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즐기는 미디어아트…서울시립미술관 ‘디지털 프롬나드’

입력 2018.06.12 (08:46) 수정 2018.06.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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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2.5m의 거대한 공이 전시장 입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에 칙칙한 듯한 색깔. 이게 뭐지? 싶을 때쯤 공이 땀을 흘립니다. 부르르 떨기도 하고 안에서 소리도 들려오고요. 이 공이 의미하는 게 대체 뭔지 알 수가 없지만 왠지 주변을 맴돌게 됩니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 주세요' 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복도를 지납니다. 그렇게 들어간 공간에는 조명이 침침하게 켜져 있을 뿐입니다. 얼른 지나가려고 움직이자, 마치 안개가 피어오르듯 내 몸을 따라 산봉우리와 골짜기가 생겨나고, 산속의 소리가 들리죠. 몸으로 만드는 산수화라고 할까요. 어쩐지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에 길이 15m의 이 공간을 자꾸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디지털 프롬나드'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문을 여는 전시회, '디지털 프롬나드'를 미리 보고 왔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 작품 30점을 고른 뒤, 이를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작품과 함께 공개하는 전시회입니다.

전시장 경로를 따라가면, 오른쪽에는 김환기와 장욱진, 천경자, 이불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있고 왼편에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셈입니다.


유명 작가들 기존 작품과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로 구성

유명 작가들의 기존 작품 못지 않게, 디지털로 재해석된 미디어 아트 작품의 완성도가 상당했습니다. 앞서 묘사한 두 작품은 대체 뭘 의미할까요? 지름 2.5m의 공의 경우, 실제로 작품 이름도 <공>입니다. 존재하지만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없고, 인간의 움직임과 소리를 닮았지만 우리와 비슷하지 않은 이 작품이 의미하는 건 인공지능, AI라고 하네요. 몸으로 산수화를 쓰는 듯한 두 번째 작품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석철주 작가의 '신몽유도원도'를 디지털로 옮긴 겁니다. 한국인이 오랫동안 사랑해 온 작품을 공간으로 재현한 건데, 진짜 제목은 '그곳에 다다르면' 입니다.


기존 작품들에 대해 평론가와 기자들이 묘사한 단어를 쭉 늘어놓은 뒤 이 중 세 개를 고르면 인공지능이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바꿔주는 작품도 흥미로웠습니다. 'Poster Generator 1962-2018' 입니다. 이 밖에 1970년대 초 일본 '적군파'의 민항기 납치 사건을 게임으로 재구성한 작품 '데모'와 로봇 팔로 관람객을 찍어 유명 작가의 화풍으로 즉석에서 묘사해 주는 '깊은 숨'도 인상적입니다.

전시 관람료 무료…도슨트 프로그램 이용하세요

무엇보다 전시 관람료가 무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준의 작품들을 이런 공간과 환경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미디어 아트'가 해석을 거치지 않고는 완벽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 그래서 전시 내내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제공됩니다. 역시 무료입니다.

전시는 6월 12일부터 8월 15일까지 열리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전시 제목의 프롬나드, 라는 단어는 '산책'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라고 합니다. 산책하듯 천천히 미술관을 거닐어 달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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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료로 즐기는 미디어아트…서울시립미술관 ‘디지털 프롬나드’
    • 입력 2018-06-12 08:46:59
    • 수정2018-06-12 08:47:52
    취재K
지름 2.5m의 거대한 공이 전시장 입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에 칙칙한 듯한 색깔. 이게 뭐지? 싶을 때쯤 공이 땀을 흘립니다. 부르르 떨기도 하고 안에서 소리도 들려오고요. 이 공이 의미하는 게 대체 뭔지 알 수가 없지만 왠지 주변을 맴돌게 됩니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 주세요' 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복도를 지납니다. 그렇게 들어간 공간에는 조명이 침침하게 켜져 있을 뿐입니다. 얼른 지나가려고 움직이자, 마치 안개가 피어오르듯 내 몸을 따라 산봉우리와 골짜기가 생겨나고, 산속의 소리가 들리죠. 몸으로 만드는 산수화라고 할까요. 어쩐지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에 길이 15m의 이 공간을 자꾸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디지털 프롬나드'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문을 여는 전시회, '디지털 프롬나드'를 미리 보고 왔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 작품 30점을 고른 뒤, 이를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작품과 함께 공개하는 전시회입니다.

전시장 경로를 따라가면, 오른쪽에는 김환기와 장욱진, 천경자, 이불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있고 왼편에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셈입니다.


유명 작가들 기존 작품과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로 구성

유명 작가들의 기존 작품 못지 않게, 디지털로 재해석된 미디어 아트 작품의 완성도가 상당했습니다. 앞서 묘사한 두 작품은 대체 뭘 의미할까요? 지름 2.5m의 공의 경우, 실제로 작품 이름도 <공>입니다. 존재하지만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없고, 인간의 움직임과 소리를 닮았지만 우리와 비슷하지 않은 이 작품이 의미하는 건 인공지능, AI라고 하네요. 몸으로 산수화를 쓰는 듯한 두 번째 작품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석철주 작가의 '신몽유도원도'를 디지털로 옮긴 겁니다. 한국인이 오랫동안 사랑해 온 작품을 공간으로 재현한 건데, 진짜 제목은 '그곳에 다다르면' 입니다.


기존 작품들에 대해 평론가와 기자들이 묘사한 단어를 쭉 늘어놓은 뒤 이 중 세 개를 고르면 인공지능이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바꿔주는 작품도 흥미로웠습니다. 'Poster Generator 1962-2018' 입니다. 이 밖에 1970년대 초 일본 '적군파'의 민항기 납치 사건을 게임으로 재구성한 작품 '데모'와 로봇 팔로 관람객을 찍어 유명 작가의 화풍으로 즉석에서 묘사해 주는 '깊은 숨'도 인상적입니다.

전시 관람료 무료…도슨트 프로그램 이용하세요

무엇보다 전시 관람료가 무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준의 작품들을 이런 공간과 환경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미디어 아트'가 해석을 거치지 않고는 완벽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 그래서 전시 내내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제공됩니다. 역시 무료입니다.

전시는 6월 12일부터 8월 15일까지 열리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전시 제목의 프롬나드, 라는 단어는 '산책'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라고 합니다. 산책하듯 천천히 미술관을 거닐어 달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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