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름이 무서워요”…‘하루살이’의 습격

입력 2018.06.07 (08:32) 수정 2018.06.07 (09: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몸체 3cm 꼬리길이까지 더하면 8cm에 이르는 대형 하루살이가 있습니다.

아마 한 번도 보지 못했거나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계시죠?

일부에서는 생김새 때문에 피터펜의 요정 '팅커벨'을 닮았다고도 하는데, 그리 귀여운 이미지는 아닌듯 합니다.

7~8년 전부터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주요 서식지인 한강 인근 동네에서는 이미 공포의 대상입니다.

매년 여름 찾아오는 불청객 '팅커벨' 닮은 하루살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18일, 야간 경기가 한창인 잠실야구장, 한 관람객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승부에 응원 열기도 뜨거워지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하늘 위를 향하자 하늘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벌레 떼들이 보입니다.

[“(중계석에서도 굉장히 많아 보이는데 화면으로 보니깐 더 많아 보여요.) 타석에 있는 선수들에게 지장이 되지 않을까요?”]

같은 날 중계 영상 속, 경기 중인 선수 바로 옆을 날아다니는 벌레떼들.

이미 야구팬들에겐 유명 인사입니다.

[최동근/서울 강북구 : “야간경기 때 보면 항상 자주 나타나는 벌레죠. 날아다니다가 제 앞에, 옆에 떨어지면 놀라기도 하고…….”]

[김승현/경기도 안양시 :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지장도 있고 (동양하루살이) 때문에 또 경기를 안 보는 사람들도 있으니깐…….”]

야구장의 환한 조명 빛을 찾아 날아든 이들은 바로 '동양하루살이'입니다.

7~8년 전부터 개체수가 급증한 '동양하루살이'는 야구장에 이어 우리 주변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번화가.

조명도 꺼지고 어둠이 내려 앉아 언뜻 보면 하루 장사가 다 끝난 듯 보이지만, 오히려 장사를 시작하기 직전입니다.

[신순우/상인 : “영업해야 할 시간에 지금 여기는 완전 암흑 같잖아요. 불 다 끄고 있어야 되고 조명도 앞에는 다 꺼야 해요. (가게) 안에도요.”]

손님이 오기도 전에 가로등이나 상가 조명 빛을 따라 동양하루살이가 공습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최성식/상인 : “이게 시작이에요. 좀 있다 오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와요. 초저녁에는 가게를 선전하기 위해서라도 간판 불을 켜놨다가 이 시간 되면 한창 영업시간에는 끌 수밖에 없어요. 벌레 때문에.”]

하나 남겨두었던 간판 조명을 끄자 옆에 있는 가로등으로 옮겨갑니다.

손님 맞이하려면 간판 하나 더 켜도 아쉬울 법한데, 오히려 간판을 꺼야하는 상황.

[최성식/상인 : “장사를 하고 있는지 어쩐지 모르잖아요. 간판 자체가 꺼져있으니깐 영업 끝난 줄 알지.”]

심할 때는 가게 안의 조명까지 꺼야하고 가게 문을 열어두는 건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상인 : “앞문을 폐쇄했어요. (안내문을) 써 붙여놓고 뒤로 들어오라고 그러니깐 손님들이 와서 그거 보고 뒤로 안 들어가고 그냥 가는 경우도 있고. ”]

시간이 지나자 상가 벽을 가득 메울 정도로 몰려들기 시작하는 동양하루살이들.

약속이라도 한 듯 상인들은 손에 빗자루를 들고 나섭니다.

[김정란/상인 : “안으로 들어와서 손님들한테 불편을 주니까 털어내는 거예요. 파리 같은 건 음식에 잘 안 앉지만, 이거는 아무 데나 돌다가 음식에 떨어지거든요.”]

하룻저녁 수차례 빗질은 물론, 토치까지 등장을 하는데요.

[구국회/상인 : “(모기약) 이런 거로 하면 몇 통을 (써야 하는데) 이건 하나면 되잖아. 가격이 싸니까 이걸로 일단 없애는 거죠.”]

어느새 가게 창 아래로 동양하루살이들이 수북이 쌓입니다.

상인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닙니다.

[김태경/경기도 남양주시 : “동양하루살이가 몸에 붙어서 막 진득거리는 그런 느낌 들고요. 그냥 밟는 느낌이 조금 톡톡거리는 게 징그럽고…….”]

[박우람/경기도 남양주시 : “친구들이랑 운동할 때도 날벌레 때문에 힘들고 걸어 다니면 입에 벌레가 들어가고 막 옷에 붙어있으니까 혐오감이 좀 있어요.”]

지자체도 속수무책입니다.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각 권역별로 방제 활동을 하지만 동양하루살이는 방제해서 죽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번에는 서울 강동구.

역시 이렇게 밝은 조명은 미리 꺼두고 상인들 틈만 나면 동양하루살이 잡기에 나섭니다.

[최영희/상인 : “우리가 틈만 나면 잡으니까 그렇지 말도 못 해. 창문에 붙어서 크리스마스트리 같아 벌레가.”]

여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을 때문에 손님 눈치 보기도 바쁩니다.

[이순이/상인 : “손님 계실 때는 (동양하루살이를) 잡는다는 게 좀 그렇잖아요. 유해물질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 하니깐.”]

동양하루살이는 몸길이 3cm. 가늘고 긴 꼬리까지 합하면 8cm 정도 되는 대형 하루살이입니다.

크기는 크지만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동규/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 “(동양하루살이는) 성충의 입이 퇴화되어있어요. 소화기관도 다 퇴화되어 있어서 먹지를 않습니다. 오래 살아봐야 2~3일 살다가 죽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고요. 병균을 옮기는 일도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개체수로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남양주를 비롯해 양평, 여주 등 한강변과 가까운 지역은 속수무책입니다.

한강변에서 알을 낳고 유충으로 두세 달 성장기를 보낸 후 5월 이후 본격적 나타납니다.

특히, 수온이 올라가고 유충을 먹이로 하는 민물고기들이 줄면서 개체수가 급증했는데, 문제는 방역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임병기/한강사업본부 광나루안내센터 주무관 : “여기가 천만 시민이 먹는 식수원입니다. 식수원이라 절대 약을 사용할 수 없고, 이렇게 선박을 이용해서 교란 작업을 한다거나 살포기를 이용해서 동양하루살이 성충이나 유충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도시로 날아드는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배를 타고 매일 2번 물을 뿌리는 등 방제 작업을 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동규/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 "천적인 물고기를 증식을 시킨다거나 또 물고기 투여를 한다거나, 수중보가 있는 경우에도 어로를 만들어서 물고기들이 왕래할 수 있도록 해서 천적으로 인해서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년 여름의 불청객 동양하루살이, 더 늦기 전에 본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여름이 무서워요”…‘하루살이’의 습격
    • 입력 2018-06-07 08:35:55
    • 수정2018-06-07 09:38:46
    아침뉴스타임
[기자]

몸체 3cm 꼬리길이까지 더하면 8cm에 이르는 대형 하루살이가 있습니다.

아마 한 번도 보지 못했거나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계시죠?

일부에서는 생김새 때문에 피터펜의 요정 '팅커벨'을 닮았다고도 하는데, 그리 귀여운 이미지는 아닌듯 합니다.

7~8년 전부터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주요 서식지인 한강 인근 동네에서는 이미 공포의 대상입니다.

매년 여름 찾아오는 불청객 '팅커벨' 닮은 하루살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18일, 야간 경기가 한창인 잠실야구장, 한 관람객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승부에 응원 열기도 뜨거워지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하늘 위를 향하자 하늘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벌레 떼들이 보입니다.

[“(중계석에서도 굉장히 많아 보이는데 화면으로 보니깐 더 많아 보여요.) 타석에 있는 선수들에게 지장이 되지 않을까요?”]

같은 날 중계 영상 속, 경기 중인 선수 바로 옆을 날아다니는 벌레떼들.

이미 야구팬들에겐 유명 인사입니다.

[최동근/서울 강북구 : “야간경기 때 보면 항상 자주 나타나는 벌레죠. 날아다니다가 제 앞에, 옆에 떨어지면 놀라기도 하고…….”]

[김승현/경기도 안양시 :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지장도 있고 (동양하루살이) 때문에 또 경기를 안 보는 사람들도 있으니깐…….”]

야구장의 환한 조명 빛을 찾아 날아든 이들은 바로 '동양하루살이'입니다.

7~8년 전부터 개체수가 급증한 '동양하루살이'는 야구장에 이어 우리 주변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번화가.

조명도 꺼지고 어둠이 내려 앉아 언뜻 보면 하루 장사가 다 끝난 듯 보이지만, 오히려 장사를 시작하기 직전입니다.

[신순우/상인 : “영업해야 할 시간에 지금 여기는 완전 암흑 같잖아요. 불 다 끄고 있어야 되고 조명도 앞에는 다 꺼야 해요. (가게) 안에도요.”]

손님이 오기도 전에 가로등이나 상가 조명 빛을 따라 동양하루살이가 공습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최성식/상인 : “이게 시작이에요. 좀 있다 오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와요. 초저녁에는 가게를 선전하기 위해서라도 간판 불을 켜놨다가 이 시간 되면 한창 영업시간에는 끌 수밖에 없어요. 벌레 때문에.”]

하나 남겨두었던 간판 조명을 끄자 옆에 있는 가로등으로 옮겨갑니다.

손님 맞이하려면 간판 하나 더 켜도 아쉬울 법한데, 오히려 간판을 꺼야하는 상황.

[최성식/상인 : “장사를 하고 있는지 어쩐지 모르잖아요. 간판 자체가 꺼져있으니깐 영업 끝난 줄 알지.”]

심할 때는 가게 안의 조명까지 꺼야하고 가게 문을 열어두는 건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상인 : “앞문을 폐쇄했어요. (안내문을) 써 붙여놓고 뒤로 들어오라고 그러니깐 손님들이 와서 그거 보고 뒤로 안 들어가고 그냥 가는 경우도 있고. ”]

시간이 지나자 상가 벽을 가득 메울 정도로 몰려들기 시작하는 동양하루살이들.

약속이라도 한 듯 상인들은 손에 빗자루를 들고 나섭니다.

[김정란/상인 : “안으로 들어와서 손님들한테 불편을 주니까 털어내는 거예요. 파리 같은 건 음식에 잘 안 앉지만, 이거는 아무 데나 돌다가 음식에 떨어지거든요.”]

하룻저녁 수차례 빗질은 물론, 토치까지 등장을 하는데요.

[구국회/상인 : “(모기약) 이런 거로 하면 몇 통을 (써야 하는데) 이건 하나면 되잖아. 가격이 싸니까 이걸로 일단 없애는 거죠.”]

어느새 가게 창 아래로 동양하루살이들이 수북이 쌓입니다.

상인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닙니다.

[김태경/경기도 남양주시 : “동양하루살이가 몸에 붙어서 막 진득거리는 그런 느낌 들고요. 그냥 밟는 느낌이 조금 톡톡거리는 게 징그럽고…….”]

[박우람/경기도 남양주시 : “친구들이랑 운동할 때도 날벌레 때문에 힘들고 걸어 다니면 입에 벌레가 들어가고 막 옷에 붙어있으니까 혐오감이 좀 있어요.”]

지자체도 속수무책입니다.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각 권역별로 방제 활동을 하지만 동양하루살이는 방제해서 죽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번에는 서울 강동구.

역시 이렇게 밝은 조명은 미리 꺼두고 상인들 틈만 나면 동양하루살이 잡기에 나섭니다.

[최영희/상인 : “우리가 틈만 나면 잡으니까 그렇지 말도 못 해. 창문에 붙어서 크리스마스트리 같아 벌레가.”]

여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을 때문에 손님 눈치 보기도 바쁩니다.

[이순이/상인 : “손님 계실 때는 (동양하루살이를) 잡는다는 게 좀 그렇잖아요. 유해물질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 하니깐.”]

동양하루살이는 몸길이 3cm. 가늘고 긴 꼬리까지 합하면 8cm 정도 되는 대형 하루살이입니다.

크기는 크지만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동규/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 “(동양하루살이는) 성충의 입이 퇴화되어있어요. 소화기관도 다 퇴화되어 있어서 먹지를 않습니다. 오래 살아봐야 2~3일 살다가 죽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고요. 병균을 옮기는 일도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개체수로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남양주를 비롯해 양평, 여주 등 한강변과 가까운 지역은 속수무책입니다.

한강변에서 알을 낳고 유충으로 두세 달 성장기를 보낸 후 5월 이후 본격적 나타납니다.

특히, 수온이 올라가고 유충을 먹이로 하는 민물고기들이 줄면서 개체수가 급증했는데, 문제는 방역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임병기/한강사업본부 광나루안내센터 주무관 : “여기가 천만 시민이 먹는 식수원입니다. 식수원이라 절대 약을 사용할 수 없고, 이렇게 선박을 이용해서 교란 작업을 한다거나 살포기를 이용해서 동양하루살이 성충이나 유충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도시로 날아드는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배를 타고 매일 2번 물을 뿌리는 등 방제 작업을 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동규/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 "천적인 물고기를 증식을 시킨다거나 또 물고기 투여를 한다거나, 수중보가 있는 경우에도 어로를 만들어서 물고기들이 왕래할 수 있도록 해서 천적으로 인해서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년 여름의 불청객 동양하루살이, 더 늦기 전에 본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