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한 달도 안돼…위험은 약자 몫인가?

입력 2018.06.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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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6월 18일, 23살 노동자의 죽음

닷새 전 95년생 노동자가 숨졌다. 시안화수소 중독이었다. 지난달 28일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다 사고를 당했다.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됐고, 시안화화합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다. 뇌사 상태로 3주를 버텼지만, 끝내 삶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단계 하도급 체계의 끝에 있는 한 영세 도금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다.


다음 날 아침, 망자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인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을 만났다. 담담하게 이겨내던 어머니는 결국 인터뷰를 하다 슬픔을 쏟아냈다.

"처음 보자마자 너무 충격이어서 (아들) 머리만 잡고 울었어요. 더 기막힌 건 의사선생님이 의식이 없다고 뇌가 다 죽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정말 이해가 안 갔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산업재해였지만, 망자의 회사 동료들은 발뺌했다. 결국, 사고 당시 대전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있던 대표가 돌아와서 폐쇄회로 영상을 확인한 뒤 인정했다. 포장작업과 건조작업만 하던 신입사원에게 시안화화합물을 나르게 했던 장면이 포착됐다.

2018년 5월 28일, 사고 순간

망자 아버지와 함께 폐쇄회로 영상을 봤다. 망자는 9시 4분을 전후해 시안화나트륨을 창고에서 수조로 2차례 옮겼다. 마스크는 쓰지 않았고, 바가지로 날랐다. 시안화나트륨을 보관하는 창고에는 폐쇄회로 카메라가 없어서 용기를 어떻게 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작업 뒤 망자는 화장실에 다녀와서 물과 커피를 마신 뒤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9시 9분쯤 폐쇄회로 영상에서 사라졌다. 그직후 다른 방향을 찍고 있던 카메라가 충격에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쓰러지면서 부딪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안전보건공단과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보고서를 보면, 망자는 9시 반쯤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중증의 대사성 산증과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기록됐다.

■ 2018년 6월 19일, 현장 실험

망자의 회사를 찾았다. 시안화나트륨을 수조에 넣을 때 위험한 수준의 시안화수소가 발생하는지 실험하는 게 목적이었다. 방독면과 보호복을 입었다. 공장의 한 관계자는 별로 위험하지도 않은데 너무 호들갑 떠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웃었다. 평소 작업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마스크 정도 쓴다고 답했다. 실험 때도 공장 관계자들은 고무장갑에 장화, 앞치마, 마스크만 착용했다.


문제는 사고상황과 실험조건이 같아야 하는데 달랐다는 점이다. 사고 발생보고를 보면, '국소 배기장치가 없는 도금 조에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물과 시안화나트륨을 투입해 순간적으로 발생한 고농도의 시안화수소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실험은 국소 배기장치가 설치된 도금 조에서 이뤄졌다.


망자의 아버지와 함께 문제를 제기했다. 왜 국소 배기장치가 없는 도금 조에서 실험하지 않는지, 망자가 열었던 용기 안의 시안화수소 농도는 왜 측정하지 물었다. 당황한 안전보건공단 직원은 자신들이 준비한 방독면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며 추가 실험은 진행할 수 없다고 실토했다. 망자의 아버지는 공장 관계자에게 들었다며, 뜯은 뒤 주말 동안 닫혀있던 시안화나트륨 용기 안에 시안화수소가 가득 찼을 수 있고, 아들이 용기를 열다 중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단 직원에게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다시 할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결과와 사망원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망자의 혈액에서 다량의 청산이온(시안화이온)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인 오전 10시, 오후 9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3차례 혈액을 채취했고, 결과는 지난 4일 최종보고됐다. 최고 측정값은 사고 12시간 뒤 측정한 14.6mg/L 이었다.

직업환경전문의를 통해 측정값이 어느 정도 수치인지 확인했다. 시안화수소를 직접 마셔 숨질 경우 최소 1.1mg에서 53mg까지 나오고, 평균은 12.4mg 정도라고 밝혔다. 시안화수소를 호흡해 숨질 경우에는 최소 1mg에서 15mg이 나와 평균은 7mg 이라고 한다. 망자의 혈중 시안화수소 농도는 흡입은 물론 음독 사망자 평균보다 높은 수치였다.

망자가 입원하다 숨진 병원도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때 직접사인으로 호흡부전과 폐렴 악화를 기재했고,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화학성 폐렴이 발생한 것을 간접사인으로 명시했다.

■ 위험은 우리 곁에,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다가온다

공단의 실험 결과는 2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망자의 아버지는 그 결과를 믿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해당 회사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이 이뤄졌지만, 기준치인 4.7ppm을 넘긴 적이 없다. 최대값은 2011년 상반기 2.8979ppm이었고, 평균값은 0.7694ppm에 불과했다. 망자 아버지의 말대로 용기가 개봉돼 시안화나트륨이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한 뒤 사흘 정도 닫힌 상태를 측정하지 않는다면 23살 젊은 노동자의 사망원인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30년 동안 시안화나트륨을 취급한 숙련노동자들이 방독면과 보호복을 우습게 생각할 때, 꽃도 피워보지 못한 20대 노동자가 시안화수소로 숨졌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고와 죽음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찾아올 수 있다. 실제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관할하는 인천 관내에 시안화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시안화화합물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176곳, 노동자는 3만 6천 명에 이른다. 고독성물질 취급 사업장은 전국에 1,314곳으로 인근 주민 숫자는 590만 명에 이른다. 언제 어디서든 유사한 사고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고와 피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 다단계 하도급 체계의 끝인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먼저 찾아온다. 원청이 누구인지는 대표도 모르는 5차, 6차 밴드의 끝에서 누군가의 하청이자 바로 위 원청이 주는 단가에 맞춰 열악한 상황에서 공장을 운영하다 사고가 난다. 망자의 회사도 프레스 업체의 하청으로 자동차 부품, 볼트와 너트까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만들어주던 공장이었다. 하필 작업 담당자가 지각하는 바람에 교육도 마스크도 없이 망자가 투입돼 사고가 났다. 이처럼 2015년부터 3년 동안 중금속이나 유해화학물질에 중독된 숨진 노동자는 81명, 당시 사고로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는 117명이다.

■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라

원청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면, 하청이 법규를 더 잘 지키고, 노동자들이 조금 더 낫고, 조금 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더불어 하청이 이윤을 늘리기 위해 열악한 환경을 조성하고, 법규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다면, 원청이 그런 하청에게 일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에서 노동계와 법조계, 정치권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법안을 만들어왔다.


19대 국회에서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핵심은 도금 등 유해·위험작업의 사내하청을 금지하고, 외부 하청을 줄 때는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게 하며, 도급자에게 산업재해 예방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 한 번 되지 않았다. 한정애 의원은 당시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대 때만 해도 박근혜 정부 때는 외주화뿐 아니라 파견조차도 그냥 손쉽게 할 수 있게끔 하자라고 하는 거니까. 사실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상의 조치, 보건상의 조치는 거의 열외, 그다지 관심 밖이었어요."

20대 들어 법안은 그대로 다시 발의됐지만, 여전히 뒷전이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주요 노동이슈에 밀렸다. 지난달 1일, 삼성중공업 조선소 크레인 사고 1주기 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함께 잠시 주목받긴 했지만, 그때뿐이다.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희생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에서 일할 것을 권하는가?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면, 노동자의 목숨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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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3 09: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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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전 95년생 노동자가 숨졌다. 시안화수소 중독이었다. 지난달 28일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다 사고를 당했다.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됐고, 시안화화합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다. 뇌사 상태로 3주를 버텼지만, 끝내 삶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단계 하도급 체계의 끝에 있는 한 영세 도금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다.


다음 날 아침, 망자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인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을 만났다. 담담하게 이겨내던 어머니는 결국 인터뷰를 하다 슬픔을 쏟아냈다.

"처음 보자마자 너무 충격이어서 (아들) 머리만 잡고 울었어요. 더 기막힌 건 의사선생님이 의식이 없다고 뇌가 다 죽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정말 이해가 안 갔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산업재해였지만, 망자의 회사 동료들은 발뺌했다. 결국, 사고 당시 대전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있던 대표가 돌아와서 폐쇄회로 영상을 확인한 뒤 인정했다. 포장작업과 건조작업만 하던 신입사원에게 시안화화합물을 나르게 했던 장면이 포착됐다.

2018년 5월 28일, 사고 순간

망자 아버지와 함께 폐쇄회로 영상을 봤다. 망자는 9시 4분을 전후해 시안화나트륨을 창고에서 수조로 2차례 옮겼다. 마스크는 쓰지 않았고, 바가지로 날랐다. 시안화나트륨을 보관하는 창고에는 폐쇄회로 카메라가 없어서 용기를 어떻게 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작업 뒤 망자는 화장실에 다녀와서 물과 커피를 마신 뒤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9시 9분쯤 폐쇄회로 영상에서 사라졌다. 그직후 다른 방향을 찍고 있던 카메라가 충격에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쓰러지면서 부딪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안전보건공단과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보고서를 보면, 망자는 9시 반쯤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중증의 대사성 산증과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기록됐다.

■ 2018년 6월 19일, 현장 실험

망자의 회사를 찾았다. 시안화나트륨을 수조에 넣을 때 위험한 수준의 시안화수소가 발생하는지 실험하는 게 목적이었다. 방독면과 보호복을 입었다. 공장의 한 관계자는 별로 위험하지도 않은데 너무 호들갑 떠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웃었다. 평소 작업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마스크 정도 쓴다고 답했다. 실험 때도 공장 관계자들은 고무장갑에 장화, 앞치마, 마스크만 착용했다.


문제는 사고상황과 실험조건이 같아야 하는데 달랐다는 점이다. 사고 발생보고를 보면, '국소 배기장치가 없는 도금 조에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물과 시안화나트륨을 투입해 순간적으로 발생한 고농도의 시안화수소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실험은 국소 배기장치가 설치된 도금 조에서 이뤄졌다.


망자의 아버지와 함께 문제를 제기했다. 왜 국소 배기장치가 없는 도금 조에서 실험하지 않는지, 망자가 열었던 용기 안의 시안화수소 농도는 왜 측정하지 물었다. 당황한 안전보건공단 직원은 자신들이 준비한 방독면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며 추가 실험은 진행할 수 없다고 실토했다. 망자의 아버지는 공장 관계자에게 들었다며, 뜯은 뒤 주말 동안 닫혀있던 시안화나트륨 용기 안에 시안화수소가 가득 찼을 수 있고, 아들이 용기를 열다 중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단 직원에게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다시 할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결과와 사망원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망자의 혈액에서 다량의 청산이온(시안화이온)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인 오전 10시, 오후 9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3차례 혈액을 채취했고, 결과는 지난 4일 최종보고됐다. 최고 측정값은 사고 12시간 뒤 측정한 14.6mg/L 이었다.

직업환경전문의를 통해 측정값이 어느 정도 수치인지 확인했다. 시안화수소를 직접 마셔 숨질 경우 최소 1.1mg에서 53mg까지 나오고, 평균은 12.4mg 정도라고 밝혔다. 시안화수소를 호흡해 숨질 경우에는 최소 1mg에서 15mg이 나와 평균은 7mg 이라고 한다. 망자의 혈중 시안화수소 농도는 흡입은 물론 음독 사망자 평균보다 높은 수치였다.

망자가 입원하다 숨진 병원도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때 직접사인으로 호흡부전과 폐렴 악화를 기재했고,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화학성 폐렴이 발생한 것을 간접사인으로 명시했다.

■ 위험은 우리 곁에,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다가온다

공단의 실험 결과는 2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망자의 아버지는 그 결과를 믿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해당 회사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이 이뤄졌지만, 기준치인 4.7ppm을 넘긴 적이 없다. 최대값은 2011년 상반기 2.8979ppm이었고, 평균값은 0.7694ppm에 불과했다. 망자 아버지의 말대로 용기가 개봉돼 시안화나트륨이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한 뒤 사흘 정도 닫힌 상태를 측정하지 않는다면 23살 젊은 노동자의 사망원인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30년 동안 시안화나트륨을 취급한 숙련노동자들이 방독면과 보호복을 우습게 생각할 때, 꽃도 피워보지 못한 20대 노동자가 시안화수소로 숨졌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고와 죽음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찾아올 수 있다. 실제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관할하는 인천 관내에 시안화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시안화화합물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176곳, 노동자는 3만 6천 명에 이른다. 고독성물질 취급 사업장은 전국에 1,314곳으로 인근 주민 숫자는 590만 명에 이른다. 언제 어디서든 유사한 사고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고와 피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 다단계 하도급 체계의 끝인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먼저 찾아온다. 원청이 누구인지는 대표도 모르는 5차, 6차 밴드의 끝에서 누군가의 하청이자 바로 위 원청이 주는 단가에 맞춰 열악한 상황에서 공장을 운영하다 사고가 난다. 망자의 회사도 프레스 업체의 하청으로 자동차 부품, 볼트와 너트까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만들어주던 공장이었다. 하필 작업 담당자가 지각하는 바람에 교육도 마스크도 없이 망자가 투입돼 사고가 났다. 이처럼 2015년부터 3년 동안 중금속이나 유해화학물질에 중독된 숨진 노동자는 81명, 당시 사고로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는 117명이다.

■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라

원청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면, 하청이 법규를 더 잘 지키고, 노동자들이 조금 더 낫고, 조금 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더불어 하청이 이윤을 늘리기 위해 열악한 환경을 조성하고, 법규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다면, 원청이 그런 하청에게 일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에서 노동계와 법조계, 정치권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법안을 만들어왔다.


19대 국회에서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핵심은 도금 등 유해·위험작업의 사내하청을 금지하고, 외부 하청을 줄 때는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게 하며, 도급자에게 산업재해 예방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 한 번 되지 않았다. 한정애 의원은 당시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대 때만 해도 박근혜 정부 때는 외주화뿐 아니라 파견조차도 그냥 손쉽게 할 수 있게끔 하자라고 하는 거니까. 사실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상의 조치, 보건상의 조치는 거의 열외, 그다지 관심 밖이었어요."

20대 들어 법안은 그대로 다시 발의됐지만, 여전히 뒷전이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주요 노동이슈에 밀렸다. 지난달 1일, 삼성중공업 조선소 크레인 사고 1주기 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함께 잠시 주목받긴 했지만, 그때뿐이다.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희생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에서 일할 것을 권하는가?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면, 노동자의 목숨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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