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24시간 취재 전쟁’…전 세계 기자들을 만나다

입력 2018.06.16 (07:20) 수정 2018.06.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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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담판'인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하는 것도 '세기의 업무'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장만큼 열기가 뜨거웠던 곳. 바로 전 세계 기자들이 모여 취재를 하는 '국제 미디어 센터(IMC)'였습니다. 국제 미디어 센터에 등록한 기자만 3천 명. 한국 기자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심지어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온 기자들도 꽤 많았습니다. 세계사에 남을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전 세계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속보와 생중계 전쟁...'누가 누가 잘하나'

'취.재.전.쟁.'

국제 미디어 센터의 모습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미디어 센터 곳곳에는 회담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는 대형 스크린과 모니터들이 마련돼있는데, 내외신 기자들은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며 전 세계에 속보를 전했습니다. 미디어 센터 곳곳에서 생중계가 벌어지다보니, 기자들이 나오면 화면 뒤에서 다른 기자가 생중계를 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원고 없이' 생중계를 하는 외신기자들이 정말 많았다는 겁니다. 사실 대부분의 한국 기자들은 미리 작성해 놓은 기사를 바탕으로 생중계를 합니다. 원고를 통째로 외우기 힘드니 중간중간 원고를 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외신 기자들의 생중계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니, 원고 하나 없이 자유롭게 현장 상황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능력이 대단한건지, 언론사 시스템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우리와는 참 다른 풍경 중 하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원고에 매달리며 생중계하는 저의 무능력함(?)도 반성했고요.


북한 기자는 어디에?

국제 미디어 센터에서 꼭 찾고 싶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북한에서 온 기자들. 다른 외신기자들에게도 은근슬쩍 물어봤지만, 그들은 역시나 국제 미디어 센터에 오지 않았습니다. 안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아쉬웠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거든요. 북한 기자들의 일상부터 북한에서의 기자 일이 재미(?)는 있는지, 취재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들을 만나는 일이 개인적 바람이었는데 불발돼서 참 아쉬웠습니다. 만약 북한 기자들이 미디어 센터에 왔다면, 그들은 취재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다른 기자들이 북한 기자들을 취재하려고 난리일테니까요. 참고로 북한 기자들은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동선을 취재했습니다. 주관 방송사 외에 자유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취재할 수 있는 기자들입니다. 그들의 엄청난 '특권'이 부럽기도 합니다.


두 정상 악수하자...동시에 터진 '박수와 탄성'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된 12일 현지 시간 오전 9시. 국제 미디어 센터에 있던 기자들은 생중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순간, 순간이 모두 역사의 한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회담장에서 두 정상이 마주 서 악수를 하자 미디어 센터에서는 박수와 '와~'하는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취재 기자들은 생중계 화면을 각자 휴대폰에 담기에 바빴습니다. 그 순간만은 모두들 스스로 '기자의 본분'을 잠시 잊고, '역사 현장의 목격자'로서 회담을 지켜봤을 겁니다. 저도 그 당시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정상회담 생중계 화면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 기억이 납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도 말했죠. '공상과학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모두들 비현실적인 모습에 홀린 분위기였습니다.


"디테일에 답이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외신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무엇일까? KBS 취재진과 인터뷰한 호주의 한 기자는 "디테일에 답이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하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제 실현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거죠. 또한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체제보장'이 어떤 단계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했습니다. 일본 NHK의 한 기자는 "북한 체제보장이 진행되면 주변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체제보장에도 관심이 크다"고 했습니다. 다만 비핵화 실현을 통한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정상회담 기념컵에 트럼프-김정은 부채까지...기념품 '불티'

미디어 센터 취재진들은 '깜짝 선물'도 받았습니다. 두 정상의 얼굴이 담긴 손 부채와 생수, 정상회담 기념컵까지. 취재진들은 기념품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고 서로에게 남는 기념품이 있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정상회담 기념품 역시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 증거물이기에, 취재진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기념품들을 오래오래 잘 간직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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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6 07:20:41
    • 수정2018-06-16 23:41:19
    취재후·사건후
'세기의 담판'인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하는 것도 '세기의 업무'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장만큼 열기가 뜨거웠던 곳. 바로 전 세계 기자들이 모여 취재를 하는 '국제 미디어 센터(IMC)'였습니다. 국제 미디어 센터에 등록한 기자만 3천 명. 한국 기자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심지어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온 기자들도 꽤 많았습니다. 세계사에 남을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전 세계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속보와 생중계 전쟁...'누가 누가 잘하나'

'취.재.전.쟁.'

국제 미디어 센터의 모습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미디어 센터 곳곳에는 회담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는 대형 스크린과 모니터들이 마련돼있는데, 내외신 기자들은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며 전 세계에 속보를 전했습니다. 미디어 센터 곳곳에서 생중계가 벌어지다보니, 기자들이 나오면 화면 뒤에서 다른 기자가 생중계를 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원고 없이' 생중계를 하는 외신기자들이 정말 많았다는 겁니다. 사실 대부분의 한국 기자들은 미리 작성해 놓은 기사를 바탕으로 생중계를 합니다. 원고를 통째로 외우기 힘드니 중간중간 원고를 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외신 기자들의 생중계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니, 원고 하나 없이 자유롭게 현장 상황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능력이 대단한건지, 언론사 시스템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우리와는 참 다른 풍경 중 하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원고에 매달리며 생중계하는 저의 무능력함(?)도 반성했고요.


북한 기자는 어디에?

국제 미디어 센터에서 꼭 찾고 싶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북한에서 온 기자들. 다른 외신기자들에게도 은근슬쩍 물어봤지만, 그들은 역시나 국제 미디어 센터에 오지 않았습니다. 안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아쉬웠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거든요. 북한 기자들의 일상부터 북한에서의 기자 일이 재미(?)는 있는지, 취재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들을 만나는 일이 개인적 바람이었는데 불발돼서 참 아쉬웠습니다. 만약 북한 기자들이 미디어 센터에 왔다면, 그들은 취재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다른 기자들이 북한 기자들을 취재하려고 난리일테니까요. 참고로 북한 기자들은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동선을 취재했습니다. 주관 방송사 외에 자유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취재할 수 있는 기자들입니다. 그들의 엄청난 '특권'이 부럽기도 합니다.


두 정상 악수하자...동시에 터진 '박수와 탄성'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된 12일 현지 시간 오전 9시. 국제 미디어 센터에 있던 기자들은 생중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순간, 순간이 모두 역사의 한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회담장에서 두 정상이 마주 서 악수를 하자 미디어 센터에서는 박수와 '와~'하는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취재 기자들은 생중계 화면을 각자 휴대폰에 담기에 바빴습니다. 그 순간만은 모두들 스스로 '기자의 본분'을 잠시 잊고, '역사 현장의 목격자'로서 회담을 지켜봤을 겁니다. 저도 그 당시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정상회담 생중계 화면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 기억이 납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도 말했죠. '공상과학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모두들 비현실적인 모습에 홀린 분위기였습니다.


"디테일에 답이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외신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무엇일까? KBS 취재진과 인터뷰한 호주의 한 기자는 "디테일에 답이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하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제 실현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거죠. 또한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체제보장'이 어떤 단계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했습니다. 일본 NHK의 한 기자는 "북한 체제보장이 진행되면 주변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체제보장에도 관심이 크다"고 했습니다. 다만 비핵화 실현을 통한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정상회담 기념컵에 트럼프-김정은 부채까지...기념품 '불티'

미디어 센터 취재진들은 '깜짝 선물'도 받았습니다. 두 정상의 얼굴이 담긴 손 부채와 생수, 정상회담 기념컵까지. 취재진들은 기념품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고 서로에게 남는 기념품이 있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정상회담 기념품 역시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 증거물이기에, 취재진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기념품들을 오래오래 잘 간직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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