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술 넘치는 공원…무색한 ‘음주 청정 지역’

입력 2018.06.04 (08:29) 수정 2018.06.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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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날씨가 많이 더워졌는데, 지난 주말 저녁, 더위도 식힐겸 도심 공원이나 한강으로 나들이 가신 분들 많으시죠.

혹시 밤에는 어떠셨습니까?

거대한 술집을 방불케할 정도로 곳곳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여가와 휴식을 위한 도심 공원이 과도한 음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쓰레기와 소음공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맥주 한잔하면서 얘기 나누는게 뭐가 문제냐,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제재,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함께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서울시 마포구의 한 공원.

낮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심에서 산책을 즐기고, 피크닉 나온 가족들도 많이 볼 수 있죠.

밤이 되면 이곳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뀝니다.

늘어난 인파들로 빈틈없이 꽉찬 풀밭.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는데요,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술입니다.

[이창헌/경기도 안양시 : “사람들도 많고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아져서 친구와 같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거 같아요.”]

길가 벤치에서도 술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죠.

주말이 되면 인근 편의점은 술을 사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인근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많이 팔려요. 열에 한 일곱, 여덟은 다 사가는 것 같아요.”]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데요.

한바탕 사람들이 즐기고 지나간 뒤 남은건 넘쳐나는 쓰레기 더미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이렇게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주말마다 한바탕 쓰레기와 전쟁을 치른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난장판. 내일이면 여기가 완전 쓰레기장이에요. 쓰레기장. 냄새, 음식 먹다가 다 버려서 아주 난리에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취객들의 과도한 소음도 또 다른 고통이라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술 먹고 쓰러졌는지 119가 오고 난리에요. 아예 못 자죠. 시끄러워서. 이 밤이 새도록 이러고 있는데. 수면제 안 먹으면 잠 못 자요.”]

2년 전 공원이 생긴 후로 이 같은 민원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이곳을 비롯한 도심 22개 공원을 ‘음주 청정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절주를 권고하고, 술을 마신 뒤 심한 소음, 악취 등 혐오감을 주는 행위의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건데요.

하지만, 건강증진법에 관련 조항이 없어 음주 자체를 단속할 수는 없습니다.

[박경옥/서울시 건강증진과장 : “건강증진법이 개정은 요청되었지만 계속 계류 중이고 법 통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서울시에서 만든 조례는 음주 소란 행위에 대한 것만 과태료를 부과하게 됐습니다.”]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 4월부터는 ‘음주청정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단속 공무원 : “죄송합니다. 여기 음주 청정 구역이라서요. 조금 자제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배남현/서부공원 녹지사업소 공원운영과장 : “거의 단속까지 가는 경우는 없었고요. 한 건이 있는데 그 경우는 흡연을 했기때문에 단속을 한 실적이 있습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음주청정지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하진/서울시 양천구 : “관심 있게 쳐다보지 않아서 잘 못 봤습니다.”]

[권혁희/ 인천시 중구 : ”전혀 몰랐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사람들 먹고 있으니까 마셔도 되는구나 하고 마시는 거지.”]

왜 서울시의 직영 공원에서만 음주청정지역으로 단속하느냐를 놓고 아직 찬반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시민(음성변조) :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아요. 이렇게 많은 술집이 있고 그 공간에서 젊은 세대들이 문화를 형성해서 즐기고 있는데 뜬금없이 저런 말이 나와서 이런 것들을 방해한다는 게…….”]

[시민(음성변조) : “공공장소잖아요. 그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것에 대해 찬성하고…….”]

주말 저녁, 서울 한강 공원

낮동안 무더위를 잊으러 시원한 강가를 찾은 시민들로 만원인데요,

강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시원한 캔 맥주를 비롯해, 삼삼오오 모여앉은 사람들마다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술입니다.

[김현수/서울시 은평구 : “한강 바라보면서 먹으면 예쁘기도 하고 술맛도 더 좋은 것 같아서 이렇게 먹고 있습니다.”]

몇몇 한강공원에서 주말마다 운영되는 야시장 메뉴도 술안주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공원 내 편의점은 주말 술 판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편의점 관계자(음성변조) : “주말에는 많아요. 주말에는. 그것(술 판매)으로 우리가 장사하는 거죠.”]

하지만 이곳 역시 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상 찌푸리게 하는 취객들도 늘고 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큰소리로 소리를 지른다거나 가끔 싸움을 하신다거나…….”]

[박치원/서울시 관악구 :“근처에 와서 훼방을 놓는다든가 아니면 주변 사람들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난동을 피운다든가 아니면 주변 기물을 파손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좀 불편하고 안 좋게 보이긴 해요.”]

취객들로 골머리를 앓는 건 바로 현장 종사자들입니다.

[한강 공원 관계자(음성변조) : “술을 너무 과하게 드셔서 자기 몸을 가누지를 못하거나 공원 벤치나 공원 잔디밭에 쓰러져있는 경우는 종종 있죠.”]

밤이 깊어가면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집니다.

바닥 곳곳, 벤치 위 할 것 없이 한바탕 술자리가 벌어진 흔적들이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쓰레기통이 있는 곳은 아예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룬지 오래입니다.

[임장순/캐나다 : “외국에서 보면 보통 벌금도 더 많이 내게 하고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더 쓰레기 같은 거를 안 버리게 만드는데 한국에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거 같아서…….”]

[시민(음성변조) : “저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찰분들이 조금 단속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공공장소나 야외에서의 음주로 인한 피해가 많은 만큼 이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손애리/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 :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해변가라든가 공원이라든가 길거리라든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술을 금하고 있는 나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상위법이 마련되었으면…….”]

오늘 혹시 도심공원이나 한강에 나가 맥주 한잔 하실 계획이신 분들, 단속과 제재 이전에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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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술 넘치는 공원…무색한 ‘음주 청정 지역’
    • 입력 2018-06-04 08:33:44
    • 수정2018-06-05 09: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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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날씨가 많이 더워졌는데, 지난 주말 저녁, 더위도 식힐겸 도심 공원이나 한강으로 나들이 가신 분들 많으시죠.

혹시 밤에는 어떠셨습니까?

거대한 술집을 방불케할 정도로 곳곳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여가와 휴식을 위한 도심 공원이 과도한 음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쓰레기와 소음공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맥주 한잔하면서 얘기 나누는게 뭐가 문제냐,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제재,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함께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서울시 마포구의 한 공원.

낮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심에서 산책을 즐기고, 피크닉 나온 가족들도 많이 볼 수 있죠.

밤이 되면 이곳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뀝니다.

늘어난 인파들로 빈틈없이 꽉찬 풀밭.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는데요,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술입니다.

[이창헌/경기도 안양시 : “사람들도 많고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아져서 친구와 같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거 같아요.”]

길가 벤치에서도 술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죠.

주말이 되면 인근 편의점은 술을 사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인근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많이 팔려요. 열에 한 일곱, 여덟은 다 사가는 것 같아요.”]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데요.

한바탕 사람들이 즐기고 지나간 뒤 남은건 넘쳐나는 쓰레기 더미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이렇게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주말마다 한바탕 쓰레기와 전쟁을 치른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난장판. 내일이면 여기가 완전 쓰레기장이에요. 쓰레기장. 냄새, 음식 먹다가 다 버려서 아주 난리에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취객들의 과도한 소음도 또 다른 고통이라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술 먹고 쓰러졌는지 119가 오고 난리에요. 아예 못 자죠. 시끄러워서. 이 밤이 새도록 이러고 있는데. 수면제 안 먹으면 잠 못 자요.”]

2년 전 공원이 생긴 후로 이 같은 민원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이곳을 비롯한 도심 22개 공원을 ‘음주 청정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절주를 권고하고, 술을 마신 뒤 심한 소음, 악취 등 혐오감을 주는 행위의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건데요.

하지만, 건강증진법에 관련 조항이 없어 음주 자체를 단속할 수는 없습니다.

[박경옥/서울시 건강증진과장 : “건강증진법이 개정은 요청되었지만 계속 계류 중이고 법 통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서울시에서 만든 조례는 음주 소란 행위에 대한 것만 과태료를 부과하게 됐습니다.”]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 4월부터는 ‘음주청정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단속 공무원 : “죄송합니다. 여기 음주 청정 구역이라서요. 조금 자제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배남현/서부공원 녹지사업소 공원운영과장 : “거의 단속까지 가는 경우는 없었고요. 한 건이 있는데 그 경우는 흡연을 했기때문에 단속을 한 실적이 있습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음주청정지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하진/서울시 양천구 : “관심 있게 쳐다보지 않아서 잘 못 봤습니다.”]

[권혁희/ 인천시 중구 : ”전혀 몰랐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사람들 먹고 있으니까 마셔도 되는구나 하고 마시는 거지.”]

왜 서울시의 직영 공원에서만 음주청정지역으로 단속하느냐를 놓고 아직 찬반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시민(음성변조) :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아요. 이렇게 많은 술집이 있고 그 공간에서 젊은 세대들이 문화를 형성해서 즐기고 있는데 뜬금없이 저런 말이 나와서 이런 것들을 방해한다는 게…….”]

[시민(음성변조) : “공공장소잖아요. 그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것에 대해 찬성하고…….”]

주말 저녁, 서울 한강 공원

낮동안 무더위를 잊으러 시원한 강가를 찾은 시민들로 만원인데요,

강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시원한 캔 맥주를 비롯해, 삼삼오오 모여앉은 사람들마다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술입니다.

[김현수/서울시 은평구 : “한강 바라보면서 먹으면 예쁘기도 하고 술맛도 더 좋은 것 같아서 이렇게 먹고 있습니다.”]

몇몇 한강공원에서 주말마다 운영되는 야시장 메뉴도 술안주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공원 내 편의점은 주말 술 판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편의점 관계자(음성변조) : “주말에는 많아요. 주말에는. 그것(술 판매)으로 우리가 장사하는 거죠.”]

하지만 이곳 역시 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상 찌푸리게 하는 취객들도 늘고 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큰소리로 소리를 지른다거나 가끔 싸움을 하신다거나…….”]

[박치원/서울시 관악구 :“근처에 와서 훼방을 놓는다든가 아니면 주변 사람들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난동을 피운다든가 아니면 주변 기물을 파손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좀 불편하고 안 좋게 보이긴 해요.”]

취객들로 골머리를 앓는 건 바로 현장 종사자들입니다.

[한강 공원 관계자(음성변조) : “술을 너무 과하게 드셔서 자기 몸을 가누지를 못하거나 공원 벤치나 공원 잔디밭에 쓰러져있는 경우는 종종 있죠.”]

밤이 깊어가면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집니다.

바닥 곳곳, 벤치 위 할 것 없이 한바탕 술자리가 벌어진 흔적들이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쓰레기통이 있는 곳은 아예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룬지 오래입니다.

[임장순/캐나다 : “외국에서 보면 보통 벌금도 더 많이 내게 하고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더 쓰레기 같은 거를 안 버리게 만드는데 한국에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거 같아서…….”]

[시민(음성변조) : “저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찰분들이 조금 단속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공공장소나 야외에서의 음주로 인한 피해가 많은 만큼 이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손애리/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 :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해변가라든가 공원이라든가 길거리라든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술을 금하고 있는 나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상위법이 마련되었으면…….”]

오늘 혹시 도심공원이나 한강에 나가 맥주 한잔 하실 계획이신 분들, 단속과 제재 이전에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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