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동산 ‘거품’ 우려…우리 경제는?

입력 2018.06.08 (14:26) 수정 2018.06.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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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경제타임] [경제 인사이드] 세계 부동산 거품 위험…이유는?

한때 급락했던 세계 부동산 가격이 최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떤 수준이고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영식 연구위원과 함께 알아본다.

Q. 세계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랐나?

A. 기준 연도를 100으로 잡아 가격이 그 기준 연도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는 것이 '글로벌 주택가격지수'이다. OECD와 국제결제은행 지표를 활용해 산출한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2017년 3분기 119.7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였던 103.8를 15%를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을 선진국, 신흥국으로 구분했을 때 신흥국이 더 많이 올랐다. 신흥국이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를 17.0% 상승한 반면,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보다 13.7% 상승했다.

Q. 세계 부동산 가격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상승한 원인은 무엇인가?

A.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된 가운데 주택공급 부진, 대출규제 완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으로 단행된 주요국의 양적완화 등 非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실물경제 부양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대거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보기 드물게,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높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소득이 높으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크게 문제가 안 되는데, 소득보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가면 문제가 된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 정도는 어떠한가?

A. 버블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부동산 버블 위험성은 낮으나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의 버블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 차원에서는 실질주택가격지수 등 다양한 지표들이 2000년대 이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데다, 실증분석 연구결과에서도 버블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또 도시별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살펴본 결과 서울은 홍콩, 베이징, 상하이, 시드니, 밴쿠버보다는 낮지만, LA, 뉴욕, 런던, 도쿄, 싱가포르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자산을 예금보다 부동산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그 충격 여파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Q.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 어떻게 되나? 시장 위축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

A. 부동산 버블의 충격은 여타 경제 충격에 비해 더 크다. 부동산 투자가 실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국가에서 GDP 대비 주택투자가 5~10%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 금융자산 중 부동산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고 있어 부동산은 가계소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계 총자산 중 비금융자산 비중은 미국 30.0%, 일본 37.8%인데 비해, 한국 62.8%나 차지한다.

또 부동산의 경우 대규모 자금소요로 금융기관 대출시 담보로 활용돼 금융기관과 밀접히 연결돼 있고, 모기지대출이 증권화되면서 금융회사 간 연계성도 매우 강하다.

실제로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락이 발생했던 2008년 미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부동산 버블은 결국 버블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해당 국가의 은행위기, 외환위기, 실물경기침체로 이어졌다. 특히 2008년 미국 사례는 이러한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Q. 최근 중국 '부동산 거품' 우려가 높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데?

A.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이유는 중국경제가 세계 GDP의 약 15%, 세계 교역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어 위기가 중국 자체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 부채 급증, 그림자 금융 확대 등 여러 요인들을 종합해봤을 때 부동산 버블 위험성은 있으나,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해 전국적인 금융 및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왜냐하면 중국 토지가 국가소유로 정부 통제가 강한데다, 도시화가 계속 추진되면서 주택 수요도 탄탄하고 가계 및 기업 부채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조치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가격 조정 등으로 실물경기가 둔화되거나 공급 물량이 넘치는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국지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중국 아파트중국 아파트

Q.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초저금리 유지 등 완화정책을 펼쳤지만, 최근 미국이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통화정책을 되돌리고 있다. 이런 기조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A.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미 연준(FRB)은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올해 3월까지 여섯 차례, 총 1.5%p 금리를 인상했다. 2017년 10월부터 연준은 소규모이지만 매월 보유자산을 줄이고 있다. 즉 그동안 풀린 달러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금리가 상승하자 아르헨티나, 터키 등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자금들이 위험자산에서 빠지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크게 둔화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향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Q. 이런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까?

A. 한국은 무역개방도와 금융개방도가 높아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불안은 우리 경제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부동산 가격 하락 반전 시 세계경제 둔화로 한국의 수출이 둔화되고,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발생하면서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과 외국인 자금 이탈로 국내 시장 금리가 크게 상승할 경우 국내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국내 부동산 가격 하락, 가계부채 부실화 등이 우려된다.

하지만 대규모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지속, 대외순금융자산 증가, 선진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Q. '버블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우리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A. 먼저, 부동산 가격 상승 지역과 하락 지역을 구분해 차별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주택 가격 급등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 국가의 정책 사례를 참고해 수요 억제, 공급 확대,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금융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대응도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부동산발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 통화당국이 낮은 인플레이션에만 초점을 맞춰 완화적 통화정책을 너무 장기간 지속한 나머지 자산가격 버블이 발생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주택시장 과열과 불안이 반복되면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주거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주택시장의 경우 경기부양보다는 주거안정에 초점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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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부동산 ‘거품’ 우려…우리 경제는?
    • 입력 2018-06-08 14:26:57
    • 수정2018-06-08 15: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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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경제타임] [경제 인사이드] 세계 부동산 거품 위험…이유는? 한때 급락했던 세계 부동산 가격이 최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떤 수준이고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영식 연구위원과 함께 알아본다. Q. 세계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랐나? A. 기준 연도를 100으로 잡아 가격이 그 기준 연도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는 것이 '글로벌 주택가격지수'이다. OECD와 국제결제은행 지표를 활용해 산출한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2017년 3분기 119.7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였던 103.8를 15%를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을 선진국, 신흥국으로 구분했을 때 신흥국이 더 많이 올랐다. 신흥국이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를 17.0% 상승한 반면,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보다 13.7% 상승했다. Q. 세계 부동산 가격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상승한 원인은 무엇인가? A.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된 가운데 주택공급 부진, 대출규제 완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으로 단행된 주요국의 양적완화 등 非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실물경제 부양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대거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보기 드물게,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높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소득이 높으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크게 문제가 안 되는데, 소득보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가면 문제가 된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 정도는 어떠한가? A. 버블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부동산 버블 위험성은 낮으나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의 버블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 차원에서는 실질주택가격지수 등 다양한 지표들이 2000년대 이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데다, 실증분석 연구결과에서도 버블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또 도시별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살펴본 결과 서울은 홍콩, 베이징, 상하이, 시드니, 밴쿠버보다는 낮지만, LA, 뉴욕, 런던, 도쿄, 싱가포르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자산을 예금보다 부동산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그 충격 여파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Q.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 어떻게 되나? 시장 위축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 A. 부동산 버블의 충격은 여타 경제 충격에 비해 더 크다. 부동산 투자가 실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국가에서 GDP 대비 주택투자가 5~10%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 금융자산 중 부동산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고 있어 부동산은 가계소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계 총자산 중 비금융자산 비중은 미국 30.0%, 일본 37.8%인데 비해, 한국 62.8%나 차지한다. 또 부동산의 경우 대규모 자금소요로 금융기관 대출시 담보로 활용돼 금융기관과 밀접히 연결돼 있고, 모기지대출이 증권화되면서 금융회사 간 연계성도 매우 강하다. 실제로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락이 발생했던 2008년 미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부동산 버블은 결국 버블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해당 국가의 은행위기, 외환위기, 실물경기침체로 이어졌다. 특히 2008년 미국 사례는 이러한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Q. 최근 중국 '부동산 거품' 우려가 높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데? A.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이유는 중국경제가 세계 GDP의 약 15%, 세계 교역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어 위기가 중국 자체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 부채 급증, 그림자 금융 확대 등 여러 요인들을 종합해봤을 때 부동산 버블 위험성은 있으나,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해 전국적인 금융 및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왜냐하면 중국 토지가 국가소유로 정부 통제가 강한데다, 도시화가 계속 추진되면서 주택 수요도 탄탄하고 가계 및 기업 부채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조치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가격 조정 등으로 실물경기가 둔화되거나 공급 물량이 넘치는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국지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중국 아파트 Q.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초저금리 유지 등 완화정책을 펼쳤지만, 최근 미국이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통화정책을 되돌리고 있다. 이런 기조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A.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미 연준(FRB)은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올해 3월까지 여섯 차례, 총 1.5%p 금리를 인상했다. 2017년 10월부터 연준은 소규모이지만 매월 보유자산을 줄이고 있다. 즉 그동안 풀린 달러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금리가 상승하자 아르헨티나, 터키 등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자금들이 위험자산에서 빠지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크게 둔화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향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Q. 이런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까? A. 한국은 무역개방도와 금융개방도가 높아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불안은 우리 경제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부동산 가격 하락 반전 시 세계경제 둔화로 한국의 수출이 둔화되고,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발생하면서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과 외국인 자금 이탈로 국내 시장 금리가 크게 상승할 경우 국내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국내 부동산 가격 하락, 가계부채 부실화 등이 우려된다. 하지만 대규모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지속, 대외순금융자산 증가, 선진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Q. '버블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우리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A. 먼저, 부동산 가격 상승 지역과 하락 지역을 구분해 차별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주택 가격 급등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 국가의 정책 사례를 참고해 수요 억제, 공급 확대,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금융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대응도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부동산발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 통화당국이 낮은 인플레이션에만 초점을 맞춰 완화적 통화정책을 너무 장기간 지속한 나머지 자산가격 버블이 발생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주택시장 과열과 불안이 반복되면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주거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주택시장의 경우 경기부양보다는 주거안정에 초점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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