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교습인가 희롱인가

입력 1994.05.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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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앵커 :

이 시간 현장추적은 일부 운전학원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성희롱 상황을 고발합니다. 자동차 안에는 여성 수강생과 운전강사 둘만이 앉아 있고, 운전강사는 여자의 손과 다리, 심지어 가슴까지 더듬으면서 음흉한 말로 희롱하고 있습니다. 여자 는 부끄럽기도 하고 또 어쩔 수 없어서 대부분 참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성희롱을 넘어서 성폭력에까지 이른 운전학원의 실태. 사실 그대로의 생생한 화면과 함께, 민경욱 기자가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수강생 :

뭐예요? 남의 팬티…….

자꾸 신경 쓰여서 그러잖아요. 제발 좀.


민경욱 기자 :

취재팀이 비밀리에 장치한 3대의 카메라에 잡힌 성희롱의 장면들 입니다. 주행연습을 하던 여자 수강생이 옆에 탄 운전강사의 손을 갑자기 뿌리칩니다. 오른쪽이 운전강사, 왼쪽이 교습생 입니다. 운전강사의 왼손이 갑자기 아래로 내려옵니다.


운전강사 :

비도 오고 마음이 이상해져서…….


민경욱 기자 :

여자 수강생의 하체부분을 더듬던 강사의 대답입니다.


수강생 :

자꾸 신경 쓰여서 그러잖아요. 제발 좀…….


운전강사 :

신경 쓰이냐?


수강생 :

그럼요


운전강사 :

그냥 감각이 없는 것 같이 하면 안돼?


민경욱 기자 :

은근한 추파를 넘어선 노골적인 성희롱 입니다. 게다가 아예 반말입니다.


수강생 :

뭐예요? 남의 팬티 뭐 입었나 지금 검사하는 거예요?


운전강사 :

창피하게 모른척하면 어디 덧나냐? 이 남자가 사랑에 굶주렸구나하고…….


민경욱 기자 :

이정도면 성희롱이 아니라, 아예 성폭력 입니다. 운전강사의 이 같은 집요한 성희롱은, 취재 20분 동안에 무려 10여 차례나 계속됐습니다. 서울 목洞 아파트 단지 입니다. 운전면허를 딴 뒤, 시내연수를 하는 교습차량에서도 성희롱은 자행됩니다. 갑자기 시동이 꺼졌습니다. 시동방법을 가르쳐주는 강사. 아예 여성 교습생의 손을 감싸 쥐고 있습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추행이 서울시내 어느 한두 군데 학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입니다.


수강생 :

이렇게 신경 쓰고 있으면 손이 오는 지도 몰라요. 그런 다음에 느낌 이 이상해 보면, 손이 와있고 그러고…….


수강생 :

뒤에서 핸들을 같이 이렇게 잡아요, 그러면 뒤에서 약간 안게 되잖아요.


수강생 :

이렇게 앉아도 될 껄, 꼭 아 그게 아니라요 이런 식으로 해서, 가까이에서 무릎을 이렇게 옆으로 밀착 시킨다는가 뭐 그런거…….


민경욱 기자

이 같은 신체 접촉과 언어를 통한 성폭력은 피해 여성들에게 큰 모멸감과 충격을 남깁니다.


수강생

친구들 경우에는 막 집에 와서 울고 그랬다 그래요. 그리고 학원에 전화해서 바꿔달라 그러고…….


수강생 :

갔다 와서는 기분이 엄청 많이 상했으니까, 그래서 어쩔 줄을 모르 고 여기저기 막 전화하고 그랬었거든요.


민경욱 기자

운전강사들의 이 같은 행위는 운전교습을 빙자한 성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여성 운전자들은 항변 한번 제대로 못하고 참아 왔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수강생 :

흔히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민감하게 반응했을 때 무안을 줄 태세가

항상 돼있기 때문에…….


수강생 :

돈을 다 이미 준 상태니까, 내 돈 어디서 찾아요.


수강생 :

일주일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거죠.


민경욱 기자 :

여자교습생들이 돈이 아까워서 혹은 조금만 참자하고 그냥 넘어가는 동안 성희롱은 계속돼 왔고, 또 더욱 기승을 부려 왔습니다. 앞서 여자 운전교습생의 몸을 심하게 만졌던 운전강사를 만났습니다.


민경욱 기자 :

“가슴도 치고, 가슴 칩니까?”


운전강사 :

아이고, 어떻게 가슴을 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민경욱 기자 :

"넓적다리를 만진다던가…?


운전강사 :

아니에요. 그런적 없습니다. 어떻게……. 지금 뭐 소설 씁니까?


민경욱 기자 :

"여자 손님들한테 성추행에 대해서 항의 받은 적은 없습니까?


학원장 :

그건 모릅니다. 전. 그걸 알면 제가 날벼락을 내리죠.


민경욱 기자 :

운전강사는 성폭력 사실을 무조건 잡아떼고, 학원측 역시 그런 일 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이런 뻔뻔스러움과 태연함을 볼 때 학원 측의 자율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성 교습생들이 자신들이 당하는 이 같은 성희롱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수강생 :

아니 허벅지에 선생님 손이 이렇게 닿았는데, 가르치다가 그렇게 할 수도 있는데, 이거를 선생님의 호의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그거를 성적인 그런 거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민경욱 기자 :

그러나 이정도의 신체접촉과 음담패설은 심각한 성폭력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입니다.


이종걸 (변호사) :

이건 교수가 그 의사에 반해서, 신체적 접촉을 하고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한 것은, 분명히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합니다.


민경욱 기자 :

일부 운전학원의 성폭력은 이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 기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여성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여자 교습생들의 성폭력에 대 한 보다 철저한 인식과 당국의 대처가 없는 한, 일부 운전학원은 성폭력의 사각지대로 계속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KBS 뉴스, 민경욱 입니다.


김광일 앵커 :

방금 보신 장면들은 취재팀의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으로 카메라에 담은 것 입니다. 절대 재연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성폭력 특별법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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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교습인가 희롱인가
    • 입력 1994-05-21 21:00:00
    뉴스 9

김광일 앵커 :

이 시간 현장추적은 일부 운전학원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성희롱 상황을 고발합니다. 자동차 안에는 여성 수강생과 운전강사 둘만이 앉아 있고, 운전강사는 여자의 손과 다리, 심지어 가슴까지 더듬으면서 음흉한 말로 희롱하고 있습니다. 여자 는 부끄럽기도 하고 또 어쩔 수 없어서 대부분 참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성희롱을 넘어서 성폭력에까지 이른 운전학원의 실태. 사실 그대로의 생생한 화면과 함께, 민경욱 기자가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수강생 :

뭐예요? 남의 팬티…….

자꾸 신경 쓰여서 그러잖아요. 제발 좀.


민경욱 기자 :

취재팀이 비밀리에 장치한 3대의 카메라에 잡힌 성희롱의 장면들 입니다. 주행연습을 하던 여자 수강생이 옆에 탄 운전강사의 손을 갑자기 뿌리칩니다. 오른쪽이 운전강사, 왼쪽이 교습생 입니다. 운전강사의 왼손이 갑자기 아래로 내려옵니다.


운전강사 :

비도 오고 마음이 이상해져서…….


민경욱 기자 :

여자 수강생의 하체부분을 더듬던 강사의 대답입니다.


수강생 :

자꾸 신경 쓰여서 그러잖아요. 제발 좀…….


운전강사 :

신경 쓰이냐?


수강생 :

그럼요


운전강사 :

그냥 감각이 없는 것 같이 하면 안돼?


민경욱 기자 :

은근한 추파를 넘어선 노골적인 성희롱 입니다. 게다가 아예 반말입니다.


수강생 :

뭐예요? 남의 팬티 뭐 입었나 지금 검사하는 거예요?


운전강사 :

창피하게 모른척하면 어디 덧나냐? 이 남자가 사랑에 굶주렸구나하고…….


민경욱 기자 :

이정도면 성희롱이 아니라, 아예 성폭력 입니다. 운전강사의 이 같은 집요한 성희롱은, 취재 20분 동안에 무려 10여 차례나 계속됐습니다. 서울 목洞 아파트 단지 입니다. 운전면허를 딴 뒤, 시내연수를 하는 교습차량에서도 성희롱은 자행됩니다. 갑자기 시동이 꺼졌습니다. 시동방법을 가르쳐주는 강사. 아예 여성 교습생의 손을 감싸 쥐고 있습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추행이 서울시내 어느 한두 군데 학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입니다.


수강생 :

이렇게 신경 쓰고 있으면 손이 오는 지도 몰라요. 그런 다음에 느낌 이 이상해 보면, 손이 와있고 그러고…….


수강생 :

뒤에서 핸들을 같이 이렇게 잡아요, 그러면 뒤에서 약간 안게 되잖아요.


수강생 :

이렇게 앉아도 될 껄, 꼭 아 그게 아니라요 이런 식으로 해서, 가까이에서 무릎을 이렇게 옆으로 밀착 시킨다는가 뭐 그런거…….


민경욱 기자

이 같은 신체 접촉과 언어를 통한 성폭력은 피해 여성들에게 큰 모멸감과 충격을 남깁니다.


수강생

친구들 경우에는 막 집에 와서 울고 그랬다 그래요. 그리고 학원에 전화해서 바꿔달라 그러고…….


수강생 :

갔다 와서는 기분이 엄청 많이 상했으니까, 그래서 어쩔 줄을 모르 고 여기저기 막 전화하고 그랬었거든요.


민경욱 기자

운전강사들의 이 같은 행위는 운전교습을 빙자한 성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여성 운전자들은 항변 한번 제대로 못하고 참아 왔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수강생 :

흔히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민감하게 반응했을 때 무안을 줄 태세가

항상 돼있기 때문에…….


수강생 :

돈을 다 이미 준 상태니까, 내 돈 어디서 찾아요.


수강생 :

일주일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거죠.


민경욱 기자 :

여자교습생들이 돈이 아까워서 혹은 조금만 참자하고 그냥 넘어가는 동안 성희롱은 계속돼 왔고, 또 더욱 기승을 부려 왔습니다. 앞서 여자 운전교습생의 몸을 심하게 만졌던 운전강사를 만났습니다.


민경욱 기자 :

“가슴도 치고, 가슴 칩니까?”


운전강사 :

아이고, 어떻게 가슴을 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민경욱 기자 :

"넓적다리를 만진다던가…?


운전강사 :

아니에요. 그런적 없습니다. 어떻게……. 지금 뭐 소설 씁니까?


민경욱 기자 :

"여자 손님들한테 성추행에 대해서 항의 받은 적은 없습니까?


학원장 :

그건 모릅니다. 전. 그걸 알면 제가 날벼락을 내리죠.


민경욱 기자 :

운전강사는 성폭력 사실을 무조건 잡아떼고, 학원측 역시 그런 일 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이런 뻔뻔스러움과 태연함을 볼 때 학원 측의 자율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성 교습생들이 자신들이 당하는 이 같은 성희롱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수강생 :

아니 허벅지에 선생님 손이 이렇게 닿았는데, 가르치다가 그렇게 할 수도 있는데, 이거를 선생님의 호의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그거를 성적인 그런 거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민경욱 기자 :

그러나 이정도의 신체접촉과 음담패설은 심각한 성폭력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입니다.


이종걸 (변호사) :

이건 교수가 그 의사에 반해서, 신체적 접촉을 하고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한 것은, 분명히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합니다.


민경욱 기자 :

일부 운전학원의 성폭력은 이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 기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여성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여자 교습생들의 성폭력에 대 한 보다 철저한 인식과 당국의 대처가 없는 한, 일부 운전학원은 성폭력의 사각지대로 계속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KBS 뉴스, 민경욱 입니다.


김광일 앵커 :

방금 보신 장면들은 취재팀의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으로 카메라에 담은 것 입니다. 절대 재연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성폭력 특별법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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