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넘치는 공원…의미 무색한 ‘음주 청정 지역’

입력 2018.06.04 (12:44) 수정 2018.06.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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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씨가 많이 더워졌는데, 지난 주말 저녁, 더위도 식힐겸 도심 공원이나 한강으로 나들이 가신 분들 많으시죠.

혹시 밤에는 어떠셨습니까?

거대한 술집을 방불케할 정도로 곳곳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여가와 휴식을 위한 도심 공원이 과도한 음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쓰레기와 소음공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 마포구의 한 공원.

낮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심에서 산책을 즐기고, 피크닉 나온 가족들도 많이 볼 수 있죠.

밤이 되면 이곳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뀝니다.

늘어난 인파들로 빈틈없이 꽉찬 풀밭.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는데요,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술입니다.

[이창헌/경기도 안양시 : “사람들도 많고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아져서 친구와 같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거 같아요.”]

길가 벤치에서도 술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죠.

주말이 되면 인근 편의점은 술을 사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인근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많이 팔려요. 열에 한 일곱, 여덟은 다 사가는 것 같아요.”]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데요.

한바탕 사람들이 즐기고 지나간 뒤 남은건 넘쳐나는 쓰레기 더미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이렇게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주말마다 한바탕 쓰레기와 전쟁을 치른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난장판. 내일이면 여기가 완전 쓰레기장이에요. 쓰레기장. 냄새, 음식 먹다가 다 버려서 아주 난리에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취객들의 과도한 소음도 또 다른 고통이라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술 먹고 쓰러졌는지 119가 오고 난리에요. 아예 못 자죠. 시끄러워서. 이 밤이 새도록 이러고 있는데. 수면제 안 먹으면 잠 못 자요.”]

2년 전 공원이 생긴 후로 이 같은 민원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이곳을 비롯한 도심 22개 공원을 '음주 청정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절주를 권고하고, 술을 마신 뒤 심한 소음, 악취 등 혐오감을 주는 행위의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건데요.

하지만 건강증진법에 관련 조항이 없어 음주 자체를 단속할 수는 없습니다.

[박경옥/서울시 건강증진과장 : “건강증진법이 개정은 요청되었지만 계속 계류 중이고 법 통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서울시에서 만든 조례는 음주 소란 행위에 대한 것만 과태료를 부과하게 됐습니다.”]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 4월부터는 '음주청정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단속 공무원 : "죄송합니다. 여기 음주 청정 구역이라서요. 조금 자제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배남현/서부공원 녹지사업소 공원운영과장 : “거의 단속까지 가는 경우는 없었고요. 한 건이 있는데 그 경우는 흡연을 했기때문에 단속을 한 실적이 있습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음주청정지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하진/서울시 양천구 : “관심 있게 쳐다보지 않아서 잘 못 봤습니다.”]

[권혁희/인천시 중구 : ”전혀 몰랐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사람들 먹고 있으니까 마셔도 되는구나 하고 마시는 거지.”]

왜 서울시의 직영 공원에서만 음주청정지역으로 단속하느냐를 놓고 아직 찬반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시민/음성변조 :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아요. 이렇게 많은 술집이 있고 그 공간에서 젊은 세대들이 문화를 형성해서 즐기고 있는데 뜬금없이 저런 말이 나와서 이런 것들을 방해한다는 게…….”]

[시민/음성변조 : “공공장소잖아요. 그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것에 대해 찬성하고…….”]

주말 저녁, 서울 한강 공원 낮동안 무더위를 잊으러 시원한 강가를 찾은 시민들로 만원인데요,

강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시원한 캔 맥주를 비롯해, 삼삼오오 모여앉은 사람들마다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술입니다.

[김현수/서울시 은평구 : “한강 바라보면서 먹으면 예쁘기도 하고 술맛도 더 좋은 것 같아서 이렇게 먹고 있습니다.”]

몇몇 한강공원에서 주말마다 운영되는 야시장 메뉴도 술안주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공원 내 편의점은 주말 술 판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편의점 관계자/음성변조 : “주말에는 많아요. 주말에는. 그것(술 판매)으로 우리가 장사하는 거죠.”]

하지만 이곳 역시 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상 찌푸리게 하는 취객들도 늘고 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큰소리로 소리를 지른다거나 가끔 싸움을 하신다거나…….”]

[박치원/서울시 관악구 : ”근처에 와서 훼방을 놓는다든가 아니면 주변 사람들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난동을 피운다든가 아니면 주변 기물을 파손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좀 불편하고 안 좋게 보이긴 해요.”]

취객들로 골머리를 앓는 건 바로 현장 종사자들입니다.

[한강 공원 관계자/음성변조 : “술을 너무 과하게 드셔서 자기 몸을 가누지를 못하거나 공원 벤치나 공원 잔디밭에 쓰러져있는 경우는 종종 있죠.”]

밤이 깊어가면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집니다.

바닥 곳곳, 벤치 위 할 것 없이 한바탕 술자리가 벌어진 흔적들이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쓰레기통이 있는 곳은 아예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룬지 오랩니다.

[임장순/캐나다 : “외국에서 보면 보통 벌금도 더 많이 내게 하고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더 쓰레기 같은 거를 안 버리게 만드는데 한국에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거 같아서…….”]

[시민/음성변조 : “저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찰분들이 조금 단속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공공장소나 야외에서의 음주로 인한 피해가 많은 만큼 이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손애리/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 :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해변가라든가 공원이라든가 길거리라든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술을 금하고 있는 나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상위법이 마련되었으면…….”]

도심공원이나 한강에 나가 맥주 한잔 하실 계획이신 분들, 단속과 제재 이전에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건 어떨까요?

KBS 뉴스 김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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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넘치는 공원…의미 무색한 ‘음주 청정 지역’
    • 입력 2018-06-04 12:51:37
    • 수정2018-06-04 14:14:14
    뉴스 12
[앵커]

날씨가 많이 더워졌는데, 지난 주말 저녁, 더위도 식힐겸 도심 공원이나 한강으로 나들이 가신 분들 많으시죠.

혹시 밤에는 어떠셨습니까?

거대한 술집을 방불케할 정도로 곳곳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여가와 휴식을 위한 도심 공원이 과도한 음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쓰레기와 소음공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 마포구의 한 공원.

낮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심에서 산책을 즐기고, 피크닉 나온 가족들도 많이 볼 수 있죠.

밤이 되면 이곳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뀝니다.

늘어난 인파들로 빈틈없이 꽉찬 풀밭.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는데요,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술입니다.

[이창헌/경기도 안양시 : “사람들도 많고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아져서 친구와 같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거 같아요.”]

길가 벤치에서도 술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죠.

주말이 되면 인근 편의점은 술을 사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인근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많이 팔려요. 열에 한 일곱, 여덟은 다 사가는 것 같아요.”]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데요.

한바탕 사람들이 즐기고 지나간 뒤 남은건 넘쳐나는 쓰레기 더미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이렇게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주말마다 한바탕 쓰레기와 전쟁을 치른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난장판. 내일이면 여기가 완전 쓰레기장이에요. 쓰레기장. 냄새, 음식 먹다가 다 버려서 아주 난리에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취객들의 과도한 소음도 또 다른 고통이라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술 먹고 쓰러졌는지 119가 오고 난리에요. 아예 못 자죠. 시끄러워서. 이 밤이 새도록 이러고 있는데. 수면제 안 먹으면 잠 못 자요.”]

2년 전 공원이 생긴 후로 이 같은 민원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이곳을 비롯한 도심 22개 공원을 '음주 청정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절주를 권고하고, 술을 마신 뒤 심한 소음, 악취 등 혐오감을 주는 행위의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건데요.

하지만 건강증진법에 관련 조항이 없어 음주 자체를 단속할 수는 없습니다.

[박경옥/서울시 건강증진과장 : “건강증진법이 개정은 요청되었지만 계속 계류 중이고 법 통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서울시에서 만든 조례는 음주 소란 행위에 대한 것만 과태료를 부과하게 됐습니다.”]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 4월부터는 '음주청정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단속 공무원 : "죄송합니다. 여기 음주 청정 구역이라서요. 조금 자제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배남현/서부공원 녹지사업소 공원운영과장 : “거의 단속까지 가는 경우는 없었고요. 한 건이 있는데 그 경우는 흡연을 했기때문에 단속을 한 실적이 있습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음주청정지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하진/서울시 양천구 : “관심 있게 쳐다보지 않아서 잘 못 봤습니다.”]

[권혁희/인천시 중구 : ”전혀 몰랐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사람들 먹고 있으니까 마셔도 되는구나 하고 마시는 거지.”]

왜 서울시의 직영 공원에서만 음주청정지역으로 단속하느냐를 놓고 아직 찬반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시민/음성변조 :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아요. 이렇게 많은 술집이 있고 그 공간에서 젊은 세대들이 문화를 형성해서 즐기고 있는데 뜬금없이 저런 말이 나와서 이런 것들을 방해한다는 게…….”]

[시민/음성변조 : “공공장소잖아요. 그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것에 대해 찬성하고…….”]

주말 저녁, 서울 한강 공원 낮동안 무더위를 잊으러 시원한 강가를 찾은 시민들로 만원인데요,

강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시원한 캔 맥주를 비롯해, 삼삼오오 모여앉은 사람들마다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술입니다.

[김현수/서울시 은평구 : “한강 바라보면서 먹으면 예쁘기도 하고 술맛도 더 좋은 것 같아서 이렇게 먹고 있습니다.”]

몇몇 한강공원에서 주말마다 운영되는 야시장 메뉴도 술안주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공원 내 편의점은 주말 술 판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편의점 관계자/음성변조 : “주말에는 많아요. 주말에는. 그것(술 판매)으로 우리가 장사하는 거죠.”]

하지만 이곳 역시 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상 찌푸리게 하는 취객들도 늘고 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큰소리로 소리를 지른다거나 가끔 싸움을 하신다거나…….”]

[박치원/서울시 관악구 : ”근처에 와서 훼방을 놓는다든가 아니면 주변 사람들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난동을 피운다든가 아니면 주변 기물을 파손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좀 불편하고 안 좋게 보이긴 해요.”]

취객들로 골머리를 앓는 건 바로 현장 종사자들입니다.

[한강 공원 관계자/음성변조 : “술을 너무 과하게 드셔서 자기 몸을 가누지를 못하거나 공원 벤치나 공원 잔디밭에 쓰러져있는 경우는 종종 있죠.”]

밤이 깊어가면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집니다.

바닥 곳곳, 벤치 위 할 것 없이 한바탕 술자리가 벌어진 흔적들이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쓰레기통이 있는 곳은 아예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룬지 오랩니다.

[임장순/캐나다 : “외국에서 보면 보통 벌금도 더 많이 내게 하고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더 쓰레기 같은 거를 안 버리게 만드는데 한국에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거 같아서…….”]

[시민/음성변조 : “저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찰분들이 조금 단속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공공장소나 야외에서의 음주로 인한 피해가 많은 만큼 이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손애리/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 :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해변가라든가 공원이라든가 길거리라든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술을 금하고 있는 나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상위법이 마련되었으면…….”]

도심공원이나 한강에 나가 맥주 한잔 하실 계획이신 분들, 단속과 제재 이전에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건 어떨까요?

KBS 뉴스 김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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