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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원숭이의 저주…태국판 ‘혹성탈출’ 오나?
입력 2018.06.25 (07:05)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원숭이의 저주…태국판 ‘혹성탈출’ 오나?
급증하는 원숭이, '인간 주거지' 위협

태국에는 유독 원숭이가 많고 태국 사람들도 원숭이를 아주 친근하게 여긴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태국의 전설 속에도 원숭이가 왕의 전사로 등장한다. 태국 곳곳에 원숭이 사원이 있으며 사람들은 원숭이가 행운이나 재물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원숭이에게 후하게 먹이도 준다. 롭부리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원숭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과일 상 뷔페를 차려주는 축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숭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원숭이가 많은 도시에는 차가 다니는 도로나 사람이 다녀야 할 인도도 원숭이들 차지가 되어 가고 있다. 원숭이들의 배설물 때문에 인도로 다니기도 힘들 정도다. 지붕이건 창문이건 도심 건물에는 어김없이 원숭이들이 매달려 있다. 건물 외벽은 원숭이들의 배설물 때문에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다.

태국 77개 주 가운데 53개 주에서 '인간-원숭이' 갈등

건물 벽에는 원숭이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철조망과 철창, 심지어 고압선까지 설치한 곳도 있지만, 원숭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원숭이들은 관광객 등 지나가는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물건을 뺏기도 한다. 주민들은 원숭이가 접근해 가방이나 물건을 채 갈 때 차라리 그냥 주는 것이 낫다고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면 원숭이가 사람을 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에 배설물이 쌓이면서 각종 세균이 번식해 주민들의 주거 위생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건물에 철창이 설치돼 원숭이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오히려 원숭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다.건물에 철창이 설치돼 원숭이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오히려 원숭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다.

태국 전체 77개 주 가운데 53개 주의 183곳에서 이렇게 원숭이 약 10만 마리가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함께 살거나 도심 주변에 서식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숭이의 천국'으로 불리는 롭부리를 포함해 끄라비, 촌부리, 뜨랑, 푸껫 등 12개 지역에서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판 혹성탈출? 원숭이 섬 만든다

태국 정부는 결국 주거지역까지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원숭이를 포획해 '원숭이 섬'으로 집단 이주시키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원숭이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하는 정도로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해 왔지만 늘어나는 원숭이들을 막는 데 실패한 것이다. '원숭이 섬' 후보지는 푸껫 인근의 5개 무인도로 이곳엔 사람과 포식동물이 없고 물과 먹이가 풍부해 원숭이 서식지로 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제를 일으키는 원숭이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긴꼬리 원숭이 과에 속하는 마카크(macaque)는 과일 외에도 해산물을 먹을 수 있어 섬에서 잘 살 수 있다고 태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의 한 장면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의 한 장면

태국 당국은 일단 후보 섬들의 생태환경을 자세히 조사한 뒤 먹이나 물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보충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원숭이를 붙잡아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섬으로 이주시키면 현재 15년 정도인 평균 수명을 최고 30년까지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숭이 개체 수 증가 원인은 인간 때문?

사실 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원숭이와 인간의 갈등이 원숭이가 인간의 거주 지역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도심이 개발되고 확대되다 보니 원숭이의 서식지가 점점 좁아졌기 때문에 인간의 거주 지역에 원숭이가 출몰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도심 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에 올라 음료수 포장을 뜯는 원숭이들도심 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에 올라 음료수 포장을 뜯는 원숭이들

그렇다면 원숭이 서식지가 좁아지는 태국에서 왜 원숭이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 있다. 불교를 믿는 태국 사람들은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잘 보살펴 준다. 도심에 출현하는 원숭이가 여러 가지로 피해를 주지만 해코지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 결국, 원숭이의 개체 수 증가는 인간들이 주는 음식 때문이라고 태국 당국은 말한다.


'먹이 활동' 필요 없는 원숭이 '번식력' 강해져

야생의 원숭이는 과일과 나뭇잎을 주식으로 섭취한다. 여기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그러나 인간이 주는 음식은 당분이나 지방이 많아 원숭이들이 과도한 에너지를 축적하게 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태국 공원청 소속 야생동물 전문가는 야생의 원숭이는 원래 에너지의 60~70%를 먹이를 구하는 데 쓰지만 도심의 원숭이들은 인간에게 접근하면 쉽게 먹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남는 에너지가 많아 번식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태국인들의 지나친 호의(?)가 원숭이의 야생 본성을 변하게 하고 결국 인간과 원숭이의 갈등을 불러온 중요한 한 요인이 된 것이다.
  • [특파원리포트] 원숭이의 저주…태국판 ‘혹성탈출’ 오나?
    • 입력 2018.06.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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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원숭이의 저주…태국판 ‘혹성탈출’ 오나?
급증하는 원숭이, '인간 주거지' 위협

태국에는 유독 원숭이가 많고 태국 사람들도 원숭이를 아주 친근하게 여긴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태국의 전설 속에도 원숭이가 왕의 전사로 등장한다. 태국 곳곳에 원숭이 사원이 있으며 사람들은 원숭이가 행운이나 재물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원숭이에게 후하게 먹이도 준다. 롭부리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원숭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과일 상 뷔페를 차려주는 축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숭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원숭이가 많은 도시에는 차가 다니는 도로나 사람이 다녀야 할 인도도 원숭이들 차지가 되어 가고 있다. 원숭이들의 배설물 때문에 인도로 다니기도 힘들 정도다. 지붕이건 창문이건 도심 건물에는 어김없이 원숭이들이 매달려 있다. 건물 외벽은 원숭이들의 배설물 때문에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다.

태국 77개 주 가운데 53개 주에서 '인간-원숭이' 갈등

건물 벽에는 원숭이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철조망과 철창, 심지어 고압선까지 설치한 곳도 있지만, 원숭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원숭이들은 관광객 등 지나가는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물건을 뺏기도 한다. 주민들은 원숭이가 접근해 가방이나 물건을 채 갈 때 차라리 그냥 주는 것이 낫다고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면 원숭이가 사람을 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에 배설물이 쌓이면서 각종 세균이 번식해 주민들의 주거 위생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건물에 철창이 설치돼 원숭이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오히려 원숭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다.건물에 철창이 설치돼 원숭이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오히려 원숭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다.

태국 전체 77개 주 가운데 53개 주의 183곳에서 이렇게 원숭이 약 10만 마리가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함께 살거나 도심 주변에 서식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숭이의 천국'으로 불리는 롭부리를 포함해 끄라비, 촌부리, 뜨랑, 푸껫 등 12개 지역에서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판 혹성탈출? 원숭이 섬 만든다

태국 정부는 결국 주거지역까지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원숭이를 포획해 '원숭이 섬'으로 집단 이주시키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원숭이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하는 정도로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해 왔지만 늘어나는 원숭이들을 막는 데 실패한 것이다. '원숭이 섬' 후보지는 푸껫 인근의 5개 무인도로 이곳엔 사람과 포식동물이 없고 물과 먹이가 풍부해 원숭이 서식지로 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제를 일으키는 원숭이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긴꼬리 원숭이 과에 속하는 마카크(macaque)는 과일 외에도 해산물을 먹을 수 있어 섬에서 잘 살 수 있다고 태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의 한 장면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의 한 장면

태국 당국은 일단 후보 섬들의 생태환경을 자세히 조사한 뒤 먹이나 물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보충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원숭이를 붙잡아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섬으로 이주시키면 현재 15년 정도인 평균 수명을 최고 30년까지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숭이 개체 수 증가 원인은 인간 때문?

사실 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원숭이와 인간의 갈등이 원숭이가 인간의 거주 지역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도심이 개발되고 확대되다 보니 원숭이의 서식지가 점점 좁아졌기 때문에 인간의 거주 지역에 원숭이가 출몰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도심 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에 올라 음료수 포장을 뜯는 원숭이들도심 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에 올라 음료수 포장을 뜯는 원숭이들

그렇다면 원숭이 서식지가 좁아지는 태국에서 왜 원숭이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 있다. 불교를 믿는 태국 사람들은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잘 보살펴 준다. 도심에 출현하는 원숭이가 여러 가지로 피해를 주지만 해코지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 결국, 원숭이의 개체 수 증가는 인간들이 주는 음식 때문이라고 태국 당국은 말한다.


'먹이 활동' 필요 없는 원숭이 '번식력' 강해져

야생의 원숭이는 과일과 나뭇잎을 주식으로 섭취한다. 여기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그러나 인간이 주는 음식은 당분이나 지방이 많아 원숭이들이 과도한 에너지를 축적하게 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태국 공원청 소속 야생동물 전문가는 야생의 원숭이는 원래 에너지의 60~70%를 먹이를 구하는 데 쓰지만 도심의 원숭이들은 인간에게 접근하면 쉽게 먹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남는 에너지가 많아 번식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태국인들의 지나친 호의(?)가 원숭이의 야생 본성을 변하게 하고 결국 인간과 원숭이의 갈등을 불러온 중요한 한 요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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