 인수했지만, 2년 만에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경영난이란 이유였습니다.

[인수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적자가 계속 나는데 월급을 올려줘야 돼요? 그럼 회사가 없어지죠."]

4백일 넘는 고공농성 끝에 극적으로 회사 측과 합의를 이뤄 '파인텍'이란 회사를 세웠지만 다시 굴뚝에 올라야 했습니다.

[차광호/파인텍 직원 : "열달동안 저희가 월급받은게 백 만원 조금 넘을 정도입니다. 노사관계를 끊고 싶었던 거죠 그냥."]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가동, 8년 동안 백명이 넘던 노동자들은 하나 둘 떠나 겨우 5명 남았습니다.

[인수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에서 무슨 (직원들에게) 대응할 방안도 없고요. 방법도 없고요."]

이제 출구도 보이지 않습니다.

[김옥배/파인텍 직원 : "아 우리가 왜 이렇게 해야하나. 흑자가 났을 때는 (공장을) 계속 돌릴 생각 이었고, 적자가 나면 이걸 팔고 도망가도 자기는 손해가 없다. 이게 너무 억울했었어요."]

2백 일의 고공농성, 이젠 땅으로 내려가고 싶습니다.

[홍기탁/파인텍 직원 : "나는 홍기탁입니다. 땀 흘려 일하고 조그마한 집 장만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나는 꿈꾸겠습니다. 나는 오늘도 그 평범한 삶을 위해 75미터 굴뚝 위에서 살아갑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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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공농성·오체투지…“망가진 일터를 돌려달라”
    • 입력 2018-05-30 21:45:54
    • 수정2018-05-30 21:57:46
    뉴스 9
[앵커]

KTX 해고 승무원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극한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소박한 꿈을 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던 평범한 노동자들이 굴뚝에 오르고 땅에 엎드려 행진하는 이유, 황경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75미터 높이 열병합 발전소 굴뚝 위, 폭 1미터도 안 되는 공간에 두 사람이 삽니다.

천막 제조 공장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 씨입니다.

["밥 올라갑니다."]

오늘이 2백일 째, 하루 두 번 올려주는 식사로 버팁니다.

[홍기탁/파인텍 직원 : "(어떠세요, 건강은?) 괜찮습니다. (아프신 데 없으세요?) 없다하면 거짓말인거 같고요. 견뎌야죠."]

근처 회사가 잘 보이는 발전소 굴뚝에 올랐는데, 발전소가 무단 점거라며 소송을 내 6천만 원 넘는 과태료가 쌓였습니다.

고공농성 이유는 한 가지, "공장을 가동하라"는 겁니다.

다른 노동자들은 땅에 몸을 던졌습니다.

차광호, 김옥배, 조정기 씨는 최근 오체투지 투쟁에 나섰습니다.

["가자!"]

굴뚝부터 청와대까지 19km를 걸었습니다.

이들 다섯 사람은 원래 한국합섬 노동자였습니다.

섬유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2007년 회사가 파산했습니다.

[KBS 뉴스9/2007년 2월 27일 : "생산능력 1위를 고수했던 한국합섬조차도 최근 사업을 접었습니다."]

다른 회사가 인수했지만, 2년 만에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경영난이란 이유였습니다.

[인수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적자가 계속 나는데 월급을 올려줘야 돼요? 그럼 회사가 없어지죠."]

4백일 넘는 고공농성 끝에 극적으로 회사 측과 합의를 이뤄 '파인텍'이란 회사를 세웠지만 다시 굴뚝에 올라야 했습니다.

[차광호/파인텍 직원 : "열달동안 저희가 월급받은게 백 만원 조금 넘을 정도입니다. 노사관계를 끊고 싶었던 거죠 그냥."]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가동, 8년 동안 백명이 넘던 노동자들은 하나 둘 떠나 겨우 5명 남았습니다.

[인수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에서 무슨 (직원들에게) 대응할 방안도 없고요. 방법도 없고요."]

이제 출구도 보이지 않습니다.

[김옥배/파인텍 직원 : "아 우리가 왜 이렇게 해야하나. 흑자가 났을 때는 (공장을) 계속 돌릴 생각 이었고, 적자가 나면 이걸 팔고 도망가도 자기는 손해가 없다. 이게 너무 억울했었어요."]

2백 일의 고공농성, 이젠 땅으로 내려가고 싶습니다.

[홍기탁/파인텍 직원 : "나는 홍기탁입니다. 땀 흘려 일하고 조그마한 집 장만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나는 꿈꾸겠습니다. 나는 오늘도 그 평범한 삶을 위해 75미터 굴뚝 위에서 살아갑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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