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 수입은 5조…개최국 지원금은 ‘찔끔’

입력 2018.06.19 (11:29) 수정 2018.06.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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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는 개최국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까?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2023년까지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가 3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들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결과는 이런 예상과 상당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월드컵 개최는 경기장과 숙박시설 그리고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유발하고 더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들임으로써 국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경제학자인 스테판 홀의 분석에 따르면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기회비용

기회 비용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경제 기반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기반 시설 투자는 경제 성장률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 생활수준의 향상, 소득 격차 해소 등을 포함하는 포용적 성장 (inclusive growth)에 도움이 될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경기장 등 스포츠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는 건설 비용도 많이 들고 경기 이후 운영과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이런 경기 시설들은 일반 대중들의 경제적 생활수준 향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용 대비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6천억원이 투자된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 현재는 버스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6천억원이 투자된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 현재는 버스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브라질은 수도 브라질리아에 건설한 월드컵 주경기장을 대형 버스 주자창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경기장 건설에는 5억 5000만 달러 , 우리 돈으로 6천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준비를 위해 전체 국민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의 2배에 해당하는 15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가 끝난 이후 지금까지 여러 마리의 화이트 엘리펀트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 쓸데 없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대상.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 쓸데 없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대상.

변화하는 관광 패턴

중요한 스포츠 행사는 일시적으로 관광객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평상시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로 가는 관광객들을 오히려 감소 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연간을 기준으로 보면 잘해야 본전이고 아니면 일반 관광객은 줄어들 수도 있다. 2010년에 월드컵을 개최한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을 통해 45만 명의 관광객이 남아공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착 관광객 유치는 30만명에 그쳤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도 마찬가지다. 베이징과 런던 올림픽의 경우 올림픽이 열린 2008년과 2012년의 연간 전체 관광객수는 감소했다. 영국에서 관광객을 가장 많이 끌어 들이는 대영 박물관의 경우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동안 방문객 수가 22%나 감소했다. 대영 박물관은 한 해 5백만명 이상이 찾아 오는 대표적 관광 명소이다. 런던 시내 30개의 관광명소 방문객수도 2012년에 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혼잡과 여행 경비 상승 등을 우려해 스포츠 이벤트를 제외한 일반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막대한 수입 챙기는 FIFA

이처럼 개최국은 많은 투자를 하고 상대적으로 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 FIFA나 올림픽위원회 등 개최 기구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FIFA 월드컵 보고서를 인용해 FIFA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48억 달러, 약 5조3천 억 원을 벌어들였고 이 가운데 22억 달러, 2조4천 억 원을 비용으로 지출해 4년 동안 26억 달러, 약 2조 8천 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피파는 TV 중계권료로 24억 달러, 공식 후원 대가로 16억 달러, 그리고 경기장 입장료 수입으로 5억 2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FIFA 2014 월드컵 보고서FIFA 2014 월드컵 보고서

지출 대부분은 각 국가의 축구 기구에 대한 지원금과 TV 프로그램 제작비로 사용됐다. 그리고 대회 출전국들에게 도 4000억원에 가까운 포상금이 지급된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6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를 한 브라질에게는 2014 FIFA월드컵 레가시 펀드라는 명목으로 1억 달러, 약 1100억원이 지급됐을 뿐이다.

FIFA 2014 월드컵 보고서FIFA 2014 월드컵 보고서

수치로만 보면 월드컵이 흥행해도 FIFA에서 개최국에 제공하는 혜택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투자는 개최국이 하고 흥행 수익의 대부분은 FIFA가 취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오직 숫자로만 평가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비록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주고 , 국가적으로 사회적 갈등의 봉합과 국민들의 자긍심을 키워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평창 동계 올림픽처럼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월드컵은 투자대비 실익이 적다. 하지만 국민 화합 등 정치적 사회적인 긍정적 효과와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 제고 등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월드컵이라는 투자 상품에 대한 가치는 머리로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가슴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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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FA 월드컵 수입은 5조…개최국 지원금은 ‘찔끔’
    • 입력 2018-06-19 11:29:59
    • 수정2018-06-19 14:39:24
    취재K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는 개최국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까?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2023년까지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가 3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들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결과는 이런 예상과 상당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월드컵 개최는 경기장과 숙박시설 그리고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유발하고 더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들임으로써 국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경제학자인 스테판 홀의 분석에 따르면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기회비용

기회 비용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경제 기반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기반 시설 투자는 경제 성장률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 생활수준의 향상, 소득 격차 해소 등을 포함하는 포용적 성장 (inclusive growth)에 도움이 될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경기장 등 스포츠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는 건설 비용도 많이 들고 경기 이후 운영과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이런 경기 시설들은 일반 대중들의 경제적 생활수준 향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용 대비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6천억원이 투자된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 현재는 버스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브라질은 수도 브라질리아에 건설한 월드컵 주경기장을 대형 버스 주자창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경기장 건설에는 5억 5000만 달러 , 우리 돈으로 6천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준비를 위해 전체 국민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의 2배에 해당하는 15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가 끝난 이후 지금까지 여러 마리의 화이트 엘리펀트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 쓸데 없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대상.
변화하는 관광 패턴

중요한 스포츠 행사는 일시적으로 관광객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평상시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로 가는 관광객들을 오히려 감소 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연간을 기준으로 보면 잘해야 본전이고 아니면 일반 관광객은 줄어들 수도 있다. 2010년에 월드컵을 개최한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을 통해 45만 명의 관광객이 남아공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착 관광객 유치는 30만명에 그쳤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도 마찬가지다. 베이징과 런던 올림픽의 경우 올림픽이 열린 2008년과 2012년의 연간 전체 관광객수는 감소했다. 영국에서 관광객을 가장 많이 끌어 들이는 대영 박물관의 경우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동안 방문객 수가 22%나 감소했다. 대영 박물관은 한 해 5백만명 이상이 찾아 오는 대표적 관광 명소이다. 런던 시내 30개의 관광명소 방문객수도 2012년에 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혼잡과 여행 경비 상승 등을 우려해 스포츠 이벤트를 제외한 일반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막대한 수입 챙기는 FIFA

이처럼 개최국은 많은 투자를 하고 상대적으로 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 FIFA나 올림픽위원회 등 개최 기구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FIFA 월드컵 보고서를 인용해 FIFA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48억 달러, 약 5조3천 억 원을 벌어들였고 이 가운데 22억 달러, 2조4천 억 원을 비용으로 지출해 4년 동안 26억 달러, 약 2조 8천 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피파는 TV 중계권료로 24억 달러, 공식 후원 대가로 16억 달러, 그리고 경기장 입장료 수입으로 5억 2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FIFA 2014 월드컵 보고서
지출 대부분은 각 국가의 축구 기구에 대한 지원금과 TV 프로그램 제작비로 사용됐다. 그리고 대회 출전국들에게 도 4000억원에 가까운 포상금이 지급된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6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를 한 브라질에게는 2014 FIFA월드컵 레가시 펀드라는 명목으로 1억 달러, 약 1100억원이 지급됐을 뿐이다.

FIFA 2014 월드컵 보고서
수치로만 보면 월드컵이 흥행해도 FIFA에서 개최국에 제공하는 혜택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투자는 개최국이 하고 흥행 수익의 대부분은 FIFA가 취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오직 숫자로만 평가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비록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주고 , 국가적으로 사회적 갈등의 봉합과 국민들의 자긍심을 키워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평창 동계 올림픽처럼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월드컵은 투자대비 실익이 적다. 하지만 국민 화합 등 정치적 사회적인 긍정적 효과와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 제고 등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월드컵이라는 투자 상품에 대한 가치는 머리로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가슴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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