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갱단이 가족 살해 협박해 탈출”…험난한 ‘난민의 길’

입력 2018.06.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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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밀입국자 미성년 자녀들을 부모에게서 강제로 떼어 놓는 '아동 격리 수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아동 격리 수용' 정책을 철회했지만, 비인도적 정책에 대한 비난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경을 넘는 밀입국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로인 미국 남부 국경에는 중남미 난민들이 몰려와 집단으로 머물고 있다. 특히 미국 샌디에이고 국경과 맞닿은 멕시코 티후아나의 국경 앞에는 중남미 난민 보호시설에 '캐러밴' 난민들이 많다. 티후아나 시내 곳곳에는 크고 작은 60여 개의 난민 보호시설이 산재해 있다.

□ 갱단이 가족 살해 협박해 탈출..."가족 떨어져 수용되더라도 미국이 낫다."

엘살바도르에서 탈출해 온 엘레나 마르티네스 씨. 그녀는 지금 6살 아들과 난민촌에서 머물고 있다. 엘레나 씨는 고향 마을에 마약 갱단이 가족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해 살던 마을을 떠나왔다고 한다. 그녀의 아들이 백주대로에서 벌어진 마약 갱단의 살해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엘레나 씨는 "갱단이 아들을 내놓지 않으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어요. 너무 겁이 나서 밤에 가족들 모두 집을 떠나 이곳까지 온 거죠."라고 말한다. 엘레나 씨처럼 이곳의 중남미 난민들은 모국의 가난과 폭력을 피해 목숨을 걸고 수천 킬로미터를 때론 걷고 때론 버스나 기차를 얻어 타고 멕시코 국경까지 탈출해 온 사람들이다.

엘레나 씨의 남편과 딸은 미국 측 보호시설로 수용됐다.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대비해 자신과 아들은 멕시코에 일단 남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엘레나 씨는 가족이 떨어져 수용되거나, 자녀와 격리된 감옥에 갇히더라도 미국이 낫다고 생각한다.

엘레나와 아들엘레나와 아들

중남미 ‘캐러밴’ 난민들중남미 ‘캐러밴’ 난민들

□ 경제적 이유의 난민 불인정...대부분 수송기에 태워 모국으로 돌려보내

부활절을 전후해 티후아나까지 온 '캐러밴' 난민들은 4백여 명. 이 가운데 200명이 넘는 사람이 미국에 난민 신청을 했고 미국 측 보호시설로 수용됐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일단 티후아나 난민촌에 남았다.

미국은 일단 경제적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은 2~3년에 걸쳐 난민재판을 받는데 대부분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다. 난민으로 인정하는 순간 미국의 세금으로 많은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싼 돈을 들여 변호사를 고용할 수도 없는 난민들은 대부분 재판에서 불인정 판결을 받게 되고 이들은 한꺼번에 군용 수송기에 태워져 모국으로 추방된다.

철장 속 밀입국자철장 속 밀입국자

□ 5번 불법입국했다 추방된 사람도..."이 곳 난민들 대부분이 국경을 넘게 돼"

난민 보호시설에 남은 사람들은 결국 강이나 사막, 산을 타고 국경을 넘어 밀입국을 시도한다.
엘살바도르 출신 난민 마리오 메히야 씨. 마리오 씨는 벌써 5번이나 미국 국경을 넘어갔다가 체포돼 추방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루트로 난민 신청을 할 수 없고 이번에도 일단 멕시코에 남아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이 난민 보호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호세 마리알라라 감독관은 이런 난민 보호시설이 60여 곳이 있고, 이번 부활절 '캐러밴' 난민들은 30여 곳에 분산 수용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호세 감독관은 "이곳에 남아 있는 난민들은 몇 달 후면 대부분 결국 미국 국경을 넘고, 강이나 사막을 건너 밀입국을 시도합니다."고 말한다.

마리오 메히야 씨마리오 메히야 씨

호세 난민보호시설 감독관호세 난민보호시설 감독관

□ 험난한 '난민의 길'..."거리를 안심하고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싶어요"

하지만 중남미 난민들이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은 트럼프 행정부가 쌓고 있는 국경 장벽만큼이나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목숨을 걸고 험난한 길을 헤쳐가는 이유가 있다.

온두라스 출신 아르비스 하비에르 씨는 "갱단이 죽이겠다고 말하면 진짜 죽입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살인도 너무도 쉽게 벌어지는 일이죠."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말 미국에 가고 싶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열고 우리를 받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미국의 거리를 안심하고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싶어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하비에르 씨하비에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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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갱단이 가족 살해 협박해 탈출”…험난한 ‘난민의 길’
    • 입력 2018-06-27 14:28:11
    특파원 리포트
미국에선 밀입국자 미성년 자녀들을 부모에게서 강제로 떼어 놓는 '아동 격리 수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아동 격리 수용' 정책을 철회했지만, 비인도적 정책에 대한 비난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경을 넘는 밀입국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로인 미국 남부 국경에는 중남미 난민들이 몰려와 집단으로 머물고 있다. 특히 미국 샌디에이고 국경과 맞닿은 멕시코 티후아나의 국경 앞에는 중남미 난민 보호시설에 '캐러밴' 난민들이 많다. 티후아나 시내 곳곳에는 크고 작은 60여 개의 난민 보호시설이 산재해 있다.

□ 갱단이 가족 살해 협박해 탈출..."가족 떨어져 수용되더라도 미국이 낫다."

엘살바도르에서 탈출해 온 엘레나 마르티네스 씨. 그녀는 지금 6살 아들과 난민촌에서 머물고 있다. 엘레나 씨는 고향 마을에 마약 갱단이 가족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해 살던 마을을 떠나왔다고 한다. 그녀의 아들이 백주대로에서 벌어진 마약 갱단의 살해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엘레나 씨는 "갱단이 아들을 내놓지 않으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어요. 너무 겁이 나서 밤에 가족들 모두 집을 떠나 이곳까지 온 거죠."라고 말한다. 엘레나 씨처럼 이곳의 중남미 난민들은 모국의 가난과 폭력을 피해 목숨을 걸고 수천 킬로미터를 때론 걷고 때론 버스나 기차를 얻어 타고 멕시코 국경까지 탈출해 온 사람들이다.

엘레나 씨의 남편과 딸은 미국 측 보호시설로 수용됐다.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대비해 자신과 아들은 멕시코에 일단 남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엘레나 씨는 가족이 떨어져 수용되거나, 자녀와 격리된 감옥에 갇히더라도 미국이 낫다고 생각한다.

엘레나와 아들
중남미 ‘캐러밴’ 난민들
□ 경제적 이유의 난민 불인정...대부분 수송기에 태워 모국으로 돌려보내

부활절을 전후해 티후아나까지 온 '캐러밴' 난민들은 4백여 명. 이 가운데 200명이 넘는 사람이 미국에 난민 신청을 했고 미국 측 보호시설로 수용됐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일단 티후아나 난민촌에 남았다.

미국은 일단 경제적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은 2~3년에 걸쳐 난민재판을 받는데 대부분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다. 난민으로 인정하는 순간 미국의 세금으로 많은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싼 돈을 들여 변호사를 고용할 수도 없는 난민들은 대부분 재판에서 불인정 판결을 받게 되고 이들은 한꺼번에 군용 수송기에 태워져 모국으로 추방된다.

철장 속 밀입국자
□ 5번 불법입국했다 추방된 사람도..."이 곳 난민들 대부분이 국경을 넘게 돼"

난민 보호시설에 남은 사람들은 결국 강이나 사막, 산을 타고 국경을 넘어 밀입국을 시도한다.
엘살바도르 출신 난민 마리오 메히야 씨. 마리오 씨는 벌써 5번이나 미국 국경을 넘어갔다가 체포돼 추방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루트로 난민 신청을 할 수 없고 이번에도 일단 멕시코에 남아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이 난민 보호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호세 마리알라라 감독관은 이런 난민 보호시설이 60여 곳이 있고, 이번 부활절 '캐러밴' 난민들은 30여 곳에 분산 수용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호세 감독관은 "이곳에 남아 있는 난민들은 몇 달 후면 대부분 결국 미국 국경을 넘고, 강이나 사막을 건너 밀입국을 시도합니다."고 말한다.

마리오 메히야 씨
호세 난민보호시설 감독관
□ 험난한 '난민의 길'..."거리를 안심하고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싶어요"

하지만 중남미 난민들이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은 트럼프 행정부가 쌓고 있는 국경 장벽만큼이나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목숨을 걸고 험난한 길을 헤쳐가는 이유가 있다.

온두라스 출신 아르비스 하비에르 씨는 "갱단이 죽이겠다고 말하면 진짜 죽입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살인도 너무도 쉽게 벌어지는 일이죠."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말 미국에 가고 싶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열고 우리를 받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미국의 거리를 안심하고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싶어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하비에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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