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불신 확산·생수 품절

입력 2018.06.26 (08:36) 수정 2018.06.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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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돗물이 무서워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대구입니다.

지난주 대구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게 발암물질이라는 얘기까지 퍼지면서 수돗물 불신은 물론 생수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는데요.

지자체와 환경부가 "수돗물에서 발견된 물질은 발암물질이 아니다." "오염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마셔도 안전하다." 이렇게 밝혔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지금 대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구 달서구에 사는 주부 윤혜린 씨.

대구지역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전해진 뒤, 식사 준비에 쓰이는 물은 모두 생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윤혜린/대구시 달서구 : "오늘 하루 쓴 게 아마 네 통. 아침부터 쓴 게 네 통 정도 된 거 같아요. 이제 다섯 통째 쓰는 거 같아요."]

마트에서 대용량 생수를 여러 묶음 사왔지만 마시는 물 뿐만 아니라, 밥 짓는 물, 음식 장만에 필요한 물까지 생수를 쓰다 보니 쌓아뒀던 생수도 금방 동이 납니다.

[윤혜린/대구시 달서구 : “한 팩만 남아있으면 사러 가야 되는데 혹시 마트에 없으면 어떡하지, 근처 마트에 어디를 가도 없으면 어떡하지 불안함도 굉장히 크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물이 얼마나 남았나 세어 봐야 하고 오늘 하루종일 이 물 가지고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그것도 생각해야 하고.”]

윤 씨의 걱정은 비단 먹는 물 뿐만 아닙니다.

가장 걱정인 건 바로 4살짜리 딸입니다.

수돗물에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아이 세수와 양치도 생수로 하는 실정인데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말 내내 폭염주의보에, 어제는 폭염경보까지 내린 대구.

여느 때 같았으면 집에서 수돗물을 받아놓고 물놀이라도 시켰을 테지만 지금은 세수조차 불안합니다.

[윤혜린/대구시 달서구 : “아기가 성인보다 약한 피부인데 그 물을 가지고 놀면 우리보다 흡수되는 것도 분명히 많을 거고…….”]

집집마다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말새 인터넷 상에는 대구지역 대형마트 상황이라며 생수를 사재기하는 모습이 찍힌 실시간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시민들에게 무료로 생수를 공급하는 한 생수 공장에는 주말 동안 수천 명이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대구 시민 : “주차장이 꽉 찼었어요, 주차장이. 20kg짜리 세 통 하고 2리터짜리 8개하고. 약수통으로 3개 이 정도 떠왔어요.”]

근처 마트는 물론 생수를 살 수 있는 곳에선 대부분 생수가 동이 났고, 인터넷 주문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윤혜린/대구시 달서구 : “집 앞 마트만 가도 한 사람당 많이 못 가져가게 하거든요. 그러니까 급한 대로 한 팩씩 이렇게 사올 수 있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는데 주문이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나중에 해야 한다고 좀 기다려달라 이렇게 안내가 나오더라고요.”]

시민들을 순식간에 수돗물 공포로 몰아넣은 오염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달 말, 대구지역 정수장 두 곳에서 세 종류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습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건 과불화헥산술폰산이라는 물질인데요,

이 물질이 발암물질이다, 아니다, 유해하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겁니다.

[김문수/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장 : “농도가 건강에 유해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1조분의 1이니까 극히 미량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우리 농도수준으로 유해하지 않다, 유해성이 입증돼 있지 않다. 그러니까 전혀 쓰시는데 문제가 없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물질로 지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체중 감소와 혈액 응고시간 증가 등을 일으킨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가운데, 문제는 끓여도 잘 제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경부는 상수원인 낙동강 수계에서 문제 물질 배출 사업장을 확인하고 배출 차단 등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는데요.

자, 그렇다면 이후 시민들의 불안은 걷혔을까요?

어제 오후, 대구의 한 대형마트를 가봤습니다.

안심해도 된다는 당국의 발표가 무색하게 생수 판매대는 여전히 문전성시입니다.

[김창수/마트 관계자 : “평소 주말 대비해서 지난 금요일 토요일 같은 경우 5~6배 정도 매출량이 늘었습니다. 발주량도 평소보다 10배 이상 해놨습니다.”]

주말이 지나도 시민들의 생수 사재기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준혁/대구 달서구 :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말은 했는데 그렇게 믿음이 가지가 않아요."]

[최남영/대구 달서구 : “이건 씻는 용도. 가격도 저렴하고……. 믿을 수 있으니까요. (취수원이) 제주도잖아요. 멀리서 오고 대구 것이 아니라서 선호하고 있어요.”]

일반 시민들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옮겨간 곳은 또 있습니다.

수돗물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는 음식점, 카페 등에 비상이 걸린 겁니다.

[안덕훈/음식점 사장 : “이번 주말 같은 경우는 다른 주말에 비교해서 사실상 매출이 조금 떨어졌던 게 체감적으로 느껴졌었죠.”]

한 음식점은 생수로 요리를 한다며 안심하라는 문구까지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덕훈/음식점 사장 : “수돗물이 현재 그렇게 좋지 않다, 안 좋은 물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를 듣다 보니까 요식업 하는 입장에서 불안하고 손님들 입장에서도 불안하기 때문에…….”]

이미 과거 대구 지역에선 페놀, 다이옥신 등 수돗물에 대한 불신의 경험이 있는터라 또다시 불거진 수돗물 공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옥이/대구시 동구 : “언제까지 그래야 하는지……. 불안하잖아. 먹는 물이 그러니까 불안하잖아요.”]

[이애숙/대구시 동구 : “믿음이 안 가죠. 한 달 정도는 (생수를) 먹어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더 이상 수돗물은 못 믿겠다는 대구 시민들의 불안과 원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연 어떤 대책으로 안전한 수돗물 공급과 불신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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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불신 확산·생수 품절
    • 입력 2018-06-26 08:42:14
    • 수정2018-06-26 08: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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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돗물이 무서워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대구입니다.

지난주 대구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게 발암물질이라는 얘기까지 퍼지면서 수돗물 불신은 물론 생수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는데요.

지자체와 환경부가 "수돗물에서 발견된 물질은 발암물질이 아니다." "오염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마셔도 안전하다." 이렇게 밝혔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지금 대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구 달서구에 사는 주부 윤혜린 씨.

대구지역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전해진 뒤, 식사 준비에 쓰이는 물은 모두 생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윤혜린/대구시 달서구 : "오늘 하루 쓴 게 아마 네 통. 아침부터 쓴 게 네 통 정도 된 거 같아요. 이제 다섯 통째 쓰는 거 같아요."]

마트에서 대용량 생수를 여러 묶음 사왔지만 마시는 물 뿐만 아니라, 밥 짓는 물, 음식 장만에 필요한 물까지 생수를 쓰다 보니 쌓아뒀던 생수도 금방 동이 납니다.

[윤혜린/대구시 달서구 : “한 팩만 남아있으면 사러 가야 되는데 혹시 마트에 없으면 어떡하지, 근처 마트에 어디를 가도 없으면 어떡하지 불안함도 굉장히 크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물이 얼마나 남았나 세어 봐야 하고 오늘 하루종일 이 물 가지고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그것도 생각해야 하고.”]

윤 씨의 걱정은 비단 먹는 물 뿐만 아닙니다.

가장 걱정인 건 바로 4살짜리 딸입니다.

수돗물에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아이 세수와 양치도 생수로 하는 실정인데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말 내내 폭염주의보에, 어제는 폭염경보까지 내린 대구.

여느 때 같았으면 집에서 수돗물을 받아놓고 물놀이라도 시켰을 테지만 지금은 세수조차 불안합니다.

[윤혜린/대구시 달서구 : “아기가 성인보다 약한 피부인데 그 물을 가지고 놀면 우리보다 흡수되는 것도 분명히 많을 거고…….”]

집집마다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말새 인터넷 상에는 대구지역 대형마트 상황이라며 생수를 사재기하는 모습이 찍힌 실시간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시민들에게 무료로 생수를 공급하는 한 생수 공장에는 주말 동안 수천 명이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대구 시민 : “주차장이 꽉 찼었어요, 주차장이. 20kg짜리 세 통 하고 2리터짜리 8개하고. 약수통으로 3개 이 정도 떠왔어요.”]

근처 마트는 물론 생수를 살 수 있는 곳에선 대부분 생수가 동이 났고, 인터넷 주문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윤혜린/대구시 달서구 : “집 앞 마트만 가도 한 사람당 많이 못 가져가게 하거든요. 그러니까 급한 대로 한 팩씩 이렇게 사올 수 있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는데 주문이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나중에 해야 한다고 좀 기다려달라 이렇게 안내가 나오더라고요.”]

시민들을 순식간에 수돗물 공포로 몰아넣은 오염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달 말, 대구지역 정수장 두 곳에서 세 종류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습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건 과불화헥산술폰산이라는 물질인데요,

이 물질이 발암물질이다, 아니다, 유해하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겁니다.

[김문수/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장 : “농도가 건강에 유해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1조분의 1이니까 극히 미량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우리 농도수준으로 유해하지 않다, 유해성이 입증돼 있지 않다. 그러니까 전혀 쓰시는데 문제가 없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물질로 지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체중 감소와 혈액 응고시간 증가 등을 일으킨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가운데, 문제는 끓여도 잘 제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경부는 상수원인 낙동강 수계에서 문제 물질 배출 사업장을 확인하고 배출 차단 등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는데요.

자, 그렇다면 이후 시민들의 불안은 걷혔을까요?

어제 오후, 대구의 한 대형마트를 가봤습니다.

안심해도 된다는 당국의 발표가 무색하게 생수 판매대는 여전히 문전성시입니다.

[김창수/마트 관계자 : “평소 주말 대비해서 지난 금요일 토요일 같은 경우 5~6배 정도 매출량이 늘었습니다. 발주량도 평소보다 10배 이상 해놨습니다.”]

주말이 지나도 시민들의 생수 사재기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준혁/대구 달서구 :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말은 했는데 그렇게 믿음이 가지가 않아요."]

[최남영/대구 달서구 : “이건 씻는 용도. 가격도 저렴하고……. 믿을 수 있으니까요. (취수원이) 제주도잖아요. 멀리서 오고 대구 것이 아니라서 선호하고 있어요.”]

일반 시민들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옮겨간 곳은 또 있습니다.

수돗물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는 음식점, 카페 등에 비상이 걸린 겁니다.

[안덕훈/음식점 사장 : “이번 주말 같은 경우는 다른 주말에 비교해서 사실상 매출이 조금 떨어졌던 게 체감적으로 느껴졌었죠.”]

한 음식점은 생수로 요리를 한다며 안심하라는 문구까지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덕훈/음식점 사장 : “수돗물이 현재 그렇게 좋지 않다, 안 좋은 물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를 듣다 보니까 요식업 하는 입장에서 불안하고 손님들 입장에서도 불안하기 때문에…….”]

이미 과거 대구 지역에선 페놀, 다이옥신 등 수돗물에 대한 불신의 경험이 있는터라 또다시 불거진 수돗물 공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옥이/대구시 동구 : “언제까지 그래야 하는지……. 불안하잖아. 먹는 물이 그러니까 불안하잖아요.”]

[이애숙/대구시 동구 : “믿음이 안 가죠. 한 달 정도는 (생수를) 먹어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더 이상 수돗물은 못 믿겠다는 대구 시민들의 불안과 원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연 어떤 대책으로 안전한 수돗물 공급과 불신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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