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500만 명 발 묶은 오사카 강진…이번에는 예고편

입력 2018.06.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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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강한 규모인 6.1의 강진이 덮친 지 1주일이 훌쩍 지났다. 사망자 5명, 다친 사람만 400여 명이 넘는 피해를 냈고, 오사카 현지는 이제야 가스 공급이 완전히 재개될 정도로 아직 어수선하다.

특히 오사카 지진은 대도시에 강진이 일어났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지 극명하게 보여준 도시형 재난이기도 했다. 도쿄 발밑에서 일어나는 '수도권 직하(直下) 지진'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고 있는 일본 정부는 오사카 지진을 계기로 재난 재해 대비 체제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 발 묶인 500만 명…이번에는 예고편

지난 18일 오사카 지진이 발생한 것은 아침 8시쯤이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서 많은 사람이 월요일 출근길에 나서던 시간이었다.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모든 전철은 자동으로 운행 중단, 열차 230편이 선로 위에 서버렸고 20만 명이 갇혀버렸다.


마이니치 신문과 산케이 신문 등에 따르면 당일 아침 지진과 함께 운행을 멈춘 전철 노선은 그날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완전히 운행을 재개했다. 운송의 상당 부분을 전철에 의존하는 일본 대도시의 특성상 사실상 인력 운송 기능이 멈춘 상태가 한나절 이상 지속한 셈이다.

이 때문에 발이 묶인 사람을 추산해 보니, 약 580만 명(아사히 신문)을 넘어섰다.

멈춰선 전철은 연쇄적인 교통마비 현상을 일으켰다. 마이니치 신문은 지진 당일 오사카 셋쓰시에서는 오전 11시 지진 부상자 신고를 받고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정체에 휘말려, 7~8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를 40분이나 걸려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인한 비상 상황에 전혀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여기에 고속도로마저 오후 1시쯤까지 운행이 중단되면서 혼란을 더했다.

문제는 이번 지진이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았음에도 도시 기능이 일순 마비될 정도로 혼란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구조물 상황 파악이 우선인 상황에서 일단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올 경우 열차 운행이 자동 차단되고 이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안전하다는 확인이 있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수백만의 미귀가자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이에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규모 6의 지진이 대도시를 덮치자 여지없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말았다.

일본 정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수도권 직하(直下) 지진이나, 남해 지역 대지진이 발생해 쓰나미가 도심 지역을 강타할 경우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지진 대국 일본에서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관건은 라이프 라인(수도·전기·가스)…외상보다 깊은 내상

취재진이 지진 발생 당일 오사카 진앙 인근을 찾았을 때에도 눈에 띄게 무너져 내리거나 피해를 본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외려 기왓장 한 군데 떨어진 곳을 찾기 힘든 정도로 거리가 깨끗해 불과 몇 시간 전 강진이 덮친 곳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다.

3.11 대지진과 구마모토 지진 취재 경험상 규모 6 정도의 지진의 흔들림에 일본 내 집들은 상당한 내진성을 보여 쉽게 무너져 내리거나 하지 않는다. 외형상 큰 피해를 찾기 힘든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도시를 거미줄처럼 깔고 있는 라이프 라인, 즉 수도, 전기, 가스에서 발생했다.


가스가 새면서 6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11만 가구에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또 17만 가구가 정전됐고, 각 지역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단수가 이어졌다.


정전은 당일 많은 부분이 복구됐지만, 가스의 경우 일주일이 지나서야 공급이 재개됐다. 시민들의 기본 생활을 떠받칠 수 있는 라이프 라인에 손상을 입으면서 집이 부서지지 않았더라도 피난소에 몸을 의탁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 공중에 떠버린 외국인 관광객…오사카 찾는 한국인만 연간 240만 명

지난 한해 오사카를 찾은 한국 관광객만 240만 명. 지진 당일에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오사카 현지에서 들뜬 마음으로 아침을 맞고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덮친 강진은 모든 것을 헝클어뜨렸다. 특히 현지 교통 사정 등에 어둡고 일본어를 하지 못해 최신 정보를 얻을 수도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상당한 공황 상태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SMBC 닛코 증권은 이번 지진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이 줄어들어 약 769억 엔(7,700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긴급사태 시 무료 와이파이망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다중언어로 교통 안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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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500만 명 발 묶은 오사카 강진…이번에는 예고편
    • 입력 2018-06-26 17:43:24
    특파원 리포트
오사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강한 규모인 6.1의 강진이 덮친 지 1주일이 훌쩍 지났다. 사망자 5명, 다친 사람만 400여 명이 넘는 피해를 냈고, 오사카 현지는 이제야 가스 공급이 완전히 재개될 정도로 아직 어수선하다.

특히 오사카 지진은 대도시에 강진이 일어났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지 극명하게 보여준 도시형 재난이기도 했다. 도쿄 발밑에서 일어나는 '수도권 직하(直下) 지진'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고 있는 일본 정부는 오사카 지진을 계기로 재난 재해 대비 체제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 발 묶인 500만 명…이번에는 예고편

지난 18일 오사카 지진이 발생한 것은 아침 8시쯤이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서 많은 사람이 월요일 출근길에 나서던 시간이었다.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모든 전철은 자동으로 운행 중단, 열차 230편이 선로 위에 서버렸고 20만 명이 갇혀버렸다.


마이니치 신문과 산케이 신문 등에 따르면 당일 아침 지진과 함께 운행을 멈춘 전철 노선은 그날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완전히 운행을 재개했다. 운송의 상당 부분을 전철에 의존하는 일본 대도시의 특성상 사실상 인력 운송 기능이 멈춘 상태가 한나절 이상 지속한 셈이다.

이 때문에 발이 묶인 사람을 추산해 보니, 약 580만 명(아사히 신문)을 넘어섰다.

멈춰선 전철은 연쇄적인 교통마비 현상을 일으켰다. 마이니치 신문은 지진 당일 오사카 셋쓰시에서는 오전 11시 지진 부상자 신고를 받고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정체에 휘말려, 7~8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를 40분이나 걸려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인한 비상 상황에 전혀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여기에 고속도로마저 오후 1시쯤까지 운행이 중단되면서 혼란을 더했다.

문제는 이번 지진이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았음에도 도시 기능이 일순 마비될 정도로 혼란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구조물 상황 파악이 우선인 상황에서 일단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올 경우 열차 운행이 자동 차단되고 이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안전하다는 확인이 있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수백만의 미귀가자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이에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규모 6의 지진이 대도시를 덮치자 여지없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말았다.

일본 정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수도권 직하(直下) 지진이나, 남해 지역 대지진이 발생해 쓰나미가 도심 지역을 강타할 경우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지진 대국 일본에서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관건은 라이프 라인(수도·전기·가스)…외상보다 깊은 내상

취재진이 지진 발생 당일 오사카 진앙 인근을 찾았을 때에도 눈에 띄게 무너져 내리거나 피해를 본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외려 기왓장 한 군데 떨어진 곳을 찾기 힘든 정도로 거리가 깨끗해 불과 몇 시간 전 강진이 덮친 곳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다.

3.11 대지진과 구마모토 지진 취재 경험상 규모 6 정도의 지진의 흔들림에 일본 내 집들은 상당한 내진성을 보여 쉽게 무너져 내리거나 하지 않는다. 외형상 큰 피해를 찾기 힘든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도시를 거미줄처럼 깔고 있는 라이프 라인, 즉 수도, 전기, 가스에서 발생했다.


가스가 새면서 6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11만 가구에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또 17만 가구가 정전됐고, 각 지역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단수가 이어졌다.


정전은 당일 많은 부분이 복구됐지만, 가스의 경우 일주일이 지나서야 공급이 재개됐다. 시민들의 기본 생활을 떠받칠 수 있는 라이프 라인에 손상을 입으면서 집이 부서지지 않았더라도 피난소에 몸을 의탁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 공중에 떠버린 외국인 관광객…오사카 찾는 한국인만 연간 240만 명

지난 한해 오사카를 찾은 한국 관광객만 240만 명. 지진 당일에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오사카 현지에서 들뜬 마음으로 아침을 맞고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덮친 강진은 모든 것을 헝클어뜨렸다. 특히 현지 교통 사정 등에 어둡고 일본어를 하지 못해 최신 정보를 얻을 수도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상당한 공황 상태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SMBC 닛코 증권은 이번 지진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이 줄어들어 약 769억 엔(7,700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긴급사태 시 무료 와이파이망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다중언어로 교통 안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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