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피하지 못한 희생자들…화재 커진 까닭은?

입력 2018.06.29 (08:32) 수정 2018.06.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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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26일, 세종시 아파트 건설현장 화재로 근로자 3명이 숨지는 등 4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이 어제부터 오늘까지 진행되는데요.

신축 공사장인데다 면적도 워낙 넓어서 원인 규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화재는 어떻게 커졌고, 연기는 왜 빠르게 번졌는지,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화재가 난지 이틀 만에 합동 정밀 감식이 시작됐습니다.

건설 현장 근로자 세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여 명이 다친 현장, 희생자 유족들은 화마가 지나간 자리 앞에서 오열했습니다.

[故 정OO 씨의 아내 : "아침마다 나가서 우리 먹여 살린다고 이렇게 고생한 것도 모르고……. 아이고, 미안해."]

일단 이번 화재의 원인은 지하 유증기에 의한 폭발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김철문/세종경찰서장 : “어디서 화재가 시작됐는지 화인은 무엇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현장감식이 이뤄질 예정으로 있습니다.”]

화재가 난 건 사흘전인 지난 26일 오후 1시 10분쯤.

갑자기 '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이우진/목격자 : "펑하는 소리가 났었는데 처음에는 그게 화재였는지 몰랐는데 나와서 보니까 그 소리가 (공사)현장에서 나는 소리였더라고요."]

불길은 아파트 공사장 지하에서 시작됐는데요,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던 현장에는 건설사 하청업체 근로자 등 160여 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현장 노동자 : “폭발됐을 때 저는 그냥 창문 앞으로 연기가 와가지고 계단으로 내려가고 계단으로 연기가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뛰어내려왔죠.”]

진화가 시작된 지 다섯 시간여 만에 불길이 겨우 잡혔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근로자 3명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처음 아르바이트를 나온 25살 김 모 씨와 중국인 근로자 양 모 씨, 그리고 53살 정 모 씨 역시 사고 당일, 공사현장으로 향했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故 정OO씨 아내 : "마지막은 아침에 미역국 끓여놓고 소고기 미역국 끓여놓고서는 밥 먹고 가 해서 한그릇 말아먹고 ……. 그게 마지막이에요. 그렇게 현관문 열고 나간 게 마지막이에요. 다시 올 거 같아요."]

정 씨 가족들이 사고 소식을 처음 알게 된 건 화재가 일어난 지 1시간 정도 됐을 무렵이었습니다.

[故 정OO씨 아내 : “두 시쯤에 세종시 화재라고 실시간 검색어가 뜨길래 혹시 그 많은 세종시에서 설마 아니겠지 하고 전화를 해봤는데 50통을 넘게 걸어도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수십 번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던 전화.

불안한 마음에 곧바로 공사 현장으로 달려갔다는데요.

[故 정OO씨 딸 : “몇 시간 동안 그냥 뛰어다녔어요. 우리 아빠가 어디 있는지 우리 아빠 살아있는지 탈출했는지 그것만 알려달라고.”]

구출되는 부상자들 속에 애타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기다렸지만 끝내 만날 수 없었습니다.

[故 정OO씨 딸 : “두 시간을 돌아다녀도 여기 저기 소방대원, 경찰들한테 다 물어봐도 얘기를 안해줬는데 아빠 회사 친구가 아빠 회사에서 세 명이 못 나왔는데 그 중에 아빠가 있다고.”]

오랜 세월 버스 운전대를 잡아왔던 정 씨는 대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공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변종철/ [故 정OO 씨의 지인 : “애들 교육문제 때문에 조금 위험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해서 설비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운전과는 전혀 다른 건설 현장의 몸에 익지 않은 일이었지만,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故 정OO씨 아내 : “27년 동안 안 뺀 결혼반지였고요. 친구가 만들어준 팔찌랑 시계 저렇게 시커멓게 그을려서 왔어요.”]

20대 김모 씨는 며칠 전 처음 아버지를 따라 현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돈을 벌겠다며 따라 나선 아들은 지하에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인 근로자 양모 씨의 빈소는 가족들이 도착하고야 차려졌습니다.

[유족 : “내일 와요. 중국에 있어요. 남동생하고 아빠하고.”]

경찰과 소방 등 7개 유관기관의 정밀 감식과 원인 조사는 오늘까지 진행될 예정인데요.

희생자 정 씨 가족들은 용접 작업을 하는 정 씨가 주차장 바닥을 칠하는 에폭시 작업장과 같은 공간에 있었는지 의문을 던졌습니다.

[故 정OO씨 아내 : “페인트 작업을 할 때는 불꽃이 튀기는 설비를 하면 안 되는 건데 같이 들어가서 하다가 사고가 난 거잖아요. 지금.”]

어떤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 등 화재를 둘러싼 의문들은 정밀 감식을 해봐야 한다는게 소방당국의 입장입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대형화재라 원인은 그렇게 금방 나올 거 같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지하에 쌓아뒀던 가연성 외장재도 불길을 더 크게 만든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채수종/세종시소방본부장 : “장마에 대비해서 지하주차장으로 옮겼다는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우기에 좀 피해서……"]

해당 주상복합 아파트의 구조상 아파트 여러 동이 하나의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된 것도 대피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습니다.

7개의 타워가 굴뚝 역할을 하며 불길과 유독가스를 빠르게 퍼트린 겁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주차장이 통으로 되어있는 구조이니까요. 연기가 퍼질 수밖에 없는……"]

노동청 등은 일대 공사 현장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서기로 했는데요.

작업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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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대피하지 못한 희생자들…화재 커진 까닭은?
    • 입력 2018-06-29 08:43:03
    • 수정2018-06-29 09: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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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26일, 세종시 아파트 건설현장 화재로 근로자 3명이 숨지는 등 4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이 어제부터 오늘까지 진행되는데요.

신축 공사장인데다 면적도 워낙 넓어서 원인 규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화재는 어떻게 커졌고, 연기는 왜 빠르게 번졌는지,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화재가 난지 이틀 만에 합동 정밀 감식이 시작됐습니다.

건설 현장 근로자 세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여 명이 다친 현장, 희생자 유족들은 화마가 지나간 자리 앞에서 오열했습니다.

[故 정OO 씨의 아내 : "아침마다 나가서 우리 먹여 살린다고 이렇게 고생한 것도 모르고……. 아이고, 미안해."]

일단 이번 화재의 원인은 지하 유증기에 의한 폭발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김철문/세종경찰서장 : “어디서 화재가 시작됐는지 화인은 무엇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현장감식이 이뤄질 예정으로 있습니다.”]

화재가 난 건 사흘전인 지난 26일 오후 1시 10분쯤.

갑자기 '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이우진/목격자 : "펑하는 소리가 났었는데 처음에는 그게 화재였는지 몰랐는데 나와서 보니까 그 소리가 (공사)현장에서 나는 소리였더라고요."]

불길은 아파트 공사장 지하에서 시작됐는데요,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던 현장에는 건설사 하청업체 근로자 등 160여 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현장 노동자 : “폭발됐을 때 저는 그냥 창문 앞으로 연기가 와가지고 계단으로 내려가고 계단으로 연기가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뛰어내려왔죠.”]

진화가 시작된 지 다섯 시간여 만에 불길이 겨우 잡혔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근로자 3명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처음 아르바이트를 나온 25살 김 모 씨와 중국인 근로자 양 모 씨, 그리고 53살 정 모 씨 역시 사고 당일, 공사현장으로 향했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故 정OO씨 아내 : "마지막은 아침에 미역국 끓여놓고 소고기 미역국 끓여놓고서는 밥 먹고 가 해서 한그릇 말아먹고 ……. 그게 마지막이에요. 그렇게 현관문 열고 나간 게 마지막이에요. 다시 올 거 같아요."]

정 씨 가족들이 사고 소식을 처음 알게 된 건 화재가 일어난 지 1시간 정도 됐을 무렵이었습니다.

[故 정OO씨 아내 : “두 시쯤에 세종시 화재라고 실시간 검색어가 뜨길래 혹시 그 많은 세종시에서 설마 아니겠지 하고 전화를 해봤는데 50통을 넘게 걸어도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수십 번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던 전화.

불안한 마음에 곧바로 공사 현장으로 달려갔다는데요.

[故 정OO씨 딸 : “몇 시간 동안 그냥 뛰어다녔어요. 우리 아빠가 어디 있는지 우리 아빠 살아있는지 탈출했는지 그것만 알려달라고.”]

구출되는 부상자들 속에 애타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기다렸지만 끝내 만날 수 없었습니다.

[故 정OO씨 딸 : “두 시간을 돌아다녀도 여기 저기 소방대원, 경찰들한테 다 물어봐도 얘기를 안해줬는데 아빠 회사 친구가 아빠 회사에서 세 명이 못 나왔는데 그 중에 아빠가 있다고.”]

오랜 세월 버스 운전대를 잡아왔던 정 씨는 대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공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변종철/ [故 정OO 씨의 지인 : “애들 교육문제 때문에 조금 위험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해서 설비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운전과는 전혀 다른 건설 현장의 몸에 익지 않은 일이었지만,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故 정OO씨 아내 : “27년 동안 안 뺀 결혼반지였고요. 친구가 만들어준 팔찌랑 시계 저렇게 시커멓게 그을려서 왔어요.”]

20대 김모 씨는 며칠 전 처음 아버지를 따라 현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돈을 벌겠다며 따라 나선 아들은 지하에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인 근로자 양모 씨의 빈소는 가족들이 도착하고야 차려졌습니다.

[유족 : “내일 와요. 중국에 있어요. 남동생하고 아빠하고.”]

경찰과 소방 등 7개 유관기관의 정밀 감식과 원인 조사는 오늘까지 진행될 예정인데요.

희생자 정 씨 가족들은 용접 작업을 하는 정 씨가 주차장 바닥을 칠하는 에폭시 작업장과 같은 공간에 있었는지 의문을 던졌습니다.

[故 정OO씨 아내 : “페인트 작업을 할 때는 불꽃이 튀기는 설비를 하면 안 되는 건데 같이 들어가서 하다가 사고가 난 거잖아요. 지금.”]

어떤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 등 화재를 둘러싼 의문들은 정밀 감식을 해봐야 한다는게 소방당국의 입장입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대형화재라 원인은 그렇게 금방 나올 거 같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지하에 쌓아뒀던 가연성 외장재도 불길을 더 크게 만든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채수종/세종시소방본부장 : “장마에 대비해서 지하주차장으로 옮겼다는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우기에 좀 피해서……"]

해당 주상복합 아파트의 구조상 아파트 여러 동이 하나의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된 것도 대피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습니다.

7개의 타워가 굴뚝 역할을 하며 불길과 유독가스를 빠르게 퍼트린 겁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주차장이 통으로 되어있는 구조이니까요. 연기가 퍼질 수밖에 없는……"]

노동청 등은 일대 공사 현장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서기로 했는데요.

작업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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