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시대 ① “준비는 잘 돼 가십니까?”

입력 2018.06.05 (10:00) 수정 2018.06.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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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주 52시간 근로가 시행된다. 주당 최대 68시간 근무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거다.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 근로 시간 제한(단위:시간) #

     평일 / 평일연장 / 휴일
현행: 68  40  12  16
   ↓   ↓   ↘ ↙
개정: 52  40    12

300명 이상 사업체는 다음 달 7월 1일부터 시작되고 50명 이상 300명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 5명 이상 50명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시작이다. 주 52시간을 위반하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성큼 다가온 '주 52시간' 시대 준비는 어느 정도 돼 있을까?


대기업, 유연근무제로 '주 52시간' 대비

다른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시작하는 오후 6시, 대기업에 다시는 송진희 씨는 한참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회사에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퇴근을 앞당긴 덕이다. 오전 6시에서 10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어 이르면 오후 3시에도 퇴근이 가능하다. 송 씨가 다니는 회사처럼 조직과 인력을 잘 갖추고 있는 대기업들은 다음 달 '주 52시간' 시행에 앞서 비교적 일찌감치 대비책을 마련한 상태다.


1. 직원이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가 하면 하루 근무 시간을 최소 4시간~최대 12시간으로 자율적으로 정하기도 했다. 또 이번 주 48시간 일했으면 다음 주 32시간만 일하는 식의 방식도 도입된다. 기존 근로개념 가운데 재량 근로와 탄력 근로, 선택 근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주 52시간을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선택근로제: 1개월 이내 기간의 총 근로시간만 정하고 각 일, 각 주의 근로시간과 각 일의 시작 및 종료시각을 근로자의 자유에 맡겨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

탄력근로제: 업무량의 탄력성을 인정하여 성수기에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대신 단위 기간 동안에는 평균 52시간을 맞춰야 함

재량근로제: 일하는 방식에서 근로자의 재량 여지가 많고, 보수도 근로시간의 양보다 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적합한 전문적 업무로 연구개발 업무, 정보처리시스템 분석, 설계업무, 기사의 취재, 편집 업무 등

2. 기존보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기업은 업무시간과 휴식시간을 엄격히 구분하고, 일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춰 흡연실 폐쇄와 저녁 5시에 PC 셧다운 하는 등의 제도도 도입되고 있다.

3. 판매직과 생산직의 경우 업무의 자동화와 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3조 3교대→4조 3교대'로 교대조를 개편하면서 신규직원을 추가 고용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공정지연·생산차질'...건설업과 중소기업은 '아우성'

노동시간 단축에 유연 근로로 대응하는 대기업과 달리 건설현장과 중소기업은 단기적으로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한 건설협회 등 22개 단체 5천여 명의 건설관계자들이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상황에서 집회를 열고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정부의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공정지연을 막기 위해 현장 공사 기한을 늘리고, 공사비도 올려달라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도로터널공사와 공동주택공사에서 현장 실무자 열에 세 명은 지금도 공사기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건설업 특성상 비나 무더위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공사기한에 쫓기면 안전사고 위험도 더 커진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유주현/대한건설협회장 : "일단은 경비가 더 많이 들게 되고, 또 인력도 더 필요하게 되고, 여러 가지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생길 겁니다."]

사용자는 물론 노동자들도 건설업 특성에 맞는 제도를 요구하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후 사업주가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의 속도를 요구할 경우 각종 사고 등 산업재해 물론 근로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송주현/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 "적정공기나 적정공사비가 보장돼 있지 않은 상태로 공사를 하다 보니까 일반적으로 장시간 노동하고 그다음에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서 속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든 중소기업도 인력부족과 가동률 저하로 생산 차질과 납기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의 한 건설전문 제조업체는 납품에 쫓길 때 직원들이 주당 60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 구인을 해도 기술자를 찾는 건 어려운데,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그야말로 기업을 꾸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건설전문 제조업체 관계자(변조) : "납기지연될 일도 있겠죠. (기술 있는) 고령자들 집에 쉬고 계시는 분들 이런 분을 불러서 좀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겨우겨우 맞춰 나가는 거예요."]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사업장당 평균 6명이 더 필요하고, 비용도 8조 6천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로 시간 단축을 둘러싼 기업들의 대비 역시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직과 자본 그리고 근로자를 대표하는 탄탄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은 각종 대책을 미리 연습해 보고 새로운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또 정부가 원하는 새로운 고용도 일부 창출해 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사용자의 인식 부족에다 경영상의 이유 그리고 구인난 등으로 '주 52시간'을 맞이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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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52시간’시대 ① “준비는 잘 돼 가십니까?”
    • 입력 2018-06-05 10:00:25
    • 수정2018-06-05 10:35:09
    취재K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 근로가 시행된다. 주당 최대 68시간 근무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거다.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 근로 시간 제한(단위:시간) #

     평일 / 평일연장 / 휴일
현행: 68  40  12  16
   ↓   ↓   ↘ ↙
개정: 52  40    12

300명 이상 사업체는 다음 달 7월 1일부터 시작되고 50명 이상 300명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 5명 이상 50명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시작이다. 주 52시간을 위반하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성큼 다가온 '주 52시간' 시대 준비는 어느 정도 돼 있을까?


대기업, 유연근무제로 '주 52시간' 대비

다른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시작하는 오후 6시, 대기업에 다시는 송진희 씨는 한참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회사에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퇴근을 앞당긴 덕이다. 오전 6시에서 10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어 이르면 오후 3시에도 퇴근이 가능하다. 송 씨가 다니는 회사처럼 조직과 인력을 잘 갖추고 있는 대기업들은 다음 달 '주 52시간' 시행에 앞서 비교적 일찌감치 대비책을 마련한 상태다.


1. 직원이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가 하면 하루 근무 시간을 최소 4시간~최대 12시간으로 자율적으로 정하기도 했다. 또 이번 주 48시간 일했으면 다음 주 32시간만 일하는 식의 방식도 도입된다. 기존 근로개념 가운데 재량 근로와 탄력 근로, 선택 근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주 52시간을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선택근로제: 1개월 이내 기간의 총 근로시간만 정하고 각 일, 각 주의 근로시간과 각 일의 시작 및 종료시각을 근로자의 자유에 맡겨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

탄력근로제: 업무량의 탄력성을 인정하여 성수기에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대신 단위 기간 동안에는 평균 52시간을 맞춰야 함

재량근로제: 일하는 방식에서 근로자의 재량 여지가 많고, 보수도 근로시간의 양보다 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적합한 전문적 업무로 연구개발 업무, 정보처리시스템 분석, 설계업무, 기사의 취재, 편집 업무 등

2. 기존보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기업은 업무시간과 휴식시간을 엄격히 구분하고, 일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춰 흡연실 폐쇄와 저녁 5시에 PC 셧다운 하는 등의 제도도 도입되고 있다.

3. 판매직과 생산직의 경우 업무의 자동화와 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3조 3교대→4조 3교대'로 교대조를 개편하면서 신규직원을 추가 고용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공정지연·생산차질'...건설업과 중소기업은 '아우성'

노동시간 단축에 유연 근로로 대응하는 대기업과 달리 건설현장과 중소기업은 단기적으로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한 건설협회 등 22개 단체 5천여 명의 건설관계자들이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상황에서 집회를 열고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정부의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공정지연을 막기 위해 현장 공사 기한을 늘리고, 공사비도 올려달라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도로터널공사와 공동주택공사에서 현장 실무자 열에 세 명은 지금도 공사기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건설업 특성상 비나 무더위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공사기한에 쫓기면 안전사고 위험도 더 커진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유주현/대한건설협회장 : "일단은 경비가 더 많이 들게 되고, 또 인력도 더 필요하게 되고, 여러 가지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생길 겁니다."]

사용자는 물론 노동자들도 건설업 특성에 맞는 제도를 요구하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후 사업주가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의 속도를 요구할 경우 각종 사고 등 산업재해 물론 근로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송주현/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 "적정공기나 적정공사비가 보장돼 있지 않은 상태로 공사를 하다 보니까 일반적으로 장시간 노동하고 그다음에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서 속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든 중소기업도 인력부족과 가동률 저하로 생산 차질과 납기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의 한 건설전문 제조업체는 납품에 쫓길 때 직원들이 주당 60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 구인을 해도 기술자를 찾는 건 어려운데,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그야말로 기업을 꾸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건설전문 제조업체 관계자(변조) : "납기지연될 일도 있겠죠. (기술 있는) 고령자들 집에 쉬고 계시는 분들 이런 분을 불러서 좀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겨우겨우 맞춰 나가는 거예요."]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사업장당 평균 6명이 더 필요하고, 비용도 8조 6천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로 시간 단축을 둘러싼 기업들의 대비 역시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직과 자본 그리고 근로자를 대표하는 탄탄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은 각종 대책을 미리 연습해 보고 새로운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또 정부가 원하는 새로운 고용도 일부 창출해 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사용자의 인식 부족에다 경영상의 이유 그리고 구인난 등으로 '주 52시간'을 맞이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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