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도쿄만에 나타난 고래…녀석의 운명은?

입력 2018.06.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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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해상관문 '도쿄만'

도쿄만은 일본 가나가와 현과 지바 현 사이에 있다. 주변에는 일본 수도인 도쿄와 요코하마, 가와사키 등 주요 도시가 자리잡고 있다. 연안은 일본 최대의 게이힌공업지대를 이루고 있다. 일본 수출입 무역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도쿄항·가와사키항·요코하마항·지바항의 4개 항만이 있다. 일본의 해상관문인 셈이다. 당연히 대형선박의 통행이 빈번하다. 낚싯배와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소형선박들도 수시로 왕래한다.


"도쿄만에 고래가 나타났어요"...신고 잇따라

그런데 이곳에 고래가 나타났다. 처음 목격된 것은 1주일 전인 지난 18일쯤. 도쿄만에서 고래를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어제까지도 목격 신고가 이어졌다. 목격담은 잇따랐지만 고래로 추정할 뿐 사진이나 동영상 등 명확한 증거가 부족했다. 그러다 지난 24일 고래가 2차례 물위로 솟구치는 동영상이 촬영됐다. 모터보트로 낚시를 갔다 오던 40대 남성이 고래를 보고 촬영한 것. 고래 뒤에는 도쿄만을 오가는 선박도 보인다. 이 남성은 "매주 낚시를 다니는데 고래를 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고래가 5미터 정도 뛰어오르고 큰 소리와 물보라에 놀랐다"고 말했다.


같은 날 다른 지점에서 낚싯배 선장도 고래를 카메라에 담았다. 물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은 아니지만 수면 위로 잠깐씩 드러난 몸체와 꼬리는 영락없는 고래였다. 선장의 목격담은 이렇다. "물 뿜는 것을 보고 고래라고 생각했다. 처음 봤을 때 놀라움 반, 반가움 반이었다"

"어린 향유고래"...어쩌다 여기에?

고래 생태를 연구하는 '일본 고래 연구소'의 고문 도쿄 해양대학 카토 명예교수는 동영상을 본 뒤 "'향유고래'이고 몸길이는 12~13미터, 무게 25톤 정도의 어린 고래"라고 분석했다. 카토 명예교수는 "일본 근해의 고래는 겨울에 오키나와 근처에서 번식활동을 하고, 여름에 캄차카 반도 동쪽 연안까지 북상한다. 이번 고래는 북상 중에 도쿄만에서 길을 잘못 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몇 년 사이 일본 근해에서 고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어 이번 같은 사례가 일어나는 것은 예상된다고 한다. 도쿄만에서 방황(?)하는 것도 아주 드문 일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해안 근처까지 올라온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당분간 도쿄만에...녀석의 운명은?

카토 명예교수는 어린 향유고래가 '당분간' 도쿄만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2주 정도. 어떤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나가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이 있단다. 바로 일본 최대 공업지역인 이 일대를 왕래하는 선박. 큰 선박보다는 작은 선박이 더 위협적이라고 한다. 사진에서처럼 대형선박이 접근하면 고래가 엔진소리를 듣고 반응을 보여 배를 피할 수 있지만, 낚싯배와 요트, 소형운반선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선박은 고래가 눈치 채지 못하고 부딪칠 수 있다는 거다. 배에 탄 사람도 고래도 자칫 위험해 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고래를 발견하더라도 절대 가까이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녀석은 어떻게 될까? 무사히 도쿄만을 빠져나가서 무리와 다시 만나 힘찬 몸짓으로 바다를 누비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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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도쿄만에 나타난 고래…녀석의 운명은?
    • 입력 2018-06-27 07:02:47
    특파원 리포트
일본의 해상관문 '도쿄만'

도쿄만은 일본 가나가와 현과 지바 현 사이에 있다. 주변에는 일본 수도인 도쿄와 요코하마, 가와사키 등 주요 도시가 자리잡고 있다. 연안은 일본 최대의 게이힌공업지대를 이루고 있다. 일본 수출입 무역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도쿄항·가와사키항·요코하마항·지바항의 4개 항만이 있다. 일본의 해상관문인 셈이다. 당연히 대형선박의 통행이 빈번하다. 낚싯배와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소형선박들도 수시로 왕래한다.


"도쿄만에 고래가 나타났어요"...신고 잇따라

그런데 이곳에 고래가 나타났다. 처음 목격된 것은 1주일 전인 지난 18일쯤. 도쿄만에서 고래를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어제까지도 목격 신고가 이어졌다. 목격담은 잇따랐지만 고래로 추정할 뿐 사진이나 동영상 등 명확한 증거가 부족했다. 그러다 지난 24일 고래가 2차례 물위로 솟구치는 동영상이 촬영됐다. 모터보트로 낚시를 갔다 오던 40대 남성이 고래를 보고 촬영한 것. 고래 뒤에는 도쿄만을 오가는 선박도 보인다. 이 남성은 "매주 낚시를 다니는데 고래를 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고래가 5미터 정도 뛰어오르고 큰 소리와 물보라에 놀랐다"고 말했다.


같은 날 다른 지점에서 낚싯배 선장도 고래를 카메라에 담았다. 물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은 아니지만 수면 위로 잠깐씩 드러난 몸체와 꼬리는 영락없는 고래였다. 선장의 목격담은 이렇다. "물 뿜는 것을 보고 고래라고 생각했다. 처음 봤을 때 놀라움 반, 반가움 반이었다"

"어린 향유고래"...어쩌다 여기에?

고래 생태를 연구하는 '일본 고래 연구소'의 고문 도쿄 해양대학 카토 명예교수는 동영상을 본 뒤 "'향유고래'이고 몸길이는 12~13미터, 무게 25톤 정도의 어린 고래"라고 분석했다. 카토 명예교수는 "일본 근해의 고래는 겨울에 오키나와 근처에서 번식활동을 하고, 여름에 캄차카 반도 동쪽 연안까지 북상한다. 이번 고래는 북상 중에 도쿄만에서 길을 잘못 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몇 년 사이 일본 근해에서 고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어 이번 같은 사례가 일어나는 것은 예상된다고 한다. 도쿄만에서 방황(?)하는 것도 아주 드문 일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해안 근처까지 올라온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당분간 도쿄만에...녀석의 운명은?

카토 명예교수는 어린 향유고래가 '당분간' 도쿄만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2주 정도. 어떤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나가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이 있단다. 바로 일본 최대 공업지역인 이 일대를 왕래하는 선박. 큰 선박보다는 작은 선박이 더 위협적이라고 한다. 사진에서처럼 대형선박이 접근하면 고래가 엔진소리를 듣고 반응을 보여 배를 피할 수 있지만, 낚싯배와 요트, 소형운반선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선박은 고래가 눈치 채지 못하고 부딪칠 수 있다는 거다. 배에 탄 사람도 고래도 자칫 위험해 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고래를 발견하더라도 절대 가까이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녀석은 어떻게 될까? 무사히 도쿄만을 빠져나가서 무리와 다시 만나 힘찬 몸짓으로 바다를 누비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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