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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손익 계산서 따져보니…최후의 승자는?
입력 2018.06.18 (15:25) 수정 2018.06.18 (15:26) 멀티미디어 뉴스
북미정상회담 손익 계산서 따져보니…최후의 승자는?
'세기의 회담'으로 불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시간여의 회담 끝에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

1948년 분단 이후 70년 만에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그런만큼 회담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한반도 비핵화 대장정의 첫걸음을 뗀 의미있는 만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구체적 비핵화 내용이 빠진 공동성명 발표를 놓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일방적인 승리였다며 평가 절하하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까지 한반도 전쟁 위기설까지 나왔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북미 두 정상의 만남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특히,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차관급 회담의 결과로 도출된 것인 반면, 6.12 센토사 공동성명은 역사상 최초로 북미 두 정상이 합의한 결과물이다. 북미공동성명을 두고 새로울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 무게의 차이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에서 과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CVID 누락...'공동성명'은 김정은 '1승'


이번 공동성명에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명문화하지 못했다. 심지어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로드맵이나 검증 방법도 누락됐다.

합의문 자체 내용만 놓고 보면 '검증 가능한 비핵화',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폐기'를 명시한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도 후퇴한 셈이다. 이를 두고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트럼프가 속았다", "얻은 것 없는 빈손 회담" 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미국은 회담 전날까지 폼페이오 국무 장관을 기자회견장에 내세워 CVID를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반면,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평화체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제시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북한의 요구가 고스란히 공동성명에 담긴 셈이다. 미국은 4번 째 항에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문구를 첨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또,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 없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선물도 받았다. 공동성명 내용으로만 보면 김정은의 '1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면합의 내용은 트럼프 '1승' ?

주목할 만한 점은 완패 판정을 받은 트럼프의 태도이다.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호한 공동성명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불구하고, 매우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며 자화자찬을 했다.

기자회견 답변 과정에서 나왔던 트럼프의 주요 발언을 살펴보자. "비핵화 검증도 할 것",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을 테스트하는 실험장 폐쇄를 약속", "기계적이고 물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서 경제 제재를 해제할 것" 등이다.


공동성명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세부사항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발언들이다. 예를 들어, 핵무기와 핵물질 그리고 핵시설 등에 대한 검증, 반출, 폐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 등이 오고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약속은 공동성명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 합의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회담 전날까지 북미 대표단 실무 접촉을 통해 담지 못한 내용을 두 정상이 만나 구두로 합의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6개월 뒤 보면 알 것"이라고 시한까지 명시해 미국 내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을 것임도 시사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 '명분'을 주는 대신 실질적인 조치를 약속 받으며 '실리'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 조정 불가피...한국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 안정을 요구해 왔다. 체제 안정의 핵심은 미국의 군사 위협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협상을 하려면 등가 교환이 성립해야 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5월) 말, 뉴욕에서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을 상징하는 단어, 'SCSP' = 강하고(Strong), 연결되고(Connected), 안전하며(Secure), 번영하는(Prosperous)를 북한에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안전 확약은 등가 교환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무력 폐기는 한 번 이행하면 되돌릴 수 없지만 미국의 군사 위협 중지는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는 비핵화-체제 보장의 등가 교환을 위해 한미 동맹 조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협상하는 동안 '워게임(War Game)'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요구였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이 선의의 협상에 나쁜 신호가 될 수 있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하면, 북미가 합의한 첫번 째 등가교환은 6개월 내 북한의 미사일 실험장 폐쇄, 핵시설 검증 절차 돌입,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로 한미연합훈련 축소나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지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제재와 군사적 옵션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남겨놓았지만, 한미동맹의 재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증가할 때마다 한미동맹에 따른 핵우산 제공의지를 재확인해왔다. 그런데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미 동맹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면, 한국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 이같은 질문에 진보도, 보수도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평화를 얻기 위해선 우리도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향후 발생할 다양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국방비를 축소할 지, 아니면 통일 이후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비하고 자주국방력을 갖추기 위해 예산을 더 늘려야 할지 문제도 지금부터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북미정상회담 손익 계산서 따져보니…최후의 승자는?
    • 입력 2018.06.18 (15:25)
    • 수정 2018.06.18 (15:26)
    멀티미디어 뉴스
북미정상회담 손익 계산서 따져보니…최후의 승자는?
'세기의 회담'으로 불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시간여의 회담 끝에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

1948년 분단 이후 70년 만에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그런만큼 회담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한반도 비핵화 대장정의 첫걸음을 뗀 의미있는 만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구체적 비핵화 내용이 빠진 공동성명 발표를 놓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일방적인 승리였다며 평가 절하하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까지 한반도 전쟁 위기설까지 나왔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북미 두 정상의 만남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특히,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차관급 회담의 결과로 도출된 것인 반면, 6.12 센토사 공동성명은 역사상 최초로 북미 두 정상이 합의한 결과물이다. 북미공동성명을 두고 새로울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 무게의 차이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에서 과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CVID 누락...'공동성명'은 김정은 '1승'


이번 공동성명에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명문화하지 못했다. 심지어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로드맵이나 검증 방법도 누락됐다.

합의문 자체 내용만 놓고 보면 '검증 가능한 비핵화',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폐기'를 명시한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도 후퇴한 셈이다. 이를 두고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트럼프가 속았다", "얻은 것 없는 빈손 회담" 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미국은 회담 전날까지 폼페이오 국무 장관을 기자회견장에 내세워 CVID를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반면,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평화체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제시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북한의 요구가 고스란히 공동성명에 담긴 셈이다. 미국은 4번 째 항에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문구를 첨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또,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 없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선물도 받았다. 공동성명 내용으로만 보면 김정은의 '1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면합의 내용은 트럼프 '1승' ?

주목할 만한 점은 완패 판정을 받은 트럼프의 태도이다.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호한 공동성명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불구하고, 매우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며 자화자찬을 했다.

기자회견 답변 과정에서 나왔던 트럼프의 주요 발언을 살펴보자. "비핵화 검증도 할 것",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을 테스트하는 실험장 폐쇄를 약속", "기계적이고 물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서 경제 제재를 해제할 것" 등이다.


공동성명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세부사항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발언들이다. 예를 들어, 핵무기와 핵물질 그리고 핵시설 등에 대한 검증, 반출, 폐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 등이 오고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약속은 공동성명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 합의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회담 전날까지 북미 대표단 실무 접촉을 통해 담지 못한 내용을 두 정상이 만나 구두로 합의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6개월 뒤 보면 알 것"이라고 시한까지 명시해 미국 내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을 것임도 시사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 '명분'을 주는 대신 실질적인 조치를 약속 받으며 '실리'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 조정 불가피...한국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 안정을 요구해 왔다. 체제 안정의 핵심은 미국의 군사 위협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협상을 하려면 등가 교환이 성립해야 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5월) 말, 뉴욕에서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을 상징하는 단어, 'SCSP' = 강하고(Strong), 연결되고(Connected), 안전하며(Secure), 번영하는(Prosperous)를 북한에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안전 확약은 등가 교환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무력 폐기는 한 번 이행하면 되돌릴 수 없지만 미국의 군사 위협 중지는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는 비핵화-체제 보장의 등가 교환을 위해 한미 동맹 조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협상하는 동안 '워게임(War Game)'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요구였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이 선의의 협상에 나쁜 신호가 될 수 있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하면, 북미가 합의한 첫번 째 등가교환은 6개월 내 북한의 미사일 실험장 폐쇄, 핵시설 검증 절차 돌입,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로 한미연합훈련 축소나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지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제재와 군사적 옵션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남겨놓았지만, 한미동맹의 재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증가할 때마다 한미동맹에 따른 핵우산 제공의지를 재확인해왔다. 그런데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미 동맹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면, 한국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 이같은 질문에 진보도, 보수도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평화를 얻기 위해선 우리도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향후 발생할 다양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국방비를 축소할 지, 아니면 통일 이후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비하고 자주국방력을 갖추기 위해 예산을 더 늘려야 할지 문제도 지금부터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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