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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제발 그만!’…한국도 ‘오버투어리즘’ 논란
입력 2018.06.22 (11:26) 수정 2018.06.22 (11:26) 멀티미디어 뉴스
‘관광객 제발 그만!’…한국도 ‘오버투어리즘’ 논란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한국의 유명 관광지도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지나치게 많다는 뜻의 'over'와 관광을 뜻하는 'tourism'이 결합된 말로 '과잉관광'을 의미하며, 너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환경 생태계 파괴, 교통대란, 주거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옥 원더풀' vs "시끄러워 못 살겠다"

'이런 집에 한번 살아 봤으면...'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길 양편으로 한옥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북촌한옥마을은 누구나 한번쯤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전통미에다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북촌한옥마을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전 세계인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북촌한옥마을에는 아침 일찍부터 관광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들어온다. 하루 평균 7천 명 이상이 찾고 있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과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게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하나의 코스가 될 정도다.


관광객들은 좁은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며 기와지붕 아래에서 사진을 찍거나 대문 앞 계단 주춧돌에 걸터앉아 쉬어 가기도 한다. 고즈넉한 골목은 어느새 수많은 인파와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 찬다.

끊임없는 관광객들의 방문. 과연 이 한옥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동네를 찾아와 줘서 고맙고 또 관광명소도 되니 좋아할 것 같지만 정작 주민들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소음과 쓰레기, 또 사생활 침해에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나 연휴에는 고통이 더욱 커진다.



북촌한옥마을 주민 : "빼꼼히 한두 명 이렇게 들어와서 보면 그 다음에는 와르르 들어오는 거예요. 50~60명이 애가 잠옷 입고 있는 사이에 와르르 들어와 버린 거예요. 애 혼자 자는데. 엄마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다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 버린 거죠."

특히 한옥 보존을 이유로 관광객 대상 시설 개선이 전면 금지되면서 주민들은 더욱 괴롭다.

북촌한옥마을 주민 : "저희 집만 해도 문을 열어놨었는데요 예전에. 저희 집 문 옆이 바로 화장실인데 그냥 볼일을 보고 가버리더라고요. 이게 한 두 사례가 아니어서 아예 그 화장실을 폐쇄시켜놨어요."

주민들은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판과 현수막을 붙이고 참다못한 일부는 주말이며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도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급기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거리 집회에도 나섰다.

주민들의 민원에 서울시와 종로구가 아침과 저녁에 관광을 금지하는 관광허용시간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을 허용하고 일요일은 아예 '골몰길 쉬는 날'로 지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정 시간 외에 관광을 강제로 막을 제도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 지킴이'가 지정 시간 외 관광을 자제하도록 할 뿐인데 자칫 주민과 관광객 간의 갈등이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실성이 있는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수 밤바다 '낭만 포차'...이전이냐? 존치냐?

2016년 5월 여수 종포 해양공원에 문 연 낭만 포차. '여수 밤바다'라는 유명 노래에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연출되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연인과 가족들이 찾고 싶은 장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곳 역시 이전이나 폐지할 것인지 존치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관광객 입장에서 낭만 포차는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를 보며 맛있는 특산물과 술까지 즐길 수 있는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해양공원 일대가 쓰레기와 취객 소음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의 이전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수시는 지난달 100인 시민위원회를 열어 관광 기여도 등을 반영해 일단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최근에는 음식품평회를 통해 제3기 낭만 포차 운영자 18명도 결정했다.

하지만 여수 시민단체협의회는 시민 여론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협은 성명을 내고 "최근 시가 앱을 통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시민 1천930명 가운데 46.9%는 존치, 36.2%는 이전, 14.3%는 폐지 의견을 냈다"며 "이전과 폐지를 합한 의견이 50.5%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현 위치에 그대로 두는 것에도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협은 또 여수시가 낭만 포차를 찾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8.3%가 현 위치에서 운영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답한 점을 들어 기존 낭만 포차 운영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해양공원은 시민이 밤바다를 즐기고 산책하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공간인데도 낭만 포차가 운영되면서 술판이 벌어지고 소음이 가득한 유흥가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베네치아, 바르셀로나, 런던, 베를린, 로마 등 전 세계 사람들이 몰리는 주요 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른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이젠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발등에 불이 되고 있다.

여행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찾으려는 관광객 그리고 하루하루 편안하고 조용한 일상을 즐기려는 주민들.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만큼 함께 관광객과 주민 그리고 정책 당국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 ‘관광객 제발 그만!’…한국도 ‘오버투어리즘’ 논란
    • 입력 2018.06.22 (11:26)
    • 수정 2018.06.22 (11:26)
    멀티미디어 뉴스
‘관광객 제발 그만!’…한국도 ‘오버투어리즘’ 논란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한국의 유명 관광지도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지나치게 많다는 뜻의 'over'와 관광을 뜻하는 'tourism'이 결합된 말로 '과잉관광'을 의미하며, 너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환경 생태계 파괴, 교통대란, 주거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옥 원더풀' vs "시끄러워 못 살겠다"

'이런 집에 한번 살아 봤으면...'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길 양편으로 한옥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북촌한옥마을은 누구나 한번쯤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전통미에다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북촌한옥마을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전 세계인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북촌한옥마을에는 아침 일찍부터 관광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들어온다. 하루 평균 7천 명 이상이 찾고 있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과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게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하나의 코스가 될 정도다.


관광객들은 좁은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며 기와지붕 아래에서 사진을 찍거나 대문 앞 계단 주춧돌에 걸터앉아 쉬어 가기도 한다. 고즈넉한 골목은 어느새 수많은 인파와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 찬다.

끊임없는 관광객들의 방문. 과연 이 한옥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동네를 찾아와 줘서 고맙고 또 관광명소도 되니 좋아할 것 같지만 정작 주민들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소음과 쓰레기, 또 사생활 침해에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나 연휴에는 고통이 더욱 커진다.



북촌한옥마을 주민 : "빼꼼히 한두 명 이렇게 들어와서 보면 그 다음에는 와르르 들어오는 거예요. 50~60명이 애가 잠옷 입고 있는 사이에 와르르 들어와 버린 거예요. 애 혼자 자는데. 엄마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다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 버린 거죠."

특히 한옥 보존을 이유로 관광객 대상 시설 개선이 전면 금지되면서 주민들은 더욱 괴롭다.

북촌한옥마을 주민 : "저희 집만 해도 문을 열어놨었는데요 예전에. 저희 집 문 옆이 바로 화장실인데 그냥 볼일을 보고 가버리더라고요. 이게 한 두 사례가 아니어서 아예 그 화장실을 폐쇄시켜놨어요."

주민들은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판과 현수막을 붙이고 참다못한 일부는 주말이며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도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급기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거리 집회에도 나섰다.

주민들의 민원에 서울시와 종로구가 아침과 저녁에 관광을 금지하는 관광허용시간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을 허용하고 일요일은 아예 '골몰길 쉬는 날'로 지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정 시간 외에 관광을 강제로 막을 제도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 지킴이'가 지정 시간 외 관광을 자제하도록 할 뿐인데 자칫 주민과 관광객 간의 갈등이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실성이 있는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수 밤바다 '낭만 포차'...이전이냐? 존치냐?

2016년 5월 여수 종포 해양공원에 문 연 낭만 포차. '여수 밤바다'라는 유명 노래에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연출되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연인과 가족들이 찾고 싶은 장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곳 역시 이전이나 폐지할 것인지 존치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관광객 입장에서 낭만 포차는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를 보며 맛있는 특산물과 술까지 즐길 수 있는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해양공원 일대가 쓰레기와 취객 소음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의 이전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수시는 지난달 100인 시민위원회를 열어 관광 기여도 등을 반영해 일단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최근에는 음식품평회를 통해 제3기 낭만 포차 운영자 18명도 결정했다.

하지만 여수 시민단체협의회는 시민 여론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협은 성명을 내고 "최근 시가 앱을 통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시민 1천930명 가운데 46.9%는 존치, 36.2%는 이전, 14.3%는 폐지 의견을 냈다"며 "이전과 폐지를 합한 의견이 50.5%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현 위치에 그대로 두는 것에도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협은 또 여수시가 낭만 포차를 찾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8.3%가 현 위치에서 운영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답한 점을 들어 기존 낭만 포차 운영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해양공원은 시민이 밤바다를 즐기고 산책하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공간인데도 낭만 포차가 운영되면서 술판이 벌어지고 소음이 가득한 유흥가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베네치아, 바르셀로나, 런던, 베를린, 로마 등 전 세계 사람들이 몰리는 주요 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른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이젠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발등에 불이 되고 있다.

여행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찾으려는 관광객 그리고 하루하루 편안하고 조용한 일상을 즐기려는 주민들.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만큼 함께 관광객과 주민 그리고 정책 당국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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