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시대 ② 공짜 노동 NO, 일자리 OK

입력 2018.06.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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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 제한의 목적은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이다. 노동자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 주어지는데,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과연 개인별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줄이면 전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까?

"공짜 노동 안돼"…일자리 창출 정부 나서야


밤샘 근무와 초과 근무의 대명사로 불리는 IT업계 종사자들. 주당 노동 시간이 많을 때는 110시간 넘기고 평소에도 80시간에서 90시간까지 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들 한다. 이들의 초과근무가 얼마나 되는지 근무일지를 확인해봤다. 초과 근무시간이 한 달에 170시간을 넘었지만, 회사는 80시간만 인정했다. 90시간은 이른바 '무료 노동'을 한 셈이다.

주 52시간 시대까지 코앞에 다가왔지만, 이 기업의 추가 인력 채용은 없는 상황. 노동자들은 회사나 노동자 모두 꼼수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퇴근한 뒤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일하거나 아니면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 단체의 한 공연장도 공공기관으로 근로시간 제한 적용대상이지만 신규 채용 계획은 아직 없다. 쓰지 못한 보상 휴가가 한 사람당 월 50시간이 넘지만, 10년 새 인력은 단 1명 늘었을 뿐이다. 공공기관 역시 아직 대비가 충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주 52시간 시대, 정부 기관들의 새 일자리 창출 청사진은 화려하다. 노동부가 추산하는 창출 일자리는 18만, 노동연구원도 19만 명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 분위기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중소기업 중앙회에 따르면 신규채용을 하겠다는 중소기업은 15%에 그쳤다.

제조업이나 특례 제외업종 500인 이하 기업 등이 근로자를 신규채용할 경우 주는 노동부의 '일자리 함께 하기 사업' 지원금도 전체 예산 213억 원 가운데 10% 정도인 21억 원만 집행한 상태다. 또한 비정규직부터 채용하겠다는 기업도 많은 상황이다.

육가공 업체 관계자 : "(일손이) 한 2달 정도가 필요한 건데 나머지 쉬지는 못할 거 아니에요. 한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200여 명 추가로 고용하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무료 노동을 막고 양질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엄격한 근로감독과 함께 다양한 기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얇아지는 월급봉투...'돈 없는 저녁'도 걱정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른바 워라벨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들은 임금 감소에 따른 '돈 없는 저녁'에 대한 걱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직원 300명 이상인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다음 달부터 52시간 적용을 받게 된다. 지난해 2교대에서 3교대 근무로 개편하면서 인당 61만 원의 월급을 줄여야 했지만 정부 지원과 일부 사업주 부담으로 임금 감소는 없었다. 복지는 조금 축소됐지만, 직원들은 저녁 있는 삶을 누리게 됐다.

방재현/한라스택폴 근로자 : "지금은 4시 30분 정도면 퇴근을 하니까요. 집에 가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요. 아이들과 함께 농구도 하고 자전거도 함께 타고..."


하지만 줄어들 임금을 걱정하는 근로자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비행기 청소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 모 씨의 한 달 월급은 280만 원가량. 이 가운데 기본급은 157원 만원,
초과근로 수당과 휴일수당이 월급의 30%인 83만 원이나 된다. 당장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에 맞춰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20시간 넘게 줄여야 하는 만큼 김 씨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청소노동자 : "40~50만 원 빠져나간다고 하면 뭐 먹고 살아요. 오밤중에 나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먹고 산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정부와 국책기관에서는 주 52시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감소 폭을 13%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의 임금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서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근로 의욕이 감소하지 않도록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임금 보전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연관 기사] ‘주 52시간’시대 ① “준비는 잘 돼 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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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52시간’시대 ② 공짜 노동 NO, 일자리 OK
    • 입력 2018-06-06 11:02:01
    취재K
주 52시간 근로 제한의 목적은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이다. 노동자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 주어지는데,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과연 개인별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줄이면 전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까?

"공짜 노동 안돼"…일자리 창출 정부 나서야


밤샘 근무와 초과 근무의 대명사로 불리는 IT업계 종사자들. 주당 노동 시간이 많을 때는 110시간 넘기고 평소에도 80시간에서 90시간까지 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들 한다. 이들의 초과근무가 얼마나 되는지 근무일지를 확인해봤다. 초과 근무시간이 한 달에 170시간을 넘었지만, 회사는 80시간만 인정했다. 90시간은 이른바 '무료 노동'을 한 셈이다.

주 52시간 시대까지 코앞에 다가왔지만, 이 기업의 추가 인력 채용은 없는 상황. 노동자들은 회사나 노동자 모두 꼼수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퇴근한 뒤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일하거나 아니면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 단체의 한 공연장도 공공기관으로 근로시간 제한 적용대상이지만 신규 채용 계획은 아직 없다. 쓰지 못한 보상 휴가가 한 사람당 월 50시간이 넘지만, 10년 새 인력은 단 1명 늘었을 뿐이다. 공공기관 역시 아직 대비가 충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주 52시간 시대, 정부 기관들의 새 일자리 창출 청사진은 화려하다. 노동부가 추산하는 창출 일자리는 18만, 노동연구원도 19만 명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 분위기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중소기업 중앙회에 따르면 신규채용을 하겠다는 중소기업은 15%에 그쳤다.

제조업이나 특례 제외업종 500인 이하 기업 등이 근로자를 신규채용할 경우 주는 노동부의 '일자리 함께 하기 사업' 지원금도 전체 예산 213억 원 가운데 10% 정도인 21억 원만 집행한 상태다. 또한 비정규직부터 채용하겠다는 기업도 많은 상황이다.

육가공 업체 관계자 : "(일손이) 한 2달 정도가 필요한 건데 나머지 쉬지는 못할 거 아니에요. 한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200여 명 추가로 고용하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무료 노동을 막고 양질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엄격한 근로감독과 함께 다양한 기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얇아지는 월급봉투...'돈 없는 저녁'도 걱정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른바 워라벨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들은 임금 감소에 따른 '돈 없는 저녁'에 대한 걱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직원 300명 이상인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다음 달부터 52시간 적용을 받게 된다. 지난해 2교대에서 3교대 근무로 개편하면서 인당 61만 원의 월급을 줄여야 했지만 정부 지원과 일부 사업주 부담으로 임금 감소는 없었다. 복지는 조금 축소됐지만, 직원들은 저녁 있는 삶을 누리게 됐다.

방재현/한라스택폴 근로자 : "지금은 4시 30분 정도면 퇴근을 하니까요. 집에 가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요. 아이들과 함께 농구도 하고 자전거도 함께 타고..."


하지만 줄어들 임금을 걱정하는 근로자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비행기 청소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 모 씨의 한 달 월급은 280만 원가량. 이 가운데 기본급은 157원 만원,
초과근로 수당과 휴일수당이 월급의 30%인 83만 원이나 된다. 당장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에 맞춰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20시간 넘게 줄여야 하는 만큼 김 씨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청소노동자 : "40~50만 원 빠져나간다고 하면 뭐 먹고 살아요. 오밤중에 나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먹고 산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정부와 국책기관에서는 주 52시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감소 폭을 13%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의 임금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서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근로 의욕이 감소하지 않도록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임금 보전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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