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잠복 촬영·금품 요구까지…‘카파라치’ 정체는?

입력 2018.06.15 (08:34) 수정 2018.06.15 (08: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요즘 운전하시는 분들은 교통 위반을 하면 영상을 통해 신고할 수 있는 제도, 알고 계실겁니다.

교통위반 공익신고라는 건데요, 요즘은 휴대전화 어플로도 가능해 신고가 더 쉬워졌습니다.

그런데, 안전한 교통환경을 위한다는 이 제도를 기상천외하게 악용해온 한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수십여 명의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과연 그 이유는 뭘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한 남자가 휴대전화를 들고 뭔가를 찍고 있습니다.

다른 날 같은 장소.

이번엔 차도까지 나가 촬영을 하는데 조금전 보셨던 바로 그 남성입니다.

이번에는 풀숲입니다.

나무 뒤에 쪼그려 앉아 몰래 찍고, 비가 오는 날엔 이렇게 우산까지 쓰고 촬영에 열심인데요.

날이면 날마다 영상을 찍는 이 남성은 도대체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이 남성이 영상을 촬영했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좌회전 신호에서 유턴을 하는 차들이 많은, 말하자면 신호위반이 많은 도로였습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좌회전 자리인데, 유턴을 앞 차들이 다 하더라고요. 들어갔다 나오려다가 유턴을 하길래 나도 유턴을 했어요.”]

심지어 촬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노골적으로 영상을 찍으며 운전자들에게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오○○/피해자/음성변조: "갑자기 도는 순간에 나무 뒤에서 사람이 뛰어나오더라고요. 자기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면서 저를 내가 널 찍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대로변까지 나와서 차량 번호판을 찍고 있었어요.”]

놀란 운전자가 황급히 차를 멈추고 다가가면 그제서야 신분을 밝혔다고 합니다.

[오○○/피해자/음성변조:“자기는 어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하는 거지, 절대 사적으로 하거나 카파라치 이런 게 아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 “당신 뭐냐고 뭔데 휴대전화로 사람 차 찍고 이러느냐, 경찰이냐, 아니면 구청 소속이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다. 나는 일반 시민이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하지만 일반 시민이라고 했던 남성의 행동은 좀 달랐습니다.

[오○○/피해자/음성변조:“조금의 성의를 보이면 이제 이것을 지워주겠다고. 저한테 정확하게 범칙금이 8만 원정도 되는데 자기한테 얼마를 주는 게 더 싸게 먹히지 않겠냐.(했어요.)”]

영상을 찍은 자신에게 성의를 표시하면 지워주겠다며 다름아닌 돈을 요구한 겁니다.

[김정남/서초경찰서 교통조사과장: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공익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성의 표시를 해주면 삭제해 줄 수 있다고 하니 돈을 만 원에서 오만 원을 주니까 거기에서 변질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돈벌이가 되는 걸 알게 되자, 이 남성은 위반 사례가 많은 장소에 아예 자리를 잡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못 보면 호루라기를 불어 차를 멈춰세우기도 하고, 때론 실랑이가 벌어져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는데요.

돈을 내면 그제서야 찍었던 영상을 지워줬습니다.

[이○○/피해자/음성변조:“내가 가서 2만 원 드리면 되겠냐고 해서 2만 원 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에 녹화된 위반 영상을 지우더라고요.”]

[이○○0/피해자/음성변조:“어떤 차가 어떻게 위반을 했다는 그 상황을 앱에다가 올리더라고요. “내가 두 사람 것만 나온 것을 신고하고 네 것은 신고 안 할 것이고 이 동영상을 내가 바로 원본 삭제할게.”(하면서) 그걸 계속 보여주는 거예요.”]

현금이 없다고 하면 돈을 뽑아오라며 안내해주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오○○/피해자/음성변조:“좌회전하면 자동입출금기가 있다면서 정확하게 알려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지막에 다른 분들도 거기서 많이 뽑아온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남성이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 4월까지 1년 반 동안 돈을 뜯어낸 것은 확인된 것만 70여 건.

끊임없이 이어졌던 남성의 대담한 범행은 경찰에 접수된 또다른 민원 때문에 꼬리를 밟히게 됐습니다.

[김정남/서초경찰서 교통과장 : ”민원인께서 누구는 돈 주면 범칙금을 안내고 돈 안 낸 사람, 돈 안 준 사람은 이렇게 범칙금을 몇 회에 걸쳐서 내야 하고 이거 좀 잘못된 거 아니냐. (그래서)누군가가 지금 공익신고를 빌미로 돈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이 추적하다보니 놀라운 일이 밝혀졌습니다.

이미 경찰서 내에서 악성 민원인으로 악명이 높았던 장모 씨가 바로 그 남성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실제로 장 씨가 경찰 민원실과 통화한 내용 한번 들어보시죠.

[장○○/피의자/음성변조:“(파일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디서 만들어졌고 용량 얼마인지까지 나와야 되잖아요.) 내 얘기 좀 들어봐요. 내 얘기!”]

[장○○/피의자/음성변조: “(왜 화를 내세요? 선생님.) 기분이 아니꼬와요, 지금요? 원래 그렇게 통화합니까? 불친절한 것, 국민신문고에 신고할 거예요.”]

장 씨는 협박에 넘어가지 않은 운전자들을 신고한 뒤, 가장 무거운 범칙금을 부과하라고 항의했다고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뜻대로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으면 담당 공무원이 불친절하다며 민원까지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 씨가 제기한 민원은 교통 위반 신고를 비롯해 무려 3만 2천여 건에 달했습니다.

경찰은 장 씨를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김정남/서초경찰서 교통과장: “민원을 과다하게 제공함으로써 원활하게 진행치 못하게 한다든지 또 그것을 빌미로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되는데….”]

교통법규 위반을 효율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도입된 교통 위반 공익 신고는 과연 얼마나 늘었을까요?

서울시의 경우 2011년 만4천여 건(14533)에서 지난해 256천여 건(256791)으로 무려 20배가 늘었습니다.

휴대전화 어플로 간단하게 신고가 가능해 더욱 급증하고 있습니다.

신고 제도 자체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만 이른바 악성 '카파라치'가 늘고 있다는 점도 숙제입니다.

[장택영/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 “운전자들이 안전하고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러한 도로환경을 급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나쁜 생각에서 출발하는 그런 신고보다는 선량한, 진정한 법규위반자들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안전의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그러한 시민신고 정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상습 교통위반 신고 지역은 운전자들에게 잘 알리는 것도 이같은 악성 신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잠복 촬영·금품 요구까지…‘카파라치’ 정체는?
    • 입력 2018-06-15 08:44:39
    • 수정2018-06-15 08:58:42
    아침뉴스타임
[기자]

요즘 운전하시는 분들은 교통 위반을 하면 영상을 통해 신고할 수 있는 제도, 알고 계실겁니다.

교통위반 공익신고라는 건데요, 요즘은 휴대전화 어플로도 가능해 신고가 더 쉬워졌습니다.

그런데, 안전한 교통환경을 위한다는 이 제도를 기상천외하게 악용해온 한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수십여 명의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과연 그 이유는 뭘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한 남자가 휴대전화를 들고 뭔가를 찍고 있습니다.

다른 날 같은 장소.

이번엔 차도까지 나가 촬영을 하는데 조금전 보셨던 바로 그 남성입니다.

이번에는 풀숲입니다.

나무 뒤에 쪼그려 앉아 몰래 찍고, 비가 오는 날엔 이렇게 우산까지 쓰고 촬영에 열심인데요.

날이면 날마다 영상을 찍는 이 남성은 도대체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이 남성이 영상을 촬영했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좌회전 신호에서 유턴을 하는 차들이 많은, 말하자면 신호위반이 많은 도로였습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좌회전 자리인데, 유턴을 앞 차들이 다 하더라고요. 들어갔다 나오려다가 유턴을 하길래 나도 유턴을 했어요.”]

심지어 촬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노골적으로 영상을 찍으며 운전자들에게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오○○/피해자/음성변조: "갑자기 도는 순간에 나무 뒤에서 사람이 뛰어나오더라고요. 자기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면서 저를 내가 널 찍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대로변까지 나와서 차량 번호판을 찍고 있었어요.”]

놀란 운전자가 황급히 차를 멈추고 다가가면 그제서야 신분을 밝혔다고 합니다.

[오○○/피해자/음성변조:“자기는 어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하는 거지, 절대 사적으로 하거나 카파라치 이런 게 아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 “당신 뭐냐고 뭔데 휴대전화로 사람 차 찍고 이러느냐, 경찰이냐, 아니면 구청 소속이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다. 나는 일반 시민이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하지만 일반 시민이라고 했던 남성의 행동은 좀 달랐습니다.

[오○○/피해자/음성변조:“조금의 성의를 보이면 이제 이것을 지워주겠다고. 저한테 정확하게 범칙금이 8만 원정도 되는데 자기한테 얼마를 주는 게 더 싸게 먹히지 않겠냐.(했어요.)”]

영상을 찍은 자신에게 성의를 표시하면 지워주겠다며 다름아닌 돈을 요구한 겁니다.

[김정남/서초경찰서 교통조사과장: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공익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성의 표시를 해주면 삭제해 줄 수 있다고 하니 돈을 만 원에서 오만 원을 주니까 거기에서 변질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돈벌이가 되는 걸 알게 되자, 이 남성은 위반 사례가 많은 장소에 아예 자리를 잡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못 보면 호루라기를 불어 차를 멈춰세우기도 하고, 때론 실랑이가 벌어져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는데요.

돈을 내면 그제서야 찍었던 영상을 지워줬습니다.

[이○○/피해자/음성변조:“내가 가서 2만 원 드리면 되겠냐고 해서 2만 원 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에 녹화된 위반 영상을 지우더라고요.”]

[이○○0/피해자/음성변조:“어떤 차가 어떻게 위반을 했다는 그 상황을 앱에다가 올리더라고요. “내가 두 사람 것만 나온 것을 신고하고 네 것은 신고 안 할 것이고 이 동영상을 내가 바로 원본 삭제할게.”(하면서) 그걸 계속 보여주는 거예요.”]

현금이 없다고 하면 돈을 뽑아오라며 안내해주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오○○/피해자/음성변조:“좌회전하면 자동입출금기가 있다면서 정확하게 알려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지막에 다른 분들도 거기서 많이 뽑아온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남성이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 4월까지 1년 반 동안 돈을 뜯어낸 것은 확인된 것만 70여 건.

끊임없이 이어졌던 남성의 대담한 범행은 경찰에 접수된 또다른 민원 때문에 꼬리를 밟히게 됐습니다.

[김정남/서초경찰서 교통과장 : ”민원인께서 누구는 돈 주면 범칙금을 안내고 돈 안 낸 사람, 돈 안 준 사람은 이렇게 범칙금을 몇 회에 걸쳐서 내야 하고 이거 좀 잘못된 거 아니냐. (그래서)누군가가 지금 공익신고를 빌미로 돈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이 추적하다보니 놀라운 일이 밝혀졌습니다.

이미 경찰서 내에서 악성 민원인으로 악명이 높았던 장모 씨가 바로 그 남성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실제로 장 씨가 경찰 민원실과 통화한 내용 한번 들어보시죠.

[장○○/피의자/음성변조:“(파일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디서 만들어졌고 용량 얼마인지까지 나와야 되잖아요.) 내 얘기 좀 들어봐요. 내 얘기!”]

[장○○/피의자/음성변조: “(왜 화를 내세요? 선생님.) 기분이 아니꼬와요, 지금요? 원래 그렇게 통화합니까? 불친절한 것, 국민신문고에 신고할 거예요.”]

장 씨는 협박에 넘어가지 않은 운전자들을 신고한 뒤, 가장 무거운 범칙금을 부과하라고 항의했다고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뜻대로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으면 담당 공무원이 불친절하다며 민원까지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 씨가 제기한 민원은 교통 위반 신고를 비롯해 무려 3만 2천여 건에 달했습니다.

경찰은 장 씨를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김정남/서초경찰서 교통과장: “민원을 과다하게 제공함으로써 원활하게 진행치 못하게 한다든지 또 그것을 빌미로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되는데….”]

교통법규 위반을 효율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도입된 교통 위반 공익 신고는 과연 얼마나 늘었을까요?

서울시의 경우 2011년 만4천여 건(14533)에서 지난해 256천여 건(256791)으로 무려 20배가 늘었습니다.

휴대전화 어플로 간단하게 신고가 가능해 더욱 급증하고 있습니다.

신고 제도 자체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만 이른바 악성 '카파라치'가 늘고 있다는 점도 숙제입니다.

[장택영/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 “운전자들이 안전하고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러한 도로환경을 급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나쁜 생각에서 출발하는 그런 신고보다는 선량한, 진정한 법규위반자들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안전의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그러한 시민신고 정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상습 교통위반 신고 지역은 운전자들에게 잘 알리는 것도 이같은 악성 신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