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미녀 4천 명에게 3백억 원 뿌렸다”…‘일본판 돈 후안’의 죽음

입력 2018.06.06 (07:09) 수정 2018.06.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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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성 집에서 숨진 채 발견...자연사? 돌연사?

지난달 24일 밤 일본 와카야마 현에서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름은 노자키 코오스케. 나이는 77세. 직업은 금융·부동산기업 사장. 발견된 장소는 집안 거실 소파.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몸에 외상은 없었다. 유서도 없었다. 흔히 있는 노인 자연사나 돌연사로 보였다.

일본 사회 '시끌벅적'...언론 연일 보도

그런데 일본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언론들은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낸다. 민방들은 패널까지 불러 사건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공영방송 NHK도 짤막하지만,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뭐지? 호기심이 생겼다. 들여다보니 이유가 있었다. 숨진 남성의 몸에서 각성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치사량 이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발견 당시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까지 있다. 3달 전 결혼했는데 부인은 21살의 모델. 나이 차가 55살이 넘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인과의 행복한 생활을 SNS에 올리며 자랑하고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방송에 출연한 패널의 말이다.



"나는 기슈의 '돈 후안'...미녀 4천 명에게 3백억 원 뿌렸다"

이 남성에 대해 살펴봤다. 14살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고철 줍기부터 시작해 배달과 장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납세액이 일본에서 상위권에 들었을 정도의 재력가가 됐다. 그런 그가 2016년 책을 냈다. 제목에 이 남자의 화려한 여성 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슈(지역명)의 돈 후안...미녀 4,000명에게 300억 원 뿌렸다'. 그가 책에서 밝힌 목표는 분명했다. "나는 미녀와 교제하기 위해 돈을 번다". 이 책에는 미녀에게 접근하고 만남을 이어가는 방법 등 그가 터득한 '작업의 기술(?)'들로 가득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명함을 건넬 때 그냥 건네면 연락이 없지만, 밑에 1만 엔(10만 원)짜리 지폐를 깔아서 건네면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너무나 세속적이고 성 차별적인 내용도 담겨있다. 결혼 후 올해 펴낸 또 다른 책에서는 '나는 일도 여자도 죽을 때까지 현역'이라고도 표현했다.

이 남성은 이전에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2015년의 일이다. 사귀던 27세 여성이 남성의 집에서 현금 6,000만 원과 5,4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그리고 1년 뒤에 이 여성이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이 여성도 모델이었다. 그러고는 2년 뒤인 올해 21살의 다른 모델과 결혼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순간마다 세간의 시선은 그에게 쏠렸다.


새벽 3시에 출근...오후는 집에서

이 남성과 가깝게 지낸 지인이 밝힌 그의 평소 생활은 이렇다. 새벽 2시에 기상.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회사에 새벽 3시까지 출근해 자판기 10대의 매출을 체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 그러고는 회계 장부 등 각종 서류를 훑어보고 5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한다. 오전 10시쯤 퇴근해 맥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주로 집에 머문다.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을 정도로 건강에 신경 쓴다.

이 지인이 남성과 마지막 통화를 한 건 숨졌다는 연락을 받기 6시간 전인 24일 오후 4시쯤. 이 시간에 그가 전화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는데 전화 내용은 "만나러 올 수 있느냐"는 내용.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기슈의 돈 후안'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전날에도 "만나고 싶다"며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6월 1일에 도쿄에 온다고 했으니까 그때 보자"고 했는데 막무가내로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경찰 "살인 사건으로 수사...용의자 불특정"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경찰의 부검 결과 혈액과 위, 장 등에서 고농도의 각성제가 검출됐지만 주사 자국은 없었다. 경찰은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 누군가 각성제를 '기슈의 돈 후안' 몸에 넣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숨진 남성의 가족들과 회사 직원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부인과 가사도우미,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소변검사와 구강 점막 채취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도쿄에 있는 숨진 남자의 가족과 지인의 집 등에 대해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아직 용의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오후에 거실에서 맥주를 마시며 스모(일본 씨름) 중계를 봤어요. 남편이 먼저 자라고 해서 오후 6시쯤 침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남편이 올라오지 않아 밤 10시쯤 내려가서 말을 걸었는데 이미 숨이 없었어요." 부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돈과 성(性)이 일상적으로 거래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듯하다.

과연 '기슈의 돈 후안'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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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미녀 4천 명에게 3백억 원 뿌렸다”…‘일본판 돈 후안’의 죽음
    • 입력 2018-06-06 07:09:12
    • 수정2018-06-06 11:16:11
    특파원 리포트
70대 남성 집에서 숨진 채 발견...자연사? 돌연사?

지난달 24일 밤 일본 와카야마 현에서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름은 노자키 코오스케. 나이는 77세. 직업은 금융·부동산기업 사장. 발견된 장소는 집안 거실 소파.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몸에 외상은 없었다. 유서도 없었다. 흔히 있는 노인 자연사나 돌연사로 보였다.

일본 사회 '시끌벅적'...언론 연일 보도

그런데 일본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언론들은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낸다. 민방들은 패널까지 불러 사건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공영방송 NHK도 짤막하지만,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뭐지? 호기심이 생겼다. 들여다보니 이유가 있었다. 숨진 남성의 몸에서 각성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치사량 이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발견 당시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까지 있다. 3달 전 결혼했는데 부인은 21살의 모델. 나이 차가 55살이 넘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인과의 행복한 생활을 SNS에 올리며 자랑하고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방송에 출연한 패널의 말이다.



"나는 기슈의 '돈 후안'...미녀 4천 명에게 3백억 원 뿌렸다"

이 남성에 대해 살펴봤다. 14살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고철 줍기부터 시작해 배달과 장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납세액이 일본에서 상위권에 들었을 정도의 재력가가 됐다. 그런 그가 2016년 책을 냈다. 제목에 이 남자의 화려한 여성 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슈(지역명)의 돈 후안...미녀 4,000명에게 300억 원 뿌렸다'. 그가 책에서 밝힌 목표는 분명했다. "나는 미녀와 교제하기 위해 돈을 번다". 이 책에는 미녀에게 접근하고 만남을 이어가는 방법 등 그가 터득한 '작업의 기술(?)'들로 가득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명함을 건넬 때 그냥 건네면 연락이 없지만, 밑에 1만 엔(10만 원)짜리 지폐를 깔아서 건네면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너무나 세속적이고 성 차별적인 내용도 담겨있다. 결혼 후 올해 펴낸 또 다른 책에서는 '나는 일도 여자도 죽을 때까지 현역'이라고도 표현했다.

이 남성은 이전에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2015년의 일이다. 사귀던 27세 여성이 남성의 집에서 현금 6,000만 원과 5,4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그리고 1년 뒤에 이 여성이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이 여성도 모델이었다. 그러고는 2년 뒤인 올해 21살의 다른 모델과 결혼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순간마다 세간의 시선은 그에게 쏠렸다.


새벽 3시에 출근...오후는 집에서

이 남성과 가깝게 지낸 지인이 밝힌 그의 평소 생활은 이렇다. 새벽 2시에 기상.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회사에 새벽 3시까지 출근해 자판기 10대의 매출을 체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 그러고는 회계 장부 등 각종 서류를 훑어보고 5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한다. 오전 10시쯤 퇴근해 맥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주로 집에 머문다.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을 정도로 건강에 신경 쓴다.

이 지인이 남성과 마지막 통화를 한 건 숨졌다는 연락을 받기 6시간 전인 24일 오후 4시쯤. 이 시간에 그가 전화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는데 전화 내용은 "만나러 올 수 있느냐"는 내용.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기슈의 돈 후안'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전날에도 "만나고 싶다"며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6월 1일에 도쿄에 온다고 했으니까 그때 보자"고 했는데 막무가내로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경찰 "살인 사건으로 수사...용의자 불특정"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경찰의 부검 결과 혈액과 위, 장 등에서 고농도의 각성제가 검출됐지만 주사 자국은 없었다. 경찰은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 누군가 각성제를 '기슈의 돈 후안' 몸에 넣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숨진 남성의 가족들과 회사 직원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부인과 가사도우미,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소변검사와 구강 점막 채취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도쿄에 있는 숨진 남자의 가족과 지인의 집 등에 대해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아직 용의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오후에 거실에서 맥주를 마시며 스모(일본 씨름) 중계를 봤어요. 남편이 먼저 자라고 해서 오후 6시쯤 침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남편이 올라오지 않아 밤 10시쯤 내려가서 말을 걸었는데 이미 숨이 없었어요." 부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돈과 성(性)이 일상적으로 거래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듯하다.

과연 '기슈의 돈 후안'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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