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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단’에 ‘유해 송환’ 화답…트럼프-김정은 케미 어디까지?
입력 2018.06.20 (18:06) 수정 2018.06.20 (18:47) 멀티미디어 뉴스
‘훈련 중단’에 ‘유해 송환’ 화답…트럼프-김정은 케미 어디까지?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You are not forgotten)"
"단 한 명의 병사도 적진에 내버려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 사업을 전담하는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관리청', DPAA(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 2015년 JPAC 확대 개편)의 유명한 구호다.

조국을 향한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와 함께 마지막 남은 1구의 유해라도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특수부대원들의 사명을 축약해 담고 있는 말이다.

구호의 취지가 무색하게 10년 넘게 중단돼왔던 북한 내 미군 전사자의 유해 발굴과 송환 사업이 조만간 재개된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미군 유해 200여 구가 미국으로 송환된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한미의 합동군사훈련 '유예' 발표에 대해 북한 당국이 이른바 '선의의 조치'로 즉각 화답하고 나선 것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물꼬를 튼 북미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1단계 신뢰 구축'에 성공하면서 당장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한미훈련 중단'에 '유해 송환' 카드.."곧 특사 방북 가능성"

한미 군사 당국이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 외신들은 일제히 미국 펜타곤 발로 북한에 있는 미군 실종자들의 유해 송환 임박 소식을 쏟아냈다.

첫 보도를 내놓은 건 미국의 CNN이다. CNN은 4명의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최대 200구의 미군 추정 유해가 며칠 내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송환 날짜와 장소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가 수일 내로 유해를 넘겨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북한이 신속하게 조치한다면 우리는 이번 주 안에 유해를 넘겨받을 준비가 돼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ABC를 비롯한 미국 언론과 AP, 로이터 등 유력 통신사들도 별도의 확인작업을 거쳐 비슷한 기사를 잇달아 출고했다. 민감한 외교 사안의 경우 통상 공식 발표에 앞서 특정 언론에 1보를 흘린 뒤, 나머지 언론이 이를 확인하는 후속 기사를 써온 미국 정부와 언론의 보도 관행을 감안할 때, 미군 유해 송환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신들이 전한 미국 관리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번에 송환되는 200구가량의 미군 유해는 북한이 최근 새롭게 발굴한 유해가 아니라 기존에 발굴 작업을 마치고 보관해온 것들이다. 유해 송환 시기는 이르면 이번 주,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유엔사에 유해를 넘기면 곧바로 유엔사가 미군 측에 이를 인도하고, 이후 유해는 DNA 검사와 신원 확인을 위해 하와이에 있는 군사실험실로 옮겨지는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이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평양에 직접 특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미국 대표단이 대거 방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11년만의 미군 유해 송환...북한 땅에 묻힌 미군 전사자 5,300명!

6·25 전사자의 유해 발굴과 송환의 역사는 멀리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3년 7월 27일, 유엔사와 공산 측은 "상대방 관할 구역에서 이미 죽은 전쟁포로를 포함한 죽은 군사인원의 시체를 발굴하고 또 반출해간다'(정전협정 13항 'ㅂ’ 목)고 합의한 뒤 이듬해 8월 군사정전위원회 47차 회의를 통해 이른바 '쌍방 군사인원 시체 인도 인수에 관한 행정상 세목의 양해'를 비준했다.

그 결과 10월 말까지 유엔사 측은 1만 3천5백여 구의 유해를, 공산 측은 약 4천여 구의 유해를 발굴해 상대 진영에 넘겨줬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는 1954년 10월까지만 효력이 유지돼 이후엔 유해 발굴과 송환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고, 1990년대 들어와서야 의제로 본격 대두됐다.

1990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던 북한은 그해 5월 판문점을 통해 미군 유해 5구를 처음으로 송환했고, 1994년까지 북한이 단독 발굴한 미군 유해 208구를 송환했다.

1996년부터는 북미 합의에 따라 유해발굴 사업이 공동으로 진행됐다.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 실종자확인 합동사령부', 즉 JPAC과 북한이 함께 한 유해 공동발굴 사업은 2005년까지 지속됐고 이 기간 33차례에 걸쳐 모두 229구의 미군 유해가 수습돼 미국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북미의 유해 공동발굴과 송환 프로그램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한 북미 관계 악화로 2006년 끝내 중단됐다. 이후 2007년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해 미군 유해 6구를 송환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미군 유해가 송환될 경우 11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미국 국방부가 추산하는 북한 내 미군 유해의 규모는 5,300여 구, 1990년 이후 북한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유해는 총 443구에 불과하다. 6·25전쟁이 끝난 지 65년이 지났지만,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 유해가 채 10분의 1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 유해 송환을 계기로 2005년 이후 중단된 유해 공동발굴과 송환 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북한과 본격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DMZ(비무장지대) 한국군 유해 발굴도 탄력받을까?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유해 발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DMZ 내 유해발굴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향후 우리 군의 유해 발굴과 송환 문제를 남북 군사 회담 등에서 의제로 본격 제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북은 2007년 11월 2차 국방장관 회담에서 DMZ 내 공동 유해 발굴에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이행되지 못한 상태다.

비무장지대 내 유해발굴 사업은 특히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DMZ의 평화적 이용'과도 맞물려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선 지뢰 제거 등의 작업이 필요하고, 이는 더욱 큰 틀의 합의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20일) 6·25전쟁 참전 군인의 유해발굴과 송환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무장지대 내의 참전용사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이 남북한 사이에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무장관도 이날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유해 발굴 문제와 관련해 북측과 협력을 원한다"면서 "특히 DMZ 내의 유해 발굴 작업은 서로 간에 신뢰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조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3자 간 (남북미)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현재 계획하는 것이나 구체적 일정 이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한미 군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비무장지대에서 전사한 국군은 1만여 명, 미군은 2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1단계 신뢰 조치' 넘어선 트럼프-김정은, 다음 수순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한 유해 송환을 넘어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북한 측의 첫 이행조치라는 점 때문이다.

북미 양측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4항에서 "미국과 북한은 전쟁 포로와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의 즉각적인 본국 송환을 약속한다"고 합의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선의의 조치'로 미군 유해 송환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연일 미군 유해 송환을 거론하고 있고, 북미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개인적으로 북미 합의에서 가장 의미있게 생각하는 부분은 한국전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발굴 작업에 합의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숨진 영웅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키로 한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이번 유해 송환 조치는 미국 내에서 정상회담 비판론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미국 주류 언론과 민주당 등 정치권의 공세를 막아내고 북미 합의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정치권은 물론 미국 내 참전군인 유가족 단체들은 꾸준히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을 요구해왔다. 이날 민주당 출신의 조 도넬리 상원의원과 토드 영 상원의원은 "인디애나주 출신의 미군 170명 이상이 한국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유해 송환 노력을 높이 산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 조치에 뒤이은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조치는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합의의 1단계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1단계 신뢰 조치'를 통해 북미 합의의 진정성을 거듭 확인하면서,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한 비핵화와 관계 개선 등의 후속 논의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여부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북미 양측의 다음 수순은 싱가포르 합의의 이행 방안을 논의할 고위급 후속 회담의 개최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비핵화 협상 2라운드의 핵심 쟁점은 북한의 핵 신고와 사찰 검증 수용 여부가 될 거란 관측이다.
  • ‘훈련 중단’에 ‘유해 송환’ 화답…트럼프-김정은 케미 어디까지?
    • 입력 2018.06.20 (18:06)
    • 수정 2018.06.20 (18:47)
    멀티미디어 뉴스
‘훈련 중단’에 ‘유해 송환’ 화답…트럼프-김정은 케미 어디까지?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You are not forgotten)"
"단 한 명의 병사도 적진에 내버려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 사업을 전담하는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관리청', DPAA(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 2015년 JPAC 확대 개편)의 유명한 구호다.

조국을 향한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와 함께 마지막 남은 1구의 유해라도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특수부대원들의 사명을 축약해 담고 있는 말이다.

구호의 취지가 무색하게 10년 넘게 중단돼왔던 북한 내 미군 전사자의 유해 발굴과 송환 사업이 조만간 재개된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미군 유해 200여 구가 미국으로 송환된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한미의 합동군사훈련 '유예' 발표에 대해 북한 당국이 이른바 '선의의 조치'로 즉각 화답하고 나선 것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물꼬를 튼 북미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1단계 신뢰 구축'에 성공하면서 당장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한미훈련 중단'에 '유해 송환' 카드.."곧 특사 방북 가능성"

한미 군사 당국이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 외신들은 일제히 미국 펜타곤 발로 북한에 있는 미군 실종자들의 유해 송환 임박 소식을 쏟아냈다.

첫 보도를 내놓은 건 미국의 CNN이다. CNN은 4명의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최대 200구의 미군 추정 유해가 며칠 내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송환 날짜와 장소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가 수일 내로 유해를 넘겨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북한이 신속하게 조치한다면 우리는 이번 주 안에 유해를 넘겨받을 준비가 돼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ABC를 비롯한 미국 언론과 AP, 로이터 등 유력 통신사들도 별도의 확인작업을 거쳐 비슷한 기사를 잇달아 출고했다. 민감한 외교 사안의 경우 통상 공식 발표에 앞서 특정 언론에 1보를 흘린 뒤, 나머지 언론이 이를 확인하는 후속 기사를 써온 미국 정부와 언론의 보도 관행을 감안할 때, 미군 유해 송환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신들이 전한 미국 관리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번에 송환되는 200구가량의 미군 유해는 북한이 최근 새롭게 발굴한 유해가 아니라 기존에 발굴 작업을 마치고 보관해온 것들이다. 유해 송환 시기는 이르면 이번 주,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유엔사에 유해를 넘기면 곧바로 유엔사가 미군 측에 이를 인도하고, 이후 유해는 DNA 검사와 신원 확인을 위해 하와이에 있는 군사실험실로 옮겨지는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이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평양에 직접 특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미국 대표단이 대거 방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11년만의 미군 유해 송환...북한 땅에 묻힌 미군 전사자 5,300명!

6·25 전사자의 유해 발굴과 송환의 역사는 멀리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3년 7월 27일, 유엔사와 공산 측은 "상대방 관할 구역에서 이미 죽은 전쟁포로를 포함한 죽은 군사인원의 시체를 발굴하고 또 반출해간다'(정전협정 13항 'ㅂ’ 목)고 합의한 뒤 이듬해 8월 군사정전위원회 47차 회의를 통해 이른바 '쌍방 군사인원 시체 인도 인수에 관한 행정상 세목의 양해'를 비준했다.

그 결과 10월 말까지 유엔사 측은 1만 3천5백여 구의 유해를, 공산 측은 약 4천여 구의 유해를 발굴해 상대 진영에 넘겨줬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는 1954년 10월까지만 효력이 유지돼 이후엔 유해 발굴과 송환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고, 1990년대 들어와서야 의제로 본격 대두됐다.

1990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던 북한은 그해 5월 판문점을 통해 미군 유해 5구를 처음으로 송환했고, 1994년까지 북한이 단독 발굴한 미군 유해 208구를 송환했다.

1996년부터는 북미 합의에 따라 유해발굴 사업이 공동으로 진행됐다.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 실종자확인 합동사령부', 즉 JPAC과 북한이 함께 한 유해 공동발굴 사업은 2005년까지 지속됐고 이 기간 33차례에 걸쳐 모두 229구의 미군 유해가 수습돼 미국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북미의 유해 공동발굴과 송환 프로그램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한 북미 관계 악화로 2006년 끝내 중단됐다. 이후 2007년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해 미군 유해 6구를 송환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미군 유해가 송환될 경우 11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미국 국방부가 추산하는 북한 내 미군 유해의 규모는 5,300여 구, 1990년 이후 북한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유해는 총 443구에 불과하다. 6·25전쟁이 끝난 지 65년이 지났지만,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 유해가 채 10분의 1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 유해 송환을 계기로 2005년 이후 중단된 유해 공동발굴과 송환 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북한과 본격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DMZ(비무장지대) 한국군 유해 발굴도 탄력받을까?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유해 발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DMZ 내 유해발굴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향후 우리 군의 유해 발굴과 송환 문제를 남북 군사 회담 등에서 의제로 본격 제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북은 2007년 11월 2차 국방장관 회담에서 DMZ 내 공동 유해 발굴에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이행되지 못한 상태다.

비무장지대 내 유해발굴 사업은 특히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DMZ의 평화적 이용'과도 맞물려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선 지뢰 제거 등의 작업이 필요하고, 이는 더욱 큰 틀의 합의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20일) 6·25전쟁 참전 군인의 유해발굴과 송환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무장지대 내의 참전용사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이 남북한 사이에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무장관도 이날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유해 발굴 문제와 관련해 북측과 협력을 원한다"면서 "특히 DMZ 내의 유해 발굴 작업은 서로 간에 신뢰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조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3자 간 (남북미)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현재 계획하는 것이나 구체적 일정 이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한미 군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비무장지대에서 전사한 국군은 1만여 명, 미군은 2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1단계 신뢰 조치' 넘어선 트럼프-김정은, 다음 수순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한 유해 송환을 넘어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북한 측의 첫 이행조치라는 점 때문이다.

북미 양측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4항에서 "미국과 북한은 전쟁 포로와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의 즉각적인 본국 송환을 약속한다"고 합의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선의의 조치'로 미군 유해 송환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연일 미군 유해 송환을 거론하고 있고, 북미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개인적으로 북미 합의에서 가장 의미있게 생각하는 부분은 한국전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발굴 작업에 합의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숨진 영웅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키로 한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이번 유해 송환 조치는 미국 내에서 정상회담 비판론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미국 주류 언론과 민주당 등 정치권의 공세를 막아내고 북미 합의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정치권은 물론 미국 내 참전군인 유가족 단체들은 꾸준히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을 요구해왔다. 이날 민주당 출신의 조 도넬리 상원의원과 토드 영 상원의원은 "인디애나주 출신의 미군 170명 이상이 한국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유해 송환 노력을 높이 산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 조치에 뒤이은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조치는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합의의 1단계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1단계 신뢰 조치'를 통해 북미 합의의 진정성을 거듭 확인하면서,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한 비핵화와 관계 개선 등의 후속 논의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여부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북미 양측의 다음 수순은 싱가포르 합의의 이행 방안을 논의할 고위급 후속 회담의 개최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비핵화 협상 2라운드의 핵심 쟁점은 북한의 핵 신고와 사찰 검증 수용 여부가 될 거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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