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특파원리포트] 10년 넘게 소녀들만 노린 악마,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어”
입력 2018.06.04 (15:13) 수정 2018.06.05 (10:34)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10년 넘게 소녀들만 노린 악마,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어”
25살 가츠타는 1시간여 차를 몰아 자신이 살던 가코가와시에서 100km도 더 떨어진 츠야마 시로 향했다.

길에서 서성이던 중 한 초등학생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학교가 끝난 듯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다. 뒤를 밟았다.

집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지금 몇 시 쯤 됐니?" 하고 묻자, 여자아이는 시계를 보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14년 전 일본 효고 현의 한 주택에서 9살 츠츠시오가 숨진 채 발견됐다. 흉기에 몸이 여러 군데 찔린 상태였고, 목이 졸린 흔적도 나왔다. 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사건은 그렇게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다.

□ 어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았던 범인...드디어 꼬리가 잡히다.

하굣길 초등학교 어린 여학생이 집에서 희생된 사건.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했지만 사건 발생 10년을 넘기면서 힘이 점점 빠져갔다.

그러던 중 한 복역자가 수사진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3년 전 사건이 있었던 효고 현의 거리에서 지나가는 여중생을 따라가 흉기로 찌른 혐의로 1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39살 가츠타였다. 더욱 주목했던 것은 비슷한 범죄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점.

2000년에는 10세 전후의 여자아이들을 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09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배를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었다. 모두 어린 여학생들이 대상이었다.


그리고 가츠타는 경찰의 방문 조사에서 "소녀를 따라 들어가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다. 14년간 풀리지 않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던 순간이었다.


□ 10여 년간 소녀들만 범행 대상으로 삼은 악마

14년 전 사건과 관련해 범인은 "여자아이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말해 경찰관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 수차례 해당 학교 근처에 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 "비슷한 범행을 70건 가까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성적 가해 없이 10대 소녀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범죄만을 반복해 저질러 온 것.

3년 전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소녀의 배를 흉기로 찔러 옷이 피로 물드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는, 특이한 성벽으로 인해 여자 중학생을 무차별적으로 노린 묻지 마 사건"이라고 지적했던 사실도 새롭게 알려졌다.


□ 사회 병리 현상이 돼가는 묻지마 폭행·살인 사건

일본에서 '토오리마 지겐(通り魔事件)'이라고 불리는 사건 형태가 있다. 글자 그대로 의미를 살피면 '지나가던 악마가 저지른 사건', 우리나라로 하면 '묻지마 범행'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2008년 발생한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으로 전자 상가로 유명한 도쿄 아키하바라 교차로에서 트럭이 보행자에게 돌진해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사건이었다. 파견 사원으로 회사들을 전전하던 불만이 쌓였던 것이 폭발했다고 당시 재판부는 지적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토오리마 지겐'.

지난달 20일에는 지바 현에서 퇴근 중이던 58세 회사원이 뒤에서 갑자기 공격해온 신원미상의 누군가로부터 흉기에 등을 찔려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묻지마 범행'으로 수사 중이고, 1월에는 히로시마 시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남자 2명이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졌다. 역시 아무런 관련이 없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건.

이렇다 보니 지난 10월에는 경찰과 소방 구급대, 병원 등 관계자 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무차별 범행 사건을 상정한 대응 훈련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케가와 역에서 열린 훈련에서는 역에 남성이 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을 상정해 기관별 대응과 대응 흐름을 확인했다.

일본 사회가 이러한 '토오리마 지겐', 묻지마 범행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소녀들을 대상으로 했던 묻지마 범죄, 그리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건들의 빈발. 안전대국을 자부하는 일본이지만 깊은 어둠이 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특파원리포트] 10년 넘게 소녀들만 노린 악마,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어”
    • 입력 2018.06.04 (15:13)
    • 수정 2018.06.05 (10:34)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10년 넘게 소녀들만 노린 악마,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어”
25살 가츠타는 1시간여 차를 몰아 자신이 살던 가코가와시에서 100km도 더 떨어진 츠야마 시로 향했다.

길에서 서성이던 중 한 초등학생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학교가 끝난 듯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다. 뒤를 밟았다.

집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지금 몇 시 쯤 됐니?" 하고 묻자, 여자아이는 시계를 보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14년 전 일본 효고 현의 한 주택에서 9살 츠츠시오가 숨진 채 발견됐다. 흉기에 몸이 여러 군데 찔린 상태였고, 목이 졸린 흔적도 나왔다. 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사건은 그렇게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다.

□ 어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았던 범인...드디어 꼬리가 잡히다.

하굣길 초등학교 어린 여학생이 집에서 희생된 사건.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했지만 사건 발생 10년을 넘기면서 힘이 점점 빠져갔다.

그러던 중 한 복역자가 수사진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3년 전 사건이 있었던 효고 현의 거리에서 지나가는 여중생을 따라가 흉기로 찌른 혐의로 1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39살 가츠타였다. 더욱 주목했던 것은 비슷한 범죄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점.

2000년에는 10세 전후의 여자아이들을 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09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배를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었다. 모두 어린 여학생들이 대상이었다.


그리고 가츠타는 경찰의 방문 조사에서 "소녀를 따라 들어가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다. 14년간 풀리지 않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던 순간이었다.


□ 10여 년간 소녀들만 범행 대상으로 삼은 악마

14년 전 사건과 관련해 범인은 "여자아이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말해 경찰관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 수차례 해당 학교 근처에 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 "비슷한 범행을 70건 가까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성적 가해 없이 10대 소녀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범죄만을 반복해 저질러 온 것.

3년 전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소녀의 배를 흉기로 찔러 옷이 피로 물드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는, 특이한 성벽으로 인해 여자 중학생을 무차별적으로 노린 묻지 마 사건"이라고 지적했던 사실도 새롭게 알려졌다.


□ 사회 병리 현상이 돼가는 묻지마 폭행·살인 사건

일본에서 '토오리마 지겐(通り魔事件)'이라고 불리는 사건 형태가 있다. 글자 그대로 의미를 살피면 '지나가던 악마가 저지른 사건', 우리나라로 하면 '묻지마 범행'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2008년 발생한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으로 전자 상가로 유명한 도쿄 아키하바라 교차로에서 트럭이 보행자에게 돌진해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사건이었다. 파견 사원으로 회사들을 전전하던 불만이 쌓였던 것이 폭발했다고 당시 재판부는 지적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토오리마 지겐'.

지난달 20일에는 지바 현에서 퇴근 중이던 58세 회사원이 뒤에서 갑자기 공격해온 신원미상의 누군가로부터 흉기에 등을 찔려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묻지마 범행'으로 수사 중이고, 1월에는 히로시마 시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남자 2명이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졌다. 역시 아무런 관련이 없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건.

이렇다 보니 지난 10월에는 경찰과 소방 구급대, 병원 등 관계자 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무차별 범행 사건을 상정한 대응 훈련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케가와 역에서 열린 훈련에서는 역에 남성이 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을 상정해 기관별 대응과 대응 흐름을 확인했다.

일본 사회가 이러한 '토오리마 지겐', 묻지마 범행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소녀들을 대상으로 했던 묻지마 범죄, 그리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건들의 빈발. 안전대국을 자부하는 일본이지만 깊은 어둠이 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KBS사이트에서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댓글 이용시 KBS회원으로 표시되고
    댓글창을 통해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소셜회원으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