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아리의 비극

입력 1994.03.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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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수컷이라는 이유만으로 알에서 깨어난지 하루만에 죽음을 당하는 수평아리들. 현대 첨단과학으로도 계란상태에서는 암수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이기도 합니다. 감별사 손에 의해, 단 1초만에 삶과 죽음이 뒤바뀌는 병아리 감별현장을 용태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용태영 기자 :

알 속에서 20일을 보낸 병아리가, 마침내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옵니다. 젖은 털이 마르면 노란색의 보송보송한 솜털을 가진 예쁜 병아리가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예쁜 병아리의 절반 가량은, 곧바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병아리들은 여기 감별대에서 삶과 죽음이 판가름 납니다. 여기에 있는 암병아리들은 비싼 값에 팔려나가게 되지만, 이쪽으로 숫놈으로 판가름난 병아리들은, 이제 쓰레기처럼 버려질 운명에 놓입니다.

산란용이나 종개용 병아리의 경우, 암놈만 필요하고 숫놈은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감별사의 손에서 왼쪽으로 떨어지는지, 아니면 오른쪽으로 떨어지는지, 채 1초도 안되는 사이에 운명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현대의 첨단과학으로도 계란 상태에서는 암수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입니다.


민병두 (병아리 감별사) :

세계적으로, 병아리 감별이, 암수구별이 될 수 없지요.


용태영 기자 :

결국, 수평아리는 한곳에 모아진 뒤, 이처럼 한꺼번에 질식사를 당합니다. 한때 일부는 사료용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료값이 싸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이 농장에서만도, 일주일에 10만마리의 수평아리가 이처럼 무의미한 떼죽음을 당합니다.

KBS 뉴스, 용태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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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평아리의 비극
    • 입력 1994-03-09 21:00:00
    뉴스 9

단지 수컷이라는 이유만으로 알에서 깨어난지 하루만에 죽음을 당하는 수평아리들. 현대 첨단과학으로도 계란상태에서는 암수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이기도 합니다. 감별사 손에 의해, 단 1초만에 삶과 죽음이 뒤바뀌는 병아리 감별현장을 용태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용태영 기자 :

알 속에서 20일을 보낸 병아리가, 마침내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옵니다. 젖은 털이 마르면 노란색의 보송보송한 솜털을 가진 예쁜 병아리가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예쁜 병아리의 절반 가량은, 곧바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병아리들은 여기 감별대에서 삶과 죽음이 판가름 납니다. 여기에 있는 암병아리들은 비싼 값에 팔려나가게 되지만, 이쪽으로 숫놈으로 판가름난 병아리들은, 이제 쓰레기처럼 버려질 운명에 놓입니다.

산란용이나 종개용 병아리의 경우, 암놈만 필요하고 숫놈은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감별사의 손에서 왼쪽으로 떨어지는지, 아니면 오른쪽으로 떨어지는지, 채 1초도 안되는 사이에 운명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현대의 첨단과학으로도 계란 상태에서는 암수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입니다.


민병두 (병아리 감별사) :

세계적으로, 병아리 감별이, 암수구별이 될 수 없지요.


용태영 기자 :

결국, 수평아리는 한곳에 모아진 뒤, 이처럼 한꺼번에 질식사를 당합니다. 한때 일부는 사료용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료값이 싸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이 농장에서만도, 일주일에 10만마리의 수평아리가 이처럼 무의미한 떼죽음을 당합니다.

KBS 뉴스, 용태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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