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이 월드컵에 진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입력 2018.06.29 (15:38) 수정 2018.06.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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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러 온 중국 축구팬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지진이 난다?

중국이 월드컵에 진출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지진이 날 것이란 고전적 우스갯소리가 있다. 13억 명이 동시에 지축을 박차고 뛰어오르면 땅이 흔들릴 것이란 비과학적 예측이다. 지진은 나지 않겠지만 멕시코 축구팬들이 한국대사관으로 뛰어올 정도의 열기는 뛰어넘을 것임이 분명하다. 자국팀이 진출하지 못했는데도 월드컵 경기를 단체 관람하며 거리 응원을 흉내 내고,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요쿠(Youku)에서도 월드컵 골 장면이 최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후난성에서는 월드컵 기간 계속 밤을 새우며 경기를 시청하던 28살 회사원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수면 부족이 사망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이 시작된 뒤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이전보다 20% 늘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기간 중계방송을 본 중국 시청자 수는 8억 명이었다.

중국 선양시의 한 쇼핑몰에 마련된 월드컵 축구 경기 단체 관람석중국 선양시의 한 쇼핑몰에 마련된 월드컵 축구 경기 단체 관람석

■ 가재가 멸종한다?

많은 한국인들은 축구를 보며 치킨에 맥주를 곁들인다. '치맥'은 중국에서도 유명하다. 중국인들은 가재(小龙虾·샤오룽시아)에맥주를 마신다. 중국의 가재 시장 규모는 연 25조 원 정도. 13억의 '가맥'은 한국의 '치맥'에 비해 규모가 크다. 한번 '가맥' 열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시장에서 한동안 가재가 사라진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산 가재 10만 마리가 러시아로 들어갔다. 중국인들은 러시아 현지에서도 축구를 보며 '가맥'을 곁들이고 있다. 중국의 한 배달 서비스 업체는 이번 월드컵 개막전부터 4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가재 300만 마리와 맥주 40만 병의 주문을 받았다.

2016년 9월 1일. 중국 축구 응원단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2016년 9월 1일. 중국 축구 응원단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축구 도박이 활개친다?

27일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긴 경기에서 중국의 한 체육복권의 한국 승리 배당률은 60배였다. 혹시나 하고 만 원 정도를 한국 승리에 걸었던 중국인들이 60만 원을 받게 됐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월드컵 기간 중국 복권 판매점의 판매량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사실 축구보다 이 같은 도박에 더 관심이 있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료 앱 10개 중 4개가 체육복권 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식 복권이 아닌 해외 사이트를 이용한 지하 복권 판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쉽게 판돈을 걸 수 있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중국당국은 온라인 체육복권 판매를 금지하고 불법 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 시작했다.

1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워룽 판다 자연보호구역에서 1살이 채 안 된 새끼 판다들이 월드컵 개막 축하 행사의 일환으로 축구 경기를 펼치고 있다.[사진출처 : 연합뉴스]1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워룽 판다 자연보호구역에서 1살이 채 안 된 새끼 판다들이 월드컵 개막 축하 행사의 일환으로 축구 경기를 펼치고 있다.[사진출처 : 연합뉴스]

■ 중계화면에 중국어 광고만 나온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후원사 19개 중 7개가 중국 기업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는 1개뿐이었다. 7개 기업의 광고비용은 9200억 원 정도로 러시아 월드컵 전체 광고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시장조사업체 제니스). 중국이 마케팅 비용으로 미국의 2배, 개최지 러시아의 13배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월드컵이 아니라 '중국 월드컵'이란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다 보면 뛰는 선수들 뒤로 중국 기업 광고판이 자주 보인다. 중국이 진출하지 못한 월드컵도 이 정도인데 중국이 진출한 월드컵에서는 중국 기업의 광고를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2015년 10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맨체스터 시티 축구 아카데미에서 맨시티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출처 : 맨시티 FC 트위터] 2015년 10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맨체스터 시티 축구 아카데미에서 맨시티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출처 : 맨시티 FC 트위터]

■ 주석의 명령 "30년 내 우승하라"

중국은 이번 월드컵도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진출이 중국의 유일한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월드컵은 이제 '남의 잔치'가 아니다. 부러움이 시기로 변해가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13억 중국도 못하는 일을 33만 아이슬란드도 해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중국인들도 있다. 인민의 열망을 알아챈 듯 시진핑 주석은 2015년 "앞으로 30년 내에 중국 축구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고 '명령'까지 했다. 중국은 다음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을까? 중국은 정말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축구 종주국 영국의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최근 베이징을 찾아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이 축구 강국이 될 기회는 충분하다. 다만 이를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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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9 15:38:02
    • 수정2018-06-29 15: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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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러 온 중국 축구팬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지진이 난다?

중국이 월드컵에 진출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지진이 날 것이란 고전적 우스갯소리가 있다. 13억 명이 동시에 지축을 박차고 뛰어오르면 땅이 흔들릴 것이란 비과학적 예측이다. 지진은 나지 않겠지만 멕시코 축구팬들이 한국대사관으로 뛰어올 정도의 열기는 뛰어넘을 것임이 분명하다. 자국팀이 진출하지 못했는데도 월드컵 경기를 단체 관람하며 거리 응원을 흉내 내고,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요쿠(Youku)에서도 월드컵 골 장면이 최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후난성에서는 월드컵 기간 계속 밤을 새우며 경기를 시청하던 28살 회사원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수면 부족이 사망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이 시작된 뒤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이전보다 20% 늘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기간 중계방송을 본 중국 시청자 수는 8억 명이었다.

중국 선양시의 한 쇼핑몰에 마련된 월드컵 축구 경기 단체 관람석
■ 가재가 멸종한다?

많은 한국인들은 축구를 보며 치킨에 맥주를 곁들인다. '치맥'은 중국에서도 유명하다. 중국인들은 가재(小龙虾·샤오룽시아)에맥주를 마신다. 중국의 가재 시장 규모는 연 25조 원 정도. 13억의 '가맥'은 한국의 '치맥'에 비해 규모가 크다. 한번 '가맥' 열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시장에서 한동안 가재가 사라진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산 가재 10만 마리가 러시아로 들어갔다. 중국인들은 러시아 현지에서도 축구를 보며 '가맥'을 곁들이고 있다. 중국의 한 배달 서비스 업체는 이번 월드컵 개막전부터 4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가재 300만 마리와 맥주 40만 병의 주문을 받았다.

2016년 9월 1일. 중국 축구 응원단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축구 도박이 활개친다?

27일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긴 경기에서 중국의 한 체육복권의 한국 승리 배당률은 60배였다. 혹시나 하고 만 원 정도를 한국 승리에 걸었던 중국인들이 60만 원을 받게 됐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월드컵 기간 중국 복권 판매점의 판매량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사실 축구보다 이 같은 도박에 더 관심이 있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료 앱 10개 중 4개가 체육복권 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식 복권이 아닌 해외 사이트를 이용한 지하 복권 판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쉽게 판돈을 걸 수 있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중국당국은 온라인 체육복권 판매를 금지하고 불법 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 시작했다.

1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워룽 판다 자연보호구역에서 1살이 채 안 된 새끼 판다들이 월드컵 개막 축하 행사의 일환으로 축구 경기를 펼치고 있다.[사진출처 : 연합뉴스]
■ 중계화면에 중국어 광고만 나온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후원사 19개 중 7개가 중국 기업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는 1개뿐이었다. 7개 기업의 광고비용은 9200억 원 정도로 러시아 월드컵 전체 광고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시장조사업체 제니스). 중국이 마케팅 비용으로 미국의 2배, 개최지 러시아의 13배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월드컵이 아니라 '중국 월드컵'이란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다 보면 뛰는 선수들 뒤로 중국 기업 광고판이 자주 보인다. 중국이 진출하지 못한 월드컵도 이 정도인데 중국이 진출한 월드컵에서는 중국 기업의 광고를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2015년 10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맨체스터 시티 축구 아카데미에서 맨시티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출처 : 맨시티 FC 트위터]
■ 주석의 명령 "30년 내 우승하라"

중국은 이번 월드컵도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진출이 중국의 유일한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월드컵은 이제 '남의 잔치'가 아니다. 부러움이 시기로 변해가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13억 중국도 못하는 일을 33만 아이슬란드도 해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중국인들도 있다. 인민의 열망을 알아챈 듯 시진핑 주석은 2015년 "앞으로 30년 내에 중국 축구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고 '명령'까지 했다. 중국은 다음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을까? 중국은 정말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축구 종주국 영국의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최근 베이징을 찾아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이 축구 강국이 될 기회는 충분하다. 다만 이를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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