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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일의고행’ 속에 숨은 중국의 속내는?
입력 2018.06.22 (10:08) 수정 2018.06.22 (15:19) 취재후
[취재후] ‘일의고행’ 속에 숨은 중국의 속내는?
김정은, 경제 실리 챙긴 3번째 방중...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3번째 방문했다. 김정은과 시진핑, 박봉주와 리커창, 리용호와 왕이가 나란히 앉았다. 경제가 중시되고 새로운 외교관계가 부각되는 장면이다. 같은 날, 공교롭게 베이징을 찾은 한국 기자단은 중국 외교부 당국자와 마주앉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새로운 분위기 속에 어렵사리 마련된 자리였다. 공식 기자회견은 아니었지만, 중국 외교 당국자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젊은 관리는 젊은 기자들을 상대로 자신감을 보였다. 기자들과 관리의 회담은 군더더기 없는 질문과 막힘없는 답이 오갔다. 질문보다 항상 답이 길었다. 그 덕에 중국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조각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남북을 향한 中'일의고행'

일의고행(一意孤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제 고집대로 간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혹리열전(酷吏列傳) 조우장탕전에 나오는 말이다. 조우와 장탕이라는 관리가 주변의 우려나 조언은 듣지 않고 제 뜻만 따라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했는데 인심은 잃었다는 내용이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개발을 '일의고행'이라 설명했다. 중국과 북한은 핵개발 문제를 두고 대립했다. 핵의 위력을 알고 있는 북한과 중국은 생각이 서로 달랐다. 김일성 주석은 중국에 핵개발 지원을 부탁했다. 중국정부는 김일성에게 핵개발 비용을 알려줬다. 그만한 비용을 들일 능력이 북한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평양으로 돌아온 김일성은 중국에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았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책에 나온 일화다. 그 후 북한은 핵개발을 당시 소련에 의존하게 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찬성하고 지지한다는 말 뒤에는 북핵을 바라보는 중국의 불편함이 담겨있었다.

그는 특별한 잘못이 없다면 중국 정치 특성상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를 담당할 것이다. 경력이 쌓이면 관련 외교협상 테이블에 직접 자신의 자리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에 거침이 없어도 궤를 달리하거나, 길을 벗어나선 안 된다. ‘일의고행’이란 표현도 그렇다.

루캉 中 외교부 대변인루캉 中 외교부 대변인

2016년 8월 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THAAD)를 배치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일의고행’이라 칭한다. 박 대통령이 다른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을 따라 주변 안보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2017년 1월 11일 다시 ‘일의고행’이 등장한다. 이번엔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이 직접 정례브리핑에서 말했다. 한국을 향해서다. 역시 사드가 타깃이었다.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가서 중국의 반대와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다. ‘일의고행’은 사드와 비핵화를 자연스레 연결지었다.

中 '사드'를 향한 본심

사드 이야기는 회담을 끝내기 전에 나왔다. 먼저 꺼낸 건 중국 측이었다. “왜 한국 기자들이 그 질문을 안 하지?” 생각했을 수도 있다. 사드는 한중간 ‘뜨거운 감자’다. 약식이라고는 해도 한국 언론을 상대한 공식적인 회담 보고서에 북한 비핵화와 함께 사드를 올려놓고 싶은 건 중국이었다.
중국 당국자는 “한중 관계의 표면적인 상처는 지나갈 수 있어도, 그 내면의 상처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그것이 사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해결에 따라서 한 가지 문제가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바로 한국에서 더 이상 사드가 필요한지 이 문제”라면서 “핵 문제가 어떤 단계에 이르면 사드가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했다. 사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던 만큼, 북한 비핵화가 진행되면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기자단이 그 논리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까.


北 비핵화, 첫 단계의 시작 정도... 그렇다면 '사드'는?

그러나 한국 기자단은 동의하는 대신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 보는지를 되물었다. 100%로 봐서 어느 수준인지 물었다. 중국 측은 비핵화에는 “동결, 그다음 신고와 검증, 폐기 후 재검증, 그리고 감독체계 구축 등 6개의 단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동결단계에 있는 일이다. 그리고 동결단계의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말한 순간, 중국 관리는‘아차’싶었을 지도 모른다. 북한 비핵화와 사드 철수를 연결지어놨는데, 비핵화가 시작도 안 됐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사드 철수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중국 측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 플레이어' 선언?

젊은 관리가 이런 논리적 귀결로 보고서를 작성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남과 북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고집쟁이로 번갈아 칭했던 중국의 행보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국의 입장은 분명했다. 종전선언은 신경 쓰지 않지만, 평화체제는 다르다. 정전협정 '체결당사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외국도 다른 나라에 군대를 주둔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에둘러 주장했다. 탈북자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라는 틀로 하나로 묶어 애매하게 만들었다. 대북 제재 완화 우려는 중국 정부의 힘과 통제가 기업들의 경영 행위 하나하나마다 미칠 수 없다며 피해갔다.

앞으로 중국의 말과 행동은 더 적극적인 모습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도 발언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반도를 두고 벌어지는 ‘핵 게임’에 겉으로는 짐짓 ‘구경꾼입네’하던 중국이 다시 훈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물론 속내는 보다 훨씬 앞서 있다. 북한과 비핵화를 매개로 미국과 거래를 하려는 흐름 속에 놓여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메리칸 드림'에 맞먹는 중국몽(中國夢)을 향해서...
  • [취재후] ‘일의고행’ 속에 숨은 중국의 속내는?
    • 입력 2018.06.22 (10:08)
    • 수정 2018.06.22 (15:19)
    취재후
[취재후] ‘일의고행’ 속에 숨은 중국의 속내는?
김정은, 경제 실리 챙긴 3번째 방중...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3번째 방문했다. 김정은과 시진핑, 박봉주와 리커창, 리용호와 왕이가 나란히 앉았다. 경제가 중시되고 새로운 외교관계가 부각되는 장면이다. 같은 날, 공교롭게 베이징을 찾은 한국 기자단은 중국 외교부 당국자와 마주앉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새로운 분위기 속에 어렵사리 마련된 자리였다. 공식 기자회견은 아니었지만, 중국 외교 당국자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젊은 관리는 젊은 기자들을 상대로 자신감을 보였다. 기자들과 관리의 회담은 군더더기 없는 질문과 막힘없는 답이 오갔다. 질문보다 항상 답이 길었다. 그 덕에 중국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조각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남북을 향한 中'일의고행'

일의고행(一意孤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제 고집대로 간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혹리열전(酷吏列傳) 조우장탕전에 나오는 말이다. 조우와 장탕이라는 관리가 주변의 우려나 조언은 듣지 않고 제 뜻만 따라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했는데 인심은 잃었다는 내용이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개발을 '일의고행'이라 설명했다. 중국과 북한은 핵개발 문제를 두고 대립했다. 핵의 위력을 알고 있는 북한과 중국은 생각이 서로 달랐다. 김일성 주석은 중국에 핵개발 지원을 부탁했다. 중국정부는 김일성에게 핵개발 비용을 알려줬다. 그만한 비용을 들일 능력이 북한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평양으로 돌아온 김일성은 중국에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았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책에 나온 일화다. 그 후 북한은 핵개발을 당시 소련에 의존하게 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찬성하고 지지한다는 말 뒤에는 북핵을 바라보는 중국의 불편함이 담겨있었다.

그는 특별한 잘못이 없다면 중국 정치 특성상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를 담당할 것이다. 경력이 쌓이면 관련 외교협상 테이블에 직접 자신의 자리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에 거침이 없어도 궤를 달리하거나, 길을 벗어나선 안 된다. ‘일의고행’이란 표현도 그렇다.

루캉 中 외교부 대변인루캉 中 외교부 대변인

2016년 8월 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THAAD)를 배치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일의고행’이라 칭한다. 박 대통령이 다른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을 따라 주변 안보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2017년 1월 11일 다시 ‘일의고행’이 등장한다. 이번엔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이 직접 정례브리핑에서 말했다. 한국을 향해서다. 역시 사드가 타깃이었다.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가서 중국의 반대와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다. ‘일의고행’은 사드와 비핵화를 자연스레 연결지었다.

中 '사드'를 향한 본심

사드 이야기는 회담을 끝내기 전에 나왔다. 먼저 꺼낸 건 중국 측이었다. “왜 한국 기자들이 그 질문을 안 하지?” 생각했을 수도 있다. 사드는 한중간 ‘뜨거운 감자’다. 약식이라고는 해도 한국 언론을 상대한 공식적인 회담 보고서에 북한 비핵화와 함께 사드를 올려놓고 싶은 건 중국이었다.
중국 당국자는 “한중 관계의 표면적인 상처는 지나갈 수 있어도, 그 내면의 상처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그것이 사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해결에 따라서 한 가지 문제가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바로 한국에서 더 이상 사드가 필요한지 이 문제”라면서 “핵 문제가 어떤 단계에 이르면 사드가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했다. 사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던 만큼, 북한 비핵화가 진행되면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기자단이 그 논리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까.


北 비핵화, 첫 단계의 시작 정도... 그렇다면 '사드'는?

그러나 한국 기자단은 동의하는 대신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 보는지를 되물었다. 100%로 봐서 어느 수준인지 물었다. 중국 측은 비핵화에는 “동결, 그다음 신고와 검증, 폐기 후 재검증, 그리고 감독체계 구축 등 6개의 단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동결단계에 있는 일이다. 그리고 동결단계의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말한 순간, 중국 관리는‘아차’싶었을 지도 모른다. 북한 비핵화와 사드 철수를 연결지어놨는데, 비핵화가 시작도 안 됐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사드 철수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중국 측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 플레이어' 선언?

젊은 관리가 이런 논리적 귀결로 보고서를 작성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남과 북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고집쟁이로 번갈아 칭했던 중국의 행보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국의 입장은 분명했다. 종전선언은 신경 쓰지 않지만, 평화체제는 다르다. 정전협정 '체결당사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외국도 다른 나라에 군대를 주둔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에둘러 주장했다. 탈북자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라는 틀로 하나로 묶어 애매하게 만들었다. 대북 제재 완화 우려는 중국 정부의 힘과 통제가 기업들의 경영 행위 하나하나마다 미칠 수 없다며 피해갔다.

앞으로 중국의 말과 행동은 더 적극적인 모습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도 발언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반도를 두고 벌어지는 ‘핵 게임’에 겉으로는 짐짓 ‘구경꾼입네’하던 중국이 다시 훈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물론 속내는 보다 훨씬 앞서 있다. 북한과 비핵화를 매개로 미국과 거래를 하려는 흐름 속에 놓여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메리칸 드림'에 맞먹는 중국몽(中國夢)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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