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조작 소송까지 냈던 한진 형제들…상속 때문에 ‘줄소환’

입력 2018.06.27 (15:10) 수정 2018.06.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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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양호, 조남호, 조정호 회장

“한국 재벌가 중에서 상속을 두고 한진 만큼 형제들이 반목한 사례도 드물죠. 그런데 형제들이 상속세 탈루로 줄 소환되니 씁쓸하네요”

한 재계 관계자는 27일 이렇게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28일 오전 9시 30분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주목되는 점은 검찰이 조 회장 소환에 앞서 그의 동생과 작고한 동생의 부인(제수)도 같은 사안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25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불렀다. 26일에는 고(故)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벌금 12억 원, 추징금 5억여 원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상속세를 탈루한 과정을 캐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해외에 있는 조 회장의 누나 조현숙 씨도 국내에 들어오면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프랑스 부동산

검찰이 조 회장을 겨누고 있는 압박하고 있는 주 혐의는 선친인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해외 부동산과 예금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소득 신고를 하지 않고, 상속세를 탈루한 혐의다.

검찰은 4월 30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세 포탈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해 고발하자 수사를 벌여왔다. 조 회장 등이 뒤늦게 상속세를 나누어 내겠다며 납부 의지를 밝혔음에도 한진 사태에 대한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계속되면서 수사는 속도를 내왔다.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조중훈 창업주가 물려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부동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사태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상속세 탈루에 대해 본격 수사가 이뤄지자 선친으로부터 함께 프랑스 부동산을 상속받은 조 회장 형제들도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이 500억 원대, 횡령·배임으로 거둔 이익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진빌딩과 조남호·조정호 회장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 수색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탈루한 세금을 낸다더라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언장 조작 소송까지 냈던 조양호 형제들

선친의 유럽 부동산 상속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포착돼 줄 소환되는 조양호 회장의 형제들은 유난히 심한 재산 분쟁을 겪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진그룹의 주력인 대한항공을 물려받은 조양호 회장에 대해 2남인 조남호 회장과 4남인 조정호 회장이 강하게 반발하며 대립해왔다.

2002년 11월 고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이후 공개된 유언장에 따라 장남 조양호 회장에게 대한항공, 차남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3남 조수호(2006년 지병으로 사망) 회장은 한진해운, 4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 금융을 물려받는 것으로 그룹 승계가 결정됐다.

하지만 2006년 소송이 제기됐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맏형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상대로 선친의 유언장을 조작했다며 이를 바로 잡아달라는 소송을 낸 것. 이들은 “선친이 재산 분배에 대해 유언을 남기지 않았는데도 ‘조작된 유언장’이 공개됐다”고 주장했고, 조양호 회장 측은 “유언장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선대 회장이 사망한 뒤 대한항공과 그 계열사는 장남인 조양호 회장의 몫으로 정리됐고 이를 다른 형제들도 묵시적으로 동의한 걸로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후에도 조남호, 조정호 회장은 형인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몇 차례 더 제기하는 등 형제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형제들은 계열사 물량을 다른 회사로 돌리는 등 좀처럼 화해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메리츠화재와의 보험 계약을 해지했고, 한진중공업과 메리츠 금융은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는 등 극심하게 반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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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7 15:10:54
    • 수정2018-06-27 15:41:02
    취재K
▲ 왼쪽부터 조양호, 조남호, 조정호 회장

“한국 재벌가 중에서 상속을 두고 한진 만큼 형제들이 반목한 사례도 드물죠. 그런데 형제들이 상속세 탈루로 줄 소환되니 씁쓸하네요”

한 재계 관계자는 27일 이렇게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28일 오전 9시 30분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주목되는 점은 검찰이 조 회장 소환에 앞서 그의 동생과 작고한 동생의 부인(제수)도 같은 사안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25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불렀다. 26일에는 고(故)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벌금 12억 원, 추징금 5억여 원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상속세를 탈루한 과정을 캐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해외에 있는 조 회장의 누나 조현숙 씨도 국내에 들어오면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프랑스 부동산

검찰이 조 회장을 겨누고 있는 압박하고 있는 주 혐의는 선친인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해외 부동산과 예금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소득 신고를 하지 않고, 상속세를 탈루한 혐의다.

검찰은 4월 30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세 포탈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해 고발하자 수사를 벌여왔다. 조 회장 등이 뒤늦게 상속세를 나누어 내겠다며 납부 의지를 밝혔음에도 한진 사태에 대한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계속되면서 수사는 속도를 내왔다.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조중훈 창업주가 물려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부동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사태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상속세 탈루에 대해 본격 수사가 이뤄지자 선친으로부터 함께 프랑스 부동산을 상속받은 조 회장 형제들도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이 500억 원대, 횡령·배임으로 거둔 이익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진빌딩과 조남호·조정호 회장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 수색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탈루한 세금을 낸다더라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언장 조작 소송까지 냈던 조양호 형제들

선친의 유럽 부동산 상속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포착돼 줄 소환되는 조양호 회장의 형제들은 유난히 심한 재산 분쟁을 겪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진그룹의 주력인 대한항공을 물려받은 조양호 회장에 대해 2남인 조남호 회장과 4남인 조정호 회장이 강하게 반발하며 대립해왔다.

2002년 11월 고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이후 공개된 유언장에 따라 장남 조양호 회장에게 대한항공, 차남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3남 조수호(2006년 지병으로 사망) 회장은 한진해운, 4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 금융을 물려받는 것으로 그룹 승계가 결정됐다.

하지만 2006년 소송이 제기됐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맏형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상대로 선친의 유언장을 조작했다며 이를 바로 잡아달라는 소송을 낸 것. 이들은 “선친이 재산 분배에 대해 유언을 남기지 않았는데도 ‘조작된 유언장’이 공개됐다”고 주장했고, 조양호 회장 측은 “유언장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선대 회장이 사망한 뒤 대한항공과 그 계열사는 장남인 조양호 회장의 몫으로 정리됐고 이를 다른 형제들도 묵시적으로 동의한 걸로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후에도 조남호, 조정호 회장은 형인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몇 차례 더 제기하는 등 형제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형제들은 계열사 물량을 다른 회사로 돌리는 등 좀처럼 화해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메리츠화재와의 보험 계약을 해지했고, 한진중공업과 메리츠 금융은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는 등 극심하게 반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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