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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마일리지 내년부터 소멸…“쓸 데가 없네”
입력 2018.06.11 (13:52) 수정 2018.06.11 (20:25) 멀티미디어 뉴스
항공사 마일리지 내년부터 소멸…“쓸 데가 없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임박했다. 막상 휴가가 시작된 뒤보다는 '휴가를 앞둔' 지금이 더 행복한 게 현실. 요즘엔 비행기 여행자 수도 상당하다. 신용카드 사용액만큼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도 많다. 나도 모르게 꽤 쌓였을 수 있는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 하나 손에 쥘 수 있다면, 휴가를 준비하는 지금 더 행복할 수도 있을 텐데 현실은 어떨까?

2019년부터 마일리지 소멸이 시작된다!

어쩌면 존재 자체도 몰랐을 나의 마일리지가 내년부터 없어진다. 200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나란히 약관을 개정하면서, "마일리지에 10년 유효기간을 두겠다." 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10년은 빠르게 흘러 내년이면 순차적 소멸이 시작된다.

마일리지로 항공권 사라고?

항공권 한 장을 살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마일리지를 쌓는다는 건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선 편도를 예로 들어봐도, 5천 마일은 있어야 한다. 5천 마일은 8천 킬로미터를 훌쩍 넘는 거리. 마일리지와 연계된 신용카드를 사용해 쌓으려면, 보통 800만 원 정도는 써야 할 규모다.

한 비행기 안에 마일리지용 좌석이 몇개나 되는지 궁금하다. 항공사 측은 '5%~10% 정도'라고 답했는데, 딱 정해진 게 아니다. 이마저도 항공사 재량에 따라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렸다 하는 모양이니, 마일리지용 좌석 손에 쥐기에 '하늘의 별따기' 란 말을 붙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소액 마일리지 어디다 쓰라고?

사용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모두 소액 마일리지라도 쓸 수 있게 몇 개의 사용처들은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말자. 우선 사용처 자체가 매우 한정적이다. 대한항공의 경우엔 렌터카 업체부터 리무진, 호텔 등에 이르기까지 계열사 업체 일색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항공보다는 쓸 곳이 많기는 하지만, '바가지 요금' 느낌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마일리지용 가격'은 바가지?


마일리지는 얼마만큼의 현금 가치가 있을까. 마일리지를 포인트로 전환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일부 카드들을 고려해 계산해보면 1 마일리지는 약 20원~25원 정도의 가치로 볼 수 있다.

마일리지로 차를 빌린다면? 


제주도에 가서 마일리지로 소형차 한 대를 하루 빌린다고 쳐보자. 예약방법은 어렵지 않다. 6500 마일리지를 차감하면 된다. 그런데 1 마일리지를 20원으로만 쳐도 13만 원을 결제하는 셈이다. 같은 업체는 신용카드나 현금결제로 같은 조건의 차를 2만 3천 원에 빌려준다. 결국, 마일리지 결제는 5배 넘게 비싼 셈이다.

마일리지로 영화를 본다면? 


주말 기준으로 예약하려고 보니까 1400 마일리지를 차감한다. 같은 계산 비율로 2만 8천 원을 내는 셈이다. 일반 요금은 만 천원 정도니까(다양한 카드사 할인 받으면 더 저렴) 두 배 넘는 가격이다.

마일리지로 햄버거를 먹는다면?
6천 원짜리 햄버거 세트 메뉴를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다. 약 2만 원에 해당하는 1050 마일리지를 내야 한다.

항공사에 쌓인 마일리지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다. 항공사들이 공개하지 않는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명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소멸할 것으로 보이는 마일리지 규모가 얼마인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마일리지는 항공사 입장에선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내 마일리지가 얼마인지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다. 없어질 때 없어지더라도, 알고는 있어야 하니 확인해보시기를.

마일리지는 비행기 좌석 승급에 써라?

여행에 정통한 수많은 경험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마일리지는 좌석 승급에 쓰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이 역시 예약 가능한 선택의 폭이 아주 넓은 것은 아니지만, 좌석 전체를 마일리지로 사는 것보다는 쉬운 듯하다. 하지만 성급했다가는 꽤 부담스러운 페널티를 물 수 있다.

전에는 마일리지 항공권 구입 뒤 1년 이내의 일정 변경은 별다른 페널티가 없었지만, 항공사들이 최근 1,2년 새 페널티 규정을 강화했다. 취재진이 만난 한 교수는 뉴욕행 항공권을 마일리지를 승급좌석으로 끊었다가 불가피하게 취소를 했는데 현금 수수료와 더불어 무려 3천 마일을 취소 수수료로 공제 당했다.

교수의 항변이 와 닿는다. "회사가 만약에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이중으로 소비자나 고객들에게 보상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고객들에겐 이중 페널티를 무는 건 굉장히 불합리하고 이건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일리지,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에어프랑스 같은 유럽 항공사들은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두더라도 단번에 없애버리지 않는다. 언젠가 소비자가 상황에 따라 다시 항공사를 이용하면, 유효기간 지난 마일리지라도 다시 부활시키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응 중이다. 무엇보다 마일리지 사용할 곳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4천 곳이 넘는다. 자선단체나 스타트업 기업 등에 기부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마일리지 규모 공개부터 선행돼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항공사 마일리지 정책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여러 개의 청원 글들이 올라와 있다. 내가 내 돈을 들여 쌓은 마일리지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일리지 소멸 시작이 이제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0년 유효기간 설정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고객들이 쌓은 마일리지가 대체 얼마나 되는지도 항공사들은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나의 마일리지=나의 돈
오래 전 일이지만 독일의 한 경제장관이 업무상 쌓은 마일리지를 개인적으로 썼다 사퇴한 일까지 있었다. '마일리지 스캔들'이란 말까지 생겼었는데, 이 스캔들의 핵심은 '마일리지는 곧 돈'이라는 명제였다. 우리가 돈처럼 쌓은 마일리지, 기분 좋게 쓸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 항공사 마일리지 내년부터 소멸…“쓸 데가 없네”
    • 입력 2018.06.11 (13:52)
    • 수정 2018.06.11 (20:25)
    멀티미디어 뉴스
항공사 마일리지 내년부터 소멸…“쓸 데가 없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임박했다. 막상 휴가가 시작된 뒤보다는 '휴가를 앞둔' 지금이 더 행복한 게 현실. 요즘엔 비행기 여행자 수도 상당하다. 신용카드 사용액만큼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도 많다. 나도 모르게 꽤 쌓였을 수 있는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 하나 손에 쥘 수 있다면, 휴가를 준비하는 지금 더 행복할 수도 있을 텐데 현실은 어떨까?

2019년부터 마일리지 소멸이 시작된다!

어쩌면 존재 자체도 몰랐을 나의 마일리지가 내년부터 없어진다. 200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나란히 약관을 개정하면서, "마일리지에 10년 유효기간을 두겠다." 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10년은 빠르게 흘러 내년이면 순차적 소멸이 시작된다.

마일리지로 항공권 사라고?

항공권 한 장을 살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마일리지를 쌓는다는 건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선 편도를 예로 들어봐도, 5천 마일은 있어야 한다. 5천 마일은 8천 킬로미터를 훌쩍 넘는 거리. 마일리지와 연계된 신용카드를 사용해 쌓으려면, 보통 800만 원 정도는 써야 할 규모다.

한 비행기 안에 마일리지용 좌석이 몇개나 되는지 궁금하다. 항공사 측은 '5%~10% 정도'라고 답했는데, 딱 정해진 게 아니다. 이마저도 항공사 재량에 따라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렸다 하는 모양이니, 마일리지용 좌석 손에 쥐기에 '하늘의 별따기' 란 말을 붙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소액 마일리지 어디다 쓰라고?

사용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모두 소액 마일리지라도 쓸 수 있게 몇 개의 사용처들은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말자. 우선 사용처 자체가 매우 한정적이다. 대한항공의 경우엔 렌터카 업체부터 리무진, 호텔 등에 이르기까지 계열사 업체 일색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항공보다는 쓸 곳이 많기는 하지만, '바가지 요금' 느낌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마일리지용 가격'은 바가지?


마일리지는 얼마만큼의 현금 가치가 있을까. 마일리지를 포인트로 전환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일부 카드들을 고려해 계산해보면 1 마일리지는 약 20원~25원 정도의 가치로 볼 수 있다.

마일리지로 차를 빌린다면? 


제주도에 가서 마일리지로 소형차 한 대를 하루 빌린다고 쳐보자. 예약방법은 어렵지 않다. 6500 마일리지를 차감하면 된다. 그런데 1 마일리지를 20원으로만 쳐도 13만 원을 결제하는 셈이다. 같은 업체는 신용카드나 현금결제로 같은 조건의 차를 2만 3천 원에 빌려준다. 결국, 마일리지 결제는 5배 넘게 비싼 셈이다.

마일리지로 영화를 본다면? 


주말 기준으로 예약하려고 보니까 1400 마일리지를 차감한다. 같은 계산 비율로 2만 8천 원을 내는 셈이다. 일반 요금은 만 천원 정도니까(다양한 카드사 할인 받으면 더 저렴) 두 배 넘는 가격이다.

마일리지로 햄버거를 먹는다면?
6천 원짜리 햄버거 세트 메뉴를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다. 약 2만 원에 해당하는 1050 마일리지를 내야 한다.

항공사에 쌓인 마일리지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다. 항공사들이 공개하지 않는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명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소멸할 것으로 보이는 마일리지 규모가 얼마인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마일리지는 항공사 입장에선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내 마일리지가 얼마인지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다. 없어질 때 없어지더라도, 알고는 있어야 하니 확인해보시기를.

마일리지는 비행기 좌석 승급에 써라?

여행에 정통한 수많은 경험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마일리지는 좌석 승급에 쓰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이 역시 예약 가능한 선택의 폭이 아주 넓은 것은 아니지만, 좌석 전체를 마일리지로 사는 것보다는 쉬운 듯하다. 하지만 성급했다가는 꽤 부담스러운 페널티를 물 수 있다.

전에는 마일리지 항공권 구입 뒤 1년 이내의 일정 변경은 별다른 페널티가 없었지만, 항공사들이 최근 1,2년 새 페널티 규정을 강화했다. 취재진이 만난 한 교수는 뉴욕행 항공권을 마일리지를 승급좌석으로 끊었다가 불가피하게 취소를 했는데 현금 수수료와 더불어 무려 3천 마일을 취소 수수료로 공제 당했다.

교수의 항변이 와 닿는다. "회사가 만약에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이중으로 소비자나 고객들에게 보상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고객들에겐 이중 페널티를 무는 건 굉장히 불합리하고 이건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일리지,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에어프랑스 같은 유럽 항공사들은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두더라도 단번에 없애버리지 않는다. 언젠가 소비자가 상황에 따라 다시 항공사를 이용하면, 유효기간 지난 마일리지라도 다시 부활시키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응 중이다. 무엇보다 마일리지 사용할 곳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4천 곳이 넘는다. 자선단체나 스타트업 기업 등에 기부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마일리지 규모 공개부터 선행돼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항공사 마일리지 정책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여러 개의 청원 글들이 올라와 있다. 내가 내 돈을 들여 쌓은 마일리지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일리지 소멸 시작이 이제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0년 유효기간 설정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고객들이 쌓은 마일리지가 대체 얼마나 되는지도 항공사들은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나의 마일리지=나의 돈
오래 전 일이지만 독일의 한 경제장관이 업무상 쌓은 마일리지를 개인적으로 썼다 사퇴한 일까지 있었다. '마일리지 스캔들'이란 말까지 생겼었는데, 이 스캔들의 핵심은 '마일리지는 곧 돈'이라는 명제였다. 우리가 돈처럼 쌓은 마일리지, 기분 좋게 쓸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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