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정부, 북미회담에 재 뿌리며 숟가락 얹기?

입력 2018.06.04 (13:26) 수정 2018.06.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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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각료들이 더욱 바빠졌다. 평소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대북 압박을 강조하고 다니고 있다.

[북미 협상 급진전에 더 바빠진 日방위상]

특히 오노데라 방위상의 움직임 주목된다. 6월이 되자마자, 북미회담 개최 예정지 싱가포르에서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과 만났다.

英日 국방장관 회담英日 국방장관 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의 기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북한은 정책을 바꾸고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는 제재를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 선박의 환적 감시에 영국군 함선이 협조해준 것을 거론하면서, ”앞으로도 영국과 제휴해 북한 문제에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슨 국방장관은 "일본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5월 29일, 오노데라 방위상은 “북한은 아직 아무 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현재도 압력을 계속 가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29일 밤, 곧바로 하와이로 날아가,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된 해리스 태평양군 사령관, 그리고 데이비스 신임 사령관을 만났다. “미일 방위당국이 강한 유대 관계를 나타내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간 30일 아침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만났다. “북미 정상회담을 핵과 미사일, 그리고 납치 문제가 전진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환적 감시 등으로 국제 사회의 압력을 유지함으로써 북한의 정책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美日 국방장관 회담美日 국방장관 회담

오노데라 방위상은 회담을 마친 뒤 “특히 납치 문제의 중요성과 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의 폐기를 목표로 한다는데 매티스 장관과 의견 일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총리 “대북 압북” …해상보안청 “北어선에 물대포”]

지난 1일에는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므뉴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에 이를 때까지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기 위해 양국이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좌) 므뉴신 미 재무장관(우)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좌) 므뉴신 미 재무장관(우)

같은 날, 해상보안청은 불법조업 중인 북한 선박 단속 장면이라면서, 거대한 일본 순시선이 자그마한 어선 한 척에 고압 물대포를 쏘아대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북한 어선이 하루 수십 척씩 오징어 어장에 접근한다고 주장했다.

물대포 쏘는 日순시선물대포 쏘는 日순시선

북한 어선북한 어선

같은 날, 일본 방위성도 북한 선박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5월 19일과 24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과 국적 불명의 유조선이 근접해 호스를 연결한 것을 해상자위대가 포착했다고 밝혔다. 환적 행위가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아베 총리, 미일 공조에 사활은 걸었는데]

대북 압력을 진작부터 강조해 온 아베 총리. 북미 사이에 유화 국면이 전개될 때마다 전화 통화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공조’ 언질을 받기 위해 애썼다. 지난 5월 28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30분 간 통화한 데 이어, 오는 7일 또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아베 총리(좌) 트럼프 대통령(우)아베 총리(좌) 트럼프 대통령(우)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급진전된 지난 2일에는 "핵·미사일·납치 문제가 진전될 역사적인 회담이 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압력을 높여 빠져나갈 길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노데라 방위상도 "과거에도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기로 합의해놓고 무기 개발을 위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는 것만으로 보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모두를 해체하는 실질적 행동”을 요구했다. 그러한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일본 정부만 알고 있다.

[회담은 못마땅해도 의제는 일본 뜻대로?]

일본 정부는 당초 대화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뜻을 내놓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때 한국 정부 등의 노력으로 대화 국면이 펼쳐지자, 일본이 주도한 대북제재 강화의 산물인 것처럼 말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부정적 메시지를 계속 내놓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회담 의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납치 피해자 가족과 아베 총리납치 피해자 가족과 아베 총리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 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한미 당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고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도 어김없이 대북 압력을 강조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북미회담의 결과가 마음에 들면 북일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나라가 북한과 대화를 갖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만약 대화를 한다면 그 의제는 ‘일본의 원하는 것’이어야 하고, 대화의 결과도 ‘일본이 바라는 것’이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미회담 속에 현실화되는 일본 배제론(재팬패싱론)]

북한 입장은 납치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자국의 이익과 별다른 관계가 없다. 대화 당사자들은 관심이 없는데, 대화 자체에 부정적인 제3자가 의제를 결정하겠다고 졸라대는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재를 뿌리면서 숟가락을 얹으려드는 모양새이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이라는 말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충격이 컸나보다.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등 주요 신문은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곤혹’, ‘초조’, ‘당황’, ‘우려’ 등으로 묘사했다.

아베 정부가 대북 압박만 강조하다가 대북 협상에서 아예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일본 배제론’ 이른바 ‘재팬패싱론’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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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日정부, 북미회담에 재 뿌리며 숟가락 얹기?
    • 입력 2018-06-04 13:26:48
    • 수정2018-06-04 13: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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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각료들이 더욱 바빠졌다. 평소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대북 압박을 강조하고 다니고 있다. [북미 협상 급진전에 더 바빠진 日방위상] 특히 오노데라 방위상의 움직임 주목된다. 6월이 되자마자, 북미회담 개최 예정지 싱가포르에서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과 만났다. 英日 국방장관 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의 기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북한은 정책을 바꾸고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는 제재를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 선박의 환적 감시에 영국군 함선이 협조해준 것을 거론하면서, ”앞으로도 영국과 제휴해 북한 문제에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슨 국방장관은 "일본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5월 29일, 오노데라 방위상은 “북한은 아직 아무 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현재도 압력을 계속 가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29일 밤, 곧바로 하와이로 날아가,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된 해리스 태평양군 사령관, 그리고 데이비스 신임 사령관을 만났다. “미일 방위당국이 강한 유대 관계를 나타내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간 30일 아침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만났다. “북미 정상회담을 핵과 미사일, 그리고 납치 문제가 전진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환적 감시 등으로 국제 사회의 압력을 유지함으로써 북한의 정책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美日 국방장관 회담 오노데라 방위상은 회담을 마친 뒤 “특히 납치 문제의 중요성과 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의 폐기를 목표로 한다는데 매티스 장관과 의견 일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총리 “대북 압북” …해상보안청 “北어선에 물대포”] 지난 1일에는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므뉴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에 이를 때까지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기 위해 양국이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좌) 므뉴신 미 재무장관(우) 같은 날, 해상보안청은 불법조업 중인 북한 선박 단속 장면이라면서, 거대한 일본 순시선이 자그마한 어선 한 척에 고압 물대포를 쏘아대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북한 어선이 하루 수십 척씩 오징어 어장에 접근한다고 주장했다. 물대포 쏘는 日순시선 북한 어선 같은 날, 일본 방위성도 북한 선박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5월 19일과 24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과 국적 불명의 유조선이 근접해 호스를 연결한 것을 해상자위대가 포착했다고 밝혔다. 환적 행위가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아베 총리, 미일 공조에 사활은 걸었는데] 대북 압력을 진작부터 강조해 온 아베 총리. 북미 사이에 유화 국면이 전개될 때마다 전화 통화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공조’ 언질을 받기 위해 애썼다. 지난 5월 28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30분 간 통화한 데 이어, 오는 7일 또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아베 총리(좌) 트럼프 대통령(우)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급진전된 지난 2일에는 "핵·미사일·납치 문제가 진전될 역사적인 회담이 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압력을 높여 빠져나갈 길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노데라 방위상도 "과거에도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기로 합의해놓고 무기 개발을 위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는 것만으로 보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모두를 해체하는 실질적 행동”을 요구했다. 그러한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일본 정부만 알고 있다. [회담은 못마땅해도 의제는 일본 뜻대로?] 일본 정부는 당초 대화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뜻을 내놓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때 한국 정부 등의 노력으로 대화 국면이 펼쳐지자, 일본이 주도한 대북제재 강화의 산물인 것처럼 말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부정적 메시지를 계속 내놓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회담 의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납치 피해자 가족과 아베 총리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 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한미 당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고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도 어김없이 대북 압력을 강조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북미회담의 결과가 마음에 들면 북일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나라가 북한과 대화를 갖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만약 대화를 한다면 그 의제는 ‘일본의 원하는 것’이어야 하고, 대화의 결과도 ‘일본이 바라는 것’이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미회담 속에 현실화되는 일본 배제론(재팬패싱론)] 북한 입장은 납치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자국의 이익과 별다른 관계가 없다. 대화 당사자들은 관심이 없는데, 대화 자체에 부정적인 제3자가 의제를 결정하겠다고 졸라대는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재를 뿌리면서 숟가락을 얹으려드는 모양새이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이라는 말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충격이 컸나보다.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등 주요 신문은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곤혹’, ‘초조’, ‘당황’, ‘우려’ 등으로 묘사했다. 아베 정부가 대북 압박만 강조하다가 대북 협상에서 아예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일본 배제론’ 이른바 ‘재팬패싱론’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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