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낙태·입양대신 출산·양육 택했더니 정작 사회는 ‘나몰라라’

입력 2018.06.01 (15:18) 수정 2018.06.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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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시리즈를 기억하십니까? 지난 4월에 KBS 9시 뉴스와 디지털 기사를 통해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들의 현실을 보도한 연속기획물입니다. 그동안 사회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미혼모들의 어려움을 차분히 짚은 덕분에 수많은 시청자와 네티즌들로부터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KBS 미혼모 취재내용을 고스란히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와 공공의료(International journal of Envri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의대 연구팀[(김정은(보건복지부), 이진용(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이상형(서울의대, 신경외과)]이 미혼모의 보건-복지서비스 연계 방안 마련을 위해 기획됐습니다. 연구팀은 현재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7명의 미혼모를 만나 임신과 출산, 양육 기간에 보건복지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에 대해 포커스그룹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연구결과, 공통적으로 경험했던 5가지 주제를 확인했습니다.

첫째는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의 냉대였습니다. 특히 산부인과는 ‘미혼모’라는 타이틀이 공식적으로 부여되는 첫 번째 사회적 단계인데도 이곳에서 낙태를 권유받거나 진단 외에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보건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나 이후 대처 방안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겁니다. 또 보건소나 주민센터 직원들이 ‘미혼모’인 현 상태를 아이 앞에서 설명하게 하거나 아이 아버지 관련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가족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장의 어려움을 털어놨습니다.

둘째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주거지원 부족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주거는 미혼모가정에 부담되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미혼모시설에서는 출산 후 3개월 내 자립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간은 보증금과 같은 큰돈을 마련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미혼모로서 고용유지와 육아휴직사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인 미혼모의 경우, 사회적 편견과 해고의 위험 때문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넷째는 자립과 소득보장을 위한 재정적 지원 부족입니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그나마 정부의 추가적 재정지원과 교육지원이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대학 중퇴 또는 퇴직한 경우라면 이후 학업복귀나 재취업을 위한 성인 미혼모의 자립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정부 지원 정책이 저소득층 한부모가족에게 한정돼 있어 경제활동을 동시에 해야 하는 미혼모가정의 경우, 수급자격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일하지 않는 저소득 한부모가정보다 경제적 지원이 적기 때문에 일부러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손꼽았습니다.

연구팀은 현재의 저출산 극복 정책과 일가정양립 지원정책이 공식적인 결혼 여부가 아닌 실제적인 출산 및 양육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연구팀은 또한 자립해서 생활을 유지하고,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선 경제적 인센티브 연계 방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무엇보다 보건복지서비스 현장 실무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미혼모가정에 대한 포용적 태도와 사회적 인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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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혼모, 낙태·입양대신 출산·양육 택했더니 정작 사회는 ‘나몰라라’
    • 입력 2018-06-01 15:18:35
    • 수정2018-06-01 15:19:04
    취재K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시리즈를 기억하십니까? 지난 4월에 KBS 9시 뉴스와 디지털 기사를 통해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들의 현실을 보도한 연속기획물입니다. 그동안 사회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미혼모들의 어려움을 차분히 짚은 덕분에 수많은 시청자와 네티즌들로부터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KBS 미혼모 취재내용을 고스란히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와 공공의료(International journal of Envri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의대 연구팀[(김정은(보건복지부), 이진용(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이상형(서울의대, 신경외과)]이 미혼모의 보건-복지서비스 연계 방안 마련을 위해 기획됐습니다. 연구팀은 현재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7명의 미혼모를 만나 임신과 출산, 양육 기간에 보건복지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에 대해 포커스그룹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연구결과, 공통적으로 경험했던 5가지 주제를 확인했습니다.

첫째는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의 냉대였습니다. 특히 산부인과는 ‘미혼모’라는 타이틀이 공식적으로 부여되는 첫 번째 사회적 단계인데도 이곳에서 낙태를 권유받거나 진단 외에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보건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나 이후 대처 방안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겁니다. 또 보건소나 주민센터 직원들이 ‘미혼모’인 현 상태를 아이 앞에서 설명하게 하거나 아이 아버지 관련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가족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장의 어려움을 털어놨습니다.

둘째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주거지원 부족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주거는 미혼모가정에 부담되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미혼모시설에서는 출산 후 3개월 내 자립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간은 보증금과 같은 큰돈을 마련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미혼모로서 고용유지와 육아휴직사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인 미혼모의 경우, 사회적 편견과 해고의 위험 때문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넷째는 자립과 소득보장을 위한 재정적 지원 부족입니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그나마 정부의 추가적 재정지원과 교육지원이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대학 중퇴 또는 퇴직한 경우라면 이후 학업복귀나 재취업을 위한 성인 미혼모의 자립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정부 지원 정책이 저소득층 한부모가족에게 한정돼 있어 경제활동을 동시에 해야 하는 미혼모가정의 경우, 수급자격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일하지 않는 저소득 한부모가정보다 경제적 지원이 적기 때문에 일부러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손꼽았습니다.

연구팀은 현재의 저출산 극복 정책과 일가정양립 지원정책이 공식적인 결혼 여부가 아닌 실제적인 출산 및 양육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연구팀은 또한 자립해서 생활을 유지하고,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선 경제적 인센티브 연계 방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무엇보다 보건복지서비스 현장 실무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미혼모가정에 대한 포용적 태도와 사회적 인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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