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네이마르의 눈물’…‘임시 휴업’ 브라질 얼싸 안았다

입력 2018.06.23 (09:41) 수정 2018.06.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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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종료 뒤 눈물 흘리는 네이마르)

【세계 최고 몸값 네이마르 끝내 울었다.】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네이마르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코스타리카와의 경기가 끝난 뒤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 2월 프랑스 프로축구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한 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월드컵에 출전해 첫 승을 거둔 뒤 자신에게 지워진 짐을 털어내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네이마르는 1차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브라질은 1-1로 비겼다. 브라질 팬들의 비난은 네이마르에 돌아왔다. 팬들은 네이마르의 이른바 '콩나물 머리'로 불리는 머리 스타일까지 비웃기도 했다.

그런 그가 흘린 눈물은 후반 추가 시간에 2번째 골을 성공시켜 무거웠던 마음고생을 씻어내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음식점브라질 상파울루의 음식점

【함께 울음 터뜨린 '삼바 축구' 브라질 】

FIFA 랭킹 2위,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이 1차전에서 답답하고 부진한 경기를 펼치자 삼바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큰 충격과 실망감에 휩싸였다.

2차전에서도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고 네이마르가 얻어낼 듯 보였던 페널티킥이 취소되면서 TV를 지켜보던 브라질 국민들은 다시 불안과 걱정이 가득했다.

하지만,후반 추가시간에 브라질이 첫 골을 성공시키자 국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삼바 축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시민들은 나팔을 불고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로 뛰어 나오기도 했다.

경기가 열린 시각은 브라질 오전 9시, 이른 아침부터 길거리 음식점에서 생맥주 파티를 열던 브라질 국민들은 모두 하나가 돼서 승리를 만끽했다. 국민들 역시 네이마르가 겪었던 예선 탈락 위기의 초조함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한산한 파울리스타대로한산한 파울리스타대로

전동차 멈춘 선로전동차 멈춘 선로

【오전 '임시 휴업' … "오후 다시 문 엽니다" 】

2차전 코스타리카와의 경기가 펼쳐진 금요일, 브라질 국민들은 남녀노소 예외 없이 노란색의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 색깔의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섰다.

경기 시작 시각이 브라질 현지 금요일 오전 9시로 평일이었지만 사실상 오전은 '임시 휴업'으로 정해졌다. 은행과 우체국은 업무 시간을 단축해 오후로 업무를 미뤄놨고, 쇼핑센터는 영업 시작 시각을 오전 11시 30분으로 늦췄다. 각급 학교는 재량에 따라 수업을 단축하거나 아예 휴업하기도 했다.

반면,평소 정오나 오후 4시에 문을 여는 상파울루 시내 음식점들은 아침 8시부터 일제히 영업을 시작해 대형 스크린을 준비하고 축구 팬을 맞았다.

거리는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전동차 운행도 간격을 평소 5분~7분에서 20분으로 늘렸다. 선로에는 전동차가 멈춰선 모습도 보였다. 오전 시간 이용하는 승객들이 줄어든 데다 전동차 승무원과 역무원들이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경기 열린 시간,한인밀집지역 봉헤치루경기 열린 시간,한인밀집지역 봉헤치루

【 이겨도 걱정, 져도 걱정인 나라 】

축구와 정열의 나라 브라질, 관공서와 제조업, 서비스업의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이 TV로 월드컵 축구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경기가 펼쳐지는 시간 전후로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브라질 대표팀이 조별 리그 경기뿐 아니라 계속해서 경기에서 이길 경우 휴업 시간은 늘어갈 것이다. 그만큼 손실이 크겠지만, 브라질 고용주들은 어차피 브라질 대표팀이 경기하는 시간 동안에는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다.

치안 상황이 좋지 않은 상파울루에서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때는 강도 당할 염려는 덜 수 있다는 농담도 있다.강도들도 축구 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월드컵 경기에서 브라질이 패할 경우는 더 큰 걱정이 앞선다. 폭동 수준은 아니더라도 사회 분위기가 험악해진다는 것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4강전에서 브라질 대표팀이 독일에 7-1 완패를 당할 당시,이겼다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패배의 분노가 정치권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일부의 분석이다.

패배의 아픔이 브라질 국민들의 '톨레랑스(관용)'를 얼어붙게 하였다는 것인데, 그만큼 감정의 기복이 심한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얘기일 것이다.

옷가게에 걸린 응원 용품옷가게에 걸린 응원 용품

【 16년 만의 정상 노린다… 내수 경기 살아날까? 】

브라질은 역대 월드컵에서 5차례 정상에 올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치른 3차례 월드컵에서 두 차례 8강과 한 차례 준결승에 머문 브라질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16년 만에 정상 복귀를 노리고 있다.

브라질 축구협회도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자국 대표팀이 우승컵을 거머쥘 경우 127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선수 1인당 5억 5천만 원의 우승 포상금이 돌아가게 된다.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은 27일 수요일 브라질 현지시각으로 오후 3시에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또 한 번 임시 휴업일로 정해질 것이다. 오전에 업무를 하고 낮 12시부터는 모든 업무가 중단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관광서 업무가 멈추겠지만,승리를 기원하는 목소리는 경제인들 사이에서 더 높게 나온다.

지난달 말 트럭운전사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여파와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국의 불확실성 등이 브라질 성장 전망을 후퇴시키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1~1.5%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이 우승할 경우,국민들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인구 2억 8백만 명의 브라질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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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네이마르의 눈물’…‘임시 휴업’ 브라질 얼싸 안았다
    • 입력 2018-06-23 09:41:44
    • 수정2018-06-23 09:51:32
    특파원 리포트
(▲ 경기 종료 뒤 눈물 흘리는 네이마르) 【세계 최고 몸값 네이마르 끝내 울었다.】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네이마르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코스타리카와의 경기가 끝난 뒤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 2월 프랑스 프로축구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한 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월드컵에 출전해 첫 승을 거둔 뒤 자신에게 지워진 짐을 털어내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네이마르는 1차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브라질은 1-1로 비겼다. 브라질 팬들의 비난은 네이마르에 돌아왔다. 팬들은 네이마르의 이른바 '콩나물 머리'로 불리는 머리 스타일까지 비웃기도 했다. 그런 그가 흘린 눈물은 후반 추가 시간에 2번째 골을 성공시켜 무거웠던 마음고생을 씻어내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음식점 【함께 울음 터뜨린 '삼바 축구' 브라질 】 FIFA 랭킹 2위,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이 1차전에서 답답하고 부진한 경기를 펼치자 삼바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큰 충격과 실망감에 휩싸였다. 2차전에서도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고 네이마르가 얻어낼 듯 보였던 페널티킥이 취소되면서 TV를 지켜보던 브라질 국민들은 다시 불안과 걱정이 가득했다. 하지만,후반 추가시간에 브라질이 첫 골을 성공시키자 국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삼바 축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시민들은 나팔을 불고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로 뛰어 나오기도 했다. 경기가 열린 시각은 브라질 오전 9시, 이른 아침부터 길거리 음식점에서 생맥주 파티를 열던 브라질 국민들은 모두 하나가 돼서 승리를 만끽했다. 국민들 역시 네이마르가 겪었던 예선 탈락 위기의 초조함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한산한 파울리스타대로
전동차 멈춘 선로 【오전 '임시 휴업' … "오후 다시 문 엽니다" 】 2차전 코스타리카와의 경기가 펼쳐진 금요일, 브라질 국민들은 남녀노소 예외 없이 노란색의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 색깔의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섰다. 경기 시작 시각이 브라질 현지 금요일 오전 9시로 평일이었지만 사실상 오전은 '임시 휴업'으로 정해졌다. 은행과 우체국은 업무 시간을 단축해 오후로 업무를 미뤄놨고, 쇼핑센터는 영업 시작 시각을 오전 11시 30분으로 늦췄다. 각급 학교는 재량에 따라 수업을 단축하거나 아예 휴업하기도 했다. 반면,평소 정오나 오후 4시에 문을 여는 상파울루 시내 음식점들은 아침 8시부터 일제히 영업을 시작해 대형 스크린을 준비하고 축구 팬을 맞았다. 거리는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전동차 운행도 간격을 평소 5분~7분에서 20분으로 늘렸다. 선로에는 전동차가 멈춰선 모습도 보였다. 오전 시간 이용하는 승객들이 줄어든 데다 전동차 승무원과 역무원들이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경기 열린 시간,한인밀집지역 봉헤치루 【 이겨도 걱정, 져도 걱정인 나라 】 축구와 정열의 나라 브라질, 관공서와 제조업, 서비스업의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이 TV로 월드컵 축구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경기가 펼쳐지는 시간 전후로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브라질 대표팀이 조별 리그 경기뿐 아니라 계속해서 경기에서 이길 경우 휴업 시간은 늘어갈 것이다. 그만큼 손실이 크겠지만, 브라질 고용주들은 어차피 브라질 대표팀이 경기하는 시간 동안에는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다. 치안 상황이 좋지 않은 상파울루에서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때는 강도 당할 염려는 덜 수 있다는 농담도 있다.강도들도 축구 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월드컵 경기에서 브라질이 패할 경우는 더 큰 걱정이 앞선다. 폭동 수준은 아니더라도 사회 분위기가 험악해진다는 것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4강전에서 브라질 대표팀이 독일에 7-1 완패를 당할 당시,이겼다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패배의 분노가 정치권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일부의 분석이다. 패배의 아픔이 브라질 국민들의 '톨레랑스(관용)'를 얼어붙게 하였다는 것인데, 그만큼 감정의 기복이 심한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얘기일 것이다. 옷가게에 걸린 응원 용품 【 16년 만의 정상 노린다… 내수 경기 살아날까? 】 브라질은 역대 월드컵에서 5차례 정상에 올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치른 3차례 월드컵에서 두 차례 8강과 한 차례 준결승에 머문 브라질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16년 만에 정상 복귀를 노리고 있다. 브라질 축구협회도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자국 대표팀이 우승컵을 거머쥘 경우 127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선수 1인당 5억 5천만 원의 우승 포상금이 돌아가게 된다.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은 27일 수요일 브라질 현지시각으로 오후 3시에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또 한 번 임시 휴업일로 정해질 것이다. 오전에 업무를 하고 낮 12시부터는 모든 업무가 중단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관광서 업무가 멈추겠지만,승리를 기원하는 목소리는 경제인들 사이에서 더 높게 나온다. 지난달 말 트럭운전사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여파와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국의 불확실성 등이 브라질 성장 전망을 후퇴시키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1~1.5%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이 우승할 경우,국민들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인구 2억 8백만 명의 브라질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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