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한국 수달, 日 대마도에 상륙했나?…3마리 서식 유력

입력 2018.06.01 (09:20) 수정 2018.06.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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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포식자 수달…생태계 균형의 상징

밀렵이나 서식지 파괴 등 인간의 탐욕으로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멸종위기로 내몰리는 동물이 늘고 있다. 수달이 대표적이다. 몸통 길이 65∼110cm, 몸무게 5∼14kg에 불과하지만, 사실 하천이나 저수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핵심종에 속한다.

핵심종은 단위 면적당 개체수가 많지는 않지만 특정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핵심종이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징표다. 핵심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태계의 건강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증거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사진출처 : 연합뉴스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수달의 주된 먹이인 어류를 비롯해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들이 서식하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수달은 하천 생태계의 균형성과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수달의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학계와 환경단체 등이 흥분하는 이유이다.

환경 파괴를 감수하더라도 자연을 개발해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나 지자체 입장에서 개발 예정지역의 수달 발견은 일종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지역 개발업자들과 지역 환경운동가들이 수달 서식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는 이유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수달은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속리산 등 산악 지역과 태안해안, 변산반도, 한려수도 등에 폭넓게 서식하고 있다. 분포 지역은 넓어도 개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해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새로운 수달 서식지가 발견될 때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유관 기관, 그리고 환경 보호단체에는 비상이 걸린다. 자칫 밀렵에 희생되거나 극성스러운 관심 탓에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도록 구체적 장소를 비밀에 해줄 것을 신신당부한다.

5월30일은 ‘세계 수달의 날’

수달은 국제적인 보호종이다. 세계 곳곳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모피를 노린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몰려 있다. IUCN(국제자연보존연맹)의 Red List(적색목록)에서 취약종으로 지정돼 있고, 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에서 1급으로 분류돼 있다. ‘CITES 1급’은 상용목적의 국제거래가 전면 금지된 생물종이다. 수달은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지만, 상업적 거래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5월30일은 세계 수달의 날이다. 영국의 NPO(비영리 기구)가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세계 수달의 날’로 지정해 국제적인 관심과 보호를 호소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동물원에서 수달의 날 기념행사를 여는 등 각별한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혼슈중서부 기후 현 가카미가하라 시의 수족관에서는 수달의 날을 맞아, 수달의 생태와 특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이벤트를 6월 10일까지 열고 있다.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수달은 ‘일본수달’은 아니라 ‘작은발톱수달’이다. 수달 중에서 가장 작은 종류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주로 서식한다. 일본수달은 1979년 이후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다. 서식 흔적도 없었다.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가 많은 일본이지만, 수달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된 셈이다.

日 대마도에 나타난 수달…38년 만의 경사

2017년 2월 일본 나가사키 현 대마도에서 자동촬영 카메라에 수달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38년만의 발견에 생태학계가 술렁였다. 정부차원에서 섬 전체에 대한 조사가 실시됐다. 분변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수달 DNA가 나왔다.

7월과 10월에도 수달의 이동 모습이 촬영됐다. 7월 16일 새벽 3시쯤 류큐대학 동물생태학 연구실의 카메라에 포착된 수달은 무인카메라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최근 일본 환경성은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마도에 서식하는 수달은 암컷과 수컷을 포함해 3마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초의 분변 DNA 분석 결과, 한국 등에 서식하는 수컷 수달 1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다른 배설물의 DNA를 분석한 결과, 암수컷 2마리가 더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새롭게 생존 가능성이 제기된 2마리의 경우 유전자 형태가 유사해 부모나 형제 등 혈연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대마도 수달은 한국에서 갔을까?


수십 년의 경사이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조심스럽다. 일본에서 발견됐다고 일본 수달은 아니니까. 일본 환경성은 대마도 수달이 한국 수달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마도에는 수족관이 없다.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이미 서식 중이었거나 외부에서 건너왔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대마도는 우리나라 쪽에 더 가깝다. 직선거리로 50km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마도 쪽으로 해류가 흐르고 있다. 한반도 살고 있던 수달이 표류하거나 헤엄쳐 건너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성도 한국 수달일 가능성을 주목하고 유전자에 대한 정밀 비교 분석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만약 한반도 수달이 대마도로 건너간 것이라면, 우리 수달이 일본 지역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핵심종으로서 생태계의 균형과 건강성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입장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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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1 09:20:15
    • 수정2018-06-01 09:20:54
    특파원 리포트
최상위 포식자 수달…생태계 균형의 상징

밀렵이나 서식지 파괴 등 인간의 탐욕으로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멸종위기로 내몰리는 동물이 늘고 있다. 수달이 대표적이다. 몸통 길이 65∼110cm, 몸무게 5∼14kg에 불과하지만, 사실 하천이나 저수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핵심종에 속한다.

핵심종은 단위 면적당 개체수가 많지는 않지만 특정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핵심종이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징표다. 핵심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태계의 건강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증거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수달의 주된 먹이인 어류를 비롯해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들이 서식하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수달은 하천 생태계의 균형성과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수달의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학계와 환경단체 등이 흥분하는 이유이다.

환경 파괴를 감수하더라도 자연을 개발해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나 지자체 입장에서 개발 예정지역의 수달 발견은 일종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지역 개발업자들과 지역 환경운동가들이 수달 서식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는 이유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수달은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속리산 등 산악 지역과 태안해안, 변산반도, 한려수도 등에 폭넓게 서식하고 있다. 분포 지역은 넓어도 개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해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새로운 수달 서식지가 발견될 때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유관 기관, 그리고 환경 보호단체에는 비상이 걸린다. 자칫 밀렵에 희생되거나 극성스러운 관심 탓에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도록 구체적 장소를 비밀에 해줄 것을 신신당부한다.

5월30일은 ‘세계 수달의 날’

수달은 국제적인 보호종이다. 세계 곳곳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모피를 노린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몰려 있다. IUCN(국제자연보존연맹)의 Red List(적색목록)에서 취약종으로 지정돼 있고, 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에서 1급으로 분류돼 있다. ‘CITES 1급’은 상용목적의 국제거래가 전면 금지된 생물종이다. 수달은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지만, 상업적 거래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5월30일은 세계 수달의 날이다. 영국의 NPO(비영리 기구)가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세계 수달의 날’로 지정해 국제적인 관심과 보호를 호소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동물원에서 수달의 날 기념행사를 여는 등 각별한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혼슈중서부 기후 현 가카미가하라 시의 수족관에서는 수달의 날을 맞아, 수달의 생태와 특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이벤트를 6월 10일까지 열고 있다.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수달은 ‘일본수달’은 아니라 ‘작은발톱수달’이다. 수달 중에서 가장 작은 종류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주로 서식한다. 일본수달은 1979년 이후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다. 서식 흔적도 없었다.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가 많은 일본이지만, 수달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된 셈이다.

日 대마도에 나타난 수달…38년 만의 경사

2017년 2월 일본 나가사키 현 대마도에서 자동촬영 카메라에 수달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38년만의 발견에 생태학계가 술렁였다. 정부차원에서 섬 전체에 대한 조사가 실시됐다. 분변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수달 DNA가 나왔다.

7월과 10월에도 수달의 이동 모습이 촬영됐다. 7월 16일 새벽 3시쯤 류큐대학 동물생태학 연구실의 카메라에 포착된 수달은 무인카메라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최근 일본 환경성은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마도에 서식하는 수달은 암컷과 수컷을 포함해 3마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초의 분변 DNA 분석 결과, 한국 등에 서식하는 수컷 수달 1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다른 배설물의 DNA를 분석한 결과, 암수컷 2마리가 더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새롭게 생존 가능성이 제기된 2마리의 경우 유전자 형태가 유사해 부모나 형제 등 혈연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대마도 수달은 한국에서 갔을까?


수십 년의 경사이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조심스럽다. 일본에서 발견됐다고 일본 수달은 아니니까. 일본 환경성은 대마도 수달이 한국 수달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마도에는 수족관이 없다.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이미 서식 중이었거나 외부에서 건너왔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대마도는 우리나라 쪽에 더 가깝다. 직선거리로 50km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마도 쪽으로 해류가 흐르고 있다. 한반도 살고 있던 수달이 표류하거나 헤엄쳐 건너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성도 한국 수달일 가능성을 주목하고 유전자에 대한 정밀 비교 분석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만약 한반도 수달이 대마도로 건너간 것이라면, 우리 수달이 일본 지역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핵심종으로서 생태계의 균형과 건강성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입장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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