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불가’ 후보도 모르는 공약 예산

입력 2018.06.10 (15:02) 수정 2018.06.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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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대한민국]


6.1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장밋빛 공약을 약속한다. 그런데 그 많은 공약을 실현하려면 얼마가 들까. 후보들은 지방정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운 것일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한 전체 후보 71명에게 공약 총수와 소요 재원, 공약가계부 등 20개 항목의 질의서를 보냈다.

각 후보가 제출한 답변서를 보니, 시도지사 후보 71명 가운데 33명은 자신의 공약 개수가 몇 개인지 밝히지 않았다. 후보자의 55%인 39명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소요 재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공약들이다.

후보님 공약이 몇 개인가요? 33명 공개 안 해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 71명 가운데 18명은 아예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았다. 답변하지 않은 후보자의 소속 정당은 바른미래당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유한국당 후보가 4명으로 뒤를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후보는 일단 모두 답변서를 보냈다.

답변서를 보냈지만, 자신의 공약 총 수를 기재하지 않은 후보는 15명에 이르렀다. 정당별로는 민중당 후보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후보가 각각 2명이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 직전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1위였던 주요 후보 중에서는 충남지사에 나선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자신의 공약 개수를 공란으로 비워뒀다.

취재가 시작되자, 양승조 후보 캠프는 담당 실무자의 실수로 단순히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2위인 주요 후보로는 인천시장에 나선 유정복 한국당 후보, 경북지사에 도전한 오중기 민주당 후보, 전북의 임정엽 민주평화당 후보가 공약 총 수를 제출하지 않았다.

반대로 가장 많은 공약을 낸 후보는 광주시장에 출마한 나경채 정의당 후보로 집계됐다. 나경채 후보는 국가사업 9개를 포함해 389개 사업을 공약했다.

필요한 예산은 2조 9588억 원으로 추산했다. 재정 건전성을 위한 지하철 2호선 건설 백지화, 동성 파트너 인증제 도입 등을 핵심 공약에 포함시키는 등 비예산 사업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공약 예산은 얼마? '추정 불가' '추후 산정' '산출 불가'
충남·세종 후보들, 아무도 예산 공개 안 해

공약에 드는 예산을 묻자, 답변을 못 한 시도지사 후보가 21명으로 늘었다. 예산 없는 공약을 내세운 후보들이다.

국가사업 86개와 지방사업 299개 등 모두 385개의 공약을 낸 경기도 남경필 한국당 후보는 공약에 따른 재원 소요액을 공란으로 비워뒀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공약은 민선 6기 주요사업을 발전적 보완한 것으로 상당수 예산이 이미 도정에 반영되어 있어 추가적인 재원 소요는 크게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남경필 후보가 제출한 답변서의 세부 항목을 보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A‧B‧C 노선 건설과 굿모닝철도 직결선 연결 및 급행 노선 신설에 각각 15조와 2조 5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하고, 도비 외에 국비와 민간투자를 재원조달방안에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교통공약 부문 예산 추계액에는 '추정 불가'라고 기재했다. 추가 재원 소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추정 불가 쪽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지사 후보 5명 중 소요 재원 총액을 제출한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뿐이었다.

국가 공약 61개와 지자체 공약 180개 등 모두 241개의 공약을 제출한 경남 김태호 한국당 후보는 예산액에 '추후 산정'이라고 기재했다. 경남지사 후보 3명 중 소요 재원을 제출한 후보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뿐이었다.

100개의 공약을 약속한 충남 이인제 한국당 후보는 예산액에 '산출 불가'라고 적었다. 양승조 민주당 후보, 차국환 코리아 후보 등 충남지사에 출마한 3명의 후보는 모두 공약 이행에 필요한 소요 재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 3명도 여론조사 결과 선두인 이춘희 민주당 후보를 포함해 아무도 공약 소요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소요재원을 밝히지 않은 후보는 정당별로는 한국당와 민중당 후보가 각각 5명, 민주당 후보와 바른미래당 후보가 각각 3명이었다.

예산 없는 공약, 유권자가 실현 가능성 판단해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는 선거공약 홍보물을 제작할 때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해야 한다.

그러나 벌칙이 없어 후보자 등록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과 선거 공약서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빠져있기 일쑤다.

매니페스토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데도 아직 재정 설계가 끝나지 않았다면, 신뢰할 수 있는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 공약에 대한 예산이 공개되면 공약을 계속 발표할 때마다 유권자가 짊어져야 할 부담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을 검증받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공약 총수와 소요 재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유권자들에게 투표 전 공약에 구체적인 재정계획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권유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들이 제출한 답변서 원본은 매니페스토본부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연관기사] 지방선거인데…국가사업 공약한 후보들, 예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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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정불가’ 후보도 모르는 공약 예산
    • 입력 2018-06-10 15:02:34
    • 수정2018-06-10 15: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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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장밋빛 공약을 약속한다. 그런데 그 많은 공약을 실현하려면 얼마가 들까. 후보들은 지방정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운 것일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한 전체 후보 71명에게 공약 총수와 소요 재원, 공약가계부 등 20개 항목의 질의서를 보냈다.

각 후보가 제출한 답변서를 보니, 시도지사 후보 71명 가운데 33명은 자신의 공약 개수가 몇 개인지 밝히지 않았다. 후보자의 55%인 39명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소요 재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공약들이다.

후보님 공약이 몇 개인가요? 33명 공개 안 해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 71명 가운데 18명은 아예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았다. 답변하지 않은 후보자의 소속 정당은 바른미래당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유한국당 후보가 4명으로 뒤를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후보는 일단 모두 답변서를 보냈다.

답변서를 보냈지만, 자신의 공약 총 수를 기재하지 않은 후보는 15명에 이르렀다. 정당별로는 민중당 후보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후보가 각각 2명이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 직전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1위였던 주요 후보 중에서는 충남지사에 나선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자신의 공약 개수를 공란으로 비워뒀다.

취재가 시작되자, 양승조 후보 캠프는 담당 실무자의 실수로 단순히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2위인 주요 후보로는 인천시장에 나선 유정복 한국당 후보, 경북지사에 도전한 오중기 민주당 후보, 전북의 임정엽 민주평화당 후보가 공약 총 수를 제출하지 않았다.

반대로 가장 많은 공약을 낸 후보는 광주시장에 출마한 나경채 정의당 후보로 집계됐다. 나경채 후보는 국가사업 9개를 포함해 389개 사업을 공약했다.

필요한 예산은 2조 9588억 원으로 추산했다. 재정 건전성을 위한 지하철 2호선 건설 백지화, 동성 파트너 인증제 도입 등을 핵심 공약에 포함시키는 등 비예산 사업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공약 예산은 얼마? '추정 불가' '추후 산정' '산출 불가'
충남·세종 후보들, 아무도 예산 공개 안 해

공약에 드는 예산을 묻자, 답변을 못 한 시도지사 후보가 21명으로 늘었다. 예산 없는 공약을 내세운 후보들이다.

국가사업 86개와 지방사업 299개 등 모두 385개의 공약을 낸 경기도 남경필 한국당 후보는 공약에 따른 재원 소요액을 공란으로 비워뒀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공약은 민선 6기 주요사업을 발전적 보완한 것으로 상당수 예산이 이미 도정에 반영되어 있어 추가적인 재원 소요는 크게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남경필 후보가 제출한 답변서의 세부 항목을 보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A‧B‧C 노선 건설과 굿모닝철도 직결선 연결 및 급행 노선 신설에 각각 15조와 2조 5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하고, 도비 외에 국비와 민간투자를 재원조달방안에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교통공약 부문 예산 추계액에는 '추정 불가'라고 기재했다. 추가 재원 소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추정 불가 쪽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지사 후보 5명 중 소요 재원 총액을 제출한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뿐이었다.

국가 공약 61개와 지자체 공약 180개 등 모두 241개의 공약을 제출한 경남 김태호 한국당 후보는 예산액에 '추후 산정'이라고 기재했다. 경남지사 후보 3명 중 소요 재원을 제출한 후보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뿐이었다.

100개의 공약을 약속한 충남 이인제 한국당 후보는 예산액에 '산출 불가'라고 적었다. 양승조 민주당 후보, 차국환 코리아 후보 등 충남지사에 출마한 3명의 후보는 모두 공약 이행에 필요한 소요 재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 3명도 여론조사 결과 선두인 이춘희 민주당 후보를 포함해 아무도 공약 소요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소요재원을 밝히지 않은 후보는 정당별로는 한국당와 민중당 후보가 각각 5명, 민주당 후보와 바른미래당 후보가 각각 3명이었다.

예산 없는 공약, 유권자가 실현 가능성 판단해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는 선거공약 홍보물을 제작할 때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해야 한다.

그러나 벌칙이 없어 후보자 등록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과 선거 공약서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빠져있기 일쑤다.

매니페스토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데도 아직 재정 설계가 끝나지 않았다면, 신뢰할 수 있는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 공약에 대한 예산이 공개되면 공약을 계속 발표할 때마다 유권자가 짊어져야 할 부담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을 검증받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공약 총수와 소요 재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유권자들에게 투표 전 공약에 구체적인 재정계획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권유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들이 제출한 답변서 원본은 매니페스토본부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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