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악수부터 공동성명 서명까지…‘70년 만의 담판’ 재구성

입력 2018.06.12 (15:59) 수정 2018.06.1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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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총 8시간에 걸친 드라마를 모두 마무리됐다.

우리 시간으로 오전 10시 '세기의 악수'를 나눈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확대정상회담, 업무 오찬에 이은 도보 회담을 거쳐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 될 북미 공동성명에 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양측의 세부 합의사항을 추가로 발표했다.

분단 70여 년 만에 북미의 최고 지도자가 첫 대면한 역사적인 순간들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한다.


■오전 5시 27분(한국시간 6시 27분):"진짜 거래(real deal) 이뤄질지 곧 알게 될 것"

"과거와는 다른 진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북미 정상의 사상 첫 만남이 성사된 12일, 싱가포르의 새벽을 깨운 건 예상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었다.

정상회담을 3시간 반 앞둔 새벽 5시 27분(한국시각 6시 37분) 트럼프가 올린 첫 트윗의 내용은 한마디로 '개봉 박두, 두고 보시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대표단 사이의 회담이 빠르고 잘 진행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과거와는 다른 '진짜 거래(real deal)'가 이뤄질 수 있을지 곧 알게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전 6시 4분(한국시간 7시 4분):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We will be fine!)"

아침 6시 4분(한국시각 7시 4분), 트럼프 대통령이 30여 분 만에 다시 트윗을 날렸다. 이번엔 북미정상회담을 비판해온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정치인, 전문가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회의론을 제기해온 이들을 '혐오자와 패배자(the haters & losers)'로 규정해 조롱한 뒤, "이들은 북미 회담 개최 사실 자체가 미국에 큰 손실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에 억류됐던) 인질들이 풀려났고, (핵미사일 관련) 실험, 연구, 미사일 발사가 중단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처음부터 내가 틀렸다고 했던 전문가들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We will be fine!)"라고 회담 성과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북미회담 성사의 주역인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우리는 오늘 준비됐다(We’re ready for today)고 트윗으로 결의를 밝힌 뒤 회담장으로 출발했다.


■오전 8시(한국시간 9시): 김정은-트럼프, 숙소→북미 회담장으로!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둔 오전 8시(한국시각 오전 9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나서 회담이 예정된 센토사 섬으로 향했다.

8시 12분(한국시각 오전 9시 12분), 이어 김정은 위원장도 숙소인 세인트리지스 호텔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으로 떠난 지 10분 정도 지난 뒤였다.

두 정상을 태운 차량 행렬이 시내를 관통하는 사이 도로변에는 차단벽이 설치됐지만, 싱가포르 시민들은 차단벽 뒤에 늘어서 두 정상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휴대전화를 꺼내 역사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면 통제된 도로를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8시 14분,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32분 각각 회담이 열리는 카펠라 호텔에 도착해 잠시 뒤 있을 역사적인 만남을 준비했다.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세기의 악수'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10시), 역사적인 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이 잇따라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8시 53분, 인민복 차림으로 먼저 회담장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고, 왼손에는 서류철로 보이는 가방이 들려있었다. 6분 뒤인 8시 59분 회담장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도 다소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어 두 정상은 두 손을 맞잡고 12초간 역사적인 '세기의 악수'를 나눴다. 반세기 넘게 적국으로 지내온 북미의 최고 지도자가 분단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순간이다.

두 정상은 악수하며 통역관 없이 간단한 대화도 나눴는데, 현장을 취재한 백악관 출입기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라며 영어로 트럼프 대통령과 첫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9시 16분(한국시간 10시 16분):단독회담

오전 9시 16분, 환담장으로 다시 자리를 옮긴 두 정상은 배석자 없이 일대일 담판,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훌륭한 대화를 나눌 것이고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we are going to have a great discussion and I think tremendous success, they have been tremendously successful)"면서 "우리는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we will have a terrific relationship, i have no doubt.)"고 정상회담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김 위원장도 "여기까지 오늘 길이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지만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비장한 소감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That's true)고 화답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특유의 '엄지 척'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통역만 배석한 채 진행된 두 정상의 단독 회담은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빠른 9시 52분, 36분 만에 종료됐다.

단독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은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회담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등 한결 여유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기자들에게 "아주 좋았다"고 말하며 환한 표정을 지어 보여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전 10시(한국시간 11시):확대 정상회담-업무 오찬

오전 10시, 우리 시각 11시부터는 양국의 핵심 참모들이 합류한 가운데 확대정상회담과 업무 오찬(working lunch)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회담에 앞서 진행된 모두발언에서 "매우, 매우 좋았다"며 대화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함께 협력해서 엄청난 성공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큰 문제, 큰 딜레마를 풀 것으로 생각한다(I know that we'll have tremendous success together and we'll solve a big problem, a big dilemma that until this point has been unable to be solved.)고 거듭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앞으로 도전에 직면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우리의 발목을 붙잡던 과거를 과감하게 이겨냄으로써 회의적인 시선과 이런 것들을 다 짓누르고 이 자리에 모여 마주 앉았다"고 거듭 밝힌뒤 "이번 회담이 평화를 위한 좋은 전주곡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확대 정상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졸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밑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각각 배석했다.

100여분간 진행된 확대 정상회담은 오전 11시 34분 끝났고, 곧바로 업무 오찬이 이어졌다. 오찬에는 북미 실무회담을 주도한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추가로 합류했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 깜짝 이벤트 '산책': "(합의문) 서명하러 가는 중"

오찬을 마친 두 정상은 통역자 없이 카펠라 호텔을 단둘이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했다. 4월 말 판문점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 다리 산책'을 연상시키는 싱가포르판 산책 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산책 도중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러 가는 중"이라는 깜짝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환상적인 회담이었다. 진정성을 봤다"면서 "그 어떤 누가 기대할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고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산책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신의 전용차인 '캐딜락원(비스트)'을 타보라고 뒷문을 열어 보였고,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돌아서며 사양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북미 공동성명' 서명..김정은 "세상은 중대한 변화 보게 될 것"

오후 1시 39분(한국 시간 2시 39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양측의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서명식장의 육중한 문을 열고 김 위원장과 나란히 입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은 매우 포괄적인 문서이며, 양쪽 모두 만족해할 만한 결과가 담겼다"면서 이번 합의를 통해 북한과 한반도의 관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절차가 매우 빨리 시작될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뜻도 내놨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딛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하게 됐다"면서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개 항의 '북미 공동 성명'..'완전한 비핵화-北 안전보장'

4개 항의 합의 내용을 담은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 내용은 곧바로 외신을 통해 공개됐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안전 보장을 공약한 두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①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②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동참 ③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④북미 6·25 전사자 유해 송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 즉 CVID 문구와 비핵화 시한 등이 빠지는 등 추상적 합의에 그쳤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의 중대 걸림돌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프로세스가 10년 만에 재가동되고, 북미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중대한 일보를 내딛게 됐다는 평가다.


■트럼프의 기자회견.."한미연합훈련 중단, 조만간 종전선언"

공동성명 서명 2시간여 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의 세부 논의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공동성명에 CVID가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미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완전히 검증할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따른 과도한 비용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하면서도 "그것(한미연합훈련)은 매우 도발적이다.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대북 체제안전 보장의 일환으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한편, 비핵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대북제재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북미수교는 가능한 한 빨리 하기를 원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3월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락하면서 시작된 석 달간의 숨 가쁜 북미 외교 레이스는 70년 만의 사상 첫 북미 정상의 만남과 첫 공동성명 발표라는 결과물을 내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북미는 다음 주부터 후속 협상을 갖고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대한 이행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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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의 악수부터 공동성명 서명까지…‘70년 만의 담판’ 재구성
    • 입력 2018-06-12 15:59:10
    • 수정2018-06-12 20: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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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총 8시간에 걸친 드라마를 모두 마무리됐다.

우리 시간으로 오전 10시 '세기의 악수'를 나눈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확대정상회담, 업무 오찬에 이은 도보 회담을 거쳐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 될 북미 공동성명에 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양측의 세부 합의사항을 추가로 발표했다.

분단 70여 년 만에 북미의 최고 지도자가 첫 대면한 역사적인 순간들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한다.


■오전 5시 27분(한국시간 6시 27분):"진짜 거래(real deal) 이뤄질지 곧 알게 될 것"

"과거와는 다른 진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북미 정상의 사상 첫 만남이 성사된 12일, 싱가포르의 새벽을 깨운 건 예상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었다.

정상회담을 3시간 반 앞둔 새벽 5시 27분(한국시각 6시 37분) 트럼프가 올린 첫 트윗의 내용은 한마디로 '개봉 박두, 두고 보시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대표단 사이의 회담이 빠르고 잘 진행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과거와는 다른 '진짜 거래(real deal)'가 이뤄질 수 있을지 곧 알게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전 6시 4분(한국시간 7시 4분):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We will be fine!)"

아침 6시 4분(한국시각 7시 4분), 트럼프 대통령이 30여 분 만에 다시 트윗을 날렸다. 이번엔 북미정상회담을 비판해온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정치인, 전문가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회의론을 제기해온 이들을 '혐오자와 패배자(the haters & losers)'로 규정해 조롱한 뒤, "이들은 북미 회담 개최 사실 자체가 미국에 큰 손실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에 억류됐던) 인질들이 풀려났고, (핵미사일 관련) 실험, 연구, 미사일 발사가 중단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처음부터 내가 틀렸다고 했던 전문가들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We will be fine!)"라고 회담 성과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북미회담 성사의 주역인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우리는 오늘 준비됐다(We’re ready for today)고 트윗으로 결의를 밝힌 뒤 회담장으로 출발했다.


■오전 8시(한국시간 9시): 김정은-트럼프, 숙소→북미 회담장으로!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둔 오전 8시(한국시각 오전 9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나서 회담이 예정된 센토사 섬으로 향했다.

8시 12분(한국시각 오전 9시 12분), 이어 김정은 위원장도 숙소인 세인트리지스 호텔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으로 떠난 지 10분 정도 지난 뒤였다.

두 정상을 태운 차량 행렬이 시내를 관통하는 사이 도로변에는 차단벽이 설치됐지만, 싱가포르 시민들은 차단벽 뒤에 늘어서 두 정상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휴대전화를 꺼내 역사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면 통제된 도로를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8시 14분,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32분 각각 회담이 열리는 카펠라 호텔에 도착해 잠시 뒤 있을 역사적인 만남을 준비했다.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세기의 악수'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10시), 역사적인 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이 잇따라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8시 53분, 인민복 차림으로 먼저 회담장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고, 왼손에는 서류철로 보이는 가방이 들려있었다. 6분 뒤인 8시 59분 회담장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도 다소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어 두 정상은 두 손을 맞잡고 12초간 역사적인 '세기의 악수'를 나눴다. 반세기 넘게 적국으로 지내온 북미의 최고 지도자가 분단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순간이다.

두 정상은 악수하며 통역관 없이 간단한 대화도 나눴는데, 현장을 취재한 백악관 출입기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라며 영어로 트럼프 대통령과 첫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9시 16분(한국시간 10시 16분):단독회담

오전 9시 16분, 환담장으로 다시 자리를 옮긴 두 정상은 배석자 없이 일대일 담판,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훌륭한 대화를 나눌 것이고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we are going to have a great discussion and I think tremendous success, they have been tremendously successful)"면서 "우리는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we will have a terrific relationship, i have no doubt.)"고 정상회담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김 위원장도 "여기까지 오늘 길이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지만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비장한 소감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That's true)고 화답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특유의 '엄지 척'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통역만 배석한 채 진행된 두 정상의 단독 회담은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빠른 9시 52분, 36분 만에 종료됐다.

단독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은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회담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등 한결 여유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기자들에게 "아주 좋았다"고 말하며 환한 표정을 지어 보여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전 10시(한국시간 11시):확대 정상회담-업무 오찬

오전 10시, 우리 시각 11시부터는 양국의 핵심 참모들이 합류한 가운데 확대정상회담과 업무 오찬(working lunch)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회담에 앞서 진행된 모두발언에서 "매우, 매우 좋았다"며 대화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함께 협력해서 엄청난 성공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큰 문제, 큰 딜레마를 풀 것으로 생각한다(I know that we'll have tremendous success together and we'll solve a big problem, a big dilemma that until this point has been unable to be solved.)고 거듭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앞으로 도전에 직면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우리의 발목을 붙잡던 과거를 과감하게 이겨냄으로써 회의적인 시선과 이런 것들을 다 짓누르고 이 자리에 모여 마주 앉았다"고 거듭 밝힌뒤 "이번 회담이 평화를 위한 좋은 전주곡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확대 정상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졸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밑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각각 배석했다.

100여분간 진행된 확대 정상회담은 오전 11시 34분 끝났고, 곧바로 업무 오찬이 이어졌다. 오찬에는 북미 실무회담을 주도한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추가로 합류했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 깜짝 이벤트 '산책': "(합의문) 서명하러 가는 중"

오찬을 마친 두 정상은 통역자 없이 카펠라 호텔을 단둘이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했다. 4월 말 판문점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 다리 산책'을 연상시키는 싱가포르판 산책 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산책 도중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러 가는 중"이라는 깜짝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환상적인 회담이었다. 진정성을 봤다"면서 "그 어떤 누가 기대할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고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산책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신의 전용차인 '캐딜락원(비스트)'을 타보라고 뒷문을 열어 보였고,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돌아서며 사양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북미 공동성명' 서명..김정은 "세상은 중대한 변화 보게 될 것"

오후 1시 39분(한국 시간 2시 39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양측의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서명식장의 육중한 문을 열고 김 위원장과 나란히 입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은 매우 포괄적인 문서이며, 양쪽 모두 만족해할 만한 결과가 담겼다"면서 이번 합의를 통해 북한과 한반도의 관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절차가 매우 빨리 시작될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뜻도 내놨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딛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하게 됐다"면서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개 항의 '북미 공동 성명'..'완전한 비핵화-北 안전보장'

4개 항의 합의 내용을 담은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 내용은 곧바로 외신을 통해 공개됐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안전 보장을 공약한 두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①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②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동참 ③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④북미 6·25 전사자 유해 송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 즉 CVID 문구와 비핵화 시한 등이 빠지는 등 추상적 합의에 그쳤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의 중대 걸림돌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프로세스가 10년 만에 재가동되고, 북미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중대한 일보를 내딛게 됐다는 평가다.


■트럼프의 기자회견.."한미연합훈련 중단, 조만간 종전선언"

공동성명 서명 2시간여 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의 세부 논의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공동성명에 CVID가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미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완전히 검증할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따른 과도한 비용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하면서도 "그것(한미연합훈련)은 매우 도발적이다.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대북 체제안전 보장의 일환으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한편, 비핵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대북제재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북미수교는 가능한 한 빨리 하기를 원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3월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락하면서 시작된 석 달간의 숨 가쁜 북미 외교 레이스는 70년 만의 사상 첫 북미 정상의 만남과 첫 공동성명 발표라는 결과물을 내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북미는 다음 주부터 후속 협상을 갖고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대한 이행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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