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B형 혈액형, 피부주름 더 잘 생긴다…왜?

입력 2018.06.13 (10:03) 수정 2018.06.13 (13: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KBS 9시뉴스 화면 KBS 9시뉴스 화면

"난 B형인데 오히려 또래보다 더 '동안피부'라는 소리를 듣는데 무슨 소리냐?"
"나이가 들면 누구나 주름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 어떻게 혈액형마다 다를 수 있느냐?"

KBS 9시 뉴스에 'B형 혈액형, 피부 주름 더 잘 생긴다'는 기사가 나간 뒤 달린 수많은 댓글 중 일부입니다. 방송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핵심만 전달해야 하다 보니 제가 정보를 충분히 드리지 못한 탓입니다. 모든 B형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조사했더니 평균적으로 B형 주름 수치가 높았다는 겁니다. B형의 경우 나중에 나이 들어서 주름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는 정도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하게 혈액형과 피부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70세 할머니 피부 사진 (자료제공: 서울대병원 피부과) 70세 할머니 피부 사진 (자료제공: 서울대병원 피부과)

■ 피부 주름의 주범은 '자외선'
혈액형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피부주름은 왜 생기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70세 할머니의 목과 어깨 사진입니다. 한쪽은 옷에 가려졌던 부위고, 다른 한쪽은 햇빛에 직접 노출됐던 부위입니다. 눈으로 비교되시나요? 옷에 가려졌던 부분은 피부가 하얗고 주름이 살짝 있죠. 자연스러운 피부노화입니다. 반면에 햇빛에 노출된 부위는 거뭇거뭇하고 주름이 많은 데다 깊게 팼습니다. 이건 햇빛에 의한 광노화입니다. 이것만 보면 우리 주름의 주범은 자외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피부에도 혈액형이 있다!
이번엔 혈액형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혈액형은 사람들에게 종종 관심의 대상입니다. 재미삼아 성격이나 기질을 연관 짓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정말 혈액형이 중요한 건 병원에서 수혈할 때입니다.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심각한 수혈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혈액형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 중에 적혈구가 있습니다. 여기에 혈액형을 결정하는 성분들이 붙어 있습니다. 일종의 당성분인데, 단당류 5개에서 6개가 연결된 형태입니다. 그 단당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A형, B형, O형, AB형으로 나뉘는 겁니다. 그런데 혈액형을 좌우하는 당성분이 꼭 혈액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학자들이 연구해본 결과, 피부에도 적혈구와 동일하게 혈액형을 결정하는 성분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A형 피부, B형 피부, O형 피부, AB형 피부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혈액형 성분이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
그렇다면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와 혈액형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우리 피부에 혈액형을 결정하는 당성분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는데, 자외선을 많이 받을수록 당성분이 없어지면서 피부 방어기능을 상실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혈액형 당성분이 자외선 손상을 완충하는 작용을 한다는 겁니다. 일종의 피부 보호역할이죠. 그렇다면 각각의 혈액형에 따라 피부는 차이가 없을까? 이어지는 궁금증인데요.

■ B형 혈액형, 피부는 좀 밝은 편… 주름은 더 잘 생겨
실제로 서울대병원 피부과 연구팀이 여기에 의문을 품고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60세 이상 여성 99명(A형 29명, B형 26명, O형 31명, AB형 13명)을 대상으로 눈 근처 주름깊이와 얼굴 부위의 피부색을 측정했습니다.

(왼쪽)혈액형별 주름 거칠기 (중앙)혈액형별 주름 깊이 (오른쪽) 혈액형별 멜라닌생성지수 (MI)     자료출처:서울대병원 피부과(왼쪽)혈액형별 주름 거칠기 (중앙)혈액형별 주름 깊이 (오른쪽) 혈액형별 멜라닌생성지수 (MI) 자료출처:서울대병원 피부과
그 결과 모든 주름 관련 변수에서 B형이 가장 높은 평균값을 보였습니다. 특히 주름의 거친 정도(average roughness)는 B형이 1AU 이상으로 나머지 혈액형보다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높았고, 평균 주름의 깊이(smooth depthness)도 마찬가지였습니다. B형의 경우 다른 혈액형보다 평균적으로 눈주름이 심하고 깊게 팰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그런데 얼굴 부위 피부색을 보는 멜라닌 생성지수에선 B형이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피부색을 짙게 하는 멜라닌 생성이 가장 적다는 뜻으로 다른 혈액형과 비교해 피부색이 더 밝다는 의미입니다.

■ 'B형' 자외선 막는 멜라닌세포 기능 약화시켜 주름 발생?!
종합해보면 B형 피부는 좀 하얀 대신 주름이 잘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아직 원인을 정확히 모르지만, 피부의 혈액형 당원이 특정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데, 여기에 피부 멜라닌 세포가 관계된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원래 자외선을 받으면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색소를 많이 만들어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손상을 막는데, 유독 B형 혈액형 당성분이 있는 경우 이 멜라닌 색소가 덜 만들어져서 자외선 손상을 더 받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햇빛'은 모든 피부의 적, 'B형'은 좀 더 신경써야!
이번 연구과제는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피부과학 국제학술지(Annals of Dermatology) 6월호에 실렸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혈액형이 B형이라고 무조건 주름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혈액형이건 피부노화 관점에선 햇빛은 좋지 않습니다. 얼굴 주름을 막기 위해선 누구나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발라야 합니다. 그런데 혈액형이 B형이라면 자외선에 좀 더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자외선차단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관 기사] “‘B형’ 혈액형, 피부주름 더 잘 생긴다”…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B형 혈액형, 피부주름 더 잘 생긴다…왜?
    • 입력 2018-06-13 10:03:40
    • 수정2018-06-13 13:02:26
    취재후·사건후
KBS 9시뉴스 화면
"난 B형인데 오히려 또래보다 더 '동안피부'라는 소리를 듣는데 무슨 소리냐?"
"나이가 들면 누구나 주름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 어떻게 혈액형마다 다를 수 있느냐?"

KBS 9시 뉴스에 'B형 혈액형, 피부 주름 더 잘 생긴다'는 기사가 나간 뒤 달린 수많은 댓글 중 일부입니다. 방송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핵심만 전달해야 하다 보니 제가 정보를 충분히 드리지 못한 탓입니다. 모든 B형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조사했더니 평균적으로 B형 주름 수치가 높았다는 겁니다. B형의 경우 나중에 나이 들어서 주름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는 정도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하게 혈액형과 피부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70세 할머니 피부 사진 (자료제공: 서울대병원 피부과)
■ 피부 주름의 주범은 '자외선'
혈액형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피부주름은 왜 생기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70세 할머니의 목과 어깨 사진입니다. 한쪽은 옷에 가려졌던 부위고, 다른 한쪽은 햇빛에 직접 노출됐던 부위입니다. 눈으로 비교되시나요? 옷에 가려졌던 부분은 피부가 하얗고 주름이 살짝 있죠. 자연스러운 피부노화입니다. 반면에 햇빛에 노출된 부위는 거뭇거뭇하고 주름이 많은 데다 깊게 팼습니다. 이건 햇빛에 의한 광노화입니다. 이것만 보면 우리 주름의 주범은 자외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피부에도 혈액형이 있다!
이번엔 혈액형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혈액형은 사람들에게 종종 관심의 대상입니다. 재미삼아 성격이나 기질을 연관 짓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정말 혈액형이 중요한 건 병원에서 수혈할 때입니다.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심각한 수혈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혈액형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 중에 적혈구가 있습니다. 여기에 혈액형을 결정하는 성분들이 붙어 있습니다. 일종의 당성분인데, 단당류 5개에서 6개가 연결된 형태입니다. 그 단당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A형, B형, O형, AB형으로 나뉘는 겁니다. 그런데 혈액형을 좌우하는 당성분이 꼭 혈액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학자들이 연구해본 결과, 피부에도 적혈구와 동일하게 혈액형을 결정하는 성분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A형 피부, B형 피부, O형 피부, AB형 피부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혈액형 성분이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
그렇다면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와 혈액형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우리 피부에 혈액형을 결정하는 당성분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는데, 자외선을 많이 받을수록 당성분이 없어지면서 피부 방어기능을 상실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혈액형 당성분이 자외선 손상을 완충하는 작용을 한다는 겁니다. 일종의 피부 보호역할이죠. 그렇다면 각각의 혈액형에 따라 피부는 차이가 없을까? 이어지는 궁금증인데요.

■ B형 혈액형, 피부는 좀 밝은 편… 주름은 더 잘 생겨
실제로 서울대병원 피부과 연구팀이 여기에 의문을 품고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60세 이상 여성 99명(A형 29명, B형 26명, O형 31명, AB형 13명)을 대상으로 눈 근처 주름깊이와 얼굴 부위의 피부색을 측정했습니다.

(왼쪽)혈액형별 주름 거칠기 (중앙)혈액형별 주름 깊이 (오른쪽) 혈액형별 멜라닌생성지수 (MI)     자료출처:서울대병원 피부과그 결과 모든 주름 관련 변수에서 B형이 가장 높은 평균값을 보였습니다. 특히 주름의 거친 정도(average roughness)는 B형이 1AU 이상으로 나머지 혈액형보다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높았고, 평균 주름의 깊이(smooth depthness)도 마찬가지였습니다. B형의 경우 다른 혈액형보다 평균적으로 눈주름이 심하고 깊게 팰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그런데 얼굴 부위 피부색을 보는 멜라닌 생성지수에선 B형이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피부색을 짙게 하는 멜라닌 생성이 가장 적다는 뜻으로 다른 혈액형과 비교해 피부색이 더 밝다는 의미입니다.

■ 'B형' 자외선 막는 멜라닌세포 기능 약화시켜 주름 발생?!
종합해보면 B형 피부는 좀 하얀 대신 주름이 잘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아직 원인을 정확히 모르지만, 피부의 혈액형 당원이 특정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데, 여기에 피부 멜라닌 세포가 관계된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원래 자외선을 받으면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색소를 많이 만들어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손상을 막는데, 유독 B형 혈액형 당성분이 있는 경우 이 멜라닌 색소가 덜 만들어져서 자외선 손상을 더 받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햇빛'은 모든 피부의 적, 'B형'은 좀 더 신경써야!
이번 연구과제는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피부과학 국제학술지(Annals of Dermatology) 6월호에 실렸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혈액형이 B형이라고 무조건 주름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혈액형이건 피부노화 관점에선 햇빛은 좋지 않습니다. 얼굴 주름을 막기 위해선 누구나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발라야 합니다. 그런데 혈액형이 B형이라면 자외선에 좀 더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자외선차단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관 기사] “‘B형’ 혈액형, 피부주름 더 잘 생긴다”…왜?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