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한권으로 보는 역사 삼국지-삼국시대

입력 2018.06.05 (07:00) 수정 2018.06.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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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이중톈(易中天)은 중국 대륙 최고의 역사 고전 해설가이자 사학자이다. 현대적 시각으로 역사와 고전을 풀어내는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2006년 중국 CCTV의 '백가 강단'이란 인문 강연 프로그램에서 '한나라 시대의 풍운아들'을 강연하고 2006년 '삼국지 강의'를 발표하며 '이중톈 현상'을 일으켰다.

이 책은 그가 펴내고 있는 이중톈 중국사 시리즈 36권중 10번째 책으로 그 유명한 삼국지 연의의 배경이된 190년 경~250년 경까지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고 있다.


진실에 다가간 '역사 삼국지'

한 마디로 이 책은 진실에 다가간 '역사 삼국지'로 보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삼국 시대 전체를 원소.조조의 등장과 두 사람의 결별, 손권과 유비의 동맹, 적벽대전을 기점으로 천하가 셋으로 나뉘는 장면, 제갈량의 출사표, 촉한의 멸망 등 사건중심으로 나눠 세밀하게 분석했다. 수많은 역사서들을 참고해 그 만의 해석을 가미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소설로는 열권이 넘는게 보통인 삼국시대를 한 권으로 정리했음에도 많이, 그리고 정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썼기 때문인지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쉽게 읽힌다.

저자는 사실 삼국시대는 전체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중국사 전체에서 진나라의 천하통일이나 춘추전국시대의 백가 쟁명에 비하면 중요성이 한참 떨어진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시대만큼 중화 문화권 모든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시기가 없고 이 시기의 고사성어만 해도 삼고초려(三顧草廬), 읍참마속(泣斬馬謖), 허허실실(虛虛實實).
괄목상대(刮目相對), 계륵(鷄肋), 고육지책(苦肉之策)등 독보적으로 많은 것은 역시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가 갖는 높은 문학적 가치 때문이며 특히 이 소설이 갖는 가치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관통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 가치는 바로 충의(忠義)이다.

저자의 쓴소리...'도원결의 꿈에서 깨어나야'

삼국지 연의가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은 도원결의(桃園結義)에서 시작하는 점은 저자의 큰 관심거리이다. 삼국연의의 1회가 동탁의 낙양입성이 아닌 도원결의인 것은 충의를 선양하려는 의도가 존재하며 이런 세심한 안배로 역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도원결의의 꿈에서 그만 깨어나자는 쓴소리를 던진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에서 삼국연의에서 접할 수 있는 계책과 음해, 술수와 모략 등 독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에서 한 발 물러나 역사 그 자체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약 60년의 삼국역사에서 이중톈이 읽어내고자 한 바는 삼국시대 역사의 본성이다.후한이 저물고 새로운 세기의 막을 연 인물인 원소에서 시작해서 조조의 등장과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등 3대 전쟁을 거쳐 제갈량의 시대가 오고 삼국이 모두 망하기 까지 삼국의 역사는 크게 보면 전반은 조조와 원소의 권력투쟁이고 후반은 조조,유비, 손권의 권력투쟁이다.

등장인물 자체 분석...'유비는 말년에 실수 연발'

진짜 역사를 읽어내자는 게 이 책의 취지이지만 작가의 뛰어난 문필력과 세심한 분석력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책 곳곳에서 찾아낼 수 있다. 삼국지연의의 등장인물에 대한 저자의 자체 분석도 흥미를 느끼게 한다.

유비: 초년에 온갖 고초를 겪다가 중년에 운이 역전됐다. 빈털터리였다가 적벽대전으로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말년에 실수를 연발했다.

관우: 대단히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다. 역사의 물길을 바꾼 인물들을 열거할 때 후한을 결단낸 동탁, 군웅할거를 선도한 원소, 형주를 함락한 여몽, 유비와 싸워 이긴 육손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삼국지 연의에선 충의의 상징이 되었기에 후대에 제갈량보다 더 숭배를 받게 된다.

손권: 조조와 유비에 가려 삼국지연의에서는 잘 부각되지 못했지만 사실은 삼국의 정립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가 유비와 연합해 조조에 대항하지 않았다면 삼국은 얼마 안가 조씨의 위나라에 의해 통일됐을 것이다.

제갈량: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몸소 살폈다. 공정한 사람이었다. 소심해보일 정도로 신중했다. 외로운 사람이었다. 안타깝게도 결국 과로로 죽었다.

조조: 제갈량이 외로운 사람이었다면 조조는 외롭다못해 억울한 사람이었다. 헛된 명성만 있는 명문세가나 명분만 중시하는 문벌로는 통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늘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하는 사람이었다. 못 하나라도 제 손으로 직접 박아야 문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인재를 중시했다. 잘 뜯어보면 제갈량과 조조는 비슷한 점이 많다.

'삼국지 강의'를 통해 유명해진 그가 오히려 '삼국'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점은 흥미롭다. 독자들은 아마도 자신이 그리고 있던 삼국 시대상이 많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최대한 진실에 다가간 진짜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삼국시대-이중톈 중국사 10. 이중톈 지음. 김택규 옮김. 2018년 5월.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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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책방] 한권으로 보는 역사 삼국지-삼국시대
    • 입력 2018-06-05 07:00:12
    • 수정2018-06-05 07:30:29
    여의도책방
이 책의 저자 이중톈(易中天)은 중국 대륙 최고의 역사 고전 해설가이자 사학자이다. 현대적 시각으로 역사와 고전을 풀어내는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2006년 중국 CCTV의 '백가 강단'이란 인문 강연 프로그램에서 '한나라 시대의 풍운아들'을 강연하고 2006년 '삼국지 강의'를 발표하며 '이중톈 현상'을 일으켰다.

이 책은 그가 펴내고 있는 이중톈 중국사 시리즈 36권중 10번째 책으로 그 유명한 삼국지 연의의 배경이된 190년 경~250년 경까지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고 있다.


진실에 다가간 '역사 삼국지'

한 마디로 이 책은 진실에 다가간 '역사 삼국지'로 보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삼국 시대 전체를 원소.조조의 등장과 두 사람의 결별, 손권과 유비의 동맹, 적벽대전을 기점으로 천하가 셋으로 나뉘는 장면, 제갈량의 출사표, 촉한의 멸망 등 사건중심으로 나눠 세밀하게 분석했다. 수많은 역사서들을 참고해 그 만의 해석을 가미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소설로는 열권이 넘는게 보통인 삼국시대를 한 권으로 정리했음에도 많이, 그리고 정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썼기 때문인지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쉽게 읽힌다.

저자는 사실 삼국시대는 전체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중국사 전체에서 진나라의 천하통일이나 춘추전국시대의 백가 쟁명에 비하면 중요성이 한참 떨어진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시대만큼 중화 문화권 모든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시기가 없고 이 시기의 고사성어만 해도 삼고초려(三顧草廬), 읍참마속(泣斬馬謖), 허허실실(虛虛實實).
괄목상대(刮目相對), 계륵(鷄肋), 고육지책(苦肉之策)등 독보적으로 많은 것은 역시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가 갖는 높은 문학적 가치 때문이며 특히 이 소설이 갖는 가치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관통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 가치는 바로 충의(忠義)이다.

저자의 쓴소리...'도원결의 꿈에서 깨어나야'

삼국지 연의가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은 도원결의(桃園結義)에서 시작하는 점은 저자의 큰 관심거리이다. 삼국연의의 1회가 동탁의 낙양입성이 아닌 도원결의인 것은 충의를 선양하려는 의도가 존재하며 이런 세심한 안배로 역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도원결의의 꿈에서 그만 깨어나자는 쓴소리를 던진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에서 삼국연의에서 접할 수 있는 계책과 음해, 술수와 모략 등 독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에서 한 발 물러나 역사 그 자체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약 60년의 삼국역사에서 이중톈이 읽어내고자 한 바는 삼국시대 역사의 본성이다.후한이 저물고 새로운 세기의 막을 연 인물인 원소에서 시작해서 조조의 등장과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등 3대 전쟁을 거쳐 제갈량의 시대가 오고 삼국이 모두 망하기 까지 삼국의 역사는 크게 보면 전반은 조조와 원소의 권력투쟁이고 후반은 조조,유비, 손권의 권력투쟁이다.

등장인물 자체 분석...'유비는 말년에 실수 연발'

진짜 역사를 읽어내자는 게 이 책의 취지이지만 작가의 뛰어난 문필력과 세심한 분석력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책 곳곳에서 찾아낼 수 있다. 삼국지연의의 등장인물에 대한 저자의 자체 분석도 흥미를 느끼게 한다.

유비: 초년에 온갖 고초를 겪다가 중년에 운이 역전됐다. 빈털터리였다가 적벽대전으로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말년에 실수를 연발했다.

관우: 대단히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다. 역사의 물길을 바꾼 인물들을 열거할 때 후한을 결단낸 동탁, 군웅할거를 선도한 원소, 형주를 함락한 여몽, 유비와 싸워 이긴 육손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삼국지 연의에선 충의의 상징이 되었기에 후대에 제갈량보다 더 숭배를 받게 된다.

손권: 조조와 유비에 가려 삼국지연의에서는 잘 부각되지 못했지만 사실은 삼국의 정립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가 유비와 연합해 조조에 대항하지 않았다면 삼국은 얼마 안가 조씨의 위나라에 의해 통일됐을 것이다.

제갈량: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몸소 살폈다. 공정한 사람이었다. 소심해보일 정도로 신중했다. 외로운 사람이었다. 안타깝게도 결국 과로로 죽었다.

조조: 제갈량이 외로운 사람이었다면 조조는 외롭다못해 억울한 사람이었다. 헛된 명성만 있는 명문세가나 명분만 중시하는 문벌로는 통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늘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하는 사람이었다. 못 하나라도 제 손으로 직접 박아야 문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인재를 중시했다. 잘 뜯어보면 제갈량과 조조는 비슷한 점이 많다.

'삼국지 강의'를 통해 유명해진 그가 오히려 '삼국'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점은 흥미롭다. 독자들은 아마도 자신이 그리고 있던 삼국 시대상이 많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최대한 진실에 다가간 진짜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삼국시대-이중톈 중국사 10. 이중톈 지음. 김택규 옮김. 2018년 5월.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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